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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은 왜 이브를 꼬셨을까 - 힐데가르트의 분석 by mori

그리스도교의 여성혐오야 그 역시가 매우 오래되었지만, 아담과 이브의 타락 이야기야말로 교회의 여성혐오를 대변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최근에도 교회의 남성들이 이브의 타락 이야기를 들어 여성이 왜 남성에게 종속되어야 하는지를 설명하려고 한다. 또한 페미니즘 신학자들은 여성의 종속을 반박하기 위해 이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하려고 하거나 아예 거부하려고 들기도 한다. 

하지만 아담과 이브 이야기야말로, 종교에서 매우 중요한 창조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리스도교에서는 꼭 다뤄야할 주제 중 하나. 중세의 많은 신비가들도 아담과 이브 이야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혹은 비전을 겪기도 한다.

요즘 교수와 다른 학생들과 함께 성녀 힐데가르트Hildegard of Bingen(1098-1179)라는 수녀가 자신의 환시를 중심으로 작성한 스키비아스Scivias를 읽고 있는데 그녀의 환시 역시 아담과 이브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신비주의라는 것 자체가 인간이 자신의 지식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을 신이 직접 알려주는 데에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보니, 힐데가르트 역시 왜 에덴동산에서 죄가 생겼는지, 그 후로 인간은 왜 죄를 짓고 살게 되었는지에 대해 자신의 환상를 중심으로 설명하려 한다. 왜 이브가 먼저 죄를 지었는지, 사탄이 왜 자기가 직접 하는 대신 뱀을 시켰는 지에 대해 설명한다. 물론 교회의 여성혐오 사상을 이어받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일단 라틴어 원문을 싣는다. 해당부분은 힐데가르트의 두 번째 비전 중에서도 10번째 장의 일부. 부연설명을 하자면 환상에서 힐데가르드는 하얀 구름 안에서 아름다운 인간의 형상이 수많은 별을 쏟아내는 등의 환상을 보고 이를 이브와 아담의 타락 이야기로 연결시킨다. 번역은 따로 영역을 참고하지 않았으므로 오역이 있다면 당연히 나의 책임이다. ()안에 들은 부분은 다른 문장으로 처리했다. 

quoniam in eodem loco amoenitatis Euam inncentem animum habentem (quae de innocente Adam omnem multitudinem humani generis in praeordinatione Dei lucentem in suo corpore gestans sumpta fuerat) per seductionem serpentis ad deiectionem dius inuasit. Cur hoc? Quia sceibat mulieris mollitiem facilius uincendam quam uiri fortitudinem, uidens etiam quod Adam in caritate Euae tam fortiter ardebat ut si ipse diabolus Euam uicisset, quidquid illa Adae diceret, Adam idem perficeret. Vnde et diabolus illam eandemque forman hominis de eadem regione ita eiecit : quoniam idem antiquus seductor Euam atque Ada de sede beatitudinis sua deceptione expellens eox in tenebras subuersionis misit. Quodmodo? Videlicet Euam primum seduxit, up ipsa Adae blandiretur, quatenus  ei assensum praeberet, quia ipsa citius Adam quam alia creatura ad inoboedientiam perducere potuit, quoniam de costa illius facta fuerat. Quapropter mulier uirm citius deicit, cum ille eam non abhorrens uerba eius facile assumit.

왜냐하면 그 같은 즐거움의 장소에서 악마는 뱀의 꾐을 이용해 결백한 마음을 가진 이브에게 침입했고 에덴동산에서 쫒겨나도록 했다. 그 이브는 결백한 아담에게서 신성한 빛을 몸으로 받아 많은 인류를 생산해냈다. 왜 이렇게 되었는가? 그 이유는 악마가 그 여자(이브)의 부드러움을 그 남자(아담)의 힘보다 더 쉽게 이길 수 있다는 점을 알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담은 이브를 너무나 아끼고 사랑한 나머지, 악마가 이브를 이긴다면 그녀가 아담에게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 그가 그것을 이뤄줄 것이란 것을 알았다. 거기서부터 악마는 이브와 사람의 형상을 에덴동산으로부터 쫒겨나게 할 수 있었다는 것은 그 오래된 유혹자(seducer)가 속임수를 써서 이브와 아담을 축복의 자리에서 어두운 심연으로 쫒차냈다. 어떻게? 즉, 악마는 이브를 먼저 꾀었고, 이브는 아담을 속였다. 아담은 이브에게 무엇이든지 줄 것이었다. 왜냐하면 이브야말로 다른 어떤 창조물보다도 더 빨리 아담을 불복종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브는 아담의 옆구리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브는 아담을 매우 빨리 꾀어냈고 아담은 그녀가 하는 말들을 실어하지도 않으면서 더 쉽게 그녀에게 동의했다. 


결국 힐데가르트 역시 이브가 더 약한 존재(부드러움을 가졌기 때문에)였기 때문에 뱀의 유혹에 넘어갈 수 밖에 없었다는 점을 인정하는 셈이다. 게다가 아담이 이브의 꾐에 넘어간 것은 이브를 너무나도 사랑해서 그런 것이라고 변명하는 것은 흡사 중국 역사에서 황제가 실정하는 것을 왕이 사랑한 미녀의 탓으로 돌리는 사가들의 행위와 비슷하다(이건 왜 나오는 거야?). 

이는 중세의 다른 문헌에도 자주 거론되는 부분인데, 여성이 남성보다 더 약한 성sex이고 열등하므로 자신을 잘 방어하지 못하고 악마의 꾐에 잘 넘어간다는 인식이 여기에서도 나타난다. 이러한 인식은 사산아가 태어나거나 장애아가 태어나면 이것을 여성이 악마의 침입을 받은 것이라 하여 여성에게 죄를 묻고, 중세 후기에 대규모의 마녀사냥이 일어났던 이론적 배경(?)과도 이어진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이 부분은 페미니스트에게는 불만이 될 여지를 남기는 해석이지만, 굳이 긍정적으로 보자면 힐데가르드는 이브와 아담 둘 다 너무 순수했다고 보았고 또한 이브 역시 신의 빛을 아담과 나눠받았다고 해석했다는 부분. 오랜 역사를 거쳐 여성이 남성보다 열등한 이유로 여성은 신의 형상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게 여성혐오를 정당화하는 이유로 많이 제시되었는데, 힐데가르드의 이 글에서는 적어도 여성은 신의 빛을 남성과 동등하게 나눠받았다는 것.

하지만 맘에 안 들어. 흥. 관련해서 한 꼭지 정도 글을 더 쓸 수 있을 듯. 참, 왜 하고 많은 동물 중 뱀이 사탄에 의해 선택되었냐에 대해서 할데가르트는 (다짜고짜) 뱀이 가장 사탄과 가까운 동물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사탄이 안으로 들어가 죄를 저지르기 이전부터 가장 죄를 지을 만한 동물이었다는 것. 하지만 그렇다고 뱀이 원래부터 악했던 것은 아니라는 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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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Esperos 2012/10/20 10:36 # 답글

    힐데가르트 폰 빙엔은 올해에 시성되어서, 정식으로 '성녀 힐데가르트'라고 불리게 됐죠 ^^;; 비전을 보통 환시라고 번역합니다. 사실 환시 보기 말고도 성가를 작곡하기도 했는데, 기술적으로 두드러진 면은 없지만 특유의 독특한 면이 있어서 현대에도 그 음악을 재현하거나, 혹은 현대적으로 바꾸어본 음반이 나올 정도입니다. 또 보석학에 대해서 글을 쓰거나 하기도 해도, 현대의 오컬티스트들이 그 내용을 참고하기도 하더군요.
  • mori 2012/10/20 13:45 #

    앗 지적 감사합니다1 덕분에 수정했습니다. 힐데가르트는 그림도 그렇고 환시도 좀 특이한 것 같아요. 의학쪽으로도 글을 썼다더라고요. 음악은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그나저나 올해 시성되었다니 경사네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알파캣 2012/10/20 15:20 # 답글

    하느님을 "아버지,어머니"로 불러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에 들어본적은 있지만..

    딱히 여성으로써 기독교인이란것에대해 크게 생각해본적은 없었는데

    이브 이야기를 들어보니 뭔가 조금 혼란스럽네요(?)
  • mori 2012/10/21 02:14 #

    저도 가끔 혼란스럽습니다(?). 가톨릭에서 여성이 신부가 될 수 없는 것이나 개신교에서 여성이 목사가 될 때 더욱 힘든 것에 대해 이브의 전례가 가끔 인용되죠. 그나저나 현대 페미니스트 신학자들이 하나님을 어머니로 부르기도 한다고 알고 있습니다만, 중세에는 예수나 하나님의 여성성이나 모성을 강조한 경우가 더 흔하더라고요.
  • ㅇ는바다사자2 2012/10/20 15:54 # 답글

    굉장히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 mori 2012/10/21 02:13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迪倫 2012/10/21 05:00 # 답글

    안녕하세요. 굉장히 흥미있게 읽었습니다.
    보통 교회에서 여성을 차별하는 것을 '남성'의 부재로 인한 '불완전함'같은 방식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알고있었는데, 소개해주신 힐데가르트의 경우 '부드러움'을 원인으로 들었다는게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제가 잘모르는 분야들에 대한 글들을 올리시는데 링크했다고 알려드리고 앞의 글들도 천천히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mori 2012/10/22 09:59 #

    감사합니다. 저도 아직 배우는 과정이라 많이 부족하니 조언도 부탁드립니다. 여성의 몸이 불완전하다는 인식과 비교하면 힐데가르트는 비교적 여성을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건 맞는 것 같습니다.
  • 零丁洋 2012/10/21 11:18 # 답글

    파충류에 대한 혐오는 인류의 조상이 공룡시대를 걸쳐 온 결과라는 주장도 있더군요. 조용히 하라할때 쉬~ 소리도 파충류의 소리라죠.
  • mori 2012/10/22 10:01 #

    그런 이유도 있군요. 하긴 파충류가 좀 생김새가 괴기스러워서 그런 걸까요. 뱀은 특히나 다른 종교에서도 빈번하게 나오는 것 같아요.
  • highseek 2012/10/25 17:03 #

    하지만 인류가 공룡과 동시대를 살았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입니다. 시대가 너무 차이나요..
  • 零丁洋 2012/10/26 15:51 #

    인류가 아니고 인류의 먼 조상이죠. 칼 세이건의 책에 있는 내용입니다.
  • 긁적 2012/10/21 17:12 # 답글

    역시 전통과 문화적 배경은 어쩌기 어렵군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저도 흥입니다. ㅋㅋㅋ
  • mori 2012/10/22 10:02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업시간에도 흥흥 대고 있었어요. ㅋㅋㅋㅋㅋ
  • highseek 2012/10/25 11:17 # 답글

    고대 유대교의 랍비들은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에서, 뱀이 하와를 꾀어낸 이유가 하와가 아담에 대한 지배권(?)을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고 해석했지요. 신의 창조사를 보면 항상 뒤에 창조된 것이 앞에 창조된 것을 지배하는데(빛을 창조하고 태양을 창조하니 태양이 빛을 지배하고, 바다가 생겨난 후 물고기를 창조하니 물고기가 바다를 지배하고, 세상을 창조한 후 인간을 창조하니 인간이 세상을 지배하도록 하였다.. 같은 식으로.) 따라서 남자를 먼저 만들고 이후에 여자를 만들었다는 것은 여자에게 남자를 관리할 권한을 준 것이다 라고요. 따라서 남자를 지배할 권한이 있는 여자를 꼬셔야 했다는 논리죠.

    그리고 뱀에 대한 것은, 뱀이 주기적으로 허물을 벗는 습성 때문에 영원한 생명과 재탄생의 상징으로 여겨집니다. 또한 생명을 잉태하는 어머니-대지에 배를 붙이고 살기 때문에 근원적인 생명과 맞닿은 존재로 여기죠. 힌두교에 나오는 우주의 뱀 아난타나 북구신화의 우르보로스, 뉴기니 북부의 뱀 신랑 신화, 폴리네시아의 뱀 신부 이야기 등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뱀은 그 자체로 태고의 여성-창조신을 의미해요. 생명을 창조하는 것이 여성이듯이, 고대의 창조신도 여성적 속성을 갖지요. 초기 에덴동산의 창조만들어질 당시 뱀이 하와를 꼬신 게 뱀이 가진 여성적 속성 때문에 그렇게 지어졌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리스도교 등에서 뱀이 부정적으로 묘사되는 것은 이런 고대의 여신 신화가 남신 신화로 점차 대체해가는 과정에서 발생한 산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뱀은 이교의 창조모신을 상징하고, 이는 남신 신화 입장에서 보면 이교의 신, 사탄이나 다를 바 없겠지요.
  • mori 2012/10/25 12:11 #

    고대 유대교 랍비의 해석이 매우 흥미롭네요! 정작 유대교 자체에 여성의 자리는 없었는데도 남자를 지배할 권한이 여자에게 있다고 보았다니 매우 재밌습니다.
    말씀하신 것을 보니 중세 그림에서 뱀이 종종 여성의 모습을 하고 창조신화 그림에 등장했던 게 기억나네요. 어떤 그림에서는 뱀이 심지어 이브의 얼굴을 하고 있죠. 다만 유대교의 고대 영지주의 전통에서는 뱀이 남성으로 그러져 이브를 성적으로 꾀어내어 죄를 짓도록 하기도 하고 뱀이 에덴 동산에 살았던 남자사람(?)으로 그려지기도 하죠. 이런 걸 보면 뱀이 흥미로운 동물이긴 한가봅니다. 제주도의 뱀 신화도 그렇고요!
  • highseek 2012/10/25 12:16 #

    초기에는 그렇게 남자를 지배할 권한을 주었으나, 에덴동산에서의 사건 때문에 그 권한을 신에게 회수당하고 물러나게 되었다.. 는 식입니다 ㅋㅋㅋ

    여자들의 지배에 항거해 남자들이 쿠테타를 일으켜 권력을 얻었다는 티에라 델 푸에고 부족들의 신화라든지 창조모신 티아마트에 대항해 싸운 마르두크의 신화라든지와 비교해보면 재밌지요.
  • mori 2012/10/25 12:26 #

    감사하단 말씀을 빼먹어서 다시 로긴 했는데 실시간 답변! 티아마트도 흥미롭네요. 사실 창세기에 티아마트의 이름이 등장한다는 걸 모르는 그리스도교인들이 많을 듯. ㅎㅎ 그러고보니 영웅은 대부분은 남성이군요.
  • highseek 2012/10/25 12:38 #

    몇 가지 이설이 있습니다. 고대의 여성신 중심 신앙체계가 남성신 중심 신앙체계로 전환되는 과정이 녹아있지 않나 하는 추측(여성의 세계사적 패배라던 엥겔스처럼)과, 어머니에게서 태어나 유아기의 어머니와의 유착에서 결별하고 아버지의 사회로 적응해 나간다는 성장과정의 심상이 신화로 표상된다는 추측이 있죠.

    영웅들도 대부분 남성인 것이, 이전 세계의 지배자였던 여성을 누르고 새로운 세계의 지배자가 되는 식이니까요 ㅋㅋ 물론 과거의 여성 영웅들이 단지 잊혀졌을 뿐인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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