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하이트 보고서Hite Report> - 여성의 섹슈얼리티 by mori




쓸까말까 고민했던 책. 쓰자니 매우 적나라해서? 많은 수의 여성이 일생동안 오르가즘, 특히 성관계 중에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다는 주장이 이 책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책이 많이 알려지지는 않은 것 같아 몇 자 적는다. 



Shere Hite, The Hite Report: A Nationwide Study of Female Sexuality, New York: Seven Stories Press, 2004(1976)




수업이 아니었다면 뭐 신경도 안 썼을 책. 도서관에 두 권이나 있지만 다 누가 훔쳐갔다(도대체 누가 훔쳐간걸까?). 그렇다고 교수에게 말하니 웃으면서 놀랄 일도 아니라고. 여성의 섹슈얼리티에 관심있는 사람이 누굴까? 하이트는 분명 이 책을 여성을 위해 썼지만, 오늘날 이 책을 소비하는 게 꼭 여자일리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남자 학생이 훔쳐갔다고 생각하면 내 편견일까?

이 책의 저자인 쉐어 하이트는 설문조사를 통해 자신의 연구 결과를 밝혔다. 10만명 이상의 여성에게 보낸 설문조사는 3000명이 응답하는 데에 그쳤지만 이들의 답변을 기초로 쉐어 하이트는 이전까지는 쉬쉬하던 진실을 밝힌다. 많은 여성은 오르가즘을 경험하지 못한다. 지금은 당연시되는 이 말(진짜?)이 그 때에는 매우 파격적이었고 이 책은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섹슈얼리티에 대한 연구는 많았다. 예를 들어, 그 유명한 킨제이 보고서The Kinsey Report(1948, 1953)의 경우에도 인간의 성생활에 대해 다루는 연구였지만, 쉐어 하이트의 관점으로는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밝혀주는 데에는 실패했다. 이게 하이트가 여성의 섹슈얼리티 자체에 집중한 이유다. 그리고 하이트는 프로이트도 깐다. 프로이트는 인간의 섹슈얼리티에 남근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지만 하이트는 설문조사 결과 여성의 오르가즘에는 그게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간단하게 통계 중 재밌는 부분만 소개해보자면 과반수가 넘는 여성이 남성과의 성관계 중에 오르가즘을 경험하지 못한다고 대답했다. 대신 성관계 중에 오르가즘을 느끼는 여성은 자기가 스스로 자신의 성기를 자극할 때, 특히 클리토리스를 자극할 때이다. 따라서 쉐어는 여성이 성적인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남성 성기의 삽입 혹은 흡입의 과정보다는 자위행위가 필요하다. 오르가즘에 남성의 성기가 꼭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하이트는 이 책의 후반부에 레즈비어니즘과 새로운 여성의 성해방(?)도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사실이 쉬쉬되었던 것은, 성관계 중에 남성의 성기가 만족을 주지 않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회문화적인 압력(?) 때문이다. 많은 수의 여성이 삽입/흡입시 자신이 오르가즘을 느끼지 않는데도 느끼는 것처럼 흉내를 낸다고 답했는데,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남성 파트너가 남자로서의 자신감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 답했다. 한 여성은 심지어 남성의 자존감을 느끼기 위해 만족하는 모습을 거짓으로라도 보여주라고 의사가 조언했다 밝혔다.  

이 내용에서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명장면이 생각났다. 샐리가 어떻게 쉽게 오르가즘을 연기할 수 있는지 해리에게 보여주는 부분. 영화를 본 지 오래 되었지만, 그 장면 후반부에 옆에 앉은 할아버지가 여기 같은 음식 갖다달라고 종업원에게 부탁하던 게 너무 웃겼다. 


설마 이런 글 올렸다고 짤리는 건 아니겠지;; 이거 학문적인 접근이고 널리 알려진 연구인데요;; 그나저나 지난번에 양성구유에 쓴 책은 상당수 sex라는 검색어로 유입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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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Esperos 2012/10/31 14:44 # 답글

    ...맥주 하이트를 떠올리고 클릭했죠... 음? 모리 님이 맥주에 관심이라도 있나? 했다가... 아 (_____)

    진짜 도서관 책 훔쳐가는 놈들이랑 책을 딴 곳에 짱박아 놓는 놈들은 맞아야 합니다! (버럭버럭)
  • mori 2012/10/31 23:38 #

    맥주 하이트를 생각하셨다면... (_____)

    사실 맥주에 관심 디게(?) 많아요. 이 글도 맥주 두 병 비우면서 썼는걸요. 헤헤. 저도 도서관을 어지럽히는 자들에게 버럭버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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