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마리 라마르키스의 사례 - 양성구유자 by mori

3주 전에 푸코의 <비정상Abnormal>에 소개된 양성구유자들의 사례에 대해 썼었는데 수업준비하다가 발제를 맡은 아티클에서 같은 내용을 더 자세히 다루고 있어서 덧붙여본다. 두 케이스 마리 르 마르키스Marie Le Marcis(푸코는 Marie Lamarcis라고 소개했는데 이름이 왜 차이가 나지? 영번역이 잘못 되었나?)의 자세한 이야기. 문학비평가인 그린블렛Stephen Greenbaltt의 Shakespearean Negotiations: The Circulation of Social Energy in Renaissance England라는 책의 제3장 "Fiction and Friction"에 소개된 이야기이다.

사진은 세사리오Cesario라는 가명으로 남자 행세를 하는 <십이야The Twelfth Night>의 바이올라Viola. 셰익스피어는 이 희극이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했다. 사진 출처는 http://www.wpsu.org/edservices/12th/characters.html


먼저 아티클 소개를 하자면 아티클은 셰익스피어의 <십이야>에는 여자 주인공인 바이올라가 남자 옷을 입고 남자 행세를 해서 심지어 다른 여성의 연모를 받기까지 하는 내용이 나온다. 이 아티클의 저자인 그린블렛의 관심은 이것이었다. 셰익스피어에 나오는 바이올라는 남자옷을 입고 올리비아Olivia 부인의 사랑까지 받았는데, 실제 역사 속의 유럽에서는 남자 행세(?)를 하고 다른 여성과 결혼까지 하려고 했던, 자칭 남성인 여성들은 화형 당하거나 여자로 살도록 종용당해야했다는 것. 

물론 이 글에서는 셰익스피어가 주가 아니므로 그릿블렛이 실제 역사 기록으로 남은 양성구유를 다루는 내용만 소개해보겠다. 중간중간 번역을 하기도 하고 요약도 했다. 대략 73쪽부터 나오는 내용. 그린블렛은 듀발의 책인 <양성구유, 출산, 그리고 엄마와 아기의 치료에 대해서On Hermaphrodites, Childbirth, and the Medical Treatment of Mothers and Children>를 참고했다. 



때는 바야흐로 1601년 루앙Rouen의 조그만 마을에서. 32세인 과부이자 두 자식의 엄마인 쟌느 르 파브르Jeane le Febre는 이상한 경험을 한다. 20대의 여시종이 오랫동안 아팠다가 회복하는 중이어서 5주 동안이나 자신의 침대에 머물 수 있도록 했는데, 이 여시종, 즉 마리가 빨래를 같이 하는 도중 자신이 사실 남자라고 밝힌 것이다. 게다가 마리는 쟌느에게 결혼하자고 프로포즈했다. 쟌느는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다음 주에 둘은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둘은 이 일을 주위에 떠벌리고 싶지는 않았고 다만 부모님에게서 허락을 받아 결혼식도 올리고 교회의 축복도 받고 싶었다. 하지만 이 결혼 과정에는 문제가 있었는데 쟌느는 신교였고 마리는 신교였는데 다시 가톨릭으로 돌아가고 싶어했던 것. 또한 금전적인 문제가 있었다. 마리의 부모들은 자신의 아들(이미 son이라고 표기됨)이 가난한 과부와 결혼하는 것을 원치 않았던 것. 마리는 처음에는 부모의 말을 따랐지만 결국 그리움을 참지 못하고 쟌느에게 돌아갔고, 둘은 뜨거운 밤을 보냈다. 본문에는 이들의 뜨거운 밤이 상세하게(?) 소개되어 있다(There, after making vows to one another, they consummated their passion-three or four times, were told, on the first night alone).

둘은 이제 결혼을 공식화하기를 원했고 이 과정에서 마리는 자신의 새로운 성정체성을 확인받을 필요가 있었다. 왜냐하면 마리는 그 이름에서나 세례를 받을 때나 옷입고 자라 온 과정에서 소녀로 자라났기 때문이었다. 이제 마리는 자신을 마린Marin이라는 남자 이름으로 스스로 부르고, 공식적으로 자신이 남자로서 여자와 결혼할 것을 알렸다. 이것은 스캔들이 되었고 두 커플은 잡혀서 법정에 섰다. 마리/마린은 산채로 화형당하게, 쟌느는 남편(?)의 화형을 직접 보고 매맞은 후에 마을에서 쫓겨나도록 판결이 내려졌다. 의사들은 마리/마린에게 남자로서의 신체적인 특징이 없다고 증언했고, 여기에는 마리/마린이 정기적으로 월경을 했다는 내용이 포함되었다. 이들에 따르면 마리/마린는 남자가 아니라 단순히 남자 역할을 하는 여자 동성애자tribade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 마리/마린의 욕구는 동성애적인 것이고, 다만 그녀는 부자연스럽게 큰 클리토리스만 갖고 있는 여자라고.

마리/마린은 항소했고 받아들여져 재판이 다시 진행되었는데, (푸코가 소개하기도 했던) 의사 듀발Jacques Duval은 다른 의사와 산파들과는 달리 홀로 마리/마린가 남자라고 진단내린다. 

듀발은 마리/마린의 몸을 직접 검진했다. 그는 마리/마린의 성기에 손을 대어 눌러봤는데 그 성기는 남자의 것이며 크고 딱딱하다고 진단했다."a male organ, rather large and hard". 두번째 검진에서도 마찬가지였고 의사가 마찰을 가하자 마리/마린은 사정을 했으며, 이때 나온 액체는 여성의 것처럼 묽고 투명한 대신thin and watery 남성의 것처럼 되고 하얬다고 보고했다thick and white.

듀발의 활약 덕분에 마리/마린과 쟌느는 풀려났다. 법정은 여전히 마리/마린의 성별에 의심쩍어했고 25살이 될 때까지는 그/녀가 여성의 옷을 입고 남자든 여자든 성적인 접촉을 금할 것을 명령했다. 법정은 마리/마린이 25살 이후에 쟌느와 결혼할 수 있는지 여부는 결정하지 못했고, 그린블렛은 아마도 법정이 마리/마린의 성별이 무엇인지 확신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측컨대 25살 이후 마리/마린은 아마 자신의 성별이 무엇인지 정하고 남은 생애동안 그것을 따르라고 결정되었을 것이다. 


여기가 본문의 대략적인 내용. 푸코보다 더 자세하게, 덜 비극적으로 소개되어 있다. 괴물보다는, 당시 전근대 유럽사회가 여성과 남성이 각각의 개별적인 성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만약 양성구유가 생긴다면 그것은 비정상이긴 하지만 충분히 설명될 수 있는 것이라는 점.

다만 듀발의 이 책에서 중세에서 근대의 과도기적인 시선 또한 엿볼 수 있다. 듀발은 고대 그리스의 의학을 받아들여 여자와 남자가 완전히 다른 존재라고 보지 않았고, 여성이 남성의 열등한 버전이라고 단순화시킨다는 인식은 받아들였다. 하지만 고대 그리스와는 달리, 이제 여성과 남성은 전환converted될 수 없었다. 젠더는 고정되었다. 마리/마린의 케이스는 여자가 남자로 변화한 것은 아니라는 것. 마리/마린의 성별은 원래있던 정체성이 드러난 것일 뿐이라는 것.

푸코의 인식과 그린블렛의 해석은 비슷하기도 하고 좀 차이가 있기도 하다. 

세세한 차이를 다뤄보자면, 푸코는 쟌느가 세 아이의 엄마라고 했는데 그린블렛에 따르면 두 아이의 엄마.
마리의 남자 이름이 푸코는 마르탱Martin이라고 했는데 그린블렛은 마린Marin이라고 했다는 점.
그리고 푸코는 그/녀의 이름이 Marie Damarcis, 그린블렛은 Marie De Marcis라고 했다 .

푸코는 어떤 역사기록을 참고했었는지 다시 살펴봐야겠다.

그리고 뉘앙스의 차이가 있긴 한데, 어쨌든 둘이 양성구유 케이스에서 보고자 하는 내용이 달랐으므로 패스.

본문의 내용과 관계없이 첨언하자면 학부 때 셰익스피어 수업을 듣다가 죽을 만치 고생을 했던 게 생각났다. <십이야>도 그 때 다룬 텍스트 중 하나인데 왜 이렇게 어려운겨. 펀pun과 메타포와 역사적인 사건이 매우 정교하게 얽혀있어서, 재밌긴 했는데 너무 어려웠다. 

수업을 들을 때 마침 대학로에서 <십이야>의 변형된 연극이 나와서 교수님이랑 다른 학생들이랑 같이 보러 갔다. 그런데 여기서는 여자가 남장을 하는 게 아니라, 남자가 여장을 하는 것으로 변형되었고 따라서 매우 웃기게 되었다. 남자가 과다하게 여성화된 옷을 입고 희극적으로 과장된 몸짓을 하고 관중들을 웃기는 과정에서 셰익스피어의 원래 극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읽히게 되었다는 점에서 슬펐다(?).

마지막 첨언. <십이야>에서 바이올라가 남자 옷 입고 남자 행세하다가 결국 여자로 돌아오지만 당시 셰익스피어 극단은 다 남자들로 이루어졌다. 즉, 여자인데 남자 행세를 하는 바이올라의 역을 맡은 배우는 결국 소년이었다는 것. 그리고 관객들도 이것을 다 인지하고 있었다는 것.

덧글

  • highseek 2012/11/05 23:19 # 답글

    남자 행세를 하는 여자를 연기하는 남자군요 ㅋㅋㅋㅋ
  • mori 2012/11/06 04:50 #

    그렇죠. 잉글랜드만 유독 여자 배우를 안 썼다고. 나름 어린 소년이 여자 연기하는 게 모에 포인트였던 듯;;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