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생리하는 여자한테 잘해줘라 - 힐데가르트 by mori

생리, 혹은 월경이야말로 여성에게 여러가지로 골치아픈 것임에 틀림없다. 안 하면 안 하는 대로, 하면 하는 대로 힘든데, 여성이 재생산과 계속 연관이 되다보니 월경이란 문제를 버릴 수도 없고. (아, 이건 내 논문 얘기인가;;) 이번 글 역시 성녀 힐데가르트(Hildegard of Bingen, 1098-1179)의 이야기. 여성의 월경을 의학적으로 종교적으로 본 글이다. 여성이 성직자가 될 수 없는 이유, 이브가 뱀의 꾐에 넘어간 이유, 근친혼이 금지된 이유에 이은 성녀 힐데가르트의 네 번째 이야기, 여성의 월경이 의학적으로, 종교적으로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느냐에 대한 글이다. 역시 그녀의 환시를 엮은 책인 스키아비스Sciavis를 참고했으며 해당 내용은 1장 첫번째 부분의 두 번째 환시 중 스무번째 이야기. 역시 판본은 확인을 못했다. 

이번에도 역시 해당 부분을 번역을 했는데, 이번에는 교수와 수업 중에 강독을 따로 하지 않은 부분이라 실수가 더 많을 것 같다. 한 문단은 남성에 대해, 다른 문단은 여성의 문제에 대해 다뤘다. 

사진은 힐데가르트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그림. 출처는 http://hoydensandfirebrands.blogspot.com/2012/05/late-great-canonization-of-hildegard.html 링크를 따라가면 힐데가르트가 올해 시성되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그가 최근에 시성되었다는 사실을 Esperos님이 알려주셨다.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본문을 먼저 싣고, 내 번역을 뒤에 실었다. 지난번 처럼 Paulist에서 1990년에 출판된 영역본을 참고했다. 실수가 있다면 역시나 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20. DE VITANDA ILLICITA ET LIBIDINOSA POLLVTIONE
금지되고 음탕한 오염을 피하는 것에 대하여

Sed uir ante annos fortitudinis suae semen suum in superfluitate libidinis non eiciat ; quia hoc probatio peccati suggerente diabolo est, si semen suum in concupiscentia libidinis seminare tentauerit, antequam idem semen rectam coagulationem in feruente calore habere possit. Etcum uir iam fortissimus in libidine est, tunc uires suasw secundum quod potest in eodem opere non exerceat, quoniam si tunc ad diabolum repicit, opus diabolicum operatur, corpus etiam suum contemptibile faciens, quod omnino illicitum est. Vir autem, secundum quod eum humana natura docet, in fortitudine caliros et in suco seminis sui rectum iter in uxore sua quaerat, et hoc cum humana disciplina ob studium filiorum faciat.

그러나 남성이 가장 왕성한 시기(청년기로 추정) 전에 그의 정액을 욕망의 흐름에 휩싸여 배출하게 내버려 두지 말아라. 왜냐하면 만약 그가 그의 정액이 열기로 바르게 응축되기 이전에 정액을 뿌리려고(영어: sow) 한다면 이것이야 말로 악마의 부추김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남성이 이제 성욕이 왕성한 시기가 되었다고 할 지라도 그가 성관계에서 할 수 있는 한 힘을 다 써버리지 않도록 해라. 왜냐하면 만약 그가 악마를 향해 바라보고, 성관계가 악마에 의해 실행된다면, 이것은 그의 몸을 경멸되게 하는 것이고, 이것이야 말로 전적으로 금지된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성이 자신의 본성이 이끄는 대로, 열기가 매우 강해지고 임신을 시킬 수 있을 때에 옳은 방식으로 자신의 아내를 찾을 수 있게 해라. 그러면 그 남성은 인간의 방식에 맞게 아이를 가지고 싶은 열망으로 이것을 이룰 것이다.

Sed nolo uo idem opus fiat in diuisione mulieris, cum iam fluxum sanguinis sui patitur, quod est apertio occultorum membrorum uentris ipsius, ne fluxus sanguinis eius susceptum semen maturum effundat et ita semen illud effusum pereat, ubi se mulier in dolore et in carcere positam uidet, portionem sciliet doloris partus sui tangens. Sed hoc tempus doloris in muliere non abicio, quoniam illud Euae dedi quando in gustu pomi peccatum concepit, unde et mulier in hoc eodem tempore in magna medicina misericordiae habenda est ; ipsa etiam se continente in absconso disciplinae, non autem ita ui ab incessu templi mei se contineat, se fideli permissione ipsum in officio humilitatis pro salute sua ingrediatur. Quia autem sponsa Fillii mei semper intergra est, uir (apertis uulneribus si intergritas membrorum ipsius in tactu percussionis diuisa est) templum meum nisi cum timore magnae necessitatis non intrabit ne uioletur, sicut integra membra Abel, qui templum Dei fuit, Cain frater suus crudeliter fregit.

그러나 나(하나님)는 여성의 월경 기간에 성관계가 이루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월경 기간에는 여성이 이미 출혈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고 그의 자궁이 있는 은밀한 곳(영어: hidden part)이 열려 있기 때문이다. 성관계를 해서 그 여성의 월경혈이 안으로 들어온 남성의 성숙한 정액을 흘려보내 그 정자가 그 피의 흐름에서 죽는 일이 없도록 해야한다. 월경을 할 때의 여성은 이미 고통 속에 있으며 감옥에 갖혀있다. 월경으로 인한 고통은 여성이 출산할 때 겪는 고통의 일부분을 겪는 것이다. 나는 여성이 겪어야 하는 이런 고통의 시기를 일부러 없해주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브가 금지된 사과를 먹어서 죄를 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월경의 고통을 겪고 있는 여성은 연민을 가지고 매우 조심스럽게 돌봐져야 한다. 이렇게 해서 그가 이 은밀한 훈련을 지속할 수 있게 해라. 하지만 그 여성이 나의 성전에 들어가는 것을 막지 말아라. 왜냐하면 내 아들의 아내는 언제나 완전하기 때문이다. 만약 사람이 크게 다쳐서 그의 몸의 일부가 나뉘어 상처가 벌어졌다면, 정말 필요해서 두려움 속에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그는 내 성전에 들어와 내 성전이 욕보이게 하지 말아라. 이것은 온전한 몸을 가지고 있던 아벨, 신의 성전이었던 그가 형인 카인에 의해 잔인하게 부숴진 것과 같기 때문이다. 



월경 중에 있는 여성이 이미 고통을 겪기 때문에 잘 돌봐줘야 한다는 구절도 중요하지만, 월경을 한다고 해서 여성이 성전에 들어가는 것을 막아서는 안된다는 구절이 인상적이다. 유대교에서 월경 중인 여성은 성전에 들어가는 것이 금해졌기 때문이다. 그리스도교의 구약성서 레위기에는 각종 규례와 금지목록을 싣고 있는데 여기에 월경 중인 여성은 7일동안 부정하다는 구절이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레위기 15장 19절부터 33절까지이다. 공동번역이며 다국어성경 싸이트를 이용했다. 

19. 여인이 피를 흘리는데, 그것이 월경일 경우에는 칠 일간 부정하다. 그 여인에게 닿은 사람은 저녁때가 되어야 부정을 벗는다.
20. 그 여인이 불결한 기간 중에 누웠던 잠자리는 부정하다. 그 여인이 걸터앉았던 자리도 부정하다.
21. 그 여인의 잠자리에 닿은 사람은 옷을 빨아 입고 목욕을 해야 한다. 그래도 저녁때가 되어야 부정을 벗는다.
22. 그 여인이 앉았던 자리에 닿은 사람도 옷을 빨아 입고 목욕을 하여야 한다. 그래도 저녁때가 되어야 부정을 벗는다.
23. 그 여인이 누웠던 자리나 앉았던 것 위에 있는 물건에 닿은 사람도 저녁때가 되어야 부정을 벗는다.
24. 그 여자와 한자리에 든 남자는 그 여인의 불결이 묻었으므로 칠 일간 부정하다. 그 남자가 누웠던 잠자리도 부정하다.
25. 여인이 월경 때가 아닌데도 오랫동안 하혈하거나 월경이 더 오래 계속되거나 하면, 하혈하는 동안은 월경하는 때처럼 계속 부정하다.
26. 그 여인이 하혈하는 동안 누웠던 잠자리는 월경 때 누웠던 잠자리와 마찬가지로 불결하다. 또 그 여인이 걸터앉았던 곳도 월경 때 부정하듯이 부정하다.
27. 그런 것에 닿은 사람은 부정하다. 그는 옷을 빨아 입고 목욕을 해야 한다. 그래도 저녁때가 되어야 부정을 벗는다.
28. 그 여인이 하혈이 멎어 깨끗하게 되면 칠 일을 꼬박 기다려야 한다. 그 다음에야 정하게 된다.
29. 팔 일째 되는 날 그 여인은 산비둘기 두 마리나 집비둘기 두 마리를 잡아 만남의 장막 문간, 사제에게 갖다 드려야 한다.
30. 사제는 한 마리를 속죄제물로, 또 한 마리는 번제물로 삼아 드려야 한다. 이렇게 하여 사제는 야훼 앞에서 그 여인이 하혈로 부정탄 것을 벗겨준다.'
31. 너희는 이렇게 이스라엘 백성에게 부정을 타지 않도록 일러주어서, 그들 가운데 있는 나의 성막을 더럽히다가 그 더럽힌 죄로 죽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32. 이것은 고름이 저절로 흐르거나 사정을 했거나 하여 그것으로 부정하게 된 사람이 지킬 규정이요
33. 월경하고 있는 여인, 불결한 것을 흘리는 남녀, 부정한 여인과 한자리에 든 남자가 지킬 규정이다.


성전에 관한 언급은 따로 없지만, 앞뒤 문맥을 볼 때에 유대교에서 월경 중인 여성은 장애인 등 다른 부정한 사람들과 더불어 성전 출입이 금해졌다. 이런 전통은 지금가지 내려왔고, 유대교의 정통파의 경우 여성은 월경 중에 여전히 격리되어야할 대상이다. 월경 중인 여성이 성전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것은 이슬람교도 마찬가지이다. 가톨릭이나 개신교의 경우 월경 중인 여성이라고 교회에 못 들어가진 않는다. 하지만 여성이 사제/목사가 될 수 없는 이유로 월경한다는 게 종종 언급되기는 한다. 여성이 기저귀를 차기 때문에 목사가 될 수 없다는 개신교 모 목사의 논리도 이런 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POD&mid=sec&sid1=001&sid2=142&oid=047&aid=0000039510

힐데가르트의 글에서 장애인이나 환자는 성전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말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여성이 월경 중이라고 해서 그 자체로 장애를 가진 것은 아니라는 것은 매우 반가운 부분이다. 그리고 구약과 마찬가지로 월경 중인 여성과 성관계 하는 것은 피할 덕목으로 제시되고는 있지만, 그 이유가 월경 중인 여성이 더럽기 때문이 아니라 정자가 피에 휩쓸려 죽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신선하다. 힐데가르트, 지금까지 날 조금 실망시켰지만 이 부분은 좀 좋은데?

물론 힐데가르트가 완전히 월경이 오염이라는 사상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렸다. 이 부분의 제목에서 여전히 오염POLLVTIONE이 언급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리고 여전히 장애인은 불완전한 인간인가. 하지만 자신의 환시를 기록한 글에서 월경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이를 그다지 부정하게 그리고 있진 않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또한 이 글에서 여성의 성기를 "은밀한 곳" 여성의 월경 등과 같은 재생산 관련 일을 "은밀한 훈련" 등으로 묘사한 게 반가웠다. 요즘 중세의 부인과의학에 관한 글을 읽고 있는데 여기에서 여성의 성기를 "은밀한 곳"으로 표현하는 전통에 대해 나오는데, 이게 처음에는 수치심shame과 관련이 되지 않았다가 르네상스로 가면서 점점 수치심과 결부된 표현이 된다는 게 매우 인상적이었다. 다음에 정리해 볼 기회가 있겠지.

덧글

  • highseek 2012/11/17 14:37 # 답글

    인기글 축하요 ㅎㅎㅎ
  • mori 2012/11/17 22:45 #

    앗 감사합니다. 자극(?)적인 소재라 그런걸까요 ㅎㅎ
  • 2012/11/17 16:30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1/17 22:5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Esperos 2012/11/17 21:02 # 답글

    은밀한 곳, 은밀한 훈련 ^^;;; 현대 한국인이 보기엔 참 많이도 돌려 말한다 싶으면서도 재치있네요. 적어도 가톨릭만으로 한정한다면, 현대에 와서는 신학계에서 여성 사제에 대한 신학적 근거가 뭐냐는 의문이 많이 나옵니다. 교황청에서 강경하게 이런 의견을 반대하는데요, (여성사제 서품을 파문에 처할 정도) 바꿔 말하면 교황청이 강경하게 나설 정도라는 이야기죠. 제가 읽은 신학서적에서는 신학적으로 여자가 성직자가 될 수 없다고 단정하기엔 근거가 부족하다고, 자못 유보적인 방향으로 서술하더군요.

    우리나라에서 나온 책을 보면, 중국 도교 문파의 장문인이 됐다는 어느 한국인 아주머니 이야기가 있어요. 거기서 보니까 체액이 곧 기氣이기 때문에 배출해선 안 된다고 해요. 남자는 그래서 사정하면 안 되고, 여자는 월경을 해선 안 됩니다. 그런데 도대체 월경을 어떻게 안 하냐. 경험 많은 스승이 지도해주는 가운데, 음식과 약을 조절해서 월경을 안 하게 된다는데 이걸 적룡(붉은 용)을 끊는다고 표현하더군요. 전 그거 읽었을 때부터 말이 적룡을 끊는 거지 이거 인위적으로 호르몬 이상을 유도한 거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 mori 2012/11/17 22:56 #

    선배랑 농담삼아서 가톨릭에서 여성사제를 받아들이기 던엔 개종을 안 하겠다고 말하고 다니기도 했죠. 그런데 이게 초대교회부터 민감한 문제이긴 했나봅니다. 말씀해주신 도교 얘기는 저도 얘기를 들었었는데 비교해보면 재밌을 것 같더라고요. 월경을 끊는 얘기는 증세 이전의 여성 성인들에게 기대되는 것이기도 해서, 여성성을 극복하고 태초의 몸인 천사의 몸이 되었다는 상징이란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게다가 고대 그리스로마 의학에서도 열기를 보존하기 위해 남성에게 사정을 하지 말 것을 권유하는 부분도 있고요. 한국의 사례를 한 번 자세히 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 mori 2012/11/17 22:58 #

    아 그리고 그리스도교 금욕생활 중 금식을 심하게 하면 월경이 끊겼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여성이 식이조절을 심하게 하면 월경이 멈추기도 하고요.
  • 할아 2012/11/23 08:25 # 답글

    서양음악사 시간에 배웠던 힐데가르트를 여기서 만나네요~ 잘 읽었습니다 : )
  • mori 2012/11/23 11:15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힐데가르트 음악 찾아봐야겠어요!!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