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여성의 월경과 비교할 만한 남성의 그것? by mori

학기가 끝나니 오히려 블로그에서 멀어졌다. 글 하나 정리하는 데에도 거의 3주가 걸리는 듯? 이전에 올렸던 "코덕의 역사"에서 언급한 책, 모니카 그린Monica H. Green의 <여성의 의술을 남성화하기Making Women's Medicine Masculine: The Rise of Male Authority in Pre-Modern Gynaecology>에서 여성의 월경과 남성의 몽정을 비교한 부분이 있어서 짧게 소개해본다. 여성의 월경이란 남성들로서는 미지의 영역일 것인데, 남성에 의한 남성을 위한 당대 의학서적에서는 이를 어떻게 이해했을까. 아예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남성들로 따지자면 몽정과 비슷한 게 아닐까, 라고 소개한 <여성의 건강에 대하여Conditions of Women>란 중세 문헌을 소개한다. 이 문헌 역시 트로툴라(Trotula of Saliano, 11-12세기)가 책으로 묶은 개별적인 3편의 문헌 중 한 편으로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여성의 화장에 대하여De Ornatu mulierum>처럼 작가미상의 문헌이다.

그림은, 본문과는 거의 상관없는 여성인 의사가 여성인 환자를 치료하는 모습. 그림은 http://www.pagina12.com.ar/diario/suplementos/futuro/13-1916-2008-05-11.html 에서 가져왔다. 
 

<여성의 건강에 대하여>에서 월경은 여성 몸 안에 남아도는 체액humour을 빼내기 위한 방편이다. 당시 여성의 몸은 남성의 그것보다 더 차고 남성만큼 힘든 육체적인 일도 할 수가 없기 때문에 여성의 몸은 체액을 적절하게 빼내지 못하고 점점 축적한다고 보았다. 이를 해결할 만한 것이 바로 월경! 피를 빼내 남아도는 체액을 뺄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이것이 바로 대자연Nature이 여성에게 이런 정화purgation의 과정을 선물한 것이라는 점! 

하지만 여기에서 더 나아가 <여성의 건강에 대하여>란 문헌은 여성의 월경과 남성의 몽정을 비슷한 것으로 놓는다. 이는 같은 트로툴라의 책에 수록된 문헌이자, 이 책의 원본격인 <여성의 질병에 대하여De passionibus mulierum curandarum>란 문헌에서 이 둘을 단순히 우연적으로 비슷하게 본 것과는 차이를 보인다. 오히려 둘의 공통점을 강조했다는 것.어떻게 보면 위에서는 흡사 체액을 빼내야 할 필요성이 여성에게 더 있는 것처럼 소개했지만 이 부분에서는 오히려 남성과 여성 둘 다 체액을 빼내야한다고 주장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미묘한 차이는 본래 <여성의 건강에 대하여>란 책이 여러 의학 지식을 묶어놓은 것이기 때문에 생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쨌든, 여성의 월경이나 남성의 몽정이나 남아도는 체액을 빼낸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라고 소개된다. 물론 문헌마다 정도의 차이는 보이지만, 여성과 남성이 질적으로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 중세의 전반적인 의학지식과 일치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여성의 건강에 대하여>의 저자가 본문에서 창세기 1:27을 들어 말하는 이유와도 일치한다. 남자와 여자 모두 신께서 창조하셨기 때문에 성차性差가 있기는 해도 이것은 서로 보완가능한 것이고 둘은 완전히 다른 종이 아니다. 남자의 몸은 더 열이 많고 여자의 몸은 더 차지만 어쨌거나 둘은 신의 앞에서는 한 몸...?

물론 저자는 남자의 신체적 특성이 우월하다는 말을 빼놓지는 않는다.

하지만 여성의 몸이 더 열등하기에, 우리의 저자는 <여성의 건강에 대하여>를 집필했노라고 말한다. 다음은 그린의 글에 소개된 <여성의 건강에 대하여>의 부분, 그냥 그린의 영역와 내 번역을 싣는다.

Because, therefore, women are of a weaker nature than men, so more than men they are afflicted in childbirth. It is for this reason also that more frequently diseases abound in them than in men, especially around the organs assigned to the work of nature. And because only with shame and embarrassment do they confess the fragility of the condition of their diseases which occur around their secret parts, they do not dare reveal their distress to (male) physicians. Therefore, [because of] their misfortune, which ought to be pitied and especially for the sake of a certain woman, my soul was incited to provide some remedy for their above-mentioned diseases. 

여성이 남성보다 더 열등한 천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출산에 있어서 남성보다 더 큰 고통을 겪는다. 또한 이 열등한 천성 때문에 남성보다도 더 질병에 자주 걸리며, 특히 출산(자연적인 노동)과 관련된 신체 기관에 자주 병이 생긴다. 하지만 그들의 은밀한 부분(성기)에 생기는 병의 상태가 얼마나 안좋은 지에 대해 밝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자 수치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여성들은 자신들의 아픔을 남성 의사들에게 밝히길 꺼려한다. 이러한 여성의 불운은 동정받아야 마땅하고 또한 특정한 여성을 위해서라도 위에 언급된 병들을 고칠 치료법을 내놓아야겠다고 내 영혼은 분기탱천했다. 

음, 위의 번역에서 분기탱천憤氣撑天은 제 의도한 오역입니다. 사실 분기탱천한 것은 저이지 <여성의 건강에 대하여> 저자가 아니에요. 그린은 이 저자도 남자라고 봤어요. 사실 대자연에게 열받은 것은 접니다. 이 저자는 그냥 자기가 어떻게 자극을 받아서 글을 쓰게 되었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어요. 이 뉘앙스를 봐도 이 저자는 남성 같아요. 여성 같으면...(이해 생략)

심지어 그린은 위의 부분이 <여성의 건강에 대하여>라는 책이 여성 독자들을 위해 쓰였다는 증거는 아니라고 본다. 이 문헌의 다른 부분에서 출산을 비롯한 여성의 증세 자체가 성별을 떠나 부끄러운 일로 소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이런 여성들은 자신이 보여진다는 것 자체에 수치스러워한다. 그리고 이 책은 여성 독자들에게 너네가 이래저래 아프면 이래저래 치료하라고 주는 셀프핼프 책도 아니다. 그린에 따르면 이 책은 오히려 남성 의사가 여성 환자를 치료할 경우 같이 일하는 여성 어시스트에게 어떻게 하라고 지시를 잘 내리도록 도와주는 책이다. 결국 저자도 남자, 독자도 남자. 당시 거의 대부분의 의사도 남자, 읽을 줄 아는 것도 남자. 여성의 의학 지식도 남성에 의해 점유된 중세. 여성 산파가 있었지만 여성 의학 지식의 생산과 순환은 결국 남성들의 손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것. 하지만 반대로 환자에게 직접 손을 댔던 것은 주로 여성 어시스트. 이 두 상황을 같이 놓고 봤을 때 중세에 트로툴라가 여성 의사였던 것은 아주 예외였던 셈이다. 

아래는 사담.

트위터에 보니, 어떤 여성분이 주위 남성분에게 생리혈이 파란색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들었다는데, 설마 그 남성분이 아주아주아주아주 특이 케이스인 거겠지. 화*트 CF보고 파란색으로 생각하셨나요? 그나저나 CF에서는 왜 빨간색 물을 사용안하나요? 빨간색이 창피해? 그나저나 최근 모 단체에서 선거독려광고를 생리대로 했다는데... 음... 





글이 매우 마이너하다. 슬프다.



덧글

  • Esperos 2012/12/14 02:02 # 답글

    생리라는 것은 남자들은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죠. 그나마 저는 여동생을 통해 가끔 이야기를 듣기 때문에 (여동생이랑 종종 정겹게 악담을 나누는 사이입니다) 그나마 여자들 기분을 귀동냥으로나마 아는 정도? 동생이 요새 요가를 하더니 생리통이 약해졌다고 매우 좋아하더군요. 원래 생리통이 심한 편은 아닌데 더 약해져서 이젠 떄가 돼도 모를 정도라나요. 동생이랑 한 달간 유럽 여행을 떠난 적이 있는데, 그때 한 번 동생이 생리기간이 있어서 저도 좀 신경을 많이 써야만 했죠.
  • mori 2012/12/14 08:59 #

    여자 형제 있는 남자분들은 그래도 생리에 대해 아시더라고요.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제가 초등학교 다닐 때에는 성교육 시간에 저런 유용한(?) 정보는 안 가르쳐주고, 여자애들만 따로 체육관에 모아서 생리 관련 영상을 틀어줬는데 그것이나마 정말 하나도 도움이 안 되었다는;; 주변에 있는 여성 중 가임기 여성의 1/4 혹은 1/5은 생리기간에 있다는 걸 생각하면 도대체 교육에서라도 왜 안 가르쳐줬나 싶어요.
  • 곰돌군 2012/12/14 11:09 # 답글

    "한달에 한두번씩 자전거로 치이는 기분" 이라는 설명을 들었을때

    좀 뜨악했던 기억은 있네요. 하지만 남자로 태어난 이상 완벽하게

    이해한다는건 결국 불가능 할듯;
  • mori 2012/12/14 11:25 #

    덧글썼는데 사라졌네요. 그래도 이해해주시려고만 해도 당사자로서는 감동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자궁에 고슴도치가 들어있는데 그 위를 트럭이 깔고 지나간다는 표현이 절절하게 와 닿았어요.
  • highseek 2012/12/15 00:13 # 답글

    어릴 때, 생리통이라는 말을 처음 듣고는 생리적으로 생기는 통증으로 이해했던 게 생각납니다 ㅋㅋㅋ

    남자로서는 아마 영원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할 거에요.
  • mori 2012/12/15 08:02 #

    ㅋㅋㅋㅋ 생리라는 말이 다르게 쓰이기도 해서 저도 가끔 헷갈려요. 작물 생리의 이해, 이런 거요 ㅋㅋㅋ
  • highseek 2012/12/15 10:26 #

    의과대학에서 배우는 생리학은 사실 여성의 생리에 대해 배우는 학문...(응?)
  • mori 2012/12/15 17:58 #

    앜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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