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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의 역사: 의학 종교 과학이 왜곡한 여자의 문화사 > by mori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구 사회에서 자궁이 어떻게 인식되었는지, 혹은 자궁으로 대변되는 여성의 역사는 어떠하였는지를 소개하는 책이다. 영어책으로 먼저 읽기 시작했는데 그 책은 어디로 갔냐. 한국어로도 번역이 되었다는 게 안도가 된다. 번역본은 비행기 타고 오면서 다 읽어버릴 수 있었지만 정작 비행기 안에서 옆사람이 이상하게 생각할까봐(성기를 묘사한 그림 때문에?) 빨리 읽은 느낌도 없잖아 있다. 영역은 한 1/4밖에 못 읽은 듯 한데 어쨌든 책이 어디갔냐. 우리집은 블랙홀. 그림 출처는 (네이버를 통한) 알라딘.






라나 톰슨, <자궁의 역사: 의학 종교 과학이 왜곡한 여성의 문화사>, 백영미 역, 아침이슬, 2001 (정가: 9000원)
(Lana Thomson, The Wandering Womb, New York: Prometheus Books, 1999)


워낙 내게는 익숙한 주제(?)인데다가 읽은 지 이 주일이 되었기 때문에 오히려 뭐라 적을 지 모르겠다. 일단 남성 중심의 사회와 의학, 종교가 자궁에게 어떤 방식으로 혹독하게 대해 왔는지, 혹은 여성을 억압하기 위하여 왜곡된 자궁의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어왔는지에 대한 책이다. 

여전히 나의 관심은 중세 의학에 있지만 이는 고대와 연결된 것이고 또 프로이트의 "히스테리아"로 대면되는 근대 이후의 부인과(아 이런 말 싫지만) 질병과도 이어지는 것. 의학이 지금처럼 발전하지는 않았던 고대에는 여성의 자궁이 몸 안에 움직인다고 보았고, 여성의 특정 병은 자궁이 제자리를 벗어나 몸을 떠돌아 다녔다고 생각했다는 점. 그래서 이 치료법은 입 쪽으로는 자궁이 싫어할만한 냄새를, 여성의 성기 쪽에는 향기로운 냄새를 배치하여 자궁이 이 냄새를 따라(!) 아래로 제자리를 찾아 내려오길 바랐다는 점. 중세의 치료법도 별다르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다만 고대와 중세 의학이 여성/자궁에게 무지했던 동시에 어느정도 여성에게는 해방구가 있었으니, 오래전에는 여성 산파가 활동할 수 있었기에 오히려 여성이 여성의 자궁과 몸을 돌볼 수 있었다. 특히 고대에는 여성 의사가 있었고, 중세에는 여성이 의사가 될 가능성은 낮았지만 여성 산파들은 여전히 의사를 도왔다. 내가 예전에 썼던, 트루툴라라는 여성 의사도 중세에 활동했고.

하지만 오히려 근대로 오고 의학이 (종교나 관습에서 독립된) 과학으로 발전하면서 정규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여성들은 오히려 자궁과 관련 질병의 치료자가 될 수 없었다. 여성의 몸은 남성 의사에 의해 통제당하기 시작했고, 임신과 출산 역시 여성의 손을 떠났다는 것. 

하지만 저자는 포스트모던 시기까지 다루면서, 자궁이 다시 여성의 손에 일정부분 돌아오는 과정까지 그리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가 얼만큼 설득력을 확보하는지, 나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이런 책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고무적인 일이겠지.

내가 제대로 요약이나 소개는 안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레퍼런스나 삽화를 봐서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나도 이 책에서, 참고할 만한 글을 많이 발견했다.

마지막으로 원래 책의 사진과 삽화 하나를 싣는다. 원래 제목, <방황하는 자궁Wandering Womb>이 더 마음에 들지만 번역본의 제목도 왜 그렇게 바꿨는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나저나 영어로 읽을 때는 너무 열심히 몰두해서 읽느라 문장 하나하나를 확신에 차서 읽었는데, 번역본으로 읽으니 "이거 너무 일반화하는 것 아냐?"라는 의문이 든다. 두 언어 간의 차이인지 나의 영어-제국주의에 물든 성향 때문인지 모르겠다. 어쨌든 번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림 출처는 아마존 http://www.amazon.com/Wandering-Womb-Cultural-History-Outrageous/dp/1573922641


 

이 책의 89쪽에 실린 그림. 그야말로 남성의 성기를 뒤집어놓은 꼴의 여성의 성기. 이걸 보고 르네상스 의학을 비웃을 수도 있겠지만, 현대의 의학 역시 먼 후대의 비웃음거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특히나 현대 의학은 여성의 성기에 재생산과 관련된 이름만을 붙여서 비판을 받기도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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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房家 2013/01/17 23:13 # 답글

    정리해서 이해해두고 싶었는데, 내가 찾아보기에는 까다로운 정보들.
    그런 정보들을 정리해주는 이런 책이 정말 필요한 책.
    종교사를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 mori 2013/01/21 11:16 #

    시대순으로 정리되어있어서 더 보기 쉬운 것 같아요! 저는 특히나 레퍼런스 얻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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