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진짜 주인을 섬길래 가짜 마법사를 섬길래 by mori

또 또 또 성녀 힐데가르트St. Hildegard von Bingen, (1098-1179)의 <스키비아스Scivias>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아무래도 내가 다니는 학교 분위기상, 원하든 원하지 않든지간에 주술이나 마법 같은 것을 배우게 되는데, 지도교수가 <스키비아스>에서 꼭 주술이나 마술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꼭 다루고 싶어해서. 제3환시 중에서 23장에 나오는 글의 일부이다. 사람들이 진정한 가르침인 그리스도교의 말씀을 믿지를 않고 자꾸 마술이니 점이니 이런 걸 쫓아다니느라 결국은 신에게서 버림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은유로 무기가 나와서 흥미로웠다. 신의 말씀은 무기와도 같이 유용하다, 이 뜻인가.




근대 이후에 그려진 것 같은 성녀 힐데가르트의 그림이 있어서 실어본다. 출처는 이 곳. herionesofhistory라는 곳인데 재밌는 자료가 많은 듯!




라틴어 원문과 한역을 싣는다. 번역의 실수는 모두 내내내 책임.

Quidam dominus multos seruos sibi subiectos habens unicuique eorundem seruorum suorum plurima arma bellica dedit dicens : 'Estote probi et uiles, tarditatem et teporem abicientes.' Sed dum quoddam iter cum eo agerent, idem serui quendam illusorem et diuersae artis pessimum adinuentorem secus uiam uiderunt, unde et quidam ex eis decepti dixerunt : 'Huius hominis artes discere uolumus.' Et arma quae habebant abicientes ad illum cucurrerunt. Quibus alii dicebant : 'Quid facitis hunc illusorem imitants et dominum nostrum ad iracundiam prouicantes' Et illi responderunt : 'Quid hoc domino nostro oberit ?' Et dominus eorum illius ait : 'O serui nequam, cur arma quae uobis dederam abiecistis ? Et cur carius est uobis hanc uanitatem amare quam mihi domino uestro cuius serui estis famulari " Ite ergo post illusorem istum ut cupitis, quia mihi seruire non uultis, et uidete quid eius stultitia uobis prosit.' Et abiecit eos.

많은 하인들을 거느리고 있는 어떤 주인이 있었다. 그 주인은 자신의 하인들 각각에게 전쟁을 위해 쓸 무기를 주면서 '분별있고 쓸모있게 행동해라. 미적대거나 미온적인 태도는 버려라.'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하인들은 주인과 함께 길을 가고 있는 길에 어떤 마법사가 자기가 만들어낸 나쁜 방법(inventions)들을 다양한 기술로 선보이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그 하인들 중 몇몇은 속아넘어가 말하기를 '우리들은 이 사람의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 그러고 그 시종들은 주인에게서 받은 무기들을 내팽개치고 그 마법사에게 달려갔다. 다른 하인들이 속아넘어간 그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그 마법사를 따라하고 우리의 주인은 분노하게 만들면서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거냐?' 그러자 속아넘어간 시종들이 '그 역시 우리의 주인을 섬기고 있는 게 아니냐?'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주인은 그 속은 하인들에게 말했다. '아 이 쓸모없는 하인들아, 왜 내가 너희에게 줬던 무기들을 내팽개쳤느냐? 그리고 이런 지적인 허영을 아끼는 마음이 너희가 주인으로 섬기던 나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었느냐? 그러면 저 마법사나 따라가라. 너희들은 나를 섬길 가치가 없다. 그리고 그 마법사가 너희에게 어떤 멍청한 것들을 선보였는지나 보아라. 그리고 주인은 그 시종들을 버렸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성녀 힐데가르트는 자신의 운명을 알기 위해 점을 치고 그 운명을 바꾸기 위해 부적을 사고 마술사를 찾아가고 이런 행위가, 정도(正道)가 있는데 굳이 사도(邪道)를 따르는 멍청한 행위라고 생각했다. 신이 우리에게 좋은 무기 (성서나 예언자나 성례 등을 말하는 건가?)를 주었는데 굳이 인간의 힘으로 만들어낸 술수를 화려하게 보이는 마법사를 따를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나중에 신이 버리기나 하겠지, 라는 게 이 부분의 요지.

하지만 지도교수는 사도에 관심이 있습니다. 저는 거기까진 아니지만 정도는 좀 지루해효. 내가 관심있는 건 사도와 정도의 사이에 있는 애매모호한 애들이니깐효.

이 부분은 지난주에 치른 라틴어 시험의 4개 문제 중 한 문제로 나왔다. 예전에 읽은 부분이라 해석하기가 좀 수월했으니, 지도교수님의 은덕이라 할 수 있다. 4개 문제 중 2개는 기존에 읽은 데서, 2개는 처음 보는 글에서 출제되었는데 마지막 문제가 매우 까다로웠고 사실 이것때문에 라틴어 시험이 망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주일만에 결과를 받았는데 합격... 또르르... ㅠㅠㅠㅠㅠ 격려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ㅠㅠㅠㅠㅠ 그리고 지도교수님 만세! 만세! 

마지막 문제는 성 베네딕트회 규칙으로 포도주를 허용할 것이냐 금지할 것이냐에 대한 규정이다. 매우 재밌는 부분이지만, 나는 설마 포도주 갖고 시험문제 내겠냐는 생각에 내가 잘못 본 거겠지란 마음가짐으로 완전 뻘번역을 할 뻔 했다... 이 글이 재밌는 고로 다음번에 포스팅해야지. 내 번역은 실수가 너무 많았지만(7점이나 깍였어!) 영역이 내 손에 있다. 하하하.



힐데가르드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라고 하는데, 매우 지루하다는 말에 쉽사리 보질 못하고 있다. 방학 끝무렵이니 그래도 볼까 싶다. 사진을 출처는 이 곳. http://www.symphonyspace.org/event/6757-vision-from-the-life-of-hildegard-von-bingen

덧글

  • Esperos 2013/03/03 11:03 # 답글

    이번에 인용하신 비유는 저한테는 "어디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많이 들은 것 같은데"하는 느낌이 듭니다. 복음서에서부터 주인이 보낸 하인들, 이런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무기 비유도 신약성경에 전례가 있죠. 하느님이 보낸 말씀은 쌍날칼보다 힘이 있다느니, 믿음의 전신갑주를 입으라느니 하는 바울로 서간 내용이요. ^^;

    저는 인용하신 비유에서 이른바 마법을 두고 '지적인 허영'이라고 말하는 게 더 인상적입니다. 저 시절에는 주술과 과학이 서로 엎어지면 코 닿는 거리에 있어서 구분하기 어려웠죠. 마법도 일종의 과학, 학문처럼 취급했으니. 현대에 와서는 차라리 과학자가 더 경고에 더 가까울 겁니다. 핫핫.

    베네딕토회 규칙서라면 우리나라에서 이형우 아빠스가 라-한 번역판을 낸 적이 있습니다. 베네딕토회 아빠스가 베네딕토회 규칙서를 번역했으니 적절하네요. 말씀하신 내용이 어떤 부분일지 대충 짐작이 가는군요. ^^;; 수도회 내부에서 사용할 것이다 보니 별걸 다 규정하지요.

    비전은 확실히 지루하죠. 우리나라 천주교 방송인 평화방송에서도 한 적이 있습니다. 재미로 볼 영화가 아니라, 힐데가르트가 도대체 어떻게 산 사람임? 궁금하기는 한데 전기를 찾아보기는 귀찮아... 하는 사람이 보면 딱 좋은 영화더군요.

    비전이라는 이름으로 음반도 있습니다. 성녀 힐데가르트가 직접 작곡했다는 음악을 현대 음악가들이 일부 수정해서 만든 건데, 느낌이 아주 특이합니다. 제가 무척 아끼는 음반이죠. 제가 맨 처음 힐데가르트란 이름을 안 것도 저 음반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저 음반이 절판돼서 저걸 구하기까지 4개월쯤 걸렸습니다 ㅠㅠ

    덧말: 라틴어 시험 통과, 축하합니다. 이제 마음 후련하시겠군요!
  • mori 2013/03/03 13:58 #

    축하 감사합니다!! 헤헤 마음이 한 3일은 후련했던 것 같아요!

    오오 저도 힐데가르트 음반이 하나 있는데 제목이 <비전>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독일 음반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지도교수님한테 빌려드려서 없는데(왜 안 돌려주시지 ㅠㅠ) 돌려받으면 포스팅할게요! 허걱 근데 절판되었다니 아쉽네요. ㅠㅠㅜㅜ

    힐데가르트가 지성intelligence를 좋은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지나치면 역시 허영 혹은 자만과 연결된다고 계속 강조하더라고요. 원래 본문에는 "허영"이라고만 되어 있었지만 앞뒤 문맥에 따라서 제가 "지적인 허영"이라고 의역했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현대에는 과학자가 저 얘기를 들을 만 하겠네요. ㅎㅎㅎ

    이형우 아빠스를 검색하니 어헛 대단하신 분이군요. 저 분이 번역하신 규칙서를 참고해보고 싶네요. 제가 직접 하는 것보다는 좀 더 규칙서 느낌이 나지 않을까 해서요! 그나저나 언제나 도움만 얻는 것 같아 죄송+감사한 마음이 ㅎㅎ 하지만 앞으로도 좋은 지식+정보 부탁드려요!

    <비전>은 결국 DVD를 안 빌려와서 못 보고 다음에 또 잉여잉여할 기회를 찾아서!
  • Esperos 2013/03/03 21:27 #

    별 말씀을! 저도 일반 대중서에서 보지 못하는, 전공자의 최신 자료와 의견을 접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

    이형우 아빠스가 번역한 베네딕토 규칙서는 E-book으로 볼 수 있습니다.
    http://www.albummania.co.kr/gallery/view.asp?seq=77279&path=080428174432

    분도 출판사에서 발행하는 교부문헌총서 시리즈 중 한 권인데, 분도 출판사는 왜관 베네딕토회에서 만든 곳이죠. 그래서 교부문헌총서 시리즈 중 이형우 아빠스가 번역한 베네딕토 규칙서와 베네딕토 성인 전기를, 왜관 베네딕토회 홈페이지에서 읽을 수 있게 했습니다.

    저 책도 사려고 했는데, 이 덕분에 돈을 아낄 수 있었습니다. ^^;;
  • mori 2013/03/04 08:08 #

    오오오 역시 능력자!! 감사드려요!! 안그래도 저도 한국가서 저 책을 사야하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감사합니다!!
  • 긁적 2013/03/03 18:24 # 답글

    라틴어 시험 통과 축하드려요^^/

    원래 시험 통과는 교수님의 은혜임. ㅋㅋㅋ 저도 종합시험 어떻게 통과했는지 모르겠음;;
  • mori 2013/03/04 08:08 #

    감사해요 헤헤. 종합시험 통과하셨군요!! 완전 부럽습니다. ㅠㅠ 저는 내년인데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흐흐. 교수님들이 더 많은 은혜를 내려주시기를!!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