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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딕토회 규칙 - 술은 마셔도 되는데 좀 작작 마셔 by mori

베네딕토회 규칙 중에서 포도주에 대한 부분 제40장이다. 술 마시는 것을 수도승에게 완전히 금지시킬 수는 없고, 취하지 않을 정도의 적정량만을 마시라고 권고하는 규칙이다. 이번에 라틴어 시험에 마지막 문제로 출제되었는데, 설마 와인에 대한 거겠어?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번역하다 멘붕에 빠지고 가장 점수를 많이 깍이게 된 부분. 와인에 대해 내다니, 지도교수 짖궂어... 설마 다른 친구들이 나 술 많이 마신다고 떠들어낸 걸 듣고 "나를 위해" 이 부분을 고른 것은 아니겠지... 하고 많은 부분 중에...!


이...이런 곳에 살고 싶다. 출처는 위키미디아. http://commons.wikimedia.org/wiki/File:Wine_Barrels.jpg


라틴어 원문은 http://www.thelatinlibrary.com/benedict.html 이 곳에서 가져왔고 한역은 Esperos님이 가르쳐주신 e-book 사이트 http://www.albummania.co.kr/gallery/view.asp?seq=77279&path=080428174432 에서 가져왔다. 이형우 아빠스가 번역했다. 맨 마지막엔 영역을 덧붙였다. 출처는 이 곳 http://www.holyrule.com/part8.htm


Caput 40: De mensura potus

Unusquisque proprium habet donum ex Deo, alius sic, alius vero sic; et ideo cum aliqua scrupulositate a nobis mensura victus aliorum constituitur. Tamen infirmorum contuentes inbecillitatem, credimus eminam vini per singulos sufficere per diem. Quibus autem donat Deus tolerantiam abstinentiæ, propriam se habituros mercedem sciant. Quod si aut loci necessitas vel labor aut ardor æstatis amplius poposcerit, in arbitrio prioris consistat, considerans in omnibus ne subrepat satietas aut ebrietas. Licet legamus: Vinum omnimo monachorum non esse, sed quia nostris temporibus id monachis persuaderi non potest, saltim vel hoc consentiamus ut non usque ad satietatem bibamus, sed parcius, quia: Vinum apostatare facit etiam sapientes. Ubi autem necessitas loci exposcit, ut nec suprascripta mensura inveniri possit, sed multo minus aut ex toto nihil, benedicant Deum qui ibi habitant et non murmurent, hoc ante omnia admonentes, ut absque murmurationibus sint.

 
제40장 음료의 분량에 대하여

"각 사람은 하느님께로부터 고유한 선물을 받아 하나는 이러하고, 하나는 저러하다." 그러므로 우리는 약간 주저하면서 다른 사람의 음식의 분량을 정하는 바이다. 연약한 사람들의 약함을 고려하더라도, 각 사람에게 하루에 한 "헤미나"의 포도주가 충분하리라 빋는다. 그러나 누가 하느님께로부터 금주할 힘을 받았다면, 특별한 보상이 있을 줄로 알 것이다.
만일 그 지역의 필요성이나 노동이나 혹은 여름철의 더위로 말미암아 더 요구되는 경우에는 장상의 판단대로 정할 것이지만, 무엇보다도 과음이나 술취함이 없도록 유의할 것이다. "술이 수도승들에게는 결코 합당하지 않은 것으로" 우리는 (책에서) 읽고 있지만 우리 시대의 수도승들에게는 그것을 설득시킬 수 없으므로, 적어도 과음하지 않고 약간씩 마시는 정도로 합의하도록 하자. 왜냐하면 "술이란 지혜로운 사람들까지도 탈선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만일 지방의 형편에 따라, 위에 기록한 분량을 구할 수 없고 훨씬 적게나 혹은 전혀 구할 수 없는 경우에라도, 이런 지방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하느님을 찬양할 것이며, 불평하지 말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점을 권하는 바이니, 불평이 없도록 할 것이다.


CHAPTER XL : Of the Quantity of Drink

"Every one hath his proper gift from God, one after this manner and another after that" (1 Cor 7:7). It is with some hesitation, therefore, that we determine the measure of nourishment for others. However, making allowance for the weakness of the infirm, we think one hemina of wine a day is sufficient for each one. But to whom God granteth the endurance of abstinence, let them know that they will have their special reward. If the circumstances of the place, or the work, or the summer's heat should require more, let that depend on the judgment of the Superior, who must above all things see to it, that excess or drunkenness do not creep in.

Although we read that wine is not at all proper for monks, yet, because monks in our times cannot be persuaded of this, let us agree to this, at least, that we do not drink to satiety, but sparingly; because "wine maketh even wise men fall off" (Sir 19:2). But where the poverty of the place will not permit the aforesaid measure to be had, but much less, or none at all, let those who live there bless God and murmur not. This we charge above all things, that they live without murmuring.




이 부분에서 재밌는 것은 첫번째 문장. 성 바오로가 썼다고 하는 고린도전서 7장 7절에서 인용한 "각 사람은 하느님께로부터 고유한 선물을 받아 하나는 이러하고, 하나는 저러하다." 이 문장은 사실 결혼과 금욕의 문제를 다루면서 바오로가, 사람(남자)이라면 여자를 만지지도 않는 게 낫고 나는 이걸 할 수는 있지만 모든 남자가 성욕을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니므로 금욕을 끝까지 지키지 못할 거라면 차라리 결혼을 해서 아내를 즐겁게(?) 해주는 편이 낫다고 얘기하는 부분이다. 금욕이 가장 좋은 선택이지만, 결혼을 해서 성생활을 즐기는 것도 나쁘진 않은 선택이며 신이 내려준 선물이라는 것. 성욕과 주량(?)을 같은 선상에 놓는 게 재밌는데, 사실 금욕이나 절제의 기준에서 보자면 둘이 통하는 바가 많지. 한편으로는 성욕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여겨지는 반면 술 마시는 것까지 같은 선상의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놓여지는 것에 대해서는 좀 의문이 든다.

어쨌든 금주를 하는 사람은 최선이지만 모든 사람에게 그걸 기대할 수는 없고, 마셔도 되는 양을 정하자니 사람마다 주량(?)이 다르므로 각자 자신의 주량(?)을 잘 알아서 과음은 하지 말자, 이런 글인 것 같다. 어찌보면 술을 완전히 금지할 수는 없는, 수도승들의 고뇌(?)랄까 분노(?) 이런 것도 느껴지는 것 같고요, 내가 너무 감정이입했나.

사실 글의 제목은 저에게 하는 말입니다. 작작 마셔!


여기부턴 개인적인 잡담.

술은 "special reward"란다. 그렇다, 나도 힘든 수업이 끝나면 나에게 상을 준다는 기분으로 맥주를 마신다, 웅 이게 아닌가? 저도 취하지 않을 만큼 마시려고 하지만, 주량이란 사람마다 다르지만 또 때와 컨디션에 따라 다른지라 혼자 마시면 맥주 한 두 병 마셔도 훅 갈 때도 있고 사람들과 같이 마시면 맥주 여러 병 마셔도 안 취합니다. 일단 주정을 안 부리려고 긴장을 할 뿐더러, 여기는 타지이고 내가 술취해 정신이 나가도 나를 데리러 올 사람도 도와줄 사람도 없다는 생각으로 정신무장을. 게다가 여긴 대중교통수단이 없어요. 술 마시고 일찍 파해도 내가 운전해야합니다. 그래요, 음주운전을 해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취하면 안 돼. 많이 마시면 안된다는 생각, 취하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술을 마시니 취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이러다보니 여기 친구들 대부분은 내가 술이 센 줄 알아. 나 안 세요, 집에서 혼자 마시면 한 병에도 취합니다. 혼자 마시는 게 더 편해서 좋다고 하니 친구들은 나를 알콜중독으로 여기고...

그래도 이번 학기는 술 좀 작작마신다. 일주일에 두 세 번 정도? 맥주가 위를 차게 해서 안 좋대서 요즘 슬슬 와인을 마셔보려고 합니다. 근데 전혀 아는 게 없어서 할인하는 것만 사오네. 이번주는 컨퍼런스가서 호텔방에서 친구들과 와인을 마실거다, 야호! 결국 이 글은 절제가 아닌, 술약속을 상기하는 게 되어 버리는 기승전술.





덧글

  • 대공 2013/03/07 10:28 # 답글

    제목 요약이 참 웃기네요 ㅋㅋㅋㅋㅋ
    결혼에 관해서도 그러한 관점이 새로웠습니다
  • mori 2013/03/07 13:13 #

    읏읏 감사합니다. 마음에 있던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ㅋㅋㅋ
    워낙 음행? 간음?이 큰 죄여서 차라리 죄를 짓는 것보단 결혼하는 게 낫다고 봤나보더라고요.
  • 2013/03/07 12:1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3/07 13:1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shaind 2013/03/07 15:21 # 답글


    내가 최근에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 한 가지 더 있는데

    술을 너무 많이 마시니까
    머리가 나빠진다는 것

    그렇다면 그냥 내가
    내일부터는 술을 좀 작작 마시면 될텐데
    그게 너무 어려워 어려워 어려워


    - 장기하(청년실업), "어려워" -
  • mori 2013/03/08 02:00 #

    헉 마음에 와 닿는 가사다...
    꼭 들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speros 2013/03/07 20:20 # 답글

    아, 포도주란 정말 좋죠.... 헤르마스의 목자에서부터 포도를 수확하는 풍경이 그대로 묘사돼 있다고 하니..(목자도 로마에서 씌었죠.) 프랑스 가니까 포도주가 싸고도 좋은 게 그냥 마트에도 있던데 정말 부러웠습니다 ㅠㅠ

    성 베네딕토 정도면 그래도 수도회 규칙을 많이 완화시킨 거죠. 그 이전에는 사막의 은수사 집단에서나 사용할 만한 규칙이 많아서 훨씬 엄격했다는군요. 게다가 베네딕토 성인은 반드시 수사들이 일해서 돈을 벌어 수도원을 운영할 것을 강조했으니, 노동에 대한 위로로서 포도주를 어느 정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베네딕토 성인이 태어난 이탈리아 노르차(누르시아)에 베네딕토 수도회 공동체가 사라졌다가 몇 년 전에 다시 생겼는데, 이 수도원은 베네딕토 규칙서를 원리원칙대로 지키려고 노력하는 파라더군요. 그래서 여기 수사들은 맥주를 만들어 팔아서 수도회 운영비를 마련하더군요. ^^;;
  • mori 2013/03/08 02:03 #

    사실 제가 그래서 성례전을 자주하는 교회에 갑니다(웅?)

    오오 맥주라니... 알흠답습니다. 역시 술은 노동에 대한 위로! 꼭 거기 수도원에서 나온 맥주를 마셔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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