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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었다 살아온 성녀 - 놀라운 사람 크리스티나 by mori

부활절이 다가오는 기념으로 죽었다 살아난 성인인 놀라운 사람 크리스티나(Christina the Astonishing, 1150-1224)에 대해 짤막한 글. 근데 쓰다보니 짤막한 글이 아니게 되었어;; "놀라운 사람"이라는 별명만큼이나 온갖 기행으로 유명한 크리스티나지만 오늘은 그녀의 부활 얘기만 살짝. 사실 저 "the Astonishing"이란 별명에 같이 세미나하던 선배들과 낄낄거리며 웃던 것을 잊을 수 없다. 


신시아 라지Cynthia Large라는 현대 퀘이커출신 작가가 그린 그림. 위에는 아래 그림에서 크리스티나만 확대한 그림. 크리스티나의 생애를 기록한 글을 보자면 그녀는 새처럼 날기도 하고 나무 위에 오르기도 하고, 심지어 부활할 때에도 새처럼. 아래에는 사제들이 보이는데 사실 날뛰는(?) 크리스티나를 잡으려고 하는 중이다. 크리스티나의 박해에는 가족들 심지어 사제들까지 참여한다는 것. 물론 나중에는 좀 고분고분해지지만. 그림 출처는 http://www.annnathangallery.com/artists/34/?PHPSESSID=546d7bb7b621507c949a9edda387dab4 신시아 라지의 페이지는 http://www.cynthialarge.com/biopage/biopage.html

아 그리고 노파심에, 저는 이 일이 역사적으로 실제로 있었다고 주장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라틴어 원문을 쓰고 싶지만 시간이 없는 고로 영역본을 한역하기로. 칸틴프레의 토마스(Thomas of Cantimpre, 1201-1272)가 여러 성인들의 얘기를 묶어놓은 책에 나오는 크리스티나의 생애. 영역본은 Brepols에서 출판한 책을 썼다. 아마존 링크는 여기




책 사고 싶은데 102불이나 해, 엉엉. 사고 싶다. 근데 여기에서 관심있는 성인은 크리스티나밖에 없어서 사긴 또 좀 그렇고. 크리스티나의 생애에서 앞의 이야기 조금만 다루겠다.



어떻게 크리스티나가 죽었나How she died

이런 일이 일어난 후 크리스티나는 마음속으로 명상을 했고 육체적으로는 병에 걸렸다. 그녀는 죽었다. 생명이 떠난 몸은 그녀의 친구와 자매들에 의해 뉘여졌고 그들은 크리스티나의 시체를 놓고 통곡했다. 다름날 크리스티나의 시체가 교회로 옮겨졌는데 그녀를 위한 레퀴엠 미사가 말해지자마자 그 시체는 관속에서 떨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체는 새처럼 벌떡 일어나 교회 들보로 떠올랐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은 도망갔고, 그녀의 언니들만 두려워하면서 남아 있었다. 크리스티나는 미사가 끝날 때까지 그곳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고 사제들이 교회의 성사로 확인을 한 후에야 그녀를 공중에서 내려오도록 했다. 어떤 사람들은 말하길 그녀의 영이 매우 예민해서 인간의 몸에서 나는 냄새만으로도 혐오를 느꼈다고 했다. 크리스티나는 곧 언니들과 함께 집에 들어가 음식을 먹어 생기를 되찾았다. 영적인 친구들은 그녀에게 서둘러 와서 그녀가 무엇을 보았는지 묻고 그녀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설명하길 원했다. 크리스티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떻게 그녀가 몸을 떠났고 몸에 돌아와 어떻게 다시 살게 되었나How she was led forth from the body and how she lived again after she had been brought back to the body

"내가 죽자마자 빛을 관리하는, 신의 천사들이 나의 영혼을 받아 어두컴컴하고 끔찍한 곳으로 데려갔어요. 그 곳은 사람의 영혼으로 가득찬 곳이었죠. 거기에서 인간에게 가해진 고문이란 너무 다양했고 또 너무 많아서 내 혀로는 그것들을 다 말할 수는 없어요. 그곳에서 나는 내가 육체 안에 있을 때 알던 사람들 중에 죽은 이들을 보았어요. 나는 그 불쌍한 영혼들을 보고 결코 적지 않은 동정을 느꼈고 천사들에게 여기가 어딘지 물었어요. 나는 여기가 지옥인 줄 알았거든요. 하지만 나를 인도한 천사들은 나에게 "이 곳은 연옥이며 참회하는 죄인들이 그들이 살았을 때에 지었던 죄를 속죄하는 곳이다"라고 말했어요." 그런 후에 그들은 나를 죽음의 고문장으로 이끌었고 거기서 역시 내가 살았을 때 알고 지내던 이들 중 몇몇을 알아보았어요."
"이런 일이 있은 후에 나는 천국으로 인도되었고 신의 왕좌 앞에 서게 되었어요. 나는 신이 나로 인해 기뻐하시고 내가 즐겁기를 원한다는 걸 보았어요. 그래서 나는 내가 느낄 수 있는 것보다 더더욱 기뻤고 신의 곁에 언제나 남아있으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러자 바로 신께서는 나의 바람에 응답하기도 말하시길 "내 사랑하는 자야 당연히 너는 나와 함께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너에게 두 가지 선택권을 주겠다. 나와 함께 여기 남아있던지 아니면 너의 육체로 돌아가서 죽을 몸 안에서 영생할  영혼이 받을 징벌을 받든지. 다만 몸은 다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너가 이러한 고통을 겪음으로 인해 너가 연옥에서 동정을 느꼈던 영혼들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너가 받는 고통과 너가 살아온 방식은 본받을 만한 전례가 되어 살아있는 사람들을 나에게로 이끌 것이고 사람들을 죄에서 멀어지게 할 것이다. 그리고 너가 이러한 것들을 다 행해 나에게 돌아오면 너는 훌륭한 일을 한 것에 대해 보상을받을 것이다." 나는 망설임도 없이, 나에게 주어진 그 일을 수행하러 세상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어요."

"신은 곧 자신의 대답에 내가 기뻐하길 바랐고 나의 영혼이 몸으로 돌아가도록 명령했어요. 천사들이 신의 명령에 얼마나 빨리 복종하는지! 나를 위한 미사에서 아그누스 데이(신의 어린 양)이 첫번째로 말해졌을 때에 내 영혼은 전능한 신의 왕좌 옆에 있었는데 아그누스 데이가 세번째로 울려퍼질 때 쯤에는 나는 재빠른 천사들에 의해 몸으로 돌아온 상태였어요. 이런 방식으로 나는 몸에 돌아왔고 몸을 떠났어요. 나는 인간들을 더욱 낫게 하기 위해 돌아왔어요. 그러므로 이제 당신들이 내게서 볼 것들 때문에 근심하지 마세요. 왜냐하면 신께서 나에게 부여한 그 일들은 당신들의 이해를 넘어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이런 것들은 필멸의 인간들에게서는 목격되지 않은 것들이잖아요." 이것을 듣고 크리스티나의 친구들은 매우 놀랐고 이러한 놀라움 속에 이제 무엇이 일어날 지를 기다렸다.



그렇지, 이제 이 문단 뒤에는 크리스티나가 얼만큼 날뛰었는지에 대해 나온다. 뜨거운 오븐에도 기어올라가고 얼음물에도 들어가고. 위에 올린 그림처럼 나무 위에 올라가 새처럼 지저귀고. 내가 제일 좋아하는 성녀 중 한 명인 크리스티나.

어쨌든 이 문단에서 말하는 것은 크리스티나의 부활은 예수의 부활과 맥락을 같이 한다는 점이다. 예수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이 세상에 왔고 박해받아 죽었고 부활했다는 게 그리스도교에서 가장 중요한 교리니까. 크리스티나 역시 신 옆에서 행복하게 머물 수 있지만 연옥에서 고통받는 인간들이 불쌍해서, 그리고 현세의 사람들이 천국에 갈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 세상에 다시 돌아오는 것을 선택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예수는 세상에 내려온 게 사람들을 위한 것이었다면, 크리스티나는 부활한 게 사람들을 위한 행위였다는 점. 예수는 인간의 구원 자체를 가능하게 했다면, 크리스티나는 이런 구원이 더 많이 일어날 수 있게 하는 촉진하는 역할이었다는 점. 이 문단에 예수 얘기는 직접적으로는 안 나오지만, 예수의 삶과 크리스티나의 그것은 쉽게 연결된다. 중세 성인들의 수련과 신비경험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예수의 길을 따르는 것이었다면, 크리스티나는 정말 말 그대로 이 길을 가고자 했다. 예수가 받았던 박해도 받고 말이지, 사제들에게. 

크리스티나의 기이한 행동을 생각하면 저 그림 아래에 밧줄을 들고 있는 사제들 마음도 이해는 간다. 얼마나 골칫덩이였을까. 중세에도 성인들은 섬기는 대상이긴 했겠지만, 교회 제도 안에서는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이기도 했을것이다. 새처럼 날라다니고 자기 몸에다가 고통을 가하고 가족들은 얘 좀 말려보라고 부탁하고. 게다가 크리스티나는 천국, 지옥, 연옥까지 두루 살펴보고 왔는데 사제가 열심히 성사를 하고 성서를 본다고 해도 사람들은 누굴 더 믿고 싶어하겠나. 

그나저나 내가 참고한 영역본에 보니 크리스티나가 부활한 직후 공중에 떠올랐을 때 사제들이 성사를 베풀고 그녀를 내려오도록 한 것은 당시의 엑소시즘을 암시할 가능성이 크다고 주석이 달려있다. 당연히 그녀가 부활한 것은, 악마가 그녀의 몸에 들어와 난리를 치는 것으로 보였을테고 사제들은 엑소시즘을 해서 그녀의 몸에 들어있는 게 악령이 아닌 걸 확인한 후에야 크리스티나가 다시 땅에 발을 붙일 수 있도록 했다. 많은 경우 성인들의 신비경험, 특히 여성들의 신비경험은 신이나 천사가 아닌 악마에게서 온 것으로 의심이 되었으니. 

아니면 미친 사람이 되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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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ri : 아무리 말을 해도 듣기를 않어! - 바오로의 묵시록 2013-09-30 06:20: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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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Esperos 2013/03/20 09:36 # 답글

    이탈리아 성녀인 젬마 갈가니(1878-1903)는 성흔(stigma)를 받았다고 전합니다. 당시에 젬마 성녀는 예수고난회(이름부터가...) 소속 사제를 만나게 되는데, 이 사제는 젬마 성녀의 성흔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일단 엑소시즘부터 해봅시다"하고 말했다고 하죠 ^^;; 오상의 성 비오 신부(1887-1968)의 경우에는 남자이고 게다가 사제에기도 했지만, 여전히 뭔가 의심을 받아서 대략 10년 가까이 수도원(카푸친 수도회 소속 사제였으므로) 안에 갇혔다가, 교황 바오로 6세께서 해금하셨던 적이 있지요.

    저는 중세 교회가 꼭 여자의 이적을 악마라고 생각했다고 볼 만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남자일 경우에도 비슷했죠. 가톨릭 교회의 기본방침이 기적이나 그런 것은 일단 흰눈으로 바라보라는 거라. 성 히폴리투스가 썼다고 전해지는 3세기 '사도전승'에 보면 "기도 중에 병을 낫울 수 있다고 주장하는 동무가 있다면, 안수하지 말고(성직자로 세우지 말고) 정말로 병을 낫울 수 있다 사실확인부터 해보셈"이라고 쓰죠.

    .....제가 봐도 여자 쪽일 때 의심의 강도가 더 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요.
  • mori 2013/03/20 09:48 #

    젬마 성녀 케이스도 재밌군요!! 저도 물론 여자 성인만 교회가 의심의 눈초리로 봤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성인이라면 누구든 비슷한 의심을 거쳤을 거라 생각해요. 교회 입장에서도 성령이 깃든 것과 악마에 씌인 것은 구별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고 쉽게 구분이 가지 않는 케이스도 있었을 거구요. 말씀하신 것처럼 여자 성인이 더 의심받았을 거라 생각한 것인데 표현이 좀 세게 나왔군요. 아무래도 여자가 육체적으로나 영적으로 약하다는게 당대의 생각이었고 여자 성인들의 수련 자체도 극단적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에, 그리고 여자는 정신적으로도 불안정하다고 생각되었기에 의심의 강도가 더 세지 않았나합니다.
  • 房家 2013/03/21 02:53 # 답글

    놀라움의 실체를 이제라도 알게되어 즐겁네요.
    시기를 보니까 환시 증언과 문학을 통해 연옥 개념이 형성되던 바로 그 시기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고, 엑소시즘의 경우는 잘 모르겠네요. 더 유행하고 공식화되는 시점은 이보다는 더 뒤이긴 한데, 물론 이 때도 당연히 존재했으리라 생각됩니다만.
    하는 행동으로 봐서 엑소시즘 말고는 처리할 방법이 없는 것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이 놀라운 여자가 시성 받게 되는 반전인 것 같아요. 성녀가 되었으니 당연히 엑소시즘이라는 기록은 남을 수 없게 될 거고요. 사후에 이분에 대한 숭배가 생겨나 성녀가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 mori 2013/03/21 12:00 #

    이 기록에서 보니 크리스티나가 살아있을 당시에도 추종자들이 좀 있었던 것 같고 생전, 사후 모두 기적이 일어났던 게 아무래도 크지 않았나 싶어요. 그녀의 몸에서 악마를 몰아내려는 시도는 계속되긴 하는데, 그녀가 자기 가슴에서 기름을 스스로 짜내 먹는 기적을 행하는 순간 이후로는 자매들과 친구들이 그녀가 신의 은총을 받았다고 인정하기 시작한다고 나오더라고요. 물론 기록을 다 믿을 순 없고, 말씀하신 것처럼 연옥에 대해 확실한 경험 + 신학적 의미까지 제공하는 게 성녀가 될 수 있었던 큰 요인이 아니었나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나저나 오늘 소식 들었어요. 멀리서나마 위로를 전합니다..
  • 迪倫 2013/03/21 08:58 # 답글

    새처럼 날아올랐다니...난리 굿도 아니었겠다...라는 표현이 갑자기 머리에 떠오르는..-_-;;

    새처럼이라는 표현이 머리에 남는데, 샤머니즘에서 영혼이 새가 되어 날아간다는 그런 것과 혹시 상통하는 해석도 가능할까요? 중세 유럽에도 그런 새=영혼 개념이 있었는지를 몰라서 그냥 떠오른 느낌입니다만...

    그렇긴한데 the Astonishing이란 호칭은 참 당황스러움을 멋지게 얼머무린 표현이랄지 ^^
  • mori 2013/03/21 12:04 #

    그렇네요! the astonishing! 다른 기행을 소개하면서도 계속 wondrous! wonder! 이런 단어들이 나오는 거 봐서는 독자들이 느낄만한 황당함을 감탄으로 이어지게 하려는 글쓴이의 간절한 마음!

    제가 일단 샤머니즘을 잘 몰라서 잘은 말씀드릴 수가 없고, 다만 크리스티나가 새처럼 묘사되는 건 아무래도 몸의 한계를 넘어선 강한 영혼? 몸에의 속박에서 자유로움? 하늘에 돌아가고 싶은 열망? 같은 걸 표현하지 싶습니다. 얼른 다른 기행들도 소개드리고 싶어요! 흐흐흐
  • Esperos 2013/03/22 22:55 #

    아무개 성인이 날아올랐다는 것은 가톨릭 성인 전설에서는 상당히 흔하게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페루의 흑인 성인인 성 마르티노 데 포레스도 기도할 때 종종 날아올랐단 이야기가 있습니다.

    반드시는 아니지만, 이 날아오르는 기적과 함께 동반되는 현상이 탈혼입니다. 탈혼이란 영혼이 잠시 천상에 들어가는 것을 가리키는데요, 이때 사람들은 멍한 상태가 돼서 사람들이 바늘로 찌르거나 촛불을 대어도 아무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고 하죠.

    하늘로 날아오른다는 것은 지금 속세와 천상계의 중간쯤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혹은 좀 더 신적인 상태에 있다는 거라고 봐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 mori 2013/03/24 01:24 #

    Esperos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인간이 좀 더 신적인 상태에 있다는 걸 새처럼 날아다니고 자유롭다는 걸로 표현을 한 것 같아요. 다만 크리스티나의 경우 탈혼이 끝난 상태와 더 연결이 되는 것 같아요. 즉, 영혼이 하늘 여행을 마치고 몸에 돌아왔는데 여전히 하늘로 올라가고 싶은 천성 때문에 몸까지 둥둥 뜨게 되는 거죠. 다른 부분에서도 역시, 영혼이 너무 강해서 영혼이 안에 들어가 있는 몸이 질질 끌려다녔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하고요. 어쨌든 읽으면 읽을 수록 신기한 성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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