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만년필 1 - 라미 사파리M by mori


뜬금없이 남기는, 만년필 이야기. 사실, 첫번째 사진 맨 위에 있는 만년필을 어제 득!하여 간만에 내가 가진 만년필 네 자루를 총출동시켜보았다.

만년필... 이라기보다는 펜촉에 잉크를 묻혀 썼던 건 고등학생 시절 만화부에 들어가면서였다. 어떤 만화가분을 초청해서 만화 그리는 법도 배우곤 했는데, 그 분이 잉크펜으로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쳐줘서 그 때 파커 잉크에 이름이 기억안나는 펜대와 펜촉을 사서 썼던 게 기억난다. 처음 쓰는 펜촉은 매우 사각사각한데, 워낙 필압이 센 나인지라 곧 휘어져 굵게 나오곤 했다.

그 뒤엔 어느날 홍대에서, 그리고 스페인 여행 중에 샀던 유리로 된 만년필들. 보관이 쉽지 않고, 깨질까봐 무서워서 편지 쓸 때가 가끔 썼다. 지금은 한국 집에 어딘가에 고이 모셔져 있겠지;; 

일상에서 쓰기 시작한 건 라미가 처음이다. 학부를 마시고 대학원 석사에 들어가기로 결정된 그 때. 갑자기 만년필이 갖고 싶어져서 별로 알아보지도 않고, 당시 가장 저렴한 라인이었던 라미 사파리를 샀다. 화이트가 좀 특별해보였기도 하고. M으로 샀는데 그게 실수였다. 나는 글씨를 매우 조그맣게 쓰는데다가 하이테크도 0.4만 쓰는데 이건 너무 굵어;; 점점 굵어져, 게다가;;

처음에는 검은색 잉크 카트리지를 넣어쓰다가 어느 순간부턴 라미 보라색 카트리지를 넣어썼다. 한참 썼던 것 같다. 필기는 못하고 주로 편지 쓸 때. 세척은 아주아주아주 드물게 해주면서. 작년이었나 재작년이었나, 장기간 안 쓸 땐 세척을 하는 게 낫다는 걸 이제야(!) 알고 한국 가기 직전에 씼어놨는데 그 때 이후로 전혀 안 쓰고 있다;; 아마 그 때 이걸 쓰지 않으면서 다른 만년필에 눈이 갔던 것 같다;; 

이 만년필을 보면 친한 언니랑 같이 뮤지컬 보러 갔던 게 기억난다. 이 펜이 배송된 직후라 언니한테 보여주려고 가져갔는데, 광화문 플레이스에서 언니가 나한테 겉멋 들었다며 나무랐지. ㅎㅎ 근데 그 겉멋이 만년필 세 자루를 더 낳았습니다...

5년 넘게 소장했는데도 잉크 넣으면 계속 잘 쓸 것 같은 펜. 단점은 너무 가볍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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