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남자는 뜨겁고 건조해... 여자는 차갑고 습하고... 하아... by mori

도대체 "하아..."는 왜 나오는거냐? 부인과질병에 관한 글이라고 하는게 맞겠지만 일단 "부인"과라는 말이 좀 별로라서;; 여성에게 흔한 질병의 증상과 치료법을 설명하고 있는 트로툴라(Trotula of Saliano, 11-12세기)의 책 중 일부 되시겠다. 예전에 화장과 관련해서 트루툴라를 소개한 이 있지만 어쨌든 트로툴라는 중세유럽의 여자의사로 당시 여자로서는 거의 불가능했던 의사가 되었으며 의학관련서적까지 집필한 대단한 사람. 물론 트로툴라의 책 모두가 그녀에 의해 쓰였다고 보지는 않고 일부는 남성에 의해 작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예전 글에서도 설명했지만 이런 "부인"과질병관련서적은 여성이 자신을 자가치료하는데 쓰인 것도 아니고, 여자의사가 여자 치료하는 데 쓰인 것도 아니고(여자의사 자체가 귀하던 시기니까), 남자의사가 여자치료하는데 참고하라고 작성된 경우가 많았으므로.

어쨌든.

지도교수랑 지난주에 리딩 있는 줄 알고 열심히 읽어가서 교수연구실 앞에서 기다렸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지난주도 강독을 쉬기로 했었다;; 이번주에나 읽을텐데 열심히 준비한 거 까먹을까봐 올리는 글. 아직 교수의 감수(?)를 받지 않았기때문에 상당부분 틀릴 수 있다는 것을 알려드립니다.


트로툴라로 추정되는 여성의 그림. 출처는 이곳. http://inpress.lib.uiowa.edu/feminae/DetailsPage.aspx?Feminae_ID=31483 여기에 가면 트루툴라의 간략한 소개와 함께 이 책이 있는 도서관까지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다. 런던에 있는 웰컴(???)도서관wellcome Library라니 가 볼 수 있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디지털버전은 없는 듯.



본문은 모니카 그린의 책에서 가져왔다. 그린은 라틴어원문과 함께 영어해석도 함께 싣고 있어서 감사합니다. 물론 지도교수는 나에게, 너가 영어해석 참고한다고 해서 라틴어로 해석하는 데 그렇게 도움은 안될거야라는 말로 저를 좌절시켰지만 그래도 어려운 약초 이름 이런 건 사전에 안 나오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모니카의 책은 아마존에서 팔고 있다. http://www.amazon.com/The-Trotula-Medieval-Compendium-Medicine/dp/0812235894/ref=sr_1_2?ie=UTF8&qid=1372712314&sr=8-2&keywords=trotula 그리고 주문했다. 후후후... 물론 중고로 샀다.


[Liber de Sinthomatibus Mulierum]
여성의 병에 대한 책

<Incipit liber de passionibus mulierum secundum Trotulam>
트로툴라는 이 책에서 여성들의 질병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다. 

Cum auctor uninersitatis deus in prima mundi constitutione rerum naturas singulas iuxta genus suum, distingueret, naturam humanam supra cetera dignitate singulari iconsecrauit, cui super aliorum animalium conditionem rationis et intellectus libertatem dedit, eiusque perpetuam uolens subsistere generationem, in sexu dispari ordinans prinsipium future sobolis propagatione prouida dispensante deliberatione, masulum et feminam creauit eos. Et ut ex eis emergeret fecundata soboles, eorum complexiones grata quadam commixtione reparauit, naturam masculi calidam et siccam constituens. Sed ne nimis in alterutram naturam masculus habundaret, opposita frigiditate et humiditate mulieris ab excessu nimio uoluit cogercere ut qualitates fortiores, scilicet caliditas et siccitas, uiro tamquam fortiori et dignio ripersone debiliores, scilicet frigiditas et humiditas, utpote debiliori, scilicet mulieri, dominarentur. Et ut masculus qualitate forciori officium in muliere tamquam in agro commisso semen effunderet, et ut mulier qualitate debiliori tamquam uiri officio subdita, semen effusum in gremio nature reciperet.

우주의 창조자이신 하나님은 태초에 종에 맞게 각각 창조물의 본성을 구별하셨다. 그리고 인간의 본성을 모든 다른 창조물의 가치보다 높게 성별하셨다. 신은 인간에게 다른 동물들의 상태를 넘어선 합리적이고 지적일 수 있는 자유를 주셨다. 그리고 그들이 영원히 번성하고 살기를 바라셨기 때문에, 미리 앞을 내다보시고 신중하게 남자와 여자를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누셨다. 이것은 미래의 자손들을 위한 기초였다. 그리고 이렇게 창조된 여자와 남자에게서 자손을 볼 수 있는 자손들이 태어날 것이었다. 하나님은 그들에게 최적의 조합을 주셨다. 남자에게는 열기와 건조함을 주셨다. 그러나 남자가 열기나 건조함 중 어느 것 하나라도 지나치지 않도록, 하나님은 여성이 가진 냉기과 습기가 이것들을 제어하길 바라셨다. 따라서 더 강한 성질인 열기와 건조함이 더 강하고 더 고귀한 남성을 지배하고, 더 약한 성질인 냉기와 습기가 더 약한 여성을 지배하도록 말이다. 이에 따라 남자는 더 강한 성질을 가지고, 마치 밭에 씨를 뿌리듯이 여성에게 자신의 의무를 다한다. 그리고 여성은 더 약한 성질을 가지고 남서의 의무에 따르며 자연의 무릎 위에서 그가 방출하는 씨앗을 받아들인다.



여기까지 번역하는 데 매우 힘들었다, 문장이 뭐 이래 길어. 그리고 좀 빈정이 상하지 말입니다. 뭐 앞으로도 빈정이 상할 부분이 많으니 오늘 굳이 뭐 콕 찝어 말할 필요는 없겠지.

남성에게 열기와 건조함, 여성에게 냉기와 습한 성질을 부여하는 것은 아무래도 그리스로마 시대의 의학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열기같은 경우에 남성에게 더 많이 있어서, 여성과 성관계를 너무 자주(...) 맺으면 여성이 이러한 열기를 다 뺏아가서 남성이 시들시들해지고 건강이 안 좋아지고 마치 여성처럼 더 열등한 생물이 되어버린다고 보았기 때문에. 뭐 동양의 음양사상과 매우 비슷한 측면이 있고, 특히 도교의 방중술과도 공통되는 점이있다고 하겠다. 

사실 로마시대의 금욕주의 같은 경우도 남성의 남성스러움인 열기와 건조함을 지키기위해 성관계를 절제하려고 했으니까. 그러다보니 성욕을 부채질하는 고기나 술 같은 것도 절제하고, 남성은 더욱 남성다워지는데 여자는 안 만나야하고. 물론 이런 금욕생활이 모든 사람에게 전제된 것은 아니었고 소수의 엘리트를 위한 것이었겠지만, 남성=열기, 건조함, 여성=냉기, 습함의 공식에 따라 병의 진단과 치료법이 결정되었다.

습기 같은 경우도 여성이 더 습하기 때문에 같은 양의 와인을 마셔도 여성이 덜 취한다고 보았다. 갑자기 떠오르는 몇몇 사람이 있지만 생략. 

그리고 "밭에 씨를 뿌린다"는 말은 좀 적나라한데? 허허...

오늘은 여기까지! 




덧글

  • 11 2013/07/02 09:57 # 삭제 답글

    고문해석이 재밌는지 저도 이 블로그 보고 알게되었네요. 매번 재밌는 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제목 밑 <> 부분의 mulierum secundum 부분에서 secundum은 어떻게 해석되나요? 앞에 primum부분이 있고 이 부분이 secundum이 되는건지, 해석을 어떻게 해야할지 질문드립니다.
  • mori 2013/07/02 13:22 #

    안녕하세요, 11님!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여기서 secundum은 secundus "두번째"의 accusative라기보다는, 동음이의어 중 하나인 전치사로서의 secundum으로 "~에 따르면/의하면", 영어로는 "according to"의 의미로 보고 해석했습니다. 가끔은 "다음의", 영어로는 "following"으로 쓰이기도 하더라고요.

    이렇게 본다면, 여기의 secundum은 뒤에 나오는 명사Trotulam를 받는 전치사입니다. 제가 위에는 트로툴라를 주어로 놓고 책을 목적어로 돌리는 등 좀 의역을 해놨는데요, 해당 문장을 단어 순서대로 직역을 하자면 "시작한다, 이 책은, ~에 관해, 질병들, 여성들의, ~에 의하면, 트로툴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진냥 2013/07/02 10:47 # 답글

    여성들 중에 수족냉증이 있는 사람이 많다는 것으로 미루어보면, 중세의 의학도 의외로 신빙성이 있...
    을지도 모르지만 전 사양입니다(....) 상처에 구운 쥐고기 같은 거 붙이고 싶지 않아요(......)
  • mori 2013/07/02 11:44 #

    사실 저도 수족냉증이 살짝 있다는!! 하지만 저렇게 해석되고 싶지는 않아요! 이 책에 나왔던 것 같은데 뒤에가면 가공할만한 치료법들이 나올겁니다;; 머리로 옮겨간(?) 자궁을 아래로 끌어들이기 위해 환자 입에는 악취를, 생식기 쪽에는 향기를 풍겨주는 등;; 치료는 저도 사양입니다(.....)
  • 11 2013/07/02 13:40 # 삭제 답글

    자세한 답변 감사드립니다! 가끔 secundum이 나왔을 때 뭔가 했는데, 알고보니 전치사였군요. 저도 공부 더 열심히 해야할거 같습니다 ^^
    Gratias ago, et rogo te ut quam bonum iucundumque legam, vale!


  • mori 2013/07/02 23:14 #

    답변이 되어서 저도 기분이 좋네요.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전치사라고 하기보다는 부사구라고 해야하는 게 아닌가 싶고 ㅠㅠㅠ 저도 공부 더 열심히 해야할 것 같습니다. ㅠㅠㅠㅠ
  • Esperos 2013/07/02 21:28 # 답글

    이걸 보니까 소설 동의보감에서 허준이 어느 정승댁 중풍 맞은 마나님을 치료하는데, 거기 부분 근처에 침을 놓아야 하는데 여자 의원이 없으니, 마나님도 울고 그집 대감도 차마 볼 수가 없어서 불을 끄고 허준이 침 놓기를 허락했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소설이긴 합니다만. 그런데 중세 중반 유럽에서 여자 의원이 있었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습니다.

    묘사한 내용을 보면 동서양의 형이상학적인 부분은 새삼 비슷한 데가 있군요.
  • mori 2013/07/02 23:17 #

    오오 소설 동의보감에 그런 내용이 있군요! 하긴 여자 의원이 없으니 여러 곤란한 상황이 있었을 것 같아요. 사실 트로툴라도 예외적인 케이스라 그 자신도 책에서 여자들이 생식기 근처가 아픔에도 불구하고 수치심때문에 남자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없어 안타깝다는 말을 하더라고요.

    제가 좀 더 도교를 알았으면 할 때가 있습니다. 완벽한 비교는 안 되겠지만 충분히 재밌는 비교가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제가 도교를 너무 몰른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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