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넌 생리 몇 살 때부터 했니? by mori

돌직구 질문이지만 여전히 중세 의학서인 트로툴라(Trotula of Saliano, 11-12세기의 책에 대한 포스팅입니다. 참고로 저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시작했고 중간에 안 하다가 5학년 때 다시 시작했죠. 여자애들은 생리 시작하면 키가 더 이상 안 자란다는 속설이 있는데 과학적으로 검증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는 4학년 이후로 전혀 안 자랐다는;; 생리양도 무지막지하게 많아서 4학년 수업시간에 생리가 다 새버리는 바람에 의자도 피투성이가 되고 바지도 피투성이가 되어서 , 의자는 친구들 몰래 닦아내고 바지는 가디건을 허리에 둘러서 가리고 나머지 수업을 들었던 아픈 추억이 있다는;; 게다가 반장이 나 허리에 가디건 두른 거 보고, 이제 너도 멋내고 다니냐고 칭찬(?)을 해서 뭔가 억울했던 아픈 추억;; 내 또래의 친구들보다 더 일찍 생리를 시작했기에, 주변에 말할 데가 없었던;;

어쨌든.

오늘의 트로툴라 부분에서는 여성이 왜 월경을 하는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요약하자면, 남자는 힘이 세서 일도 열심히 하는 데다가 몸이 원래 열이 많아서 땀을 열심히 흘려서 몸 속의 안좋은 액체를 배출할 수 있다. 하지만 여자는 몸도 약하고 몸이 차기 때문에 남자처럼 땀을 낼 수는 없고 그래서 월경을 해서 피를 배출시키는 거다. 이건 남자가 몽정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호호호... 어디 자료였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원시(?)사회에 대한 어느 인류학 자료에서는 여성은 월경이라도 하는데 남성은 안하니까 땀이라도 빼야한다고 설명한 걸 본 것 같다. 


트로툴라의 15세기 판본. 출처는 여기. http://www.medievalists.net/2011/01/31/exhuming-trotula-sapiens-matrona-of-salerno-2/trotula_de_ornatu_mulierum_15th_century/ 사실 오늘 올리는 포스팅에 관련된 부분은 아니고, 예전에 포스팅으로 올린 적이 있었던 올렸던 중세 화장법을 다루고 있는 부분이라고. 




라틴어 원문은 모니카 그린Monica Green의 책을 참고했으며 오역은 다 다 다 제 탓입니다. <여성의 질병에 대한 책> 그 세번째 단락.아 자꾸 문법 틀린 게 나와서 힘들어;; 이럴 때마다 중세 라틴어 텍스트란, 라틴어 잘 모르는 사람들이 라틴어로 써놓은 것이라고 정의하던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Quoniam igitur in mulieribus non tantus habundat calor ut prauos humores et superfluos qui in eis sunt sufficiat desiccare, nec tantum laborem ualeat earum debilitas tolerare ut per sudorem ualeat ad exteriora expellere nature sicut in uiris, propter hoc ad caloris ipsarum pauperiem temperandam quandam purgationem precipuam eis destinauit natura, scilicet mentrua, que uulgus appellat flores, quia sicut arbores non afferunt sine floribus fructus, sic mulieres sine suis floribus sue conceptionis officio defraudantur. Huiusmodi autem purgatio contingit mulieribus, sicut uiris de nocte accidit pollutio. Semper enim natura grauata a quibusdam humoribus, siue in uiris, siue in mulieribus, iugum suum nititur expellere uel deponere et laborem minuere. 

따라서 여자들에게는 (남성들 같이 풍부한) 열기가 없기 때문에 몸 안에 있는 나쁜 체액과 과대한 체액을 말려버릴 수가 없다. 또한 여자들은 몸이 약하기 때문에 힘든 노동을 견딜수도 없어서 남자들이 그러는 것처럼 선천적으로 땀을 몸 밖으로 배출시킬 수도 없다. 이것때문에 자연은 여자들에게 특별한 세척법purgation을 마련해줘서 부족한 열기를 보완하게 했으니, 그게 바로 월경이다. 평민들은 월경을 꽃이라고 부르는데, 나무가 꽃 없이는 열매를 맺을 수 없는 것처럼 여성들도 그들에게 꽃, 즉 월경이 없으면 아이를 가지는 의무를 박탈당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성이 월경을 하는 것은 남성이 밤에 몽정을 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다. 왜냐하면 자연적으로 남자든 여자든지간에 어떤 체액이 차오르게 되면 그 몸은 그 체액을 방출시키든지, 밭을 가는 것(성행위?)을 잠시 제쳐놓고, 일을 줄이던지 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Contingit autem a mulieribus hec purgatio circa .xiii. annum, uel paulo cicius uel paulo tartius, secundum quod in eis habundat magis uel manius caliditas uel frigiditas. Durat autem usque ad .l. annum si macra est, quandoque usque ad .lx. uel .;xv. si est humida. In mediocriter pinguibus usque ad .xxxv. Si autem debito tempore et ordine competenti contigerit huiusmodi purgatio, expedit se competenter natura a superfluis humoribus. Si autem plus uel minus exierint quam debeant, plures egritudines inde emergunt, quia inde moniratur appetitus tam civi quam potus, quandoque fit uimitus, et quandoque appetunt terram, carbones, cretam et simila.

이러한 월경은 여성이 13세 정도일때 시작한다. 물론 여성이 얼마나 열기나 냉기를 더 많이 혹은 더 적게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좀 더 빠르거나 늦게 발생할 수 있다. 만약 그 여성이 마른 편이라면 50세까지 월경을 할 것이다. 특정한 체액이 몸에 많은 여성들은 60세, 혹은 65세까지도 훨경을 한다. 만약 그 여성이 좀 통통하다면 35세까지 월경을 할 것이다. 만약 여성이 이런 방식으로 월경을 제 때에 정기적으로 한다면, 자연은 적절하게 과다한 체액을 배출해버릴 수 있다. 하지만 만약에 여성이 정해진 것보다 더 많이 혹은 더 적게 체액을 배출시킨다면 그 여성에게 많은 질병이 있을 수 있다. 사람이 음식이나 마실 것에 대한 입맛이 없어지면 가끔 구역질도 하고 어떨 때는 흙이나 석탄, 석회질과 비슷한 것들을 갈구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마지막 문장은 솔직히 좀 자신이 없다. 왜 갑자기 입맛 얘기가 나오지? 그냥 추측으로는 사람들이 입맛을 잃어서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으면 몸에서는 어쨌든 특정한 영양분을 갈구하기 때문에 땅을 파먹...음...? 어쨌든 몸은 체액을 일정하게 균형잡히게 하고 싶어하니까 몸에 체액이 많은 여성은 더 오래 생리를 하고, 체액이 좀 덜하면 더 빨리 생리를 끝내고. 근데 웬지 살집이 더 있는 사람이 생리를 더할 것 같은데... 아니다 살집이 더 있으면 몸이 더 차다고 봤을 가능성이 있다. 아 복잡해...

이 부분을 번역하며 지도교수가 자기 딸 얘기를 했다. 딸 하나는 엄청 생리를 일찍 시작했는데 다른 딸은 생리를 엄청 늦게했다고. 그리고 PMS의 심한 정도도 딸 둘이 서로 다르다고. 엄마로 딸들에게 생리에 대해 가르친다는 게 녹록치 않을 것 같다. 

내 경험을 떠올려보자면... 사춘기 직전에 엄마가 나에게 2차성징과 관련된 교육 만화책을 하나 주셨다. 뭐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엄마가 다른 청소년들에게는 직접 성교육을 시키고 다녔다는 걸 감안하면, 엄마가 나에게는 간접적으로 교육을 시킨 편. 역시 엄마 입장에서 딸을 가르치는 게 쉽지가 않았을 거라고 추측한다. 

내 초등학교때의 성교육은 사실 좀 불쾌했던 기억이 많다. 여자들만 따로 체육관에 모아놓고 성교육을 시켰는데, 강사는 계속 생리하는 걸 들키는 게 매우 창피한 일이라고 강조했고 이에 영향받은 나는 자꾸 생리가 샐 때마다 곤란함과 더불어 묘한 수치심까지 느끼곤 했지. 옷에 음식물이 묻어서 더러워진 채로 돌아다니는 것과는 다른 무언가의 수치심. 가임기의 여성이라는 걸 드러내고, 얼마 후에는 가임기에 들어가며, 임신 가능성이 있고, 성적으로 활발한 것을 드러내는 것에 대한 수치심이랄까? 거기에 여자가 칠칠치못하게 자기 관리도 못하고 자기 생리하는 거 동네방네 떠들고 다닌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까지.

이러한 감정은 대학교에 오고 여자선배들이 일부러 생리대를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엠티를 갈 때 공식적으로 생리대를 들고가는 걸 목격한 후에도 얼마동안 계속되었다. 뭐 남들이 보면 유난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되도록 생리를 해서 아프면 생리를 해서 아프다고 당당하게 말하려고 노력하고 생리대 들고가는 것도 일부러 숨기지 않으려고 했던 때가 있다. 지금은 뭐 생리대 검은 봉지에 들고오는 게 더 편하고 생리 중이어도 굳이 말할 필요는 못 느끼지만, 이건 내가 어느 정도의 시간동안 생리로 인한 수치심을 극복하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했던 때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워 아직 완벽하게 극복한 건 아니지만. 예전에 연대에서 열렸던 월경 축제(이름이 기억이 안나네)에도 갔던 게 기억난다. 종묘에 생리대를 전시해서 할아부지들과 부딪혔던 여성단체의 퍼포먼스도 기억이 나고. 

갑자기 왜 이렇게 진지해졌냐;; 

아 그리고 지도교수랑 신기해했던 게, 웬지 옛날에는 폐경, 아니 완경(맞나?)이 웬지 더 빨리 왔을 것 같은데 트로툴라는 스스럼없이 보통 50세까지 한다고 평균을 낸 거였다. 게다가 마른 여성이면 65세까지도 한다고;; 내 추측은 그 당시에는 많은 여성들이 어렸을 때, 출산 중에, 출산 하고나서 죽었으므로 튼튼한(?) 여성들만 살아남아 그렇게 오랫동안 생리를 했던 게 아닌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해본다.

다음 포스팅은 월경에 문제가 있을 때 여성이 겪게되는 증상과 그 원인. 치료법까지는 다룰지 잘 모르겠다. 월경을 제대로 안 하면 피를 그냥 뽑던데요. 내가 한국에서는 한의원에서 피도 뽑는다고 하니 교수가 겁에 질렸다;; 그렇게 많이는 안 뽑는데;; 





덧글

  • Esperos 2013/07/07 13:47 # 답글

    한의원에서 피 뽑는 정도야 옛날 서양에서 하던 사혈과 비교하면 양반이죠 (____) 여동생이 해준 이야기인데, 친구들까리 길거리를 가는데 개중 한 명이 갑자기 멈추더니 "젤리 나와, 젤리!"하더라나요. 이 이야기를 듣고 며칠간 머릿속에서 '젤리 나와!'하는 말이 사라지질 않더군요 (____)

    월경을 이식증과 연관지었네요. 흙이나 기타 못 먹을 음식을 조금씩 먹는 이식증은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데, 몇몇 학자들은 이식증 중 흙을 먹는 이식증은 병을 낫기 위해 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명나라 만력제도 궁녀들 월경혈로 약 만들려고 했지만, 우리나라에도 납설수(납일臘日에 내린 비, 혹은 눈을 녹인 물)에 처녀의 첫 월경혈 등을 섞어 약으로 만든다는 이야기가 있으니, 동양이나 서양이나 월경을 어떻게 보든 뭔가 특별한 힘이 있는 것으로 본 것은 틀림없나 봅니다. ^^;;
  • mori 2013/07/07 22:20 #

    ㅋㅋ 젤리! 저는 "뜨거운 굴"! ㅋㅋㅋ

    저걸 이식증이라고 하는군요. 아무래도 흙 속에 있는 영양분을 섭취하기 위한 것이었을까요? 어쨌든 트로툴라는 저 행동도 병을 낫게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보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저는 월경혈의 부정적인(?) 힘에 관심이 있었는데 특히 기억에 남는건 고우영 화백의 <열국지>에서 포사의 탄생비화를 그린 거였어요. 용의 눌러붙은 침을 없애기 위해, 더러운 것엔 더러운 것으로 맞선다는 원리로 월경 중에 있던 궁녀 300명을 나체로 불렀다는 이야기;; 약으로 쓰인 사례에 대해서도 좀 더 알고 싶군요!
  • 히요 2013/07/07 16:32 # 답글

    영양상태가 충분하지 않으면 생리를 건너뛰니 옛날 사람들이 생리를 드문드문 해서 나이들어서까지 오래 한 게 아닐지요.
  • mori 2013/07/07 22:24 #

    그럴 가능성도 있군요! 영양상태가 안 좋으면 생리를 거르니까요! 다만 라틴어의 월경도 "(한)달"에서 유래했고 뒤에도 여성들이 월경을 한 달마다 한다는 설명이 있던데 이건 트로툴라가 이상적인 케이스로 얘기를 한 것인지;; 궁금하네요.
  • 레몬향기 2013/07/07 23:38 # 답글

    초경 후에 키가 자라지 않는다는건 개인차가 있는것 같아요
    전 초경후에도 10센치쯤 자랐거든요
  • mori 2013/07/08 01:40 #

    앗 그렇군요! 개인차가 있는 것일까요. 개인적으로 매우 부럽습니다. 전 학년이 올라갈수록 점점 앞자리에 앉게 되었지요. ㅠㅠ
  • pmouse 2013/07/07 23:48 # 답글

    으음.. 혹시 아이를 많이 낳아서 월경을 오래 했다든지...? 할 수도 있을까요?
    (임신한 동안에는 월경을 하지 않으니까요. 그만큼 생리 하는 기간이 미루어지는 것 같더군요...)

    아 그리고 저도 초경 후에 키 안자란 사람입니다.. ㅠㅠ 저도 4학년 말에 시작했어요. 그때 키에서 한... 5센티 자랐나...-.-;; 싶군요. 그래도 160을 맞췄다는 데에 어머니께 감사를...(???)
  • mori 2013/07/08 01:43 #

    아 정말 그럴수도 있겠네요! 게다가 모유수유하는 동안까지도 생리를 안한단 얘기를 들었는데 그 기간까지 포함하면 아이 한 명당 꽤 오랜 시간을 생리를 쉬는 셈이네요.

    그나저나 저도 160을 겨우 맞췄... 온 가족이 160~165 사이입니다. 또르르...
  • 松下吹笙 2013/07/25 23:12 # 답글

    음 생리를 하다가 안하고 다시 할 수도 있군요. 그나 저나 성교육 강사분은 오히려 성교육을 안하느니 만도 못한 분이군요.
  • mori 2013/07/28 05:55 #

    네 저만 그런진 모르겠는데 어떤 메카니즘으로 그렇게 되는지 모르겠어요! 요즘엔 성교육이 좀 나아졌길 빕니다. 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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