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쑥이 여자한테 그렇게 좋다며? by mori

계속되는 트로툴라(Trotula of Saliano, 11-12세기)의 부인병 의학서. 중세 유럽에도 부인병 치료를 위해 쑥을 먹었답니다! 사실 한국에서 자란 나야 쑥이 여자한테 좋다는 것이야 풍문으로 들어 알고 있었고, 쑥을 정제한 알약을 복용도 해보았다. 따라서 중세 의학서에 쑥이 갑자기 나와도, 아 뭐 얘네도 쑥 좋은 거 알았나보네. 근데 왜 미쿡에선 여성들을 위한 쑥 정제는 안 팔지 그냥 이 정도로 생각했다. 근데 지도교수는 쑥이 그런 데 쓰이는 지 몰랐다고. ㅡㅡ 쑥 쓴다는 얘기 처음 들어봤다고. 그래서 내가 한국에서는 쑥도 쓰고, 쑥으로 훈연법(베이컨???)...이 아니라 좌훈법도 인기가 많다고 하니 엄청 놀라더라고. 한국 얘기 계속 물어본다. ㅡㅡ;;; 근데 나도 쑥 훈연법은 찜질방 갔을 때에 홀낏홀낏 봤지, 가난한 학생이 그런 영화(?)를 누릴 수는 없었기에 생생한 체험담을 들려줄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한편, 나는 쑥artemisia가 그리스-로마 신화의 여신인 아르테미스Artemis의 이름에서 연유했는지를 처음 알았다. 아르테미스는 처녀들, 동정자를 위한 신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출산을 돕는 신이기도 하니, 쑥이 부인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과 이어진다고 볼 수 있겠다. 이름까지 저렇게 지었으면, 적어도 갈렌 등 고대 의사들에게는 부인병 치료제로 친숙했을 듯.

기원전 4세기 경 항아리에 그려진 아르테미스. 근데 그녀는 사냥개의 수호신이기도 한데 왜 개로 보이는 왼쪽 동물은 목을 비트는 것으로 보이지. 내가 비뚤어진건가. 이미지 출처는 이 곳. http://www.timelessmyths.com/classical/gallery/artemis.jpg 아르테미스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되어있다. 어렸을 때 그리스로마 신화를 읽었을 때 내가 제일 좋아했던 여신이 아르테미스였다. 

그나저나 이미지를 찾다가 재밌는 싸이트를 하나 발견했는데, 그리스-로마 신들을 소개하고 그들에게 페이팔을 통해 헌금(?)을 할 수 있게 한 데가 있더라. 허허. 아르테미스에게 헌금하고 싶으신 분들은 클릭. http://guildofolympus.org/TempleofArtemis.html



트로툴라의 <여성의 병에 대한 책Liber de Sinthomatibus Mulierum> 중에서 <월경이 나오지 않을 때De retentione menstruorum> 챕터, 그 중에서도 후반부. 13문단부터 18문단까지. 이 장에 소개된 것으로 봐서는 쑥이 여자가 생리를 하지 못할 때 쓰였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른 장에서도 나오니 쑥은 부인병에 두루두루 널리 쓰인 듯. 또또또 강조하지만 오역은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Galyenus sic docet: arthemisia trita cum uino et potata multum ualet, uel in uino cocta iuuat si bibatur nepita uel in ipso balneo coquatur. Vel uiridis trita ligetur super uentrem uel sub umbilico uel super umbilicum, uel in olla decoquaturet mulier superponat sellam perforatam et desuper sedeat cooperta undique et per calamum fumus exeat, ut fumus intus receptus per calamum penetret ad matricem.

갈렌(Galen, 129-200?)은 다음과 같이 가르친 바 있다. 쑥을 갈아서 와인과 함께 섭취하면 크게 효과가 있다. 혹은 캣닙catnip을 와인에 넣고 익혀서 마시게 하거나, 목욕하는 중에 물에 풀어 덥히면 좋다. 혹은 이 풀을 갈아서 배/자궁 위에 올려놓거나, 배꼽 아래 혹은 위에 올려놓아도 좋다. 혹은 그 약초를 단지에 넣어 열을 가하고ㅡ 그 단지를 구멍 뚤린 의자 아래 놓은 후 그 여성을 의자에 앉힌다. 그리고 그 여성을 (천 등으로) 다 덮어놓고 갈대로 그 연기가 빠져나오게 한다. 그리고 그 여성의 자궁에 갈대를 꽂아놓으면 그 연기가 갈대를 통해 그 여성의 몸 안에 들어가게 된다.


Valet etiam arthimesia cum hiis herbis admixta: tapsia, siseleos, saluia, origanum, ciminum, ameos, sauina, mellissa, mulgium, anetum, betonica, anisum, satureia, leuisticum, aut omnes aut quedam decoquantur in aqua, et impleatur sacculus unus lana minutissime carpinata ut sit in modum puluinaris, et intingatur in illa aqua, et calida uentri apponatur. Hoc fiat frquenter.

심지어 쑥을 다음의 허브들과 섞는다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탑시아Thapsia, 써마운튼surmountain, 세이지sage, 오레가노oregano, 애기회향cumin, 독미나리cowbane, 사비나향나무savina, 향유balm, 페니로얄 박하pennyroyal, 딜dill, 베토니betony, 아니스anise, 섬머사보리summer savory, 러비지lovage를 모두 섞어 쓰거나 어느 하나만 단독으로 물에 끓인 후 곱게 짜인 방모사를 쿠션처럼 채운 주머니에 답군다. 그리고 따뜻한 상태로 배 위에 올린다. 이 과정을 여러번 반복하면 된다.


Item morsus galline in testa coctus et superpositus menstrua prouocat.

또한 별꽃chickweed을 도기에 넣고 열을 가한 후 배 위에 올려놓으면 월경을 할 수 있다.


Item puluis optimus ad prouocandum menstrua: recipe flammule, cicute, castorei, arthimesie, centonice, mirre, centauree, caluie ana, fiat puluis, et detur drachmam .i. cum aqua ubi decoquantur sauina, mirra, et in balneo bibat et detur una uice scrupulum .i.

또한 월경을 하게 하는데 좋은 가루들은 다음과 같다. 그 여성이 노란색 아이리스yellow flag,  헴록hemlock, 해리향castoreum, 쑥, 몰약, 붉은 센토리coomon centaury, 세이지가 있다. 이 약초들을 갈아서 한 드램dram을 사비나향나무와 몰약을 넣고 끓인 물에 넣어 여성이 목욕 중에 마시게 한다. 그리고 미량의 가루를 그 여성이 복용하도록 해라.


Si autem matrix indurauerit adeo ut hiis adiutoriis non possint educi mentrua, accipe fel tauri uel aliud fel uel puluerem nitri et cum succo apii uel ysopi misceantur et intingatur ibi lana carpinata, et post primatur ut sit dura et rigida et longa ut in uulua possit inmitti, et intromittatur.

하지만 만약 자궁이 너무 딱딱해져서 위의 처방들이 여전히 월경을 하도록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숫소의 담즙, 혹은 다른 동물의 담즙이나 소다석의 가루를 파슬리즙 혹은 우슬초즙과 함께 마시도록 해라. 그리고 방모사에 답구고 눌러서 빳빳하고 딱딱하고 길게 만들어 질에 넣을 수 있도록 만들고 집어 넣는다.


Vel fiat aliud pessarium in modum uirge uirilis, et sit concauum, ibique inponatur medicina et iniciatur. 

혹은 속이 비어있는 페사리를 남성의 거시기(막대기)처럼 (질에) 집어넣고 거기에 약재를 안에 넣어 놓을 수 있다.



무식한 저는 페사리가 뭔지 찾아봤습니다;; 자궁 안에 넣는 것인데 자궁탈출증이 있는 환자에게 쓰이거나 피임기구로 쓰인다고. 심지어 옛날에는 임신중절을 하는 데에도 쓰였다고 한다.

혹시 저처럼 모르시는 분이 있을가봐 참고사진 첨부. 출처는 이 곳, http://www.urologyassociatespc.com/pessary.shtml 페사리가 무엇이며 어떻게 사용하는 지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도 되어있다.

일단 웃긴 것은 마지막 문단에서 남자의 중요부위를 우회적으로 돌려서 표현한다는 것이 "uirge uirilis", 직역하면 남자의 막대기인게 ㅋㅋㅋㅋㅋ 교수랑 번역하면서 크게 웃었음 ㅋㅋㅋㅋㅋㅋ 막대기는 막대기라며 ㅋㅋㅋㅋㅋㅋ

허브 이름이 많이 나오는데 번역하기 어려워서 일단은 영역에 거의 의존했다.

어쨌든 쑥 좌훈법이 중세 유럽에 있었다는 게 난 신기했고, 지도교수는 쑥 좌훈법이 현재 한국에서 쓰인다는 법에 놀라고. ㅎㅎ 다만 지도교수는 자기 친구가 출산 후에 허브를 욕조에 풀고 몸을 담그고 있던 적이 있었다고 했다.


반도의 흔한 좌훈법. 사진은 흔하게 있었는데 거진 다 블로그에 있어서 올려도 되나 싶다. 다만 이 사진의 출처는 찜질방에서 홍보차 만든 블로그에 있는 사진이니 사용해도 되겠다는 안일한 생각. 문제시 삭제하겠습니다. http://blog.naver.com/todamspa?Redirect=Log&logNo=110135306184 나도 저거 해보고 싶다. 근데 위생관리 잘 된 곳에서 해야할 듯. 생리통만 좀 줄일 수 있다면 뭐든지 하겠습니다. 

논문을 다 쓰고 졸업을 하게된다면 지도교수에게 쑥 좌훈기라도 선물해야겠다. 남성한테도 좋다니 남편분과 함께 사용하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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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ori : 피임과 월경불순의 경계 - 쑥은 아르테미스의 축복? 2017-04-02 11:34:57 #

    ... 참 희안하다-_- 한국에서야 쑥이 부인병질환(부인병이라는 것도 또 뭐야-_-)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고 이게 비단 옛날뿐만 요즘도 잘 쓰이는 약초이다(예전 포스팅 참조), 서양에서는 현대에는 쑥을 별로 쓰지 않는 것 같지만 중세 혹은 고대 의학서에서는 쑥이 월경 불순 뿐만 아니라 피임 혹은 낙태에 도움을 주는 식물로 ... more

덧글

  • 11 2013/07/15 14:11 # 삭제 답글

    ㅎㅎ 옛날 이집트에선 악어똥으로 만든 pessary로 여성용 피임기구로 사용했다고 하더라구요
  • mori 2013/07/15 22:34 #

    악어똥이라 ㅋㅋㅋㅋ 웬지 좀 거시기한데요? ㅎㅎㅎㅎ 근데 역사가 그렇게 오래 되다니!
  • Esperos 2013/07/15 14:38 # 답글

    아르테미스가 왼손으로 잡고 있는 동물은 일반 사냥개가 아니라 들개화된 사냥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니면 화가가 맹수를 잡았다고 표현하려고 사냥개를 모델로 적당히 그렸던가요 ^^;;; "표범, 멧돼지만 맹수란 법 없잖아?"라는 느낌으로요.

    그리스에서 옛 올림포스 신들에 대한 신앙을 주장하는 재구주의자들이 나타난 줄은 이미 잘 알고 있었는데, 어중간한 것들이 천조에도 나타났군요. 제가 종교복고주의라고 불러볼까 하고 번역어를 고려 중인 neo-paganism 중 가장 재미난 부류지요. 제가 봤던 재구주의자들 중 가장 징한 부류는 고대 셈족 신앙을 부활시키겠다는 쪽이었습니다. 아 글세 고고학자들이 발굴한 고대 셈족 제례문을 기도문으로 활용하는 거 보고 "덕중지왕은 양덕"이라는 명언을 새삼 떠올렸지요.


    우리나라는 아직 한의학 전통 때문에 이래저래 약초를 많이 쓰는 편이라 아직도 쑥에 대한 민간처방이 전승돼 오는 거 아닌가 싶네요. 미리견에서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구나......
  • mori 2013/07/15 22:38 #

    종고복고주의 괜찮네요. 뭔가 여기에선, 우리 신 짜응은 이렇지 않았어! 인류의 황금시대를 다시 재건하겠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진 애들이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그게 단순히 뭐 전통을 살리는 게 아니라 옷, 기도문, 뭐 의례 세세하게 하나하나 복원하려고 애쓰는 걸 보면 하아... 역시 덕중의 덕은 양덕!

    미쿡에서도 사람들이 약초 같은 건 좀 써보려고 하는 것 같은데 이게 히피 문화, 웰빙 열풍 때문에 새롭게 부각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서양은 근대로 넘어오면서 의사의 역할이 전문화되고 배타적이 되면서 약초 이런 건 깡그리 무시당한 것 같아서 잊혀졌던 것일까요? 아니면 여성들 경우는 마녀사냥으로 많이 죽어서? ㅡㅡ??
  • 2013/07/15 17:26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7/15 22:40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행인 2013/07/15 21:14 # 삭제 답글

    몇 년 전 저희 조카가 태어날 때 어머니께서 쑥을 구해다 달여 누나도 씼기고, 아기도 목욕시키고 그러시더군요. 병원에서 어련히 알아서 할까 걍 내비두지 뭘 이런걸 다 준비하냐고, 촌할머니 티내냐고 했다가 사정없이 옆구리 꼬집혔죠ㅋㅋㅋ

    그러고보니 어릴때 산으로 들로 뛰어놀다 다치면 쑥 찧어서 상처난데 붙이고 다녔던 기억이 나네요. 일단 흙먼지 털어내고 쑥 찧은거 붙이면 왜 그리 쓰라리던지... 집에 가서 수돗물로 상처 박박 미는게 오히려 덜 아팠죠. 그땐 참 인내심이 좋았던거 같아요. 요샌 다치면 소독할때 온갖 오두방정을 다 떨게되는데ㅋㅋㅋ
    풀독 올랐을때도 쑥이랑 이런저런 약초 달인 물로 목욕했었죠. 물론 매번 도망가다 잡혀 몇 대 쥐어맞고 때수건으로 박박 밀리는 신세였지만 말이죠. 안그래도 따가운데 얼마나 아프던지...
    군대 가서도 상처가 열흘이 넘어도 지혈조차 되지 않아 일단 지혈이나 하고보자는 생각에 쑥 뜯어다 붙여보기도 했었죠. 결과적으론 뻘짓이었지만. 한 달간 지혈도 안되던게 휴가가서 단 5일만에 완벽하게 아물어 버리는거 보고 아, 역시 군바리는 할 짓이 못 되는구나 했죠.


    개인적으론 쑥을 싫어해 쑥떡조차 안먹는데 어느날 문득 어머니가 용돈벌이라며 놀려둔 땅에 쑥을 재배하겠다는 선언에 끌려가서 한동안 밭갈고, 쑥 캐는 무임금 노동을 했다는 암울한 사연이 벌써 제작년 일이네요(...) 용돈이라도 좀 주던가. 쳇쳇쳇...
  • mori 2013/07/15 22:43 #

    쑥과 관련해 따가운 추억(?)이 많으시군요. ㅋㅋㅋ 뭔가 위키피디아에서 쑥 찾아보다가 다양한 효능이 있어서 깜놀! 어머니의 지혜가 있어서 가족분들이 도움을 많이 받으셨다니 부럽습니다. 물론 무임금 노동에는 무한애도를 표합니...

    저도 어렸을 때 할머니에게 이끌려? 붙잡혀? 동네 야산에 가서 쑥을 캤던 게 생각나네요. 뭐 열심히 일한 건 아니고 그냥 이상한 풀 뜯고(???) 놀았던 것 같애요. 저도 쑥은 싫어해서 개떡(개떡에 쑥 들어가는 거 맞나요?)도 안 먹는데, 건강에 좋다니 알약으로 된 건 먹었죠. 쑥물로 목욕하면 좋다니 그건 해보고 싶군요!!
  • Esperos 2013/07/15 23:13 #

    군대라니까 생각나는데 저는 군에서 5분 대기조로 있던 동안 더위를 먹었죠. 미치겠더군요. 예전에 부모님이 면회 오셨을 때 부대 영내에 익모초가 자라더라고 하셨던 말씀이 생각나서 집에 전화를 걸었죠. 익모초 익모초 이름은 아는데 생김새를 모르니까 설명해달라고요. 그런데 전화상으론 아무리 설명을 들어도 모르겠더군요.

    결국 익모초 대신 부대 안에 있던 소나무 잎을 따서 먹었죠, 며칠 동안. 전설에 도인들이 솔잎 먹고 지내다가 신선 됐다는 이야기도 있으니까 솔잎을 먹어도 죽진 않겠지 - 라고 시험해봤는데, 먹긴 힘들지만 효과는 충분하더군요. (____)
  • mori 2013/07/16 00:00 #

    허...헐 ㅠㅠㅠㅠㅠ 군대에서의 고생이란 정말 엄청난 것이군요. ㅠㅠㅠㅠㅠㅠ 익모초인지 알기 위해 부모님과 통화할때의 그 기분이란 ㅜㅜㅜㅜ 솔잎이라니 ㅠㅠㅠㅠ 애도를...
  • 2013/07/16 11:5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7/16 13:0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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