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여름잡담 by mori

교수와 논문과 논자시에 대해 한참 얘기했다. 녹음을 해놓긴 했는데, 내 기말페이퍼들을 엄청 신랄하게 비판한 게 대부분이라 다시 들을 용기가 날 지는 모르겠네요 허허허허. 하지만 어쨌든 난 교수가 챙겨줘서 고맙다. 내가 입학해서 여태까지 쓴 기말페이퍼도 열심히 읽어봐주고. 물론 제목을 보내기는 했지만, 교수가 자주 까먹기는 해도 글을 쓰는데 있어서는 엄청 깐깐한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이게 나에게 독이 될 수도 있지만, 일단 나도 교수의 기대치를 조금이나마 맞춘다는 걸 목표로 하고 열심히 해야겠다.

내 기말페이퍼 중에서 교수가 제일 마음에 들었다고 한 것은, 의외로 시에나의 가타리나Catherine of Sienna에 대해 쓴 거였다. 나는 가타리나의 편지를 분석해서 어떻게 그녀가 자기가 여자인 것과 여자가 아닌 것, 즉 금욕수행자로서 여자를 극복한 모습을 적절히 혼용하여 자신의 권위를 유리하게 이끌어냈는지에 대해 쓰...고 싶었지. 결과는 망했지. 편지가 엄청 많았지. 그래서 난 이 페이퍼가, "시도는 좋았으나 실패한 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교수는 이게 좋다고 하니 여러가지로 복잡한 마음이 든다. ㅡㅡ;;; 교수는 내가 이 페이퍼에서 문헌을 비교적 열심히 고증했기 때문에, 혹은 현대 이론에 전염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마음에 든다고 했다.

다른 페이퍼들은 아무래도 수업과 연결시켜 써야하다보니 자연스레 현대 이론들을 접목시킬 수밖에 없었는데, 교수는 이게 마음에 안 드는 것 같다. 지나친 일반화 같단다. 특히 라깡의 섹슈얼리티와 연결시킨 것은 특히 싫어했다. 허허허... 지도교수는 내가 medievalist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나도 내가 그랬으면 좋겠다. 어쨌든 현대 이론보다는 일단 중세의 특정 역사를 더욱 열심히 파고들 필요가 있다는 데에는 동의를 했다. 그러다보니 아무래도 논자시 목록도, 내가 전반적인 중세 신학과 문헌을 익히는 데 중점을 두게 될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은 아가서The Song of the Songs의 중세 주석서를 보고 있지요...

영국과 프랑스에 가기 전에 조금이라도 문헌학 준비를 해야하는데 할 것은 많고 마음은 급하고 몸은 안 따라주노라... 프랑스에서 하루 운전을 해서 몽솅미셸에 가려고 했는데 엄마가 결사반대를 하고 있다;; 수도원에 가다가 죽으면 천국에 가나요;; 농담은 하면 안 될 것이 나만 죽는 게 아니야;; 동행자들의 인생도 걸려있는 문제이니 돈이 더 들더라도 운전은 안 하는 방향으로;;

지난주 일요일에 교회에 갔는데 설교가 특히 좋았다. 여자인 목사님이 설교를 했는데, 우리의 삶은 불완전incomplete하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이런 내용. 예수도 결국 뜻을 이루는 도중에 죽은 것이고, 그걸 우리가 이어받아서 그 삶을 완성하듯이, 우리의 삶도 완성된 게 아니고 누가 그것을 이어받아 할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불만은, 미국의 독립기념일을 염두에 둔 설교였는데 왜 학살당한 미국 원주민들 이야기는 안하나. 괜찮았던 것은 현대 다인종, 다문화의 미국의 현재 상태를 긍정적으로 보았다는 것. 최근에 이 교회에 새로 온 두 목사가 각각 중국계(추정), 인도계인 것도 나름 뿌듯하다. 물론 난 그들에게 아무 말을 걸지 않지만, 멀리서 보기만 해도 좋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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