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라마단 단상 by mori

일단 저는 무슬림 신자가 아니고 이슬람을 거의 공부한 적도 없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밝힙니다. 저는 그냥 무슬림 친구가 있을 뿐이고, 종교 안에서 이루어지는 단식이라는 주제가 저의 관심사와 겹치기 때문에 몇 자 적는다(왜 갑자기 반말이냐!). 그냥 흔한 현대 무슬림 터키 친구를 관찰한 한국인 유학생이 발견한 몇 가지 간단한 사실.

 
나는 많은 이슬람 문화권이 태양력이 아닌  태음력을 쓰는 지도 몰랐;; 물론 이란 등 몇몇 국가는 태양력을 쓴다고 합니다. 위 그림의 출처는 http://horseedmedia.net/2013/07/08/maalinta-arbacada-oo-noqon-doonta-1da-bisha-ramadan/ 각국의 라마단 정보가 간단하게 소개되어 있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역시나 내 터키 친구 덕분. 소개를 잠깐 하자면. 내 친구 R은 종교학을 공부하고 있고, 전공은 이슬람이며 수니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슬람 고등학교를 들어가게 되면서 자연스레 대학교에서 종교학(여기서는 아마 이슬람학이라고 해도 무방할 듯)을 선택하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신앙을 갖게 되면서 히잡도 자발적으로 쓰게 되었다고. 예전엔 여자축구도 했었는데 베일을 쓰면서부터 못하게 되었노라 좀 아쉬워하더라. 내 주변 터키 여자애들 중에서 베일 쓴 애는 사실 이 친구밖에 없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정보는 얘한테서 나왔고, 또 얘가 터키 문화센터에 데려갔는데 프레젠테이션으로 배운 바, 이 글의 근거가 되는 문헌은 없습니다. ㅡㅡ;; 귀동냥임.

라마단은 이슬람력으로 아홉번째 달이며 무슬림들이 새벽부터 해질녘까지 금식을 하는 시기이다. 이 금식은 무슬림들이 지켜야하는 다섯가지 의무 중 하나.

내 친구는 7월 8일인가부터 라마단에 들어갔고 해가 떠 있는 시간에는 물도 음식도 먹지 않는다. 내 친구는 낮에 외출도 삼가던데, 이것은 여기 날씨가 더워서 밖에 나오면 목이 너무 마를까봐 그런 거라고. 그리고 음식 냄새 맡으면 괴로울 듯;; 그래서 한 번은 낮에 친구집에 놀러가서 같이 영화를 봤는데 나랑 미국애에겐 과일이랑 과자랑 쥬스 다 내주고 자기는 다 안 마시더라. 

해가 떠 있는 시간은 임의적으로 자기가 정하는 게 아니고 지역에 따라 정해지는데 금식하는 시간의 길이도 다르다고. 예를 들어, 적도에 가까운 나라이면 낮이 길어서 그런지 금식하는 시간이 길고, 계절이 여름인 나라가 겨울인 나라보다 길고. 즉, 현재로 보면 남반구에 있는 국가는 겨울이기 때문에 금식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짧다고 (이 얘기를 듣고 터키 친구들이 부러워했다 ㅋㅋㅋ).

라마단 기간에 금식이 필수이긴 하지만 금식을 하지 않아도 되는 예외적인 케이스가 있기 마련. 아이들과 불치병을 앓고 있는 사람, 나이가 많아 약한 사람,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제외. 한편, 일시적으로 금식을 실행하기 어려운 여행자, 월경 중인 여자, 일시적으로 아픈 사람, 임신 중인 여자는 라마단 기간엔 금식을 하지 않으며 다만 나중에 보충적으로 금식을 하면 된다고 한다. 즉, 월경 중인 여자는 라마단 기간에 금식을 하지 않아도 된다. 내 친구는 얼마 전까지 월경 중이었는데 금식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학교도 나오고 나랑 차도 마셨다. 물론 나중에 보충적으로 금식을 해야겠죠잉.

월경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친구랑 친구 남편이랑 같이 차를 타면서 유태교의 월경과 이슬람의 월경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다. 유태교보다는 이슬람교가 상대적으로 월경에 대해 자유로운 듯? 월경=오염이라는 유태교 도식과는 달리 월경 중에 성관계를 맺지 않을 뿐이지 월경 후 몇 일동안 정화해야한다는 식의 논리는 없는 듯. 물론 어디까지나 이슬람교를 믿고 있는 터키 친구의 말이므로 나라마다, 문화마다, 집마다 다를 수는 있겠다. R은 상당히 개화된 친구로, 월경 얘기랑 임신, 성관계 얘기 자유롭게 하는 걸 보고 사실 놀랬음. 옆에서 듣고 있던 얘 남편도 별 말 안하고.

친구의 설명에 따르면 이슬람의 금식은 고통을 느끼는 것에 있지 않단다. 중세 그리스도교에서 금식을 고통과 연결시켜, 예수의 고통을 체화하는 것으로 의미부여했던 것과는 상당히 다른 해석. (물론 나랑 미국애가 쥬스를 마시는 걸 보더니 친구 남편은 괴로워하며 방으로 들어갔지 말입니다) 그리고 단순히 금식을 하는게 아니라 라마단 기간에는 가십도 하지 않고 나쁜 행동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이쯤에서 누가, 근데 가십하면 어떻게 해? 이런 질문이 나오던데 그럼 반성하며 기도한다고 ㅋㅋㅋㅋ

그리고 누가 금식 기간인 거 깜박하고 실수로 뭘 먹거나 뭘 마시는 것은 용납되지만 일부러 어기는 것은 또 금식으로 벌(?)을 받아야 한다고.

라마단 기간이 끝나면 사흘 간 축제를 벌인다. 하지만 라마단 기간도 축제기간과 다름 없는게 해가 지고 나서 저녁과 밤은 다 함께 모여 먹고 마시며 즐기는 시간이 되기 때문이란다. 주로 친구들 가족들이 밤에 공원이나 식당 같은 데에 모여서 차도 마시고 맛있는 음식도 먹으며 즐겁게 논다고. 함께 하면 금식도 힘들지 않고, 더욱 즐길 수 있다고. 다만 지금은 외국에 나와있기 때문에 혼자 금식하는 게 쓸쓸하고 가족들이 그립단다.

아, 그리고 미국애가 질문했는데 라마단 기간에 안 먹으면 살이 빠지냐고 물어보더라 ㅋㅋ R에 따르면 사람들이 배고팠다가 갑자기 많이 먹기 때문에 오히려 살이 찐다고 ㅋㅋㅋ 자기는 그래서 죽 같은 걸로 가볍게 식사를 시작하기 때문에 살이 찌진 않는다고 ㅋㅋㅋ 

무슬림 친구랑 같이 놀면서 알게 되는 게 참 많다. 밖에서는 베일을 쓰지만 친구는 자기 머리카락도 막 갈색, 빨간색 이런 걸로 염색하는 걸 보면, 도대체 여자가 남자한테 잘 보이려고 꾸미는 거 아니냐는 일반화가 말도 안된다는 것을 알 수 있지ㅡㅡ 정말 자기 만족 아닌가요? 아 그리고 R은 여자들끼리 있을 때에는 베일을 벗는다. 하지만 남자가 볼 수도 있는 사진을 찍을 때는 베일을 쓴다. 수영을 할 때에 입는 긴 옷도 따로 있고 베일도 있다. 치마를 입을 때에는 안에 긴바지를 또 입는다. 밖에서는 몸을 이렇게 가리고 다니지만, 나에게 레이저제모도 물어보는, 외모에 관심도 많은 친구이다.

나는 히잡은 괜찮지만 부르카에 대해서는 좀 감정이 복잡하다. 이슬람과 여성 인권에 대해서도 좀 복잡한 생각을 갖고 있는데, 내 친구에게만 한정시켜 본다면 적어도 얘네 가족은 (한국의 전반적인 상황보다 오히려) 성평등에 더 가까운 듯하다. 내 친구만 해도 발언권도 엄청 세고, 친구 남편도 자기가 남자라고 막 나서는 게 없다. 오히려 같이 동반했던 미국 남자애가 자꾸 지자랑해서 우리한테 싸이코취급을 받음;; 그리고 내가 다니는 학교에도 터키 여자애들이 많이 유학을 왔고. 물론 일반화 할 수는 없는게 R의 파키스탄 친구를 소개받았는데 그 여자애에 따르면 자기는 변호사인데도 불구하고 파키스탄에서 여자로 일하기가 너무 힘들다고 한다. 이건 종교 문제가 아니라 문화 문제인가;; R은 베일 쓰고 긴 옷 입고 할 거 다 하는데;; 같이 제트스키도 탔긔;; 스카이 다이빙도 같이 하기로 약속을 했긔;; 

그나저나 미국에서 이슬람 신도로 사는 게 쉽지는 않다는 생각도 든다. R만 해도 식당에 가서 여기에 돼지고기가 들었는지, 술이 들었는지 꼭 확인해야하는데 어떤 종업원들은 정말 황당하다는 듯이 응대도 제대로 안 해주더라고. 아니, 신념 때문에 안 먹는 걸 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아니, 무엇보다 이 요리에 무슨무슨 재료가 들어갔냐고 묻는 건데 왜 그렇게 불친절하지? 친구 덕분에 생각보다 돼지고기가 여러 군데 쓰이는 것도 알았다. 예를 들어, 햄버거 패티조차 돼지고기가 섞여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함부로 먹을 수가 없다.  

하여튼 내가 배운 것들은 이슬람 신도이고 이슬람에 우호적인 친구에게서 나온 정보이니 가려들을 필요가 있겠다. 하여튼 많이 배우고 있다.
  



덧글

  • Esperos 2013/07/31 02:59 # 답글

    이슬람력은 제가 아는 한, 아마도 세계에서 유일한 순수 태음력이죠. 우리나라 사람들이 말하는 음력이란 청나라 순치제 명령으로 반포된 시헌력인데, 태양태음력입니다. 그 외에도 보통 음력이라고 하면 시헌력과는 구체적인 방법이 다를지라도 일단은 태양태음력인데 이슬람력은 순수 태음력이죠.
    라마단 말고도 이슬람에서는 하디스(무함마드 언행 전승)에 따라, 금식하며 기도하면 좋은 때가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하루 걸러 하루씩 일년 내내 하는 것인데 과연 이렇게 하는 사람이 있긴 할지 모르겠네요. 하디스에 따르면 무함마드에게 이 이야기를 듣고 실천했던 사람이 있는데, 젊었을 때는 괜찮았지만 나이가 드니까 너무 힘들어서 겁나게 후회했다고 합니다. ^^;;
    이슬람교는 굉장히 법률적인 종교입니다. 예전에는 라마단 기간 중 금식을 멈추는 때가 (해가 져서) 어느 정도 거리에 떨어진 물건이 잘 안 보일 정도부터라고 했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하면 개개인이 다르게 볼 수 있으니까 결국 마스지드에서 시간을 알리게 됐고요. 그 외에도 예배 시간을 정할 때에도 자연을 따르는데 시간 기준을 엄밀하게 따져서, 심지어 항해박명이니 천문박명이니 하는 천문학적 요소도 살피더군요. 물론 이것은 원칙적인 것이고 실제 무슬림 개개인이 이를 다 지키지는 않겠지만요. ^^;;

    언젠가 터키나 이슬람권에 가면 터번을 사서 쓰는 법을 배워보고 싶네요. 터번 쓰는 법을 배워두면 더운 지방을 여행할 때에 참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
  • mori 2013/07/31 02:45 #

    말씀을 듣고보니 이슬람 규약이 매우 세세하다는 느낌이 더욱 강하게 드네요! 유태교와는 뭔가 다른? 특히 신도들의 컨디션(?)을 세세하게 정해주다니...상냥해...

    저도 히잡은 써보고 싶더라고요. 언젠가 여행하게 되면 꼭 예쁜 걸로 사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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