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영국 도서관에서 서양 고문헌 보기 by mori

근데 사진은 영국식 아침식사? 몸은 프랑스에 있지만 포스팅은 영국에 대해! 영국 도서관 중 하나인 웰컴 도서관Wellcome Library에서 고문헌을 보게 된 과정을 설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인터넷에 어딘가 뒤져보면 자료가 있겠지만, 저는 게을러서 안 찾아봤;;; 영국의 도서관마다 또 규정이 다르겠지만, 그래도 하나의 예시 정도가 될 수있지 않을까해서... 지금은 프랑스의 비블리오떼끄 나씨오날을 이용하고 있는데 규정이 또 다르고 신청 양식도 다릅니다. 프랑스가 더 복잡해;; 아 그리고 웰컵 도서관은 의학관련 도서관인데 중세의 자료들도 갖고 있는 방대한 도서관이니 참고하시길! 입장도 무료이므로 가 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의학 관련이 아니라도 그냥 공부하러 가도 좋을 것 같더라구요. 도서관 안에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는 몰라서 안 찍었습니다.



어쨌든.

책 신청하기=============================================================

제가 보고 싶어한 것은 당연히도 중세 의사인 트로툴라Trotula(11-12세기)가 쓴 부인병 관련 의학서였습니다. 이를 웰컴 도서관에서 미리 검색했습니다. 도서관에서 자료를 신청하고나서 얼마 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인터넷으로 열람을 신청하고 책을 받는데 5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고 자료는 2주일동안 보관되기 때문에 그 동안에는 자료를 마음껏(?) 능욕(????)할 수 있습니다. 물론 능욕하면 안됩니다. ㅡㅡ;;;

카탈로그 검색은 여기서 하면 됩니다. http://wellcomelibrary.org/search-the-catalogues/

저는 중세의 자료가 주로 필요하니 왼쪽의 메뉴에서 자료의 연도를 필터링했습니다.

자료를 하나하나 클릭을 해보니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대략 네 가지로 나오더군요. 각각의 자료를 클릭해서 접근Access 항목을 보면 나와있습니다.

첫번째. 아예 볼 수 없는 자료. 이건 뭐 어쩔 수 없죠.



두번째. 사서에게 이메일로 신청해서 허락을 받아야 볼 수 있는 자료. 

책의 상태가 좋지 않다든지의 이유로 신청자가 사서에게 직접 허락을 받아야 볼 수 있는 자료입니다. 혹시나해서 이메일로 신청했더니 사서에게 불가하다는 답장이 왔습니다. 만약 제가 이 책을 보고 싶으면 내가 왜 꼭 이 책의 무슨무슨 페이지를 봐야하는지를 설명해서 사서를 설득시켜야 한다고 합니다. 뭐 예를 들어 박사논문을 쓰는데 이 버전의 무슨무슨 페이지 몇 째줄에 내 논문의 내용을 완전히 뒷받침할 수 있는 절대적인 낙서(?)가 있다고 하면 보여주겠지요. 

또한 마이크로 필름micro film이 만들어져 있는 경우에도 이럴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트로툴라의 <화장에 대하여> 자료 중 하나는 이렇게 설명을 해 놓았습니다. 
The binding of this manuscript is very tight and the volume cannot be opened more than 90 degrees. Readers should note that a microfilm copy of the manuscript exists and readers are advised to manually order the microfilm copy in the first instance: AMS/MF/201. For further information, or to arrange to view the original manuscript under supervision, please contact the Archives and Manuscripts department, providing at least 5 working days notice prior to the date you wish to consult the original manuscript. Cannot Be Produced.
사서들도 책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에 마이크로 필름이 있다고하면 웬만해서는 책을 직접 보게 해주지 않습니다. 이건 프랑스에서도 마찬가지더라고요.


세번째. 미리 인터넷으로 신청하면 볼 수 있는 자료. Access에 Online request를 하라고 나와있습니다. 도서관 이용자 등록을 하면 온라인으로 신청할 수 있습니다. 5일정도 소요됩니다. 아마 직접가서 신청하면 더 짧은 시간 안에 자료가 준비될 것 같은데 확인하진 않았습니다. 자료를 신청하고나서 희귀자료rare material 부서로 가서 해당 코드를 보여주면 한권씩 열람할 수 있습니다.



네번째. 그냥 볼 수 있는 자료 
The papers are available subject to the usual conditions of access to Archives and Manuscripts material. Open.
사실 그냥 열려있는 자료까지 볼 시간은 없었습니다. 근데 15세기 책도 그냥 볼 수 있으면 도대체 상태가 얼마만큼 좋다는 건가? ㅡㅡ;;; 



방문하기===================================================================

웰컴 라이브러리는 킹스크로스Kings Cross역에 있었습니다. 브리티쉬 라이브러리도 가는 길에 있죠. 가다가 펍에 들러서 영국식 아침식사를 먹었는데 맛있었;; 이쯤에서 적절하게 사진 ㅋㅋㅋ 저는 영국식 아침식사를 매우 좋아합니다. 저 캔콩은 안 먹지만요 하하하... 그리고 소세지도 맛이 없;; 예전에 영국에 있었을 때 슈퍼에서 영국식 소세지 샀다가 못 먹고 버렸;; 독일애들이 영국 소세지 맛없다고 욕에 욕을;; 


 
도서관에 도착해서 안내데스크에 물어보니 2층으로 가라고 합니다. 그래서 갔더니 지키는 아저씨?가 있고 웰컴 도서관 카드를 만들어야한다고 합니다. 이 카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리고 영국에서 뭐 카드를 만들든지 은행계좌를 열든지 신원을 확인해야할 일이 있을 때에는 여권과 함께 내 주소를 증명할 수 있는 다큐먼트가 있어야합니다. 예를 들어, 관광서에서 내 이름의 내 주소 앞으로 온 편지랄지 주소가 나와있는 자동차면허증이랄지요. 저는 미국 면허증이 있어서 여권과 함께 제출했지만, 제 친구는 면허증 갱신을 안 하고 와서 보험회사에서 자기 앞으로 보내준 편지를 들고 갔습니다. 한국 면허증에 주소가 영문으로 나와있지 않다면 따로 문서를 준비해야갈 지도 모르겠네요. 그리고 제가 학생인 걸 증명해줄 학생증.

이걸 보여주고 신청서를 작성하고 나니 사진을 찍고 도서관 카드를 맹글어주었습니다. 3년동안 사용 가능한 카드라고 합니다. 어쨌든 발급은 무료예요!

락커에 1파운드를 넣고 짐을 보관하고(1파운드는 나중에 환불이 돼요) 이걸 찍고 도서관 안으로 들어갔고 희귀문서가 있는 방으로 슈슉 이동! 많은 학생들이 랩탑을 가져와서 공부하고 있더라고요. 저는 그렇게 딴 사람 공부하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근데 저는 공부를 왜 안하죠? 왜죠?

어쨌든.

희귀문서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니 컴퓨터와 프린터 뿐만 아니라 책을 위한 쿠션(?)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오래된 책은 180도로 안 펴지기 때문에 책을 고여놔서 바인딩이 망가지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제가 아래 보여드릴 책 같은 경우에 90도 정도로밖에 안 펴져서 쿠션을 대놓고 봐야했습니다. 사실 저 책, 사서가 확인해보고 상태가 안 좋다고 열람을 허락 안 해주려고 했는데 불쌍했는지(?) 보여주더라고요. 어쨌든 처음이라면 사서에게 책을 어떻게 다뤄야하는지 교육(?)을 받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참고로 지도교수의 조언대로 돋보기와 장갑도 가져갔는데 쓸 일은 없었습니다.

제가 본 트로툴라입니다. 15세기 판본으로 기억합니다. 책 한권은 아니고 여러가지 의학서를 모아놓은 책의 일부입니다. 트로툴라가 그렇게 두껍진 않아서요. 앞부분은 다른 의학서적입니다.



트로툴라의 일부분입니다.


그리고 책을 사진찍어도 되는지 물어봐서 허락을 받아야합니다. 이미 인터넷에 자료가 올라와있다면, 그리고 마이크로 필름이 있거나 책 상태가 안 좋으면 허락을 안 해줄겁니다. 그리고 무조건 플래쉬는 끄고 찍어야합니다. 잘 찍겠다고 책을 쫙쫙 펴도 안 됩니다.

참고로 웰컴 도서관은 제가 무료로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줬지만 브리티쉬 라이브러리 같은 경우엔 제가 사진을 찍어도 한 장당 50파운드가 넘는 금액을 지불해야한다고 합니다. 거기서 찍어주는 것도 아니고 제가 찍는 건데 왜죠;;

책을 직접 보니 좋긴 좋았는데 제가 읽을 수는 없었습니다;; 왜 이렇게 어렵죠? 글자 알아보기가? ㅠㅠㅠㅠ 같이 동행한 친구가 도와줘서 다행이지 안 그랬으면 어디가 트로툴라인지도 몰랐을 거에요. 고문헌 읽는 법 좀 열심히 공부하고 올껄...이라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담에 한 번 이상은 또 와야할수도 있다는 편한 마음가짐으로...?

아 그리고 재밌는 것은, 지도교수가 알려준 것과 달리 종이에 직접 필사하는 사람은 없었던 점. 사실 지도교수가 나이가 좀 들기도 했으려니와 박사논문을 쓴 후 한동안 학계를 떠나있었어서 이제는 사람들이 다 랩탑으로 입력한다는 걸 몰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프랑스 도서관에서도 직접 손으로 옮겨쓰는 사람은 없었;; 다 맥북 들고와서 작업해요;; 랩탑 가져오길 다행이지만 어짜피 내가 읽을 수가 없잖아? 소용이 없잖아? 심지어 읽다가 졸고 있어요;; ㅠㅠㅠ 사진 많이 찍어가는 게 목표입니다만 논문에 반영이 될 지는 잘 모르겠네요. 하나 좋은 건 제가 관심있어하는게 레어템(???)이긴 한지 마이크로 필름이 된 게 별로 없어서 책을 만질 수 있는 기회가 꽤 많다는 점입니다.

어쨌든 약 3시간 정도 작업하고 밖으로 나와서 친구랑 아이리쉬 펍에 들어가 기네스 브라우니를 먹고 공항으로 가서 프랑스로 건너왔다는 훈훈한 얘기. 런던 갔는데 템즈강도 못 봤어, 허허허. 예전에 실컷 본 템즈 강이긴 하지만 못 봐서 아쉽긴 하네요.



다음번엔 비블리오떼크 나씨오날(죄송합니다 알파벳 쓰기가 귀찮;;)의 이용후기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불어를 잘 못하는 관계로 네이버에서 도서관 입장에 대해 열심히 찾아봤는데 잘 안나오더라고요. 물론 제가 못 찾은 걸수도 ㅠㅠ 어쨌든 프랑스에서 불어를 못 하고 신생초짜학생(은 아니지 솔직히 나이가!)이 자료를 보기위해 고군분투한 포스팅이 언젠가 이어질 겁니다. 후후후... 저는 이제 점심을 먹고 다시 도서관에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덧글

  • Esperos 2013/08/08 22:42 # 답글

    예전에 pdf로 받은 라틴어 고문서 스캔본이 생각나네요. 17세기 물건이었나 그랬는데, s랑 t가 헷갈려서 '이런 단어도 있었나? 라틴어스러운 어감이 아닌데' 했다가, 나중에야 글자체 때문에 제가 혼동했음을 깨달았죠 ^^;; 국립중앙도서관에서도 오래된 책은 서고에서 안 꺼내고 전자책으로 보게 하더군요.
  • mori 2013/08/09 00:13 #

    맞아요 s랑 t가 헷갈려요 ㅠㅠ 게다가 s는 단어 중간에 있을 때랑 끝에 있을 때랑 모양이 달라요 흑흑. 책이 있어도 읽기는 커녕 옮겨 적지도 못하는 이 슬픔!
  • 迪倫 2013/08/09 11:11 # 답글

    NYPL에서 마이크로필름 열람을 하는데 요즘 스캔한 이미지들이랑 달라서 도무지 읽기가 힘들더군요. 게다가 손으로 쓴 편지문이라서 더더욱 절망. 복사를 뜨긴했는데 이게 거무티티하게 나와 더더욱 무슨 글자인지 모르겠는데 옆과 아래가 사이즈가 달라 잘려버려서....

    아무튼 이렇게 고문서를 전공으로 독해하고 있는 사람들은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 mori 2013/08/09 22:15 #

    저도 못 읽겠어요 ㅠㅠㅠ 저도 고문헌학 전공자들을 존경합니다 ㅠㅠㅠ 지도교수님조차도 전공자에게 독해한 글이 맞는지 검수를 받으셨어야 했다더라구요. 그냥 욕심을 버리고 도서관 체험한다 생각하고 있습니다.
  • highseek 2013/08/14 15:52 # 답글

    결론은 기네스 브라우니군요 ㅋㅋㅋ
  • mori 2013/08/26 12:03 #

    그렇죠 ㅎㅎㅎ 사실 저거밖에 기억이 안납니다.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