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Holy Anorexia 성스러운 거식증> 음식을 거부하는 여자들 by mori

아 요즘 공부도 안 되고 지지부진 책만 끌다가 오늘 맘 먹고 뙇! 책 한 권...은 아니고 정확히는 반 권을 끝냈다. 물론 한 절반 정도는 아무 생각 없이 스킵한 것 같은 느낌적 느낌. 어쨌든 금욕주의asceticism과 거식증의 정신분석학적인 해석, 그리고 여성에 초점을 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루돌프 벨Rudolph M. Bell의 저서, <성스러운 거식증Holy Anorexia>이다. 내..내가 흠모하는 바이넘Caroline Walker Bynum역시 이 책의 중요성을 설파한 적이 있긔...


책사진 출처는 (역시나 만만한) 아마존. http://www.amazon.com/Holy-Anorexia-Rudolph-M-Bell/dp/0226042057



Rudolph M. Bell, Holy Anorexia,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85


중세의 금욕주의를 정신분석학적으로 해석한 책도 드물거니와, 그것도 남성중심적인 해석을 피하려고 노력한 책도 이게 거의 시초에 가까울 것이라 생각한다. 벨은 이 책에서 중세 가톨릭 여성 성인들, 특히 엄격한 금식이나 셀프로 가하는 폭력 등으로 유명한 여성들을 골라 그들의 삶을 밝히고 이걸 심리학적으로 분석한다. 특이점은 벨이 "holy"도 "anorexia"도 인정한다는 것이다. 즉, 이들의 종교적인 수행이 현대 의학에서 말하는 거식증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당시 사회/문화/종교적으로 의미가 있다는 것. 그리고 이런 금식이 여성에게 해방의 출구이자 동시에 억압으로 작용한 것도 사실이라는 점을 들고 있다. 

거식증, 혹은 음식에 대한 거부나 혐오는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기억되었으나 이게 특정한 증상이 뒤따르는 구체적인 질병의 하나로 간주되기 시작한 것은 16세기, 이후로 프로이트가 직접 언급은 안했지만 안나 오Anna O등의 연구를 통해 여성의 거식증과 히스테리 등을 분석했...다고 하기엔 내가 너무 열받는다. ㅡㅡ

물론 여자 성인들의 금욕 수행이 거식증으로 설명될 이유는 많다. 음식 안 먹고, 다른 사람들의 의심을 피하려고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음식을 먹고, 하지만 다 토하고. 부모, 특히 엄마와의 갈등. 자기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음식을 거르는 태도, 등등.

하지만 캐서린 벨도 강조하는 것은 이게 종교적인 이유를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는 것이다. 단순히 음식을 굶는다고 새헛 그 사람이 성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여자가 자기가 신의 뜻을 받들어 음식을 안 먹겠다고 발표했을 때, 거시기 암흑의 시대에 사는 사람들이 옳커니! 넌 이제부터 성인 ㅇㅇ 이런 것은 아니라는 거지. 일단 첫 번째, 사람들은 그 여자가 사기를 치고 있을 것이라 의심한다. 두 번째, 아니면 그 여자가 미쳤을 수 있다. 세 번째, 이건 신의 뜻이 아니라 악마가 시킨 것일 수 있다. 이 관문들을 다 통과하더라도 역시 이 여자는 교회로부터 뜨듯미지근한 반응을 받을 거다. 교회로서는, 금욕을 너무 극단적으로 몰아붙이다못해 자기 생명까지 버릴 기세인 이 여자들이 그리 달가운 존재가 아니었거든. 성직자의 조언도 무시하고, 음식은 안 먹으면서 성례전이나 매일 달라고 떼를 쓰고, 맨날 울고 아프고 귀찮게 굴고, 근데 또 따르는 사람은 많어. 

이 책을 읽고보니 짜증나는 여자 성인들 시리즈를 해볼까 생각도 든다. ㅋㅋㅋㅋ 물론 난 이 여자 성인들이 좋다 ㅋㅋㅋㅋㅋ 이건 내가 란마1/2에서 샴푸를 제일 좋아하는 이유랑 똑같애 ㅋㅋㅋㅋㅋ




뜬금없이 올리는 샴푸... 출처는 http://www.absoluteanime.com/ranma/shampoo.htm 난 샴푸가 너무 좋았어ㅠㅠㅠㅠㅠㅠ



얘기가 새긴 했지만 어쨌든 중요한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읭?). 정신분석학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도 읽을 만한 책! 역사적인 접근으로 정신분석학이 지난 보편성이라는 함정을 교묘히...(웅?) 피해가는 책! 심지어 윌리엄 데이비스William N. Davis가 이 책이 지닌 한계를 에필로그에 설명해주고 있으니 더욱 재밌는 책이라 하겠다. 데이비스가 말했던 구절이 인상 깊었는데, 16세기 초부터 이제 여자들이 금욕을 하는 것은 미친 행위로만 주로 연결되기 시작하고 여자 성인의 기준은 금욕이 아닌 자선으로만 집중되기 시작하고... 





음식과 성녀. 그림 출처는 http://medievalchristianityh.wikispaces.com/The+Imporatnce+of+Fasting 여기에 <성스러운 거식증>의 요약도 있으니 나중에 또 봐야징!

덧글

  • Esperos 2013/12/09 01:50 # 답글

    '은사'를 조심하는 것에 대해서는 초대교회 시절부터 경계가 나오죠. 가령 서기 100년경에 씐 디다케에서는 거짓 예언자들을 조심하라면서, 이러한 '자칭 예언자'들을 대접할 때에 참된 예언자와 거짓 예언자를 구분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3세기 초 문헌인 (성 히폴리투스의 저작이 아닌가 하는) 사도전승에서는 "누군가 자기가 기도 중에 치유의 은사를 받았다고 주장하면 그 사람에게 안수하지 말고(직분을 주지 말고) 그 진실함 여부를 차분히 살펴보아라"라고 하지요. 그런데 이런 경계하는 문구가 있음은 그렇게 주장하는 자들 때문에 혼란이 많았다는 뜻일 겁니다. ^^;;;

    초대교회에서는 기본적인 단식일이 수,금요일이었고, 로마교회는 여기에 토요일을 덧붙였지요. 그리고 부활절 전에도 고작 이틀간 단식할 뿐이고. 여기까지가 의무적인 단식일이고 그 외에는 신자들 개개인이 자발적으로 단식하며 기도하길 권했죠. 그러고 보니 사도전승에서는 특히 과부들에게 자주 단식하고 교회를 위해 기도하라고 하기도 했네요.

    앞서 말한 사도전승에서는 주교는 의무적인 단식일에만 단식하라고 하는데, 할 일이 많은 사람 보고 굶으라고 할 수가 없던 거겠죠 (___) 2세기 초반에 씐 '헤르마스의 목자'를 보면 글쓴이 헤르마스가 특별한 것을 간구하기 전에 2주일간 단식했다고 하는데, 그때에 단식이란 빵과 물만 먹는 것을 말했다죠. 옛날 사람들이 전반적으로 현대인보다 노동강도가 높았으니까, 육체적인, 시간적인 여유가 많은 특별한 계층을 제외하고서는 완전 단식을 하라고 하긴 어려웠을 거예요.

    예전에 이집트 독수자들의 수도생활에 관한 책을 봤는데, 왜 성 베네딕토가 스스로 규칙서에서 "나는 이 규칙서에서 너무 엄격한 생활이 아닌, 누구나 쉽게 따를 수 있는 정도를 제시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는지 알겠더군요. 이집트 수도자들은 정말로 사람이 이러고도 살 수 있단 말인가 싶을 정도로 극도로 금욕을 따랐더군요.

    옛날 서양에서 대다수 민중들이 먹던 빵은 요새 기준으로는 돌이나 다름없다죠? 딱딱하고 맛은 없고 소화도 잘 안 되고. 근대 영국 해군에서 병사에게 내리는 벌 중에 선실 중 독방에 가두고 빵과 물만 주는 것도 있었는데, 건장한 남자도 이 처벌을 받으면 영양실조에 걸릴 정도라 가혹한 벌로 간주됐다는군요.

    저는 중세 여자 성인들의 단식은 오히려 이집트 수도자들의 영향이 아닌가 싶어요. 사람이 정말 이러고도 살 수 있단 말인가 싶은 가혹함이 똑같거든요 (_____)
  • mori 2013/12/09 05:19 #

    오오 긴 덧글 감사합니다. 역시나 많이 배웁니다!! 흐흐 여전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
    저도 이집트 수도자들과 중세 여자 성인들 단식 사이에 관련이 없지는 않다고 보지만, 중간에 있는 지역적인, 시대적인 갭을 설명할 수가 없다는 게 참 제 한계이기도 하고 한계의 문제이기도 하고. 사실 석사논문은 초대 교회와 중세 교회의 여자 성인을 함께 묶어서 쓰려고 했는데 역시나 불가능;;할뿐더러 보면 볼 수록 차이점만 더욱 부각이 되더라고요. 물론 그 가혹함은 비슷하다고 보지만 이집트의 수도자들의 경우 그 고통의 과정 자체보다는 가혹함의 결과 - 그 힘든 과정을 이겨내고 다른 수도자들을 이겨버린달지, 천사 몸이 된달지, 여자같으면 남자 몸이 된 달지(가슴이 작아지고;; 응?)도 중요하다면 이 여자들의 경우는 그냥 고통이 알파요 오메가죠;; 이 여성들의 환시에 예수의 수난에 대한, 히스테릭하다 싶을 정도로 자세히 묘사되는 고통이 병치되는 것도 이걸 뒷받침하고요.

    사실 벨의 관심을 좀 달랐던 것 같습니다. 벨은 일단 거식증이란 인류의 보편적인 현상이고, 이 거식증이 주로 여성에게 나타나는 것도 많은 문화권에서 볼 수 있다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일부러 죽을 만큼 굶는 게 정도의 차이는 있을 지언정 보편적인 현상이라는 거죠. 하지만 여기에 어떤 의미가 붙느냐, 종교적인 의미가 붙을 거냐 그렇다면 어떤 종교적인 의미가 덧씌워지느냐가 이 책의 초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거식증이야 현대에도 나타나고, 현대의 종교인들에게도 나타나는 이슈니까요. 다만 중세가 특이한 건, 이게 너무 많아 ㅡㅡ;;; 너무 심해 ㅡㅡ;;;;;; 근데 또 성인이 될 수도 있어 ㅡㅡ;;;;;;;;;

    저는 제일 기가 막혔던 게 물도 안 마셨던 여자 성인들이었던 것 같애요. 아니, 지금 빵도 목이 멕히는데 그 때 그 딱딱한 빵 조각 먹으면서 물도 거의 안 마시고ㅡㅡ;; 아 그리고 이 여자성인들에게도 금식은 약간의 빵과 야채, 와인 물을 섭취하는 것까지 포함하는 거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말씀해주신 것처럼 그 양이 지나치게 적고, 그 기간이 지나치게 길다보니 (가장 긴 게 3년?), 그리고 심지어 먹고나서 토하기까지하고도 살아있으니 신비한 현상이 되는 거겠죠. 게다가 교회로서는 한낱 여자들이 남자 수도사들이 하는 금욕을 따라 한다고 하니, 그것도 정도를 지나쳐서 한다고 하니 불만이 있었던 거겠고요. 이 책에도 나오지만, 성 프란치스코는 자기는 그렇게 자기 몸에 셀프테러를 했으면서 또 클라라에게는 약한 여자의 몸으로 금욕한다고 꾸짖고;; 아니 너는 하면서 왜 나는 하지 말라는 거니;;

  • googler 2013/12/09 20:24 # 답글


    그 옛적 여자 성인이 현재에까지 남아 풍속이된 나라의 풍습으로 매년 기리고 그 훌륭함을 즐기는 나라들도 곧잘 있다 보이는데, 스웨덴의 경우 '루시아'라는 여자성인을 기리는 매년 행사의 날이 있죠, 크리스마스 시즌에 다가오면 잇는데, 루시아가 기독교적으로 어떤 지는 잘 모르겠네요.

    그러게보면 힐데가르트 그 누구냐, 일전에 요기서 포스팅한 바 있었던 그 여자 성인급보다 역사적으로 훨 더 이전시대에 해당될 여성 성인들이 정말 궁금하긴 해요. 힐데가르트 경우 재능과 머리가 워낙 탁월해 성공한 케이스의 종교인이었다고 보면ㅁ 될 테고, 그 이전시대의 여자성인들은 사실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자료를 다 없애버린 건지 아님 감춰둔 건지 모르겠지만, 문헌들을 읽다 보면 분명 그런 흔적이 있었을 것이라는 촉수같은 게 들게 하는 것들이 잇잖아요~~
  • Esperos 2013/12/09 22:09 #

    라틴어로 성녀 루치아(Sancta Lucia)라고 부르며, 중세 시절에는 14 구난성인 중 하나로 유명했던 성녀입니다. 일단 이름부터가 라틴어로 빛을 가리키는 Lux에서 유래한 이름이고요. 초기 교황님들 중에서도 루치우스(Lucius)라는, 같은 어원에서 유래한 이름을 지닌 분들이 있었죠. 축일은 12월 13일로 지금도 정식으로 가톨릭에서 성인으로 공경하죠. 또한 1970년 이전에는 미사 때마다 성인 스무 명 남짓 이름을 읊는데, 이때 성녀 루치아의 이름도 포함돼 있었죠.

    전설에 따르면 안구가 헤집어져서 순교했다고 하기 때문에 특히 맹인들에게 공경받았다고 하죠. 축일 날짜도 12월 중순이거니와, 그 이름의 뜻이 '빛'이라는 뜻이니, 왜 하필 스웨덴에서 성녀 루치아 축제를 거창하게 지내는지 알 수 있죠. 사실 스웨덴만이 아니라 핀란드를 포함, 북유럽 전역에서 지냅니다. 아마 그리스도교 전파 이전 북유럽 전통 동지제와 결합돼 형성된 축제일 겁니다.

    게다가 스웨덴에 가톨릭 선교사가 처음 찾아간 때는 8세기지만 실제로 스웨덴에서 가톨릭이 안착한 시기는 12세기라고 하는데, 율리우스력의 오차 때문에 12월 13일이 12-13세기 무렵에는 그냥 동짓날이었단 말이죠. 만약 스웨덴 전통의 동지제가 있었다면, 성녀 루치아 축일 날짜인 12월 13일과 당시 동지 날짜가 겹쳤으니까 정말 지극히 자연스럽게 융합됐을 겁니다.

    그 이전 시대 여자 성인을 잘 알려져 있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로마에서는 여자는 심지어 이름도 안 붙이고 가문명을 여성명사화시켜 불렀을 정도고, 안 그래도 문맹자가 많은데 그나마 글 아는 사람들 중 다수는 남자고, 여자는 대외적으로 활동하기도 어렵고.

    성녀들에 대한 기록을 감출 이유도, 없앨 이유도 없죠. 그냥 처음부터 기록 안 된 겁니다. 당시 유럽 사회상을 생각하면 뻔해요. 조선시대 기록에서도 여자 이름이 언급되는 사례는 호적/사찰 시주자 명단/혹은 사회적으로 큰 사고를 친 여자..... 정도에 불과하죠. 심지어 명성황후만 해도 성이 민씨라는 것만 확실할 뿐, 본명에 대해서는 자영/아영/정호 사이에서 논쟁이 있을 정도니 오죽하겠습니까?
  • googler 2013/12/09 22:10 # 답글

    <왜 하필 스웨덴에서 성녀 루치아 축제를 거창하게 지내는지 알 수 있죠. 사실 스웨덴만이 아니라 핀란드를 포함, 북유럽 전역에서 지냅니다. 아마 그리스도교 이전 북유럽 전통 축제가 결합된 것일 거예요.>

    라고 Esperos님께서 말씀하시는데,

    뭐 거창한 축제라고 보긴 힘들구요? 한국에서 유교를 믿지 않아도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현재까지 이어지는 것처럼, 스웨덴 루시아의 날도 말하자면 그런 것과 유사합니다, 이곳에선. 말씀대로 그리스도 이전 북유럽 축제와 결합된 부분일 거라 생각됩니다. 단 종교적인 것관 상관이 없이 그저 풍습으로 지키고 잇다고 보이고 또 그래서 시민들에게도 종교적 거부감없이 자신들의 문화를 즐기는 기류라 그 문화적 전통의 힘이 큽니다. :)

  • 리친이 2014/01/03 15:28 # 삭제 답글

    글이 재밌네요 ㅎㅎ
    공부하는 학문은 다르지만 관심있는 분야에요. 미국 유학중이신 것 같은데 프로필을 찾아봤더니 없더라고요. 이글루스 유저가 아닌지라 구독도 마음대로 안되는 것 같고, 복잡하네요. 자주 들르겠습니다~
  • mori 2014/01/03 16:23 #

    안녕하세요!! RSS구독 이런 게 있는 듯하지만 제가 잘 모른다는 슬픈 얘기 ㅠㅠㅠㅠ 와주셔서 감사해요오오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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