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게 용어가 따로 있나요? 마리아 상인데 반씩 양 옆으로 열리는? 혹은 트립틱triptych인데 마리아 모양을 하고 있는?




이번에 처음으로 큰 학회에 갔는데, 거기 사는 친구가 박물관에 데려다줬고 이 아 뭐라 그래야해! 파로마! 라고 할 수도 없고 직역하면 "열리는 마돈나opening Madonna"? 그림 출처는 월터스 박물관. http://art.thewalters.org/detail/36652/opening-madonna-triptych/ 자세한 정보도 여길 참고하시길~
12세기 후반, 혹은 13세기 초반 프랑스의 작품으로, 저렇게 보면 성인 예수를 안고 있는(;;) 마리아상이구나! 하겠지만 이게 열립니다요;;

이건 내가 찍은 사진. 사진 안 찍을까하다가 에잇!하고 핸드폰으로 찍었는데 알고보니 꽤 유명한 유물에, 오늘 발표에도 써먹었;; 아, 이래서 사진은 많이 찍어놔야하는구나...라고 느꼈지만 이미 찍은 사진 엄청 많은데 정리를 안 해서 내가 뭘 찍었는지도 몰라;; 아, 대만 갔을 때에도 절이랑 도교 의례 사진 엄청 많이 찍었는데;;

요게 뒷면 사진. 매우 정교하다.
마리아의 몸 안에 새겨진 것은 예수의 수난. 전승에 따르면 마리아가 육신을 준 예수가 죽음 직전에 끔찍한 고통을 받고 인간으로서의 삶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를 그리고 있다.
이 사진을 프레젠테이션에 끼워넣은 건, 내가 이번 학기 들었던 수업 하나가 인지과학과 종교 수업인데(아 정말 듣기 싫었다;;) 여기서 기말과제를 내줬고 나는 그릇 도식Container Schema즉, 인-아웃 틀In-Out form을 가지고 여성들의 몸이 어떻게 종교/의학 내에서 신을 담을 수 있는 몸, 성령을 받아들일 수 있는 몸, 신자들을 품고 있는 몸으로 발현되는지에 대해 (전혀 상관없는) 세 가지 예를 들었고 이 마리아 상이 포함된 것.
터툴리아누스Tertullian이 여자가 악마의 문The Gate of Devil이라 까고 다른 교부들도 여자가 더러움을 가득 찬 그릇vessel라고 까고 심지어 뉴 잉글랜드 세운 퓨리탄들도 심지어 여자는 악마가 쉽게 공략하기 쉬운 깨지기 쉬운 그릇vessel이라고 했겠다.
그래, 그럼 여자가 그릇이면 악마도 담고 신도 담을 수 있는 거 아니냐. 이 쉐끼드라아아아아아라고 까는 게 이 발표의 요지.
발표는 뭐 그럭저럭이었는데 근데 나 진짜 인지과학 싫어하나봐 ㅠㅠㅠㅠ 아니 정확히는 인지과학 어설프게 하는 게 정말 싫나봐 ㅠㅠㅠㅠㅠ 최대한 인지과학 비껴나가서 발표는 했는데, 이번에 캐나다에서 모셔온 굣 발표도 그렇고 이 교수 발표도 그렇고 불만투성이이다. 아니, 취지는 좋은데 그걸 컴퓨터로 어떻게 분석한단 말이요. 캐나다에서 온 사람은 꽤 유명한 사람인가본데(이름 언급 회피) 고대 중국의 心이라는 개념이 일원론holistic하지 않다라는 걸 주장하는 건 맞소이다만 그게 왜 그 용어의 계보를 따지는 게 아니라 통계를 돌리는 것이요. 게다가 일원론이 아니면 그냥 자동적으로 이원론dualistic한 것이요? 아니 고대 문헌에서 저래 말하지만 실제로 의례는 뭐 귀신을 섬기고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의례랑 문헌이랑 그냥 같이 보면 되는 문제인가? ㅡㅡ 아니 내가 통계를 싫어해서 그러는 것이긴 한데... 음 ㅡㅡ? 솔직히 고대 중국에서 저게 저 의미로 쓰였는지 누가 아는 사람이 있나? 심지어 고대 중국 사람도 모를껄. 여전히 일원론/이원론으로 양분해서 다루는 거잖아. 그렇게 따지만 중세 의학도 일원론이라고 손쉽게 말하겠다. ㅡㅡ 물론 한국인(?)인 내가 보기엔 중세 의학도 이원론이지만 어쨌든 정도차이잖아아아아아아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컨퍼런스 주최한 교수가 내 두번째 지도교수라 조용히 밥만 열심히 먹었다는 것. ^^ 치즈케익까지 열심히 먹었다. 내 논자시에 인지과학만 넣지 말아줘... 기승전애원!
덧글
갑자기 뇌리를 스치는 장농 광고.... (이거 맞죠?)
월터스 박물관이 소장품들이 꽤 괜찮은 박물관인가봐요. 예전에 그 옆 블록에 살았었는데... 입장료도 공짠데.. 몰라서 안 갔어요 orz 딱 한번 2011년인가에 동화책 원화 전시회 같은거 할 때 가보고 나서도 한참동안 입장료가 무료라는 거를 몰라서...-.-
제 친구도 볼티모어에 4년 넘게 살았는데 이번에 저 때문에 월터스 박물관에 처음 가봤다고 합니다. ㅎㅎ저도 시간이 없어서 다는 못 봤지만, 박물관 추천합니다!
그나저나 조금 호러한 느낌도 나네요...
특히 마지막 사진에 반으로 갈린;; 중세의 감수성이 좀 다른가봐요;;
맞아요, 어디 갈 일 있을 때마다 별 의미없이 팡팡 찍어논 사진들 중에서도 이담에 어떤 주제가 생길 때 써먹을 수 있는 사진들이 있어요, 그럴때 왠지 횡재하는 기분~~
마돈나라고 하니까, 언젠가 스웨덴 할머니신데, 종교가 뭐냐 물었는데 마돈나를 종교로 믿는다고 했던 할머니 말이 생각나요. 캐톨릭에서 말하는 마리아는 절대 아니었어요. 제가 그럴 물어봤으니까요, 그 할머니한테~~ 도체 마돈나가 뭐지? ㅎㅎㅎ 하구서 넘어가보렸는데 의학에서도 민간기법이 있는 거처럼 종교를 떠나서 자기네가 믿는 고전때부터 내려온 풍습을 믿는 예 같은데, 암튼 신선했던 기억납니다~~
http://highseek.egloos.com/1930202
열리는 성모상이라고, 중세 후기쯤 유행한걸로 알고있습니다. 예전에 서울대 종교학과의 모 강사가 관련주제로 논문 쓴 적이 있죠.
앗 혹시 어떤 분이 쓰셨는지요? 후보로 두 분이 꼽히긴 하는데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