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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Medieval Popular Bible중세 민중 성서> 성서 틈새 메꾸기 by mori

2014년 첫포스팅! 그러나 현실은 지루한 책소개! 사실 논자시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나마 재밌게 읽은 책이다. 중세에 성서가 어떻게 이해되었고 유통되었는지, 신학의 심각한 논쟁보다는 식자층 혹은 일반 대중들에게 중세 성서 그 중에서도 창세기가 어떻게 유통되었는지를 설명해주는 책. 



출처는 http://www.boydellandbrewer.com/store/viewItem.asp?idProduct=10245 책 비싸네;; 참고로 중고로 샀음;; 아 책을 읽으면 줄을 쳐야 내용이 눈에 들어와서 요즘 책을 엄청 사고 있다;; 중고로 사도 비싸;;

Brian Murdoch, The Medieval Popular Bible: Expansions of Genesis in the Middle Ages, New York: D.S. Brewer, 2003


프로테스탄티즘이 라틴어 성서를 지역어로 번역했다는 게 역사적으로 중요한 것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전에 일반인들이 성서에 아예 접근할 수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성서를 통째로 번역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그래도 유럽에는 성서의 특정 이야기를 자국어로 옮겨놓은 책들이 있어 사람들이 읽을 수 있었던 것. 게다가 교회에서도 중요했던 교회 연극을 위해서 성서에 나오는 이야기를 번역해서 스크립트로 사용했어야 했고 이 과정에서 성서의 어떤 부분은 생략되고 어떤 부분은 첨부되었다.

그냥 나이브하게 생각하자면, 성서비평은 근대의 산물 같고 그 전에는 사람들이 성서에 나오는 내용이면 옳다쿠나!100% 다 믿고 그랬을 것 같지만 그게 아니란다. 예를 들어, 이 책에서 노아의 방주 얘기가 나오는데 중세의 당시 사람들도 방주의 크기가 어떻게 되어야 동물이 들어갈 수 있는지, 그렇게 큰 방주를 만들려면 정말 얼마나 걸릴지, 정결한 동물은 일곱 마리를 넣는다고 하는데 그게 일곱 마리인지 일곱 쌍인지, 그리고 동물들이 다 들어가진 않을 것 같은데 등등등 사람들은 성서의 내용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었던 것. 

그러다보니 지역어로 옮겨진 성서 이야기들은 이런 의문을 풀어줄 의무를 느끼고 있었고, 성서에 나오지 않는 내용을 부연설명하거나 심지어 성서의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아예 빼버리기도 했다는 것. 

성서에 없던 내용이 추가적으로 들어간 것 중에 재밌었던 것은, 아담의 해골 이야기. 즉, 예수가 골고다 언덕에서 죽을 때 그 언덕에는 사실 원죄를 지었던 아담의 두개골이 있어서 예수의 희생이 인류의 구원으로 연결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믿음이 유지되기 위해서 필연적으로 노아는 방주에 아담의 뼈를 가지고 탔었어야 했;;

그리고 노아의 아내 이름이 성서에는 제시되지 않아서 각각의 판본들은 노아의 아내에게 다른 이름을 붙였는데 그러다보니 노아의 아내는 103개의 다른 이름을 갖게 되기도 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제일 재밌었던 이야기는 라멕Lamech 이야기였는데 창세기에는 이름이 두 번밖에 거론되지 않는 이 인물이 중세의 성서에서는 카인Cain, 즉 자신의 선조를 죽인 악당으로 발전이 된다. 창세기에서 카인이 아벨Abel을 죽였을 때 하나님은 카인을 죽이는 사람에게 일곱 배의 더 큰 벌이 내려질 것이라고 하여 카인을 보호(?)했지만 중세의 민중 성서에서 카인은 자신의 자손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되고 그 일곱 배의 벌은 카인의 자손에게 이어지는 것이지. 그리고 이 자손은 노아의 방주에 타지 못해 전체가 망하게 된다. 


실수로 카인을 죽이고, 이에 분노해서 자신의 살인을 도와준 소년을 죽이는 라멕의 모습. 15세기 그림. 출처는 http://www.europeana.eu/portal/record/15501/DFA925A9798892D02C3D48DED653003BB918AD9C.html


성서를 100%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사람들은 이 내용을 가지고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게 재밌었다. 뭐 이런 거야 현대에도 많지 않나. 성서 내용 중에서 솔직히 이해 안 가는 부분 많잖아. 언제나 정의가 승리하는 것도 아니고. 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도 있고. 하지만 목사들이 설교할 때에는 이런 부분을 말이 되게 설명할 수도 있고 그러다보면 성서에 나오지 않는 부분이 부차적으로 추가되기도 하지. 말이 되게 만들어야하니까. 성서에 권위를 실어줘야하니까. 하지만 권위가 있는 성서의 내용이 바뀐다는 점에서 보면 이 과정은 아이러니한거다. 성서의 권위를 인정하기 위해 성서의 권위를 무너뜨려야하는???

라멕 얘기는 다음 포스팅에서 자세히... 근데 맨날 이러고 포스팅을 안 한다는 게 문제.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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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googler 2014/01/03 05:13 # 답글


    저희집에도 꽤 오래된 성경해석책이 있는데, 지도 자체가 오늘날 지도와 다르더라구요~~ 어디 박혔는지 함 찾아보고싶게 만드네요, 말하고보니.
    성서의 권위를 인정하기 위해 있지도 않은 말을 집어넣으면 그 권위에 도전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 googler 2014/01/03 05:14 #


    그러면 그 권위는 점점 말소되기 시작하겠죠~~
  • mori 2014/01/03 11:51 #

    권위가 참 아이러니 한 것 같아요!! 뭐 근대에 들어와 과학이 그리스도교를 위협할 수 있었던 것도 성서가 지키려고 했던 권위 때문이었다고 생각하구요! 그나저나 성경해석책도 궁금하네요!!
  • Esperos 2014/01/03 10:26 # 답글

    단적인 예로 중세 초-중엽 유럽에서도 아직도 그리스도교를 믿지 않고 옛 신앙을 유지하는 사람들, 혹은 관례대로 세례를 받긴 했지만 내용물은 민간신앙이었던 사람들이 의외로 있어서 당시 교회에서도 꽤나 고민이 많았죠. ^^;; 그런 사람들이 성경에 씌어 있다고 전부 다 사실이라고 믿을 리가 없지요. 제가 책에서 읽은 사례 중 가장 기막힌 것이, 어느 그리스도교를 믿지 않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했다는 말이었지요.

    "저놈들은 우리가 그리스도교를 믿지 않는다고 불지옥에 떨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불지옥에 떨어진다고 해도 고통스러워하거나 신음해서 우리 집안의 명예를 떨어트려서는 안 된다. (우리처럼 그리스도교를 믿지 않다가 지옥에 떨어진) 다른 사람들도 하는 것이니 우리라고 못할 것 없다."

    보통 지옥을 이야기하면, 그런 무서운 곳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믿어라...라는 식인데, 이건 오히려 남자로서, 집안의 명예를 건 문제가 되다니.. ^^;;
  • mori 2014/01/03 11:57 #

    아 진짜 빵 터졌어요 ㅋㅋㅋㅋㅋㅋ 명예를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듣고 보니 맞는 말 같기도 하구요. 그런 사람들에게는 교회의 협박(?)이 안 통했을 것 같아요. 명예가 일신의 안녕보다 중요한 입장에선요. 아 그리고 저도 지난학기에 수업들었는데 빵 터졌던 게, 예배 중에 성례전 하는 걸 강조하며 예수가 죄를 사해준다는 걸 강조하다보니 일반 신도 중에서는 연옥에서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 일요일에 여러 교회를 옮겨다니면서 성례전만 구경하고 다니기도 했다고 ㅋㅋㅋㅋㅋㅋ
  • googler 2014/01/03 19:08 #


    ㅎㅎㅎ 진짜 빵 터지네요~~~~ 원세상에....
  • 진냥 2014/01/03 12:58 # 답글

    저도 성서의 내용 대략은 어린 시절 아동문학전집에서 알게 되었지요. 생각해보면 그것은 현대의 민중 성서...(응?)
  • mori 2014/01/03 13:01 #

    앗!! 저도요 저도요!! 저는 막 전집 이런 데에 끼워져있던;; 가끔 성서에 진짜 내용인지 헷갈려요!!! 미..민중 성서!!
  • did 2014/11/05 10:09 # 삭제 답글

    이시대는 과학이 성경을 입증해 주는 시대입니다. 바벨탑(언어의혼잡) 노아의방주발견 욥기서에 나오는 물의순환 바람의 경중 별들의수(바다모래만큼많음)지구의공전과 자전 수도없이 성경을 입즈해줍니다.성경은진리입니다.
  • mori 2014/11/06 06:51 #

    네 어떤 분들께는 성경이 진리이겠죠, 저는 어떤 분들께는 성경이 진리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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