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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가 야하면 어떻게 하나요? - <아가서 표준 주해집> by mori

음 낚시글이군. 실제로는 매우 지루한 책을 읽고 쓰는 매우 지루한 글. 신학자들에게 나름 골치거리인 히브리 성서, 혹은 구약 성서 중 아가서The Song of Songs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가서는 딱 보면 사랑 이야기이고 섹슈얼한 부분도 상당히 많은데 이것을 어떻게 그리스도교 전통 안에서 모나지 않게(???) 해석했냐에 대한 이야기. 특히 중세에 아가서를 어떻게 해석했나.



샤걀(Marc Chagall, 1887-1985)의 아가서 연작 중 하나. 벌써 작년이 되어버린 2013년 니스에 갔을 때 샤갈 미술관도 방문했었고 아가서 연작도 보았지. 사진을 직접 찍었는데 왜 올리질 못하니;; 위 그림의 출처는 http://www.wikipaintings.org/en/marc-chagall/song-of-songs-iv-1958-6



그냥 제 취향대로 웃긴 해석이나 끄적거리...기 전에 성서 주해의 역사를 보자면, 주해는 성서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덧붙여진 텍스트다. 주해가 덧붙여진 성서는 본문이 큰 글자로 가운데에 위치했고, 이를 설명하기 위한 주해가 본문 반만한 글씨 크기로 왼쪽과 오른쪽에 덧붙여졌다고.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예레미아서로 추정. 지난번에도 소개한 적 있는 월터스 박물관The Walters Art Museum에 소장되어 있다고. 출처는 http://www.thedigitalwalters.org/01_ACCESS_WALTERS_MANUSCRIPTS.html


물론 꽤 오래전부터 이런 주해가 있었지만 특히 중세에 들어와 주해가 좀 더 전문적인 신학자들에 의해 체계화되기 시작했고, 단순히 덧붙이는 설명에서 이제는 표준화된 해석으로 굳어져갔던 거다. 특히 14세기에는 "표준Ordinaria"이라는 말까지 덧붙여져서. 해석하기 좀 까다로웠을 것 같은 아가서 역시 이 과정에 있었고 알려진 바에 따르면 안셀무스Anselm of Laon과 랄프Ralph라는 형제 학자에 의해 다른 성서들과 함께 집대성되었다고. 안셀무스는 자기 말고도 다른 신학자들 중 유명한 해석들을 골라 집어넣은겨. 자기 의견도 있는 것 같지만, 역시 이 때는 저작권 내지 인용의 개념이 희박한 터라 다른 신학자들의 의견을 별다른 표기없이 빌려오기도 했으니 뭐. 하지만 모범적인 현대인은 표절을 하지 않습니다.

내가 지금 아가서 주해를 라틴어로 읽을 정신은 아니고, 영어 번역을 참고했다. 메리 도브Mary Dove라는 사람이 서문과 번역을 맡았다. 아마존에서는 절판된 것으로 나온다. http://amzn.com/1580440843

그냥 재밌는 부분만 아가서 한글판과 주해를 소개하겠다. 물론 여기에 실려있는 주해들은 학식이 뛰어난 신학자들의 고견 중에서 하나씩만 소개한 것으로 제 맘대로 이렇게 맥락 없이 뚝 떼어다가 쓰면 뭐 어떻게든 웃겨보이긴 합니다만. 뭐 좀 억울하긴 하겠수. 중세 성서는 일단 알레고리적인 해석이 매우 강세였으니.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가서의 섹슈얼한 이미지들이 다 섹슈얼하지 않은 알레고리로 100% 치환되는 것은 아니다. 알레고리적으로 해석은 되지만 섹슈얼한 부분까지도 그 알레고리에 포함되어있달까. 그리고 많은 경우, 아가서에 등장하는 화자 중 한 명은 교회나 신자 등을 상징한다면 다른 화자는 하나님이나 예수를 상징하게 된다.

한글 성서는 대한성서공회의 공동번역을 참고했다. 




아가서 1:3-4 
3 임의 향내, 그지없이 싱그럽고 임의 이름, 따라 놓은 향수 같아 아가씨들이 사랑한다오. 
4 아무렴, 사랑하고 말고요. 임을 따라 달음질치고 싶어라. 나의 임금님, 어서 임의 방으로 데려 가 주셔요.(합창단) 그대 있기에 우리는 기쁘고 즐거워 포도주보다 달콤한 그대 사랑 기리며 노래하려네.(신부)

자 임의 방에 가서 뭘 하는 걸까요 (웅?). 아무래도 침실 같은데. 이 부분은 그레고리(Gregory the Great, 505-604)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집에는 문, 계단, 거실, 그리고 침실이 있다. 알레고리적으로 해석한다면 집의 문에서 우리는 신앙을 깨닫고, 계단에서는 희망을, 거실에서는 사랑을, 그리고 침실에서는 축복을 깨닫는다. 그러므로 이 부분은 신이 우리에게 축복을 이해시키는...웅?


아가서 2:4-6
4 사랑의 눈짓에 끌려 연회석에 들어 와 
5 사랑에 지친 이 몸, 힘을 내라고, 기운을 내라고, 건포도와 능금을 입에 넣어 주시네. 
6 왼팔을 베게 하시고, 오른팔로 이 몸 안아 주시네.

아무리 봐도 연인들의 염장짓으로 보이는 이 구절을 중세 신학자인 베다(The Venerable Bede, 673-735)는 이렇게 해석한다. 여기서 왼팔은 신의 왼팔! 왼팔을 베게 한다는 것은 신이 믿는 자들이 성전례에 참여하게 하고 성경과 성서를 제공해서 그들로 하여금 인생이라는 순례를 잘 할 수 있게 되와주는 거라고. 그리고 오른팔로 이 몸 안아 주신다고? 그건 신이 우리가 죽고 나서 천국에서 받을 상을 의미하는 거다!


아가서 4:5
5 그대의 젖가슴은 새끼 사슴 한 쌍, 나리꽃밭에서 풀을 뜯는 쌍동이 노루 같아라.

한글판에서는 안 나왔지만 라틴어에서는 "두" 젖망울 정도로 해석이 될 텐데 음... 이 19금짜리(아닌가?) 구절을 베다는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여기서 나오는 "두" 젖망울은 두 민족에서 나오는 두 종류의 설교자들을 상징한다!! 그 민족은 바로 유태인과 이방인들이다. 이 설교자들이 가슴으로 상징된 것은 바로 설교자들이 마지 어머니가 가슴으로 아이들에게 젖을 먹이듯이 예수 안의 아이들에게 하나님의 말씀을 퍼부어주기 때문에! 이게 더 변태같아. 그리고 노루는 무엇이냐! 이 노루들은 죄인들과 작은 자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노루처럼 세상의 장애물들을 깡충깡충 뛰어넘어 신의 은총에 다다를 수 있다.



아가서 5:2-4
2 나는 자리에 들었어도 정신은 말짱한데, 사랑하는 이가 문을 두드리며 부르는 소리, "내 누이, 내 사랑, 티없는 나의 비둘기여, 문을 열어요. 내 머리가 온통 이슬에 젖었고, 머리채도 밤이슬에 젖었다오." 
3 "나는 속옷까지 벗었는데, 옷을 다시 입어야 할까요? 발도 다 씻었는데, 다시 흙을 묻혀야 할까요?"
4 나의 임이 문틈으로 손을 밀어 넣으실 제 나는 마음이 설레어

어머... 옷을 벗었대. 하지만 안셀무스에 따르면 옷을 벗은 것은 세속의 때를 벗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야한 생각을 하다니 너에게 음란마귀가 씌인거다! 

그나저나 저 4절은 한글판으로는 느낌이 안 사는군... 영어로는 다음과 같다. "My beloved put his hand through the aperture and my insides trembled at his touch."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등등...이 있다.


내가 좀 비웃긴 했지만 어쨌든 아가서에 있는 성적인 묘사는 중세 성인들 역시 신과의 합일 경험을 성적으로 묘사해도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게 해준 듯하다. 어떤 서술들은 정말 아가서처럼 신과의 만남을 매우 센슈얼하게 묘사하고 있으니. 그리고 센슈얼한 부분을 교리적으로 풀어놓은 주해 역시 아가서의 존재를 뒷받침해준 셈이 되었으니. 해석하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아가서 주해본은 중세에 매우 인기가 있었다고.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성서와 주해가 나오면 생각나는게 아주아주 옛날에 읽었던 초서(Geoffrey Chaucer, 1343-1400)의 켄터베리 이야기The Canterbury Tales. 여기 바쓰 부인 이야기The Wife of Bath's Tale. 바쓰 부인은 자신의 결혼생활"들"을 얘기해주면서 남자는 여자가 정말 못되고 무식하다고 아무런 근거없이 씨부린다(?)고 말하며 여성혐오의 역사를 성서와 주해에 빗대 말한다. 즉, 여자가 성서의 텍스트라면 남자는 여기에 마구잡이로 덧붙여진 주해. 남자는 여자를 해석이 필요한, 혹은 해석을 해야만 하는 텍스트로 간주하고 여자를 이해한답시고 이러쿵저러쿵 떠들지만, 많은 주해가 그런 것처럼 텍스트를 오독해버리고 만다는 것. 게다가 쓸데없이 길고 정교해;; 결국엔 텍스트를 하나도 설명해주지 못하면서;; 이건 순전히 제 기억에 따른 회상이므로 실제 켄터베리 이야기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어쨌든 나는 시험 공부를 위해 아가서 주해와 친해져야한다. 흑흑. 어려워... 신학자들은 왜 이렇게 많은거야. 그냥 나 이거 야한 글이라고만 생각하면 안되나...? 안되겠지.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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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비로긴 2014/01/07 20:03 # 삭제 답글

    불경(?)하게도 킬킬대며 읽어내려갔습니다,
    잘 읽고 가요!
  • mori 2014/01/08 01:42 #

    ㅋㅋㅋ감사합니다. 저도 킬킬대며 읽었어요 ㅋㅋㅋㅋㅋ
  • 흑범 2014/01/08 13:52 #

    저도요. ㅋㅋ
  • 진냥 2014/01/08 00:36 # 답글

    성서에서 아가서만 정독한 제가 왔습니다
    ....어?
  • mori 2014/01/08 01:43 #

    진짜가 나타났다!! 진짜가 나타났다!!!!!
  • 앞서나가는 황제펭귄 2014/01/08 00:42 # 답글

    저같은 사람이 역시나!?ㅣ 있었군요... ㅋㅋ 전 나름 성서를 다 보긴 했지만 어린 나이에도(!) 눈길을 끄는 건 아가서 였습니다 ...
  • mori 2014/01/08 01:43 #

    어린 나이에도!! 앞서나가는 황제펭귄님은 그 쪽(?)에서도 앞서나가셨군요. 흐흐흐.
  • 룰리레몬 2014/01/08 02:25 # 답글

    Q. 성서가 야하면 어떻게 하나요?
    A. 해석을 경건하게 하면 된다.

    이거로군욬ㅋㅋㅋㅋㅋㅋㅋ 좋은 글 보고 갑니다
  • mori 2014/01/08 05:10 #

    ㅋㅋㅋㅋㅋㅋ깔끔한 정리입니다!! ㅋㅋㅋㅋ 그나저나 저는 롤리레몬님 블로그 다시 들어갔다가 또 빵터지고 ㅋㅋㅋㅋㅋ 우울할 때 마다 황태자 사진 봐야겠어요. 너무 즐거울 때는 역변한 사진을 봐야하는 걸까요...(먼 산)
  • 라비안로즈 2014/01/08 11:58 # 답글

    아가서 어릴땐 읽어도 뭔말인지 모르겠더라구요..
    근데 고딩이지나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보았을땐...
    엄훠나.. 성경을 새로보게 만드는 서였습니다 ㄷㄷ
    어찌 이렇게 비유를 적절하게 야하면서도 덜 야하게 묘사한건 대단한것 같아요 ㅎㅎㅎ
  • mori 2014/01/08 13:42 #

    저도 어렸을 때에는 정말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더라구요 ㅋㅋㅋ 적절한 수위(???)라는 것에 백 번 동감합니다!! ㅋㅋㅋㅋ
  • 2014/01/08 13:5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1/09 02:1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highseek 2014/01/14 09:24 # 답글

    실제로 고대의 섹스란 신적 합일의 상징이었죠.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이란 말이 괜히 만들어진게 아닙니..
  • mori 2014/01/15 08:16 #

    그게 어느 순간부터 너무 억눌렸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저는 개신교 탓을 많이 하고 싶어집니다. ㅎㅎ
  • googler 2014/01/15 06:19 # 답글


    ㅎㅎ 오랜만에 들와 재미난 부분 금방 읽엇네요, 다른 포스팅은 오늘 못 읽고 이 페이지만 읽엇는데 아가서는 정말 시가 ㄷ다로 없군요. 현재 컴퓨터 된소리 직어지다 안 되다 함. 이해하고 읽으소서, 접. ㅈ접입니다. 그렇게 보면 엣날 분들의 감정이나 기교가 훨신 본능에 충실하고 문학적으로도 더 리얼하니 ㄷ뒤어나요. ㅎㅎ아이구야 된소리 안 직어지니가 답답해라....
  • mori 2014/01/15 08:16 #

    아이고 googler님 빵 터졌어요 ㅎㅎㅎㅎ 제가 다 알아서 해석했습니다, 된소리! 웬지 가리면 더 야하듯 (웅?) 문학적으로 표현하면 더욱 생생한 것 같아요 후후후...
  • 위장효과 2014/01/16 19:27 # 답글

    그래서 아가서는 러브레터 인용에도 많이 쓰였다는 게... 잠언을 인용해 보세요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 mori 2014/01/17 01:58 #

    ㅋㅋㅋㅋㅋ 러브레터에 썼다간 바로 깨질 것 같네요 ㅋㅋㅋㅋ
  • kkk 2014/05/23 12:33 # 삭제 답글

    성경에 왜 아가서를 포함시켰을까?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중 하나인 남여간의 사랑을 하나님 책에 포함하는건 당연한 것입니다.
    육체적인사랑, 폭력적인 면 등 모든 내용을 빼고, 아름다운 면만 보여준다면 거룩하구나! 하겠지만
    성서는 현실세계의 거울을 보여주는것이며, 우리에게 이세상은 어떤곳이란걸 보여주는 겁니다.
    현실세계처럼 모순되는 열정감정비극희극 등. 그 모든것이 포함되어있습니다.
    그중에 아가서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표현으로 남여의 사랑을 묘사한것이라고 봅니다.
  • mori 2014/05/29 20:59 #

    저도 kkk님의 말씀에는 적극 동의를 합니다!! 다만 아가서가 낯뜨거운 내용을 담고 있다는 이유로 교회에서는 센슈얼한 부분을 가리려는 시도를 많이 했죠~ 설교만 해도 아가서의 이런 내용을 다룬 설교를 거의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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