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섹스의 역사Making Sex: Body and Gender from the Greeks to Freud> - 혹은 성별 확립하기 by mori

쌀국에 이런 헛소리를 하는 자가 있어 잡아다 목을 베...고 싶었다. 재작년 미주리주 출신의 미쿡 공화당 연방 하원의원인 토드 아킨Todd Akin이 낙태 허용에 대한 반대 의견을 펴면서, 자기가 진짜 의사한테 들었는데 합법적인 강간(legitimate rape, 혹은 법적으로 인정할 만한 강간?)을 당한 여성은 체내에서 임신을 막기 때문에 임신이 잘 안된다더라...는 헛소리를 한 적이 있다. 물론 미쿡에선 엄청난 분노가 일었고, 오바마도 한 소리를 했으며, 아킨은 낙선했지... 후후후... 이 발언의 문제는 이게 의학적으로 근거가 없을 뿐더러, 성폭행을 당해 임신한 여성들은 그럼 성폭행을 당한 게 아니냐라는 문제부터해서 합법적인 강간은 무엇이냐 등등의 여러 이슈를 건드렸기 때문이었다.



하하 낯짝하고는.. 하하... 사진 출처는 http://www.liveleak.com/view?i=443_1345649017 관련 신문기사는 http://www.nytimes.com/2012/08/21/us/politics/rep-todd-akin-legitimate-rape-statement-and-reaction.html?_r=0

하지만 공화당은 여전히 미쿡에서 강한 정치 세력이고, 여전히 라디오에서 피임약 금지해야한다는 이슈가 논의될 때에는 저딴 헛소리가 등장하기도 한다.

나는야 몰랐네, 저 헛소리가 왜 나올 수 있었는지를. 오늘 책을 끝내고서야 정리되었네, 저 토드 아킨놈이 왜 저렇게 말할 수 있었는지를. 게다가 의사 운운해가면서. 생각해보니 중세부터 있었을 법한 얘기야. 하하... 하지만 지금은 21세기라는 게 문제지 하하... 그 놈 참...

어쨌든 오늘 소개할 책은, 좀 오래된 책이다. 토마스 라커의 1992년 작.

Thomas Laqueur, Making Sex: Body and Gender from the Greeks to Freud,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1990

책표지 출처는 구글북스. http://books.google.com/books/about/Making_Sex.html?id=oYoCgHVmhgkC


일단 이 책은 그리스 시대에 여성과 남성이 어떻게 인식되었는지, 특히 하나의 성별을 가지고 남자와 여자는 단순히 정도 상으로만 차이가 있다는 믿음에서 근대에 들어와 여성과 남자가 어떻게 전혀 다른 존재로 달리 인식이 되었는지를 쭈욱 흝고 있다. 일단 중세 부분만 봐서는 꽤 역사적으로도 신뢰할만한 자료와 주장을 펼치는 것으로 보아 그냥 마음 놓고 믿고 싶지만, 책이 출판된지 20년도 넘었으니 새로 발견된 부분도 있겠지.

내가 이 책에서 재밌었던 것은, 위의 토드 아킨이 말한 대목과 연관된 부분에서였다. 왜 토드 아킨은 저런 헛소리를 했을까. 성폭행을 당하는 여성은 임신하기 어렵다는 그런 믿음?

라커 뿐만이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본 중세 의학서에 대한 2차 자료들은 거의 대부분 중세에 여성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성관계시 정액을 내뿜는다고 믿었다. 물론, 남성유일정액설(???)도 있었고 여자의 정액이 임신에 어디까지 공헌을 할 수 있느냐로 의학적 공방이 이루어지기도 했으나, 여성 또한 정액을 생산해낸다는 의견은 정설 중의 하나로 받아들여졌고. 이에 남자는 정액을 배출만 하지만, 여자는 남자의 정액을 흡수도 하고 자기 정액도 내보내니 쾌락이 2배(웅?)라는 이상한 논리도 중세의학서<여성의 비밀에 관하여De Secretis Mulierum>에 등장하는 바...

이 여성정액설(???)이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은 이것이다. 여성의 정액과 남성의 정액이 서로 만나야 임신이 되는건데, 정액은 성적인 쾌락을 느껴야 나온다고 생각되었기 때문. 즉 여자도 성관계시 성적인 쾌락을 느껴야 정액을 내보내어 임신이 된다는 통념이 성립되는 것이다. 물론 우리의 성녀 힐데가르트는 좀 다른 의견을 내보내긴 했지만, 이런 통념에 따르면 어떤 여성이 임신이 되었다면 그건 그 여성이 성관계를 즐겼기 때문인 것.

중세의 이러한 통념은 르네상스를 거쳐 근대까지 이어지고... 당연하시겠지, 여성의 난소에 따로 이름을 붙이는 대신 고환testicles이라고 부르기를 18세기까지. 남성의 재생산 기관이 많은 의학적 관심을 받았다면, 여성의 재생산 기관은 단순히 남성의 그것에 대입되어 이해되거나 열등한 버전으로만 기록될 뿐이었고.

임신이 어떻게 가능하냐에 대한 연구조차, 과학이 발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그리고 사회적인 통념이 강한 분위기에서는 여러가지 말도 안되는 주장이 있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특히나 배란이 언제 어떻게 일어나냐의 문제에 있어 여러가지 억측이 제기되었는데 제일 빡치는 예 중 하나는 발정난 암캐(일부러 이런 표현 씁니다)와 인간 여성을 동일하게 보고 연구한 실험들. ^^ 라커는 테오도르 폰 비숍(Theodor von Bischoff>의 19세기 연구를 소개하고 있는데, 비숍은 자기가 갖고 있던 큰 암캐가 발정기에 접어들자 수캐와 접촉시켰고 며칠의 간격을 두고 거의 짝짓기 직전까지 가게 했다. 암캐는 수캐에 성적인 관심을 보였고. 이틀 뒤 암캐의 왼쪽 난소를 제거하여 부푼 것을 확인하고 닷새 후에는 암캐를 죽여서 남은 남소를 열어 네 개의 난자를 발견했다. 그리고 비숍은 이에서, 발정기 하에서 짝짓기 때문에 배란이 있었을 것이라고 암시했고 이에 학계에서는 (인간) 재생산의 신비를 밝혀냈다며 환영했고. 즉,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다고 비숍도 말하긴 했지만 인간 여자 역시 비슷하게 성관계 중에 배란이 되지 않을까라는 추측을 낳게 된 것이지. 의학계에서.

물론 배란이 언제 어떻게 되냐에 대한 의견은 다양했고, 또다른 강력한 추측 중 하나는 월경 직후에 가장 깨끗한 상태(!)에서 이루어진다고도 보았다. 심지어 이 주장이 효력을 가졌던 이유는 인간 여자의 월경이 동물 암컷의 발정과 비슷할 것이라는 가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고. 

하지만 여성의 성적인 쾌락과 배란을 연결시켜 설명하려는 의도는 여전히 존재했고, 심지어 라커가 비슷한 시기의 다른 예로 드는 것처럼 매매춘여성조차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의 아기를 가질 확률이 놓다는 주장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거라 볼 수 있다.

어쨌든 현대 과학이 발전하기 전에 여성의 임신과 쾌락을 연결시키려는 시도들이 있었고, 이게 심지어 현대에까지 내려오는 것 같다. 저 위에 토드 아킨의 말도 안되는 언사처럼.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게 문제가 되는 것은 단순히 비과학적이기 때문이 아니라 이게 의미하는 바, 혹은 가정으로 삼고있는 바 또한 여성 혹은 남성에게까지 폭력적이게 될 수 있기 때문이지. 물론 성폭행을 당했을 때 피해자의 신체적인 변화로 인해 임신의 가능 여부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저 공화당의원은 "합법적인 강간"을 운운하며 여성의 쾌락과 성폭행인지 아닌지까지의 관계를 상정하고 있는 것이다. 

뭐 저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쿡 공화당 의원까지 굳이 안 가더라도, 내가 고등학교 다닐 때 가정을 맡은 여자 선생님은 여학생들에게 몸가짐을 조심히하라며, 너네 성폭행 당할 때 즐기는 거 다 안다며 그러니까 애액도 나오는 거라며 대형헛소리를 하셨지. 심지어 그 선생님은 딸도 있었어. 우리들은 그 딸이 정말 불쌍하다고 생각했다. 이또한 몸의 반응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몸의 반응으로 성폭행이 강제적이었는지 아니었는지를 따지고 들려 하기 때문에 문제인 것 같다.

하아... 

근데 쓰고 보니 이 책의 한글 번역본이 있다. 황금가지에서 나왔네. 링크를 건다. http://book.naver.com/bookdb/text_view.nhn?bid=64069&dencrt=2o%2539%252FoO0E86p4mMqHbBFIav28zJGxtH8gFC4in%252BHk%2539lc%253D&term=theodor+von+bischoff&query=theodor+von+bischoff

한글 번역본의 제목이 <섹스의 역사>라서 이를 따르지만, 원제는 Making Sex, 즉 "성관계하기" 혹은 "성별 확립하기" 사이 어드메에 있는 중의적인 표현이라 하겠다. 

덧글

  • 2014/02/12 02:3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2/12 04:5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김구필 2014/02/12 10:13 # 답글

    성적 쾌락과 임신의 연관관계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강간 및 폭력적 행위가 연루된 성교와 그렇지 않은 성교 중 임신하는 비율을 따져 보았을 때 오히려 전자 쪽이 비율 상으로 우세했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본 것 같습니다. 인과 관계까지는 아니고, 아직은 상관 관계까지만 해명되었다는데-어쨌든 상단에 나온 인물의 말이 통계적으로도 틀렸단 이야기가 되겠죠.
  • mori 2014/02/12 15:36 #

    네 저도 비슷한 얘기를 본 것 같아요. 제가 본 설명에서는 호르몬 관련해서 설명했던 것 같은데, 성폭행 당한 여성은 가임기든 아니든 필히 병원에 가서 검진을 받고 임신여부도 체크해야한다는 취지에서 나왔던 것 같아요. 한 번 통계자료나 과학적인 설명이 있는지 찾아봐야겠습니다. 상기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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