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논문... 이제 시작인 것인가! by mori


오늘의 모드;; 공부를 안 했다고 고해성사를 하는 기분으로;; 중세의 고해성사 장면;; 
출처는 British Library, 청구기호(?)는  Stowe 17. 14세기

논자시 끝나고 몇 개월을 그냥 널부러져 있었던 것 같다. 이게 뭐 큰일이 끝나면 확 쉬어야 하는데 수업 찔끔찔끔 듣는 것 때문에 그러지를 못하고 노는 것도 아니고 공부하는 것도 아닌 상태로 어영부영 있다보니 이 꼴이 났다;; 아니 근데 한국에 갔다왔잖아! 한국서 한 달 너무 놀았지, 아 그래 너무 놀아서 체력이 동이 나서 왔다;; 그러고 컨퍼런스 가서 억지로 발표하고 갔다와서 어영부영 시차적응하고 날씨적응하고.

뭐 기중 잘 한 게 있다면 운동시간 두 배로 늘린 정도?

하지만 일은 터지고야 말았으니 이렇게 놀 수만은 없다! 싶어 지도교수에게 나 라틴어 혼자 연습하게 텍스트 추천해주겠니?라고 메일을 보냈는데 논문계획서를 폭풍 독촉하는 답메일이 왔다. 사실 지도교수 볼 낯이 없는게 지도교수는 작년 여름부터 나에게 논문계획서를 쓰라고 쓰라고 종용을 해왔다. 논자시 준비하는 데에 도움이 될 거라고. 그래서 틀은 잡아놨는데 그 후에 내가 살을 못 붙이고 있었다. 어쨌든 이 주 내에 초안을 제출하라고 압박을 줘서 알겠다고;; 하긴 책 깨작깨작 읽어서 뭐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고 일단 내가 아는 거라도 풀어내야 될 것 같아서 꾸역꾸역 써서 냈다. 교수가 15장 정도 쓰라 그랬는데 12장 겨우 채워서 냈음. 근데 보낸 지 만 이틀이 지났는데 교수한테 답메일이 없다;; 교수가 너무 실망했나;;

앞으로 쓸 논문의 계획은 다음과 같다.



제목은 The Medieval Woman’s Body: Evil and Holy로 일단 잡아놨다.

주장하려는 바는, 중세에 여성의 몸이 찬양과 비하를 동시에 받았던 이유는 여성의 재생산 기관, 특히 자궁 때문이라는 것. 이렇게 쓰니 너무 당연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 같네-_- 구체적인 자료는 중세 부인병 문서와 가톨릭의 여성혐오+아가서 전통, 그리고 중세 여성 성인인 가타리나Catherine of Siena, 폴리뇨의 안젤라Angela of Foligno, 힐데가르트Hildegard of Bingen, 심지어 줄리안까지...Julian of Norwich.

여기까지 쓰고 나니 너무 원대하네 하하;;

아마도 방법론은 페미니즘과 사학History으로 잡을 것 같다. 따라서 선행연구는 종교학, 페미니즘, 중세사학에서 중세 여성이 어떻게 다뤄졌는지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본론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 부분은 중세 가톨릭에서 여성의 몸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아마도 여성 혐오적이었으나 여자(인) 친구들도 많았던 아이러니의 대명사(웅?)! 교부들이 거론될 것 같고, 중세에 사제들이 어떻게 여성의 몸이 음탕한지에 대해 서술한 부분이 추가로 등장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아가서 주석 전통과 마리아 경배 전통에서 어떻게 여성의 몸이 찬양이 되었는지 (예를 들면, 아가서에 나오는 봉긋한 가슴이 누구 것이냐! 성모 마리아의 아름가운 가슴이냐! 등)를 서술할 예정.

그야말로 예정. 이상스럽게, 하지만 너무도 당연하게 첫번째 부분이 제일 자신이 없어;;

두 번째 부분은 중세 의학에서 여성의 몸을 어떻게 보았느냐. 하나의 성 모델One-Sex Model부터해서 블로그에 많이 소개했던 위 알베르투스 마그누스pseudo-Albertus Magnus의 <여성의 비밀에 대하여De Secretis Mulierum> 과 트로타Trota의 <트로툴라Trotula>를 비교 혹은 대조할 예정. 여성의 몸이 열등하다는 서술이 어떤 식으로 의학적인 증거(?)로 설명이 되어 왔는지에 대해 다룰 것이다.

세 번째 부분은 그야말로 한 챕터씩 성녀 한 명씩 잡아서 얘네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신비문학에서 여성의 몸을 다뤄왔는지를 소개할 예정이다. 예를 들면, 힐데가르트가 에클레시아를 거대한 여성의 몸으로 서술해서 아이를 낳는 과정과 비슷하게 더러운 영혼을 정화시키는 과정을 서술한 부분 등. 근데 네 명 성녀 어떻게 다루지, 하하하...


여기까지 쓰고 나니 다루는 내용은 입학할 때와 비슷한데 초점은 좀 바꾸었다는 게 티가 난다. 중세 여자들이 괴상하게 행동하거나 서술해놓은 것에 관심있는 것은 같은데 그 초점이 금욕수행에서 신비경험으로 옮겨갔어;; 이건 학풍 때문인가;; 근데 분비물은 어디다 넣지;; 나 신비경험에 이렇게 관심이 많았나;; 그냥 괴상한 것 다루면 되는 건가?

고민에 고민을 하고 있다. 지도교수의 첫번째 제자, 즉 나의 직속 선배는 논문계획서를 여섯 번이나 고쳤어야 한다던데(참고로 미쿡인에 역덕임) 과연 나는 몇 번을 고쳐야 할 런지. 이 와중에 지도교수는 왜 계속 코멘트가 없지 ㅠ 너가 이런 줄 몰랐어, 그냥 공부 때려치는게 인류를 위해 나은 선택 아닐까? 이렇게 쿨하게 말할 것 같은 불길한 기분이 별에 스치운다.






덧글

  • Esperos 2014/07/24 13:52 # 답글

    주제만 봐도 난제임이 보이는군요. ^^;;; 고생하십니다.
  • mori 2014/07/24 15:29 #

    아 그냥 성녀 한 명만 한다고 할 껄 그랬나...후회 중입니다만 깊게 들어갈 자신은 없군요 ㅠ
  • 2014/07/24 14:1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7/24 15:2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앤셔얼리 2014/07/25 06:15 # 삭제 답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봐도 무척 어려워 보이네...
  • mori 2014/07/25 14:25 #

    제...제가 봐도 어려운 걸로 봐서는 주제를 잘못 잡은 것 같기도 합니다;;
  • 迪倫 2014/07/25 11:37 # 답글

    혹시 A Complex Delight - The Secularization of the Breast, 1350–1750, Margaret R. Miles (Author), Vanessa Lyon (Other), Univ. of California press, 2008 이라는 책 보신적 있으신지요? 대상 시기나 방향이 약간 빗겨가기는 하는데, 첫번째 부분으로 잡으신 것과 조금 관련이 있을듯한게 아닐까 하는... 자세한 정보는 http://www.ucpress.edu/book.php?isbn=9780520253483

    아무튼 파이팅!!하시기를!
  • mori 2014/07/25 14:27 #

    오오오 추천 감사합니다!! 그야말로 첫번째 부분에 딱 맞는 책이에요!! 아무래도 제 주제 자체가 시기를 좀 넓게 잡고 있고 어떤 흐름 같은 걸 잡으려고 하는 거라 추천해주신 책이 매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highseek 2014/07/25 16:10 # 답글

    음, 어렵군요. (...)
  • mori 2014/07/26 04:50 #

    이번 생에 박사논문을 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 highseek 2014/07/26 15:50 #

    길이길이 남을 논문 되시길!
  • mori 2014/07/27 11:32 #

    응원 감사합니다!! ㅠㅠㅠㅠ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