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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의료서가 주목을 받거나 받지 못한 이유 by mori

논문을 준비하면서 아무래도 중세 의학서 부분은 모니카 그린Monica Green의 저서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어제는 그린의 아티클 중 하나인 "In Search of an <<Authentic>> Women's Medicine: The Strange Fates of Trota of Salerno and Hildegard of Bingen"을 읽었는데 1998년 컨퍼런스, 심지어 내가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내용이라 쉽게 풀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모르는 사실들이 꽤 있었다-_- 음... 논문을 코 앞에 놔둔 시점에 아무것도 모른다는 이런 기분 느끼기 싫은데.

일단 시작은 그린이 이 아티클에 포함시켰던 페미니스트 예술가 주디 시카고(Judy Chicago, 1939- )의 작품 "디너 파티Dinner Party"에 포함된 중세 여성 의사 트로툴라Trotula와 중세 성인 힐데가르트Hildegard of Bingen의 자리로 시작. "디너 파티"라는 작품은 시카고가 역사상 위대한 여자 1038명을 작품에 표현한 것으로 999명은 이름을 새겨놓았고 39명은 저녁식사에 초대하는 것처럼 각자의 자리를 그 여자의 특성과 역사에 맞게 꾸민 컨셉이다. 지금은 브루클린 박물관 Brooklyn Museum에 전시되어 있다고. 사진도 역시 브루클린 박물관 싸이트에서 가져왔다. 출처는 http://www.brooklynmuseum.org/eascfa/dinner_party/home.php



트로툴라의 자리. 의사였고 여성의 건강과 출산 등을 연구했다는 이유로 생명의 나무The Tree of Life를 퀼트형식으로 깔았다. 자세한 정보는 여기에.



가톨릭 성녀였던 힐데가르트답게 접시는 스테인드 글라스처럼 꾸며있다. 더 자세한 설명은 여기에.



"디너 파티"의 전체적인 모습. 삼각형이다 (웅?).





이 아티클이 중요한 이유는 여성이 썼다는 이유로 트로툴라와 힐데가르트의 의학서적들이 간과되고 잊혀졌던 측면과 또 반대로 현대에 이르러 이 저서들이 단순히 여성이 썼다는 이유로 환호를 받고 찬사를 받는다는 측면을 동시에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즉 트로툴라나 힐데가르트의 저서는 여성에 썼기에 아마추어적이고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하지만 최근 페미니즘이 부각되면서 페미니스트 학자들이 이 두 학자들이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이 두 학자가 여성임에도 의학서를 썼다고 찬양을 하는데, 이 또한 문제는 역사 고증은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그린이 제시하듯, 여성이 썼다고 무조건 무시하는 것도dismiss, 대놓고 찬양일색romanticization해도 문제인 거다. 

그린은 트로툴라와 힐데가르트의 피지카Physica 두 저서만 해도 다르게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트로툴라 같은 경우 당대에도 인기가 많았지만 그 이후에도 참고용으로 많이 쓰였으며 출판도 많이 되었다. 하지만 힐데가르트의 피지카 같은 경우 오랫동안 잊혀졌고 19세기에 힐데가르트의 총서를 만드는 과정에서야 부각되었다. 이 책이 수면 위로 떠오른 이후에도 다시 잊혀졌다가 현대에 이르러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특히 페미니즘이나 대체의학 쪽에서. 심지어 뉴에이지 운동에서도 힐데가르트의 의학 정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 오랫동안 있는 줄도 몰랐던 힐데가르트의 의학서도 그렇지만, 트로툴라의 인기도 마냥 좋지만은 않았던 것이 이 의학서가 유명해졌기 때문에 의학자와 철학자, 즉 여성의 건강에 대해 경험치(?)가 부족했던 남성들이 손을 대기 시작했고, 내용이 변형되기 시작했으며, 종국에는 트로툴라가 여자가 썼을 리가 없다는 주장이 남성 의학자 가운데서 제기되었으니.

힐데가르트의 저서나 트로툴라 모두 정말 힐데가르트나 트로툴라 혹은 트로타가 쓴 게 맞느냐는 논란일 수밖에 없다. 특히 트로툴라의 경우 세간에 알려진 것처럼 저자가 살레르노의 트로타라는 주장은 이미 그린이 노노하고 있다(말투가 왜 이래).

하지만 여기서 종교학의 미덕이 있으니 마태복음서를 마태가 쓰지 않았다고 해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듯이 나도 진짜 저자가 누구냐! 이 문제에 있어서는 저자가 진짜 누구인지 밝히기 보다는 저자가 누구냐에 덧붙여진 의미나 계보를 보는 게 중요하겠지. 즉 저자가 여자인것 자체가 사실이고 팩트고 중요하고 이걸 떠나서, 이 저서들이 여성에 의해 쓰였다, 혹은 여성들에 대해 쓰였다는 주장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보는 게 나에게 연구 대상이다. 마치, 이 의학서가 진짜 효험이 있고 없고가 나에게는 덜 중요하고, 왜 의학서가 이렇게 진단하고 이런 치료방법을 제시하는 지가 더 중요한 것처럼.

여기까지만 썼는데도 어버버버하면서 지친다, 나 이거 쓸 수 있는 거야?



덧글

  • 키르난 2014/07/26 08:28 # 답글

    저 퀼트가... 바느질이.. 누빔이....; 39명의 매트를 만드는 걸 생각하면..(하아)
    접시 위의 장식도 멋지군요.
  • mori 2014/07/26 13:12 #

    힐데가르트 장식을 보고 으음... 힘들었겠네 이랬다가 트로툴라 보고는 으허? 이랬다가 저 셋팅 모인거 보고는 0_0//// 이렇게 되었습니다. 제 친구 중에는 퀼트만 연구하는 애도 있어요;; 저는 숟가락 젓가락으로 테이블 셋팅하는 것만도 힘드는데;; 접시도 다른 건 막 입체적이고 그렇더라구요;;
  • 2014/07/26 10:1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7/26 13:1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진냥 2014/07/27 02:00 # 답글

    하나하나가 아름다운 예술품 같습니다...
    저도 여성의 관점, 그 자체가 어떤 의미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 mori 2014/07/27 11:32 #

    직접 가서 보고 싶은 작품이더라구요!! 그나저나 잘 다녀오셨는지!!??
  • googler 2014/07/28 03:34 # 답글

    당시에 저런 자기들 컨셉 문양적 소잉을 받침으로 썼다는 건 어떤 의식있는 행사였던 거 같은데 생명나무 언급을 한 걸 보니
    카발라 의식이 깃든 히브리 냄새도 나고, 또 일루미나티 급은 아니더라도 그와 유사한 주요한 마인드 의식으로 뭉친 거였다는 게
    느껴지네요.
  • mori 2014/07/28 09:40 #

    유대교 자체내에서는 여성혐오적인 전통이 크지만 오히려 생명나무 등 카발라 전통에서는 여성"성"이 주요한 위치를 차지했고 일련의 페미니스트들이 여기에 주목하지 않았나 싶어요. 저렇게 작품으로 승화한 것보니 참 대단하다 싶습니다!
  • 나녹 2014/07/28 07:28 # 답글

    우연이지만 맨아랫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 밥상을 가까이서 직접 찍은 사진이 있습니다-_-; 이쪽 분야에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면 시간 가는줄 모르고 감상할 수 있겠네요~
  • mori 2014/07/28 09:43 #

    오오오 그 밥상은 누구에게 헌정된 것인가요!! 저도 이 작품에 대해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중세 성녀를 현대 미술로 승화시키려한 움직임이 꽤 있는 것 같아 신기합니다. 39명 중에 두 명이 여자면 꽤 비중이 큰 것 같아요;; 주로 중세는 여성의 암흑기로 오해되는 데 말이죠~(일부는 사실이니까!)
  • 나녹 2014/07/29 09:48 #

    http://en.wikipedia.org/wiki/Sojourner_Truth

    이 분이요 ㅎ 그런데 지금 다시 보니 맨아랫사진은 좌우반전이 걸려있군요-.-;
  • mori 2014/07/29 13:57 #

    예전에 여성학 시간에 이 분의 글을 짧게 나마 읽었던 것 같습니다! 오호오호 아는 분이 식탁에 자리가 있다니 더욱 신기하네요!
  • highseek 2014/07/29 09:28 # 답글

    생각해보면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은 중세 의학서 중 그 어떤 것도 피해가기 힘들텐데요. 여성이 썼든 아니든..
  • mori 2014/07/29 13:56 #

    현대에 와서 보면 다 비과학적이지만 정도차역시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대에 재정비하는 의학서의 역사에서 여성이 쓴 책들은 누락이 된 달지, 여성이 크게 활동했던 midwify 전통이 누락된달지 하는 방식으로요. 연금술조차 현대에서 과학발전의 일환으로 다룰 때조차 여성의 참여에 대해 언급을 안 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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