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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되고 여자도 되고 나의 모습을 찾아주세요 - Trotula by mori

중세 의학서 트로툴라Trotula(12세기)의 저자는 과연 남자냐! 여자냐! 여자 이름 트로타Trota냐 남자이름 트로투스Trottus냐! 혹시 저자가 차거운 물 뒤집어쓰면 여자가 된 달지(무슨 소리냐!)


음?



딴 소리 좀 하자면 난 한 때 란마1/2 시리즈를 사랑했었다. 중2때 처음 인터넷에 손을 대기 시작한 것도 란마 이미지를 모으기 위해서였어. 물론 좋아하는 것치고는 뭐 시리즈를 다 본다던가 만화책도 열심히 본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기껏 한다는게 종이접기로 캐릭터를 만든다든가 그림을 그린다든가 하는 정도;; 그리고 난 샴푸를 제일 좋아했어 -_- (심경고백) 내 때엔 주로 클램프 좋아했던 애들이 많았던 것 같은데 내 중고등학교 시절에도 이미 란마1/2는 마이너라(쿨럭) 애들따라 막 스타사진 파는 데에 따라가면 애들은 HOT나 젝키 사진 사고 나는 란마 사진 하나 발견하고 너무 좋아하고-_- 사진 한 장에 300원, 400원에 팔리던 시절이었다. 란마 사진은 하나 발견하고 끝. 그 이후로는 전혀 보지 못했다...

어쨌든 요지는 그게 아니고 <트로툴라>의 저자가 남자냐 여자냐!



앞선 포스팅에서 모니카 그린은 <트로툴라> 그 중에서도 여성의 질병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의 저자 성별에 대해 좀 더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굳이 얘기하자면 남자일 듯한 포지션에 좀 더 기울어져 있지만 텍스트 자체가 단일 저자라는 걸 부정하고 있기 때문에. 하지만 오늘 포스팅에서 다룰 존 벤톤John F. Benton는 1983년도에 낸 "Trotula, Women's Problems, and the Professionalization of Medicine in the Middle Ages"에서는 <트로툴라>가 남자에 의해 쓰였을 것이라 좀 더 강경하게 주장하고 있다. 

일단 여기서 알아둘 것은 <트로툴라>가 세 가지 문서로 이루어져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Ut de curis치료법에 관해서는"로 시작하는 문서, " Cum auctor저자는"으로 시작하는 문서, "De ornatu치장에 관하여"로 시작하는 문서. 이 중 마지막 문서는 저자가 자기를 명백하고 남자로 칭하고 있다는 데에서 저자가 남자일 것이란 해석이 좀 더 확실하다(예전 포스팅 참조). 하지만 다른 두 문서는 심지어 저자가 자신을 여자로 일컫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에 의해 쓰였을 가능성이 크다는게 존의 주장.

그렇다고 해서 존이 중세에 여자 의사가 없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살레르노Salerno 의대(?)에서 의사로 활약한 여성의 이름이 매우 소수나마 남아있기 때문. 지금까지 알려진 트로타Trota라는 여성 인물도 그 중 하나. 다만 존에 따르면 그렇다고 해서 <프로툴라>를 트로타가 썼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왜냐? 여성이 썼다기엔 너무 인기가 많았어. 그리고 당시 여성에 의해 의학이 전해지기가 너무 어려웠어. 그리고 현대에도 여성 의사의 비율이나 여성이 의학에 기여할 수 있는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 

존은 이렇게 말한다. <트로툴라>는 13세기부터 15세기까지 100편 이상 다른 버전이 나올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1566년까지 <트로툴라>가 여자 의사인 트로타에 의해 쓰였다는 게 의심을 받지 않다가 한스 카스파 울프Hans Kaspar Wolf of Basel이라는 사람이 <트로툴라>는 사실 로마의 한 자유민에 의해 1세기에 쓰여진 것이라고 주장하다 대차게 까였;;

현대에 와서도 과연 <트로툴라>를 누가 썼냐는 논쟁거리. 가장 많이 알려진 이론은 살레르노 학교를 다녔던 여자 트로타 혹은 트로툴라. 두 번째 가설은 독일 의학사의 저명한 칼 주드호프Karl Sudhoff가 주장한 것으로 <트로툴라>는 사실 트로투스Trottus라는 남자에 의해 쓰였다는 것. 이것은 살레르노에서 발견된 문서 중 하나에서 트로타가 Tt, 혹은 Trot로 축약되어 발견되며 특히나 라틴어에서 남성명사에 묻는 "us"가 붙는 경우가 꽤 있다는 것에 기반을 두었다고. 세 번째 주장은 베릴 롤랑Beryl Roland에 의해 제기된 것으로 "트로툴라"라는 것은 이름이 아니라 프랑스어 동사의 "trotter종종걸음으로 걷다"에서 온 것이라는의견. 

존은 이 세 주장을 모두 거부. 일단 여자가 썼다기에 <트로툴라>는 너무 인기가 많았고 권위도 있었다는 것. 존이 여자의 능력을 까는 게 아니라, 당시 여자로서 그렇게 복잡하고 정교한 고대 의학을 배우기가 거의 불가능했으리라는 것. 실제로 의술보다 의학에서 성별에 따른 보수적인 태도가 더욱 심했고, 실제로 활동한 여자 의사가 있을지언정 이걸 학제적으로 정리할 수 있을 여자는 존재하기 어려웠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존은 다른 문서인 "Practica secundum Trotam트로타를 따르는 의술"이라는 의학 문헌을 마드리드에서 발견했는데 이 책이야말로 트로타에 의해 쓰였다고 확실할 수 있는 데 반해 <트로툴라>에 나오는 문헌과 매우 다르다는 것이다. 다만 왜 <트로툴라>가 트로타에 의해 쓰였다고 전해내려왔나. 그것은 책에 그렇게 쓰여 있어서 관례상 내려왔을 뿐. 사실 <트로툴라> 내용에서도 여자가 썼다는 흔적은 찾을 수가 없다고. 

다만 트로타가 <트로툴라>라는 유명한 의학서의 여자 저자로 숭앙받을 수 있었던 것은 현대에 들어와 여성의 사회적인 지위에 대해 문제가 제기되면서 오오 여자의사 오오! 이런 찬양 일색의 분위기 때문이라고. 존은 이 분위기 때문에 학계에조차 <트로툴라>의 저자가 과연 저 여자가 맞냐에 대한 비판적인 검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존의 이 의견에 모두 동의하는 것은 아니고, 다만 <트로툴라> 저자의 성별이 남자냐 여자냐에 있어 왜 여자로 볼 수 없느냐를 살피는 것은 유용할 것 같다. 그리고 일단 논문에서 이 문제를 다루긴 다루되 너무 깊게 들어가진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_- 어쨌든 나에게 중요한 것은 <트로툴라>가 트로타에 의해 쓰였냐 아니냐는 아니니까. 다만 <트로툴라>에서 부인병에 대해 다루는 문헌은 독자를 여성으로 상정하고 있으며, 여성들이 부인병에 고통을 받아도 수치심 때문에 남자 의사를 보지 못하므로 이 책을 쓴다는 취지가 더 중요할 따름. 그리고 이 책이 여자 의사에 쓰였다고 주장이 나올 때, 혹은 여자 의사가 쓴 게 아니라고 주장이 나올 때의 맥락이 중요할 듯 싶다. 어떤 면에서 여자 의사라고 볼 수가 있냐, 없냐, 어디까지 의사로 볼 수 있냐, 없냐, 혹은 부인병에 대해 여자만 쓸 수 있냐, 남자도 쓸 수 있냐 등등의 문제가 더욱 중요할 것 같다. 그리고 일단 "Practica secundum Trotam"을 확인해야겠어-_-

 



덧글

  • 키르난 2014/07/31 08:36 # 답글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은 소설이지만 거기 살레르노에서 의학을 공부한 여인네가 나오더군요. 게다가 소설 분위기상 법의학자..-ㅁ-; 배경이 헨리 2세 시대이긴 한데, 주인공인 아델리아가 아주 특이케이스는 아닌 것처럼 설정하고 있더라고요.'ㅂ'
    여자냐 남자냐에서 헤르마프로디토스... 아니, 양성 구유... 를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하하하;; 다행히 그런 건 아니었네요.:)
  • mori 2014/07/31 14:06 #

    중세에 양성구유 사례가 없던 것도 아니니 혹시!!! 살레르노가 다른 데보다 더 개방적이었던 것인지 아니면 규모면에서 일단 커서 여성도 있던 것인지 아리송합니다만 저는 읽을 소설을 획득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진냥 2014/07/31 11:00 # 답글

    시대를 앞서간 여성 의학자이냐 아니면 시대를 앞서간 넷카마이냐(...?)! 이거 참 재미있는 문제로군요!
  • mori 2014/07/31 14:07 #

    엇 이렇게 나오면 저는 넷카마의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읭?!)
  • 2014/07/31 11:4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4/07/31 14:0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8/06 14:5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4/08/08 00:5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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