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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두통을 앓는 성녀 힐데가르트? by mori

힐데가르트는 편두통을 앓고 있었을까? 워낙 편두통이 흔한 증상이고;; 나 역시 편두통의 노예...까지는 아니고 가끔 고생하는 정도고 뭐 힐데가르트가 편두통을 앓았을 수도 있지만 안 앓았을 수도 있고, 근데 이게 문제가 되는 것은 이게 그녀의 종교 경험을 편두통으로 100% 설명하려는 시도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림 출처는 https://www.pinterest.com/explore/migraine-quotes/ 여기 가면 편두통과 관련된 격언(?)들이 많습니다. 정말 머리 아플 때에는 머리 잘라다가 안에를 그냥 시원한 물로 솨아아아아아 씻어버리고 싶은 마음이다. 



시도 중에서 흔한 것 중 하나가 아무래도 신경정신과적인 측면에서 분석하려는 것일 거다. 특히 환시과 기적을 많이 경험했던 중세 성인들은 최근 의학의 발달로 인해 새로운 잣대로 연구되고 있기도 하고. 그 중 제일 유명한 것은 신경학자인 올리버 색스(Oliver Sacks, 1933 - )가 자신의 책 <편두통Migraine, 1970)퍼블리쉬했던 힐데가르트의 환시를 편두통으로 설명하려던 논문 "일 것이다.





올리버 색스. 사진 출처는 http://io9.com/oliver-sacks-on-learning-he-has-terminal-cancer-1686735016 얼마전 색스는 암으로 인해 시한부 판정을 받았고, 뉴욕타임즈에 따뜻한 작별인사를 남겼다. http://www.nytimes.com/2015/02/19/opinion/oliver-sacks-on-learning-he-has-terminal-cancer.html?_r=0 

힐데가르트에서 좀 삐끗하긴 했지만 그래도 색스 책들 좋아한다. 섹스 책이 아닙니다. 제일 처음 읽었던 것은 심리학 수업에서 추천받았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The Man Who Mistook His Wife for a Hat>이고, 제일 좋아하는 책은 <나는 침대에서 내 다리를 주웠다A Leg to Stand On>. 특히 후자는 자기가 직접 겪었던 증상을 설명한 거라 더 재밌었다.

서론이 길었지만-_- 어쨌든 색스는 <편두통>에서 편두통 증상의 한 예로 힐데가르트를 다루면서 그녀가 겪었던 환시나 시각 정보가 편두통 환자의 그것과 일치한다고 주장했고, 결과적으로는 힐데가르트의 경험을 정신의학적인 측면인 것으로 환원지어 버린 것이다. 물론;; 그의 주장은;; 중세학자들에게 대차게 까이고;; 지도교수는 그를 비웃고;; 

하지만 그냥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힐데가르트가 뭐 편두통이 있었을 수도 있지만, 모든 편두통 환자가 그런 환시를 겪고 글로 엮고 그림으로 남기는 것은 아니지 않나. 평생 안고 갈 질문이기도 하지만, 정신병과 종교적인 경험이 같이 갈 수 있다는 걸 받아들이면, 그렇다고 종교 경험을 아무것도 아닌 증상 중 하나로 환원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크라이팔Jeffrey Kripal에게 이 문제로 상담을 요청했었는데, 음. 이건 다른 사람 사생활 침해라 자세히는 얘기 못하겠지만 제프는 평소대로 어깨를 으쓱하며 정신병과 종교경험 둘이 같이 갈수도 있는 것이지 않겠냐고 말하며 환히 웃었다. 

어쨌든! 포인트는! 힐데가르트가 자신의 책 <원인과 결과Causae et curae>에서 편두통을 얘기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이 편두통을 그녀와 연결시켜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 무엇보다 힐데가르트는 편두통이 뭔지 알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힐데가르트의 <원인과 결과>에서 편두통을 설명하는 부분이다. 구글북 출처는 https://books.google.com/books?id=hExUwWa8tNoC&printsec=frontcover&source=gbs_ge_summary_r&cad=0#v=onepage&q&f=false





편두통에 대하여.

편두통은 사람 안에 있는 우울질melancolia와 모든 나쁜 체액에서 생긴다. 편두통은 인간 머리의 전체가 아닌 중간 부분만을 지배한다. 따라서 오른쪽 머리나 왼쪽 머리에 생긴다. 체액이 과다하게 있을 때에는 오른쪽 머리에 생기고우울질이 지나치게 강할 때에는 왼쪽 머리에 강신다. 편두통이 사람에게 너무 강하게 작용할 때에는 마치 이게 사람의 모든 머리를 한꺼번에 지배하고 있는 것 같아서 사람이 통증을 느끼지 못할 때도 있다. 편두통은 내쫓아버리기가 매우 어려운데 왜냐하면 우울질을 누를고 하면 다른 나쁜 체액들이 들고 일어나고, 나쁜 체액을 진정시키려고 하면 우울질이 발현되기 때문이다. 우울질과 체액이 한꺼번에 가라앉기 어렵기 때문에 치ㅛ를 받기가 어렵다. 






보세요 편두통은 해로운 것입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눈이 너무 예민해지고 잘 안 보인다. 조그만 빛에도 눈이 아파서 밤에 운전하기 어려울 때도 있고. 시각이 흐트러져서 앞이 불균형하게 보이거나 시야의 일종 부분이 꺼멓게;; 안 보이기도 한다. 인간 뇌라는 게 신기해서 왜 모든 사람에게 맹점이 있지만 평소에 이걸 잘 느끼지 못하지 않습니까? 내가 특정 부분이 안 보일 때도 마찬가지라서,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은 뇌가;; 알아서;; 안 보이는 부분을 메꾼다. 근데 뭔가 이상해서 사람 얼굴처럼 복잡한 자극을 보거나, 아니면 규칙적인 무늬 같은 걸 보면 그게 어그러져있다. 시각이 뒤틀린 느낌이랄까.

물론 힐데가르트가 -_- 편두통에 대해서 자세히 설명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중세부터 편두통의 존재를 알려져 있었고! 힐데가르트도 알았다는 점! 하지만 힐데가르트, 웬지 우울질이었을 것 같은데 왼쪽 머리에서 편두통을 느끼고 있지 않았을까?...라고 쓸데없이 추측해본다. 

덧글

  • 키르난 2015/03/31 12:30 # 답글

    이번 편에서는 편두통보다 올리버 색스... 아니, 색스 할아버지가 시한부이신가요!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색맹의 섬입니다. 다른 두 권은 집에 들어왔다 나갔지만 이건 아직도 있고.. 아, 어릴 적의 경험을 다룬 화학쪽 이야기도 꽤 재미있었고요. 근데 책들을 더이상 볼 수 없다니...;ㅂ; 그 찰지고 짝짝 달라붙는 글맛이...;ㅂ; 어허허허헉;ㅂ;
  • mori 2015/03/31 12:58 #

    심지어 작별인사까지도 눈에 쩍쩍 달라붙는...! 작별인사가 너무 예뻤어요. 나중에 집에 가면 색스 할아버지책 다시 읽어보려구요 ㅠㅠ 너무 슬픕니다. 힐데가르트도 고쳐줄 수 없겠죠.
  • 도연초 2015/03/31 12:45 # 답글

    근데 편두통이 체액의 불균형을 촉진시키는 뭔가 심각한 난치병으로 써놓은 걸 보면 뇌졸중 뇌출혈 동맥류 등 당시 기준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중증 뇌질환에 대해 성녀께서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단지 중세인이라 세부적인 사항은 몰랐을 거라 쳐도 체액설에 의거한 치료법이 체액의 균형을 맞춰주는 거니까 체액의 균형을 잡기 어렵다는 것은 아무래도...
  • mori 2015/03/31 13:01 #

    도연초님 말씀처럼 대충 뇌에 대한 질병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편두통을 다루는 이 부분 뒤로 어지럼증이나 정신질환, 뇌에 대해서 서술을 계속 하시더라구요. 다만 저는 편두통이 다분히 근대적인 의학 지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보이지도 않는 질병이 보통의 두통과 구분지어 설명된다는 게 좀 신기했습니다. 편두통 앞앞 부분에는;; 대머리 얘기가 나옵니다;; 대머리 얘기도 꼭 다뤄봐야겠습니다.
  • Esperos 2015/03/31 15:02 # 답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유명한 이야기지만, 16세기 스페인 사람인 '아빌라의 성녀 테레사' 역시 매우 기묘한 신비체험을 하였는데, 이 체험이 실은 간질증상 아니었냐는 주장도 있죠. 중국 송나라 때 이야기 모음집인 태평광기에 실린 몇몇 기묘한 이야기에 대해서도 의학적인 설명을 시도하는 사람도 있으니,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가서 직접 확인할 수 있다면, 이런 설은 계속 나오겠지요. ^^;
  • mori 2015/03/31 21:33 #

    한동안 서양의 종교 경험을 정신적인 증상으로 해석하려는 시도가 많았던 것 같아요~ 물론 인문학 쪽의 반발(?)로 요즘엔 살짝 주춤한 것 같습니다. 동양의 이야기들도 비슷하게 해석하려는 시도가 있었다니 신기하네요!! 하긴 근대나 현대의 똑똑한 사람들도 정신병에 시달렸으니 과거의 사람들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면 수긍이 가기도 합니다! 물론 일부만을 설명해주겠지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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