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1918년 영국 성공회 교회의 기우제... 아니 기우기도 by mori

한국이 가뭄이 매우 심하다던데, 여느 때처럼 버지니아 울프의 일기장을 읽다가 가뭄에 대한 언급과 함께 성공회에 대한 재밌는 부분이 나왔다. 당시 영국은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가 갑자기 폭풍에 파!괘!되었는데 이걸 울프가 비아냥(?)거리는 부분. 그리고 여기에 편집자인 벨Anne Olivier Bell이 당시 상황과 함께 타임지<The Times>에 실린 독자의 편지 비스무레한 걸 각주로 달아놨는데 이 내용이 바로, 영국이 가뭄에 이렇게 시달리면 주교가 기우제...라 그럼 좀 그렇고 비를 내리게 하는 기도를 드려야되지 않냐는 것이다.

20세기 초에도 저런 내용이 종교신문이 아닌 신문에도 실리는군요;; 영국은 국교가 있어서 그런가;; 






오늘의 짤방. 출처는 오피니언The Opiniosn이고 링크는 http://www.theipinionsjournal.com/2007/11/

부연을 하자면 미국의 조지아 주에서 2007년에 가뭄이 일어서 주지사인 퍼듀Sonny Perdue가 부인과 함께 비를 촉구하는 기도를 드리는 게 신문에 실렸는데;; 저 작가는 비를 기도하는 조지아 사람들은 예전부터 현금이 쏟아지기를 바라던 바로 그 사람들이기 때문에 현금이 안 내렸던 것처럼;; 비도 안 내릴 거라 비아냥대는 내용...으로 추정. 

오늘의 포스팅 테마는 비아냥과 신실함...그 대립...






버지니아 울프는 1918년 7월 12일 일기에 당시 기후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Great storms have been beating over England the last 3 days, the result of the Bishop's importunity, God being, as usual, spiteful in his concessions, & now threatening to ruin the harvest. I owe God a grudge for his effect upon the Guild."

번역을 해보자면...

"엄청난 폭풍이 잉글랜드를 근 사흘 간 강타하고 있다. 주교가 열심히 간청해서 나온 결과라고 볼 수 있는데 신은 뭐 으레 그래왔듯이 한 발 물러나 양보를 했지만 앙심을 품고 이제는 아예 수확물들을 망처버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나는 신이 길드에 이렇게 비친 영향에 대해 그에게 원한을 품고 있다."





이 일기에서 주교가 비를 간청하는 기도를 공개적으로 드렸다는 걸 알수가 있는데 울프 일기의 편집자인 벨Anne Olivier Bell은 타임지에 나온 당시 상황을 간추려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타임지를 좀 찾아봤다. 1918년 7월 9일, 러틀랜드 공작Duke of Rutland이 타임지에 편지를 보내 이렇게 가뭄이 심하면 주교가 비를 기원하는 기도를 해야하는 것이 아니냐고 촉구한다.




 출처는 타임지 아카이브. http://www.thetimes.co.uk/tto/archive/


내 번역

편집장님, 한 때는 굉장히 좋은 결실을 맺을 거라 믿었던 수확이 이제는 그저 그런 것이 되고 말 것 같습니다. 두 달 동안 이렇다할 비가 내리지 않았습니다. 가벼운(light?)통기성과 배수성이 큰 땅*에서는 옥수수가밀이* 매일매일 퇴화하고 있고, 어떤 곳에서는 아예 소각되고 있습니다. 무거운(heavy)보습성이 큰 땅*은 그래도 좀 낫습니다. 뿌리들이 바싹 말라서 28시간 혹은 그 이상 비가 계속 내리지 않는다면 아마도 수확은 곧 큰 위험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이 또한 일손이 부족하다는 걸 전제하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주교들이 뭔가를 해야한다고 봅니다. 주교들이 각자의 교구에 있는 사제들을 통솔해서 <비를 위한 기도the Prayer for Rain>을 교회에서 읽도록 해야합니다. 교회의 높으신 분들이 이 기도가 소용이 있다고 생각하신다면 저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 그 기도에 기대야할 때라고 생각합ㄴ다. 감자를 제외하곤, 지금 괜찮아 보이는 것은 건초 뿐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건초가 사람들이 먹는 옥수수나 녹색 채소를 대신할 지에 대해서는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 이 나라에는 다른 어떠한 복종이나 기도보다 <비를 위한 기도>가 가장 시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은 일종의 요청입니다.





다음날 이 독자의 편지에 답장이 실린다.



다시 내 번역


편집장님, 

러틀랜드 공작이 오늘(7월9일)에 실은 요청에 대해 두 커멘트를 하겠습니다. 1. <비를 위한 기도>는 이미 교회에서 널리 행해지고 있습니다. 2. 이번처럼 가뭄이 있을 때마다 이 기도가 드려지고 있으므로, 러틀랜드 공작이 요청한 것처럼 주교들이 공식적인 지침을 내릴 필요는 없습니다. 그리고 사제들은 이런 일에 있어서 꽤 재량권이 있으며, 공작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민첩하게 영적으로 알아챕니다. 어쨌든, 지금 이 안 좋은 시기에 들판이 타오르고 있고 "적당한 비"가 오기를 사람들을 위해 기도할 사제들이 이 기후의 문제를 주교에게 마냥 떠넘기고 있지는 않습니다.



번역하고보니 이 사제(로 추정되는 사람?)는 엄청 강경하게 얘기하고 있잖아;; 이미 기도했으니 참견은 관두라는 것인가;;




찾아보니 영국 성공회 기도서Book of Common Prayer에 <비를 위한 기도>가 있다. 출처는 https://www.churchofengland.org/prayer-worship/worship/book-of-common-prayer/prayers-and-thanksgivings.aspx


O GOD, heavenly Father, who by thy Son Jesus Christ hast promised to all them that seek thy kingdom, and the righteousness thereof, all things necessary to their bodily sustenance: Send us, we beseech thee, in this our necessity, such moderate rain and showers, that we may receive the fruits of the earth to our comfort, and to thy honour; through Jesus Christ our Lord. Amen.



결론적으로 울프는 그래, 주교가 열심히 신에게 기도 드려서 비를 달라고 하니까 신이 받아주는 척 하면서 폭풍을 사흘이나 쌔려버렸다는 것이다. 아 난 비아냥거리는 울프가 참 좋다;;



* Lee님께서 답글로 정확한 뜻을 알려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덧글

  • Esperos 2015/06/25 22:41 # 답글

    2차 세계대전 중에 있었던 유명한 전투 중에 '벌지 전투'라고 있습니다. 밀덕들 불러놓고 벌지 전투에 대해서 떠들어보라고 하면 아마 서로 지식 자랑하느라 혀가 끊어질 겁니다. ㄲㄲㄲ

    아무튼 이 전투 중에 다혈질 마초로 유명한 미군 패튼 장군이 반격을 나가야 되는데 악천후가 계속되어서 공군이 못 움직이므로 진격에 중대한 지장이 있었습니다. 당시 패튼은 자신이 맡고 있던 제3군의 군종신부인 제임스 오닐(James Hugh O'Neill)이란 사람을 불러, 제발 저 악천후가 멈춰서 군대가 움직일 수 있게 하라는 지시를 합니다.

    오닐 신부는 "전능하신 주여, 악천후를 거두시아 저희 병사들이 움직일 수 있게 하시옵소서"라는 요지의 기도문을 작성해서 기도했고, 그 다음날 해가 쨍쨍 떴습니다.

    패튼 장군은 이 기도빨(___)을 보고 정말로 흡족해한 나머지 오닐 신부에게 동성무공훈장을 내렸죠. ㄲㄲㄲ
  • mori 2015/06/26 09:37 #

    오오 꽤 유명한 전투인가보군요!! 웬지 삼국지가 생각나기도 합니다만 ㅋㅋ 2차 세계대전인데 기도를 해서 비가 내렸다고 무공훈장을 내리다니!!
  • 迪倫 2015/06/26 04:38 # 답글

    원래 성공회는 19세기 초반까지 개혁교회처럼 상당한 신교 분위기에 계몽주의적 이성주의 영향도 컸다고 합니다. 그러다 19세기 중반 빅토리아시기에 옥스포드를 중심으로 앵글로 카톨릭주의 운동이 일어나고 종교개혁 이전의 상당수 전통을 되살렸습니다. 이를 고교회파라고도 하는데 20세기 초반까지 이 앵글로 카톨릭주의 영향이 상당히 진행되어 비를 내려달라는 기도와 같은 중세적(?) 성사가 버젓이 행해진것 같습니다. 물론 교회내 전통적으로 이성주의(라 쓰고 비아냥이라 읽는) 적 태도 역시 성공회의 한축입니다만...

  • mori 2015/06/26 09:39 #

    지금의 분위기가 19세기에 다시 형성된 것이라니 정말 신기한 것 같습니다!! 저야 당연히 그래왔겠거니 하고 막연히 이해를 하고 있었는데요~ 뭔가 종교에도 흐름이 있는 것 같아 더욱 재밌네요!! 한국의 성공회는 또 다르게 이해를 해야되겠네요~
  • 키르난 2015/06/26 08:01 # 답글

    ... 얼마 전에 행위예술가들이 강원도 정선인가, 하여간 어딘가에서 비를 기원하는 행위예술을 펼쳤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이미 그 때는 장맛비가 올거라는 예보가 나온 뒤였지요. 『음양사』에서 아베노 세이메이가 기우제에 대해 한 말이 기억에 남는데... 정말로 '능력'있는 사람들이 기우제를 드리는 건 비오기 직전이다라고요.; 가뭄으로 고생하던 중이라도 비올 때가 되면 기우제를 올리고 그에 따른 보상은..(응?)
    얼마나 열렬히 기도를 올렸으면 신께서 그 신심에 감동하여 폭풍우를 날리셨겠습니까란 생각도 드는군요. 하하하; 폭풍우를 날릴만큼의 기도가 모이길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죠.;
  • mori 2015/06/26 09:40 #

    ㅋㅋㅋ 그 정도 능력이면 비를 내리게 하는 능력 뺨칠 것 같습니다. 비 오기 직전에 기원하는 능력이랄까요 ㅋㅋㅋ

    너무 기도를 빡시게 한 게 틀림없어요-_- 이 정도론 부족해...부족해...부족해...하다가 기도가 쏟아져들어온다 우아아아아아앙!!! 이렇게 된 걸까요 ㅎㅎ
  • Lee 2015/06/26 10:53 # 삭제 답글

    Light soil은 공극이 많아 통기성과 배수력이 큰 토양을, heavy soil은 점토나 미사질이 많아 보습성이 큰 토양을 지칭합니다.
  • mori 2015/06/26 13:05 #

    으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로서는 찾아봐도 잘 모르겠더라구요. 감사합니다!!
  • Lee 2015/06/26 13:45 # 삭제

    그리고, 죄송하오나 원문을 다시 보니 corn은 아무래도 밀을 지칭하는 것 같습니다.
  • mori 2015/06/26 19:16 #

    앗 corn crops는 밀을 지칭하는 것인가요? 혹시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설명해주신 토양은 원문에 반영하겠습니다!! 너무너무 감사해요!!! ㅠㅠㅠㅠ
  • Lee 2015/06/27 00:38 # 삭제

    Corn이라는 단어는 원래 곡식의 알갱이, 그 중 특히 주식으로 사용되는 밀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그래서 과거 유럽의 밀밭에 많이 나던 잡초인 수레국화와 개양귀비, 선옹초가 영어로 각각 cornflower, cornpoppy, corncockle로 불리게 된 것입지요. 옥수수는 본래 maize(타이노어에서 유래)로 불렸는데, 북미의 영국 식민지에서는 옥수수가 밀에 준하는 주곡작물의 위치를 차지하게 되면서 결국 corn이 그냥 옥수수를 의미하게 되었다 합니다.
  • mori 2015/06/27 07:14 #

    앗 상세하게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농작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아무래도 당시 밀이 말라버리는 것에이 더 큰 위험이 되었을 것 같네요!! 우와 진짜 전혀 모르고 있던 바였는데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본문수정하겠습니다!!
  • 2015/06/30 20:50 # 삭제 답글

    이웃분들이 굉장히 해박하시구나.. 항상 mori가 쓴 글 뿐 아니라 댓글까지 읽으면서 새로운 사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어.
    난 그런 거 없고, 기도했다고 큰 소리(?) 쳤는데 폭풍이라도 와서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생각을 ㅎㅎ
    우리나라도 남부지방에는 비가 온다니 다행이야. 중부지방에도 어서 오길..!
  • mori 2015/06/30 21:41 #

    이웃분들께 많이 배우는 것 같아!! 정말 여긴 공동지식이라는 생각이 든다는 ㅎㅎ

    한국은 진짜 비 좀 와야할 것 같아;; 미국에는 비가 많이 오는데 웬지 반반 나누고 싶은 생각이 들어!! 비가 어서 오길!!
  • 남중생 2016/02/14 18:42 # 답글

    mori님 블로그를 구독한지가 얼마 안돼서 이전 포스팅들을 늦게나마 읽게 되네요.^^ 남아프리카 소설가 Alex La Guma의 Time of the Butcherbird를 읽어보면 20세기 후반인데도 교회에서 기우제를 드리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시니컬한 사람들은 "비오게 해달라고 주술의식을 하던건 우리가 멸시하던 흑인들 아니었나... 이젠 우리가 똑같은 걸 하다니"라고 말하는 장면도 있죠. 확실히는 기억이 안 나지만 소설 설정상 보어인(네덜란드계 후손들)들의 교회가 아니었나 싶네요.
  • mori 2016/02/15 06:01 #

    우와...! 좋은 소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기억해놓고 있다가 읽어봐야겠네요!! 기우제를 어느 종교에서 드리든 주술적인 면이 있겠죠. 물론 대중들이 원한 면도 있을 거구요! 설명해주신 것보니 읽어보고 싶어지는 소설이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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