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기억정리용 - 여자봉사자로 남자장애인 돕기 by mori

라고 쓰면 좀 너무 딱딱한 느낌이네. 얼마 전에 서류를 정리하다가 보충 추천서(?) 정도로 예전에 영국에서 봉사활동을 했던 것에 대한 증빙서류가 나와서 그 때 생각이 났다. 몇 년 전에 봉사활동을 한 것이고, 당시 담당자는 출산휴가를 받아서 날 모르는 담당자였는데도 내가 봉사했던 것에 대해 증빙을 해달라고 내가 연락을 하니 친절하게 대응을 해줬고 몇 장 필요하냐고까지 물어봤다. 그리고 내 손에 들어온 서류에는, 내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봉사활동을 했으며 당시 내 담당 장애인이 내가 했던 봉사에 대해 매우 만족스러워했으며 내가 자신과 친하게 잘 지냈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역시 영국이야. 아니 한국이 아니야. 한국 같으면 대충 봉사 언제언제 했다고 쓰고 잘 했다고 그냥 쓸텐데 내 담당 장애인에게 연락해서 어땠는지 물어보고 그걸 서류에 반영한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프라이버시 문제로 걔 이름은 아마 여기서는 거론을 못할 것 같지만, 내 봉사 친구들에게도 페북 친구들에게도 유명한 M씨 ㅋㅋㅋㅋ 특히 같은 기수로 비슷한 시기에 봉사를 했던 친구들은 다 내 봉사지에 놀러온 적이 한 번은 있기 때문에 ㅋㅋㅋ 같이 클럽 간 애들도 많고 ㅋㅋㅋ 그냥 한 번은 정리하고 싶었다. 장애인 봉사활동을 한 경험에 대해. 그리고 여자로 남자 장애인을 돕는 경험에 대해? 

내가 중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일 년에 봉사활동 시간을 채워야했다. 나는 집에서 멀지 않은 장애인 학교에 주로 갔는데, 장애인을 직접 돕는 일을 시키지는 않더라. 아마 그 시설에서도 우리가 골치였겠지. 도움은 안 되는데 자꾸 찾아오고. 그래서 그 시설의 수익사업, 뭐 크리스마스 카드를 봉투에 넣는달지 아니면 문구류를 포장한달지 등의 일을 했다. 장애인과 직접 접촉한 것은 아주 나중에 마지막으로 그 시설에서 일할 때였다. 그 때 장애인을 목욕하는 걸 도왔는데 매우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학생 때에는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많이 갔다. 지체장애인 시설에 한 달에 한 번 정도 가서 같이 노는 걸 주로 했는데, 그 때 처음으로 불편한 걸 겪었다. 남성 지체장애인의 경우 자꾸 나를 안고 뽀뽀하고 만지려고 하고 그런 일이 잦았던 것이다. 원래 잘 거부를 못하는 나지만 계속 그러는 통에 도망다니고, 교회 남자애들이 막으려고 했지만 또 어디선가 나타나서 뒤에서 안고;; 남자는 힘이 정말 세다는 걸 그 때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점에서도 봉사란 참 힘들다는 걸 느꼈다. 아 이런 부분까지 여자인 내가 신경써야되는구나 싶어서.



그런 이유에서, 맨 처음에 영국 단체에서 나에게 남성 지체장애인을 배정했을 때 거절했다. 단체에서 그 장애인에 대해 프로필을 꼼꼼하게 써서 보내주는데 여성 봉사자의 경우 선을 딱 그어야한다, 신체접촉을 하려고 할지도 모르지만 악의는 없으니 거절을 하라는 부분이 있었는데 솔직히 그 부분에서 내가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았다. 그래서 그 프로젝트는 넘겼다. 내가 우리 기수 중에서는 처음 프로젝트를 받은 거였는데, 그리고 내 성격상 웬만하면 거절을 안 할 텐데 넘겼어. 물론 봉사자의 선택도 중요한 문제라 단체에서 나를 비난하거나 안 좋게 보거나 그런 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다시 배정받은 장애인 역시 남자. 여성을 맡는 프로젝트를 했으면 하고 바랬으나 다시 남자가 걸렸다. 그것도 동갑내기. 다른 점이 있다면 신체적으로만 장애가 있었던 점. 두 번 거절하는 것도 좀 그렇고, 게다가 이미 몇 개월을 프로젝트만 기다렸기 때문에 여전히 걔가 남성이라는 점이 고민은 되었지만 수락했다. 신체장애인데도 걱정이 되었던 것은, 봉사활동에는 뭐 옷 입히기, 음식 준비하기, 물건 챙기기 등도 포함이 되었지만 배변 돕기와 목욕 시키는 것도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집에 남자형제도 없었고, 바쁜 아빠는 집안의 유일한 남자라는 이유로 "천연기념물"이라고 엄마한테 놀림을 받는 상황에서 솔직히 남자의 생활을 돕는다는 것 자체가 잘 상상이 안 갔다. 

봉사활동은 힘들었다. 당시에는 힘을 쓰는 일이 많아서 육체적으로만 힘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면 정신적으로도 안 힘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최고였다. 내 생애 최고의 경험일거다. 아마 다시는 오지 않을 거다. 다시는 내가 그런 봉사활동은 안 할 것 같다. 너무 힘들었어서. 그래서 더 좋은 경험을 많이 했다. M에게 참 고맙다. 나를 많이 배려해줬다는 걸 그 때도 알았고, 지금도 안다. 

나랑 같이 M을 담당했던 봉사자는 두 명이 더 있었다. 즉 세 명이 한 팀이 되어 M을 사흘에 하루씩 24시간 케어한다. 물론 24시간 내내 붙어있는 것은 아니고, M이 필요할 때. 일과는 보통 이렇다. 아침에 M이 일어나면 전화를 한다. 그러면 우리는 내려가서 세수를 도와주고 양치질 하는 걸 도와주고 화장실에 데려가 거의 매일 소변과 대변 뒷처리를 하는 걸 도와준다. 그리고 옷을 입히고. 외출 준비를 하고 책가방을 싸고, 학교를 간다고 하면 동행하고 다른 데를 가도 따라간다. M은 평생 휠체어를 탄 애다. 한 번도 자기 발로 듣고 일어선 적이 없다. 따라서 화장실을 혼자 갈 수가 없기 때문에 누군가가 꼭 있어야한다. 한 두 시간은 혼자 참을 수 있지만 그 이상 외출하게 되면 봉사자가 동행해야한다. M은 성격이 좋아서 친구들도 많았고 가끔 친구들이 봉사자 대신 해줄 때도 있었다. 그리고 집에 오거나 아니면 M이 친구들하고 놀면 술집에 같이 있거나 클럽에도 가고 그랬다. 나 영국에 있을 때 고 7개월 동안 클럽 열 번도 더 간 것 같아 ㅋㅋㅋ 그 때 유럽애들과 어울려서 제 춤이 그 모양이 되었습니다;; 길쭉길쭉한 유럽애들이 흔들흔들하면 멋있고 나는 (눈물) 그렇다는 걸 그 때는 몰랐어. 놀러가면 M이 꼭 첫 잔은 사줬다. 원래 봉사자는 술 마시면 안 되는데 ㅋㅋㅋㅋ 새벽 늦게까지 마시면 M은 자기 전동 휠체어 뒤에 날 태워주곤 했다. 씽씽은 아니지만 그래도 걔가 전동휠체어로 부아아아앙 달리면 얼마나 신났던지. 술 먹고는 꼭 피쉬앤칩스 혹은 밀크티로 해장을 했다.

아니 술 얘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_-

처음 숙소에 도착해서 M을 목욕시키는 방법을 배우던 게 기억이 난다. 그 때 나는 엄청 긴장을 했다. 내가 여자를 씻겨본 적도 없는데 남자를 씻긴다니. 유럽애들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다만 여자 장애인에게 남자 봉사자가 정해지는 경우는 별로 없었는데 성폭력 사건이 있었어서 그렇다고 했다. 어쨌든 여성인 내가 남성을 케어한다는 것에 대해 내 주변 유럽애들이나 다른 봉사자들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나만 불편해했고 나만 신경을 쓰고 있었고 그걸 티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봉사에서 제일 시간이 오래걸리고 손을 많이 탔던 게 목욕시키는 거였다. 최소 1시간이 걸린다. 이 전의 나는 핸드크림 따위 필요없는 애였는데 이 봉사 후에는 핸드크림이 없으면 안 되는 사람이 되었다. 한 시간 이상 물기가 손에 닿아서 손이 급격하게 건조해졌다. 어떻게 목욕을 시키느냐.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용 목욕의자가 있다. 물에 닿아도 되는 플라스틱으로 되어있고 바퀴가 달려 이동이 용의하다. 내 일은 일단 M을 탈의를 시키고 M을 호이스트를 사용해 그 의자에 앉힌다음 큰 수건으로 덮고 샤워실로 이동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그 기숙사에는 M과 다른 남자 여자 장애인들이 살고 있었다. 수건으로 덮긴 했지만 그래도 M과 다른 여자애들이 만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목욕의자를 끌고 가며 우리는 소리치곤 했다. 우리 목욕하러 간다!!! 

M은 물온도에 상당히 예민했다. 그래서 꼭 한참동안 확인하곤 했다. 몸을 움직이기 힘들기 때문에 보통 사람은 쉽게 나을 감기도 위험할 수 있었다. 따뜻하되 너무 뜨거우면 안 되었다. 머리를 감는 것부터 시작한다. 머리도 손가락을 이용해 마사지하득 해야한다는 걸 그 때 알았다. 그 전에 나는 내 머리를 어떻게 감은거냐-_- 그리고 몸 구석구석을 씻겨줘야하는데 이게 은근히 힘들었다. 겨드랑이부터 사타구니까지 남김없이 깨끗하게 비누칠을 하고 물로 헹궈줘야했다. 처음 배울 때 엄청 긴장했었는데 M이 자세하게 어디어디를 닦으라고 알려줘서 그것에 집중하다보니 쉽게 배웠던 것 같다. 생각보다 민망하지도 않았고, 그냥 내가 열심히 해야할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M이 목욕 중에 쉴새없이 재잘거렸다. 나중에는 목욕시간이 제일 좋았다. M과 온갖 얘기를 다 했던 것 같다. 

물로 꼼꼼하게 씻기고 나면 다시 수건으로 푹 덮어서 방으로 온다. 이 때 M은 거의 이티같이 ㅋㅋㅋㅋ 둘러쓰고 있다. 헤어드라이기는 안 썼던 것 같다. 침대에 수건을 깔고 M을 그 위에 눕히고 수건으로 꼼꼼히 말려줘야한다. 그리고 M은 잠잘 때를 빼고는 거의 휠체어에 있기 때문에 살이 접히는 부분에는 베이비파우더를 발라줘야했다. 그리고 속옷을 입히고 옷을 입히고.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히 천천히 해야하는 작업이었다. M은 이 오랜기간 지루하지 않기 위해 아이팟으로 노래를 틀고 흥얼거렸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영국 밴드는 이 때 알았다. 봉사가 끝나고 우리는 The Killers 공연에도 같이 갔다.

목욕도 상당히 조심해야하는 사생활이었지만 M의 연애도 봉사자가 접촉해야하는 사생활이었다. M은 당시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어쩔 수 없이 그 생활 중 일부는 나에게 노출을 해야했다. 여자친구는 신체적인 장애는 없었고 나나 다른 봉사자랑도 친했다. 어쨌든 그 여자친구도 민망한 부분이 있었을 거다. 보통은 내가 잘 준비를 해주는데 여자친구가 걔 방에 오는 날이면 그럴 수가 없으므로 M은 나에게 오늘은 여자친구가 오니까 밤에 정리를 안 해줘도 된다고 미리 알려주곤 했다. 그리고 피임기구도 챙겨줘야했다. 원래 책상 아래 가방에 뭉탱이로 있었는데 그 중에 몇 개를 서랍에 넣어달라고 부탁해야했다. 이런 부분이 노출되는 건 어쩔 수 없이 M이 감당해야하는 부분이었다. 

나중에야 알았다. M이 아무리 밝고 장애인으로서는 매우 자유롭게 산다고 해도 봉사자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나야 평생 한 번 얘를 도울 테지만 M은 일생 동안 수 많은 봉사자들을 만날 것이었다. 나는 내가 처음 봉사를 배울 때 얘라는 남자를 목욕시켜야한다는 부담감에 힘들어했지만 동시에 M도 자기가 전혀 모르는 여자애? 혹은 사람에게 자신의 몸을 완전히 노출시키고 내맡겨야한다는 부담감에 스트레스 받는 다는 것을, 내가 나중에 다른 봉사자에게 목욕시키는 법 가르쳐줄 때 알았다. 그날 M은 매우 예민했고 초조했다. 자신의 사생활 뿐만 아니라 안전까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내맡긴다는 게 어떤 기분인지 아마 나는 여전히 다는 이해는 못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야 사과한다.




너의 그 때 여자친구랑 같이 너 놀린 거 미안해 ㅋㅋㅋㅋㅋㅋ 거시기 잘라버리겠다고 ㅋㅋㅋㅋㅋ 아 근데 너 여자친구가 먼저 시작한 거였어. 우리는 그냥 <Hard Candy>라는 영화를 같이 봤을 뿐이었는데. 진짜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 ㅋㅋㅋ 참고로 좋은 영화다. 근데 남자들은 보면서 마치 자기 일처럼 매우 괴로워했음. 나도 다시 보기는 좀 어려울 것 같다. 




포스터 출처는 위키. https://en.wikipedia.org/wiki/Hard_Candy_(film)


아래는 스포이자 내용 요약이니, 영화 보실 분들은 여기서 스탑.



















































대충 이런 내용입니다. 출처는 https://www.pinterest.com/pin/423338433695869055/



덧글

  • 2015/07/10 00:2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7/10 06:2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트린드리야 2015/07/10 14:54 # 답글

    외국에서 바쁜 와중에도 봉사 활동까지 하셨다니 대단하십니다. ;;
  • mori 2015/07/10 21:10 #

    앗 제가 설명이 부족했군요. 저 때는 아예 봉사활동 목적으로 외국에 나간 거였습니다. 일주일에 40시간 정도 봉사활동을 했기 때문에 아마 공부나 다른 활동과 병행하기는 어려웠을 거에요~ 휴가는 받아서 여행은 좀 다녔구요!
  • 2015/07/12 01:01 # 삭제 답글

    오... 멋지다.. 외국에서 봉사활동..!
    남자장애인을 상대로 한다면 나라도 민망하고 껄끄러웠을 것 같은데.. 그 사람 입장에서도 낯선 사람을 대하면서 불편한 점이 있겠네..
    평생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니 더더욱..
    그래도 서로 좋은 기억을 많이 남긴 것 같아. 배려해주면서 워낙 잘 했으리라는 생각도 들고 ^^
  • mori 2015/07/12 01:22 #

    동갑내기였고 생일도 비슷하고 그래서 더 친하게 느꼈던 것 같애, 나는 ㅎㅎㅎ 걔에게 나는 여러 명의 봉사자 중 한 명이겠지만 그래도 아마 그렇게 술 자주 마신 한국인 봉사자는 내가 유일할거야 ㅎㅎ 재작년에 영국 갔을 때는 일정이 엇갈려서 못 봤지만 나중에라도 꼭 만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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