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흰색 곰 생각하지마! 흰색 곰 생각하지 말라니까? 너 방금 흰색 곰 생각했지!! by mori

중세 의학이랑 전혀 상관없어보이는 흰색곰은, 자양강장제...가 아니라 음 특정 단어를 말하고 싶지 않지만 그게 그 뜻임을 설명해야하는 중세 성녀이자 의학자이자 기타 등등인 성녀 힐데가르트(Hildegard of Bingen, 1098 1179)의 고뇌를 담고 있습니다. 일단 매우매우 유명한 흰색 곰 실험부터 얘기를 하자면






나 뭐 왜 




사회 심리학자인 다니엘 웨그너(Daniel Wegner)는  1987년 실험에서 어떤 생각을 억제하려고 하면 오히려 그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온다는 것을 밝혔다. 피실험자들에게 5분의 시간을 주고 흰색 곰을 생각하지말라 지시를 주었다. 그리고 지시에도 불구하고 흰색 곰을 떠올렸다면 종을 울리라고 했는데 역시나 결과는 (지금은 널리 알려져있어서 예상한 바이지만) 피실험자들은 흰색곰을 계속 떠올렸다. 이 실험의 초록은 여기서 볼 수 있음. http://psycnet.apa.org/journals/psp/53/1/5/

어쨌든 내가 오늘 쓰려는 내용은 비뇨기과에 대한 내용-_- 매우 어렸을 때에 동정의 서약을 하고 순결을 지켜온 힐데가르트! 지금까지는 인간의 성생활이나 성기에 생기는 증상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왔는데 그랬던 그녀가 갑자기!

to be continued...



고환과 남근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기를 꺼려합니다. -_- 이거 강독 준비하면서 음? 음? 이러다가 이거 고환이네! 이러고 ㅋㅋㅋ 강독할 때도 지도교수에게 ㅋㅋㅋ 이거 고환 같애 ㅋㅋㅋ 이러니까 교수도 그래? 한 번 읽어보자 ㅋㅋㅋㅋ 이러고 나의 추측을 인정해주었다. 


힐데가르트의 <원인과 결과Causae et curae>에 소개된 질병관련 글이다. 원문은 구글북에서 가져왔고, 한글 번역은 내가 했으므로 오역도 나의 책임.



고환(직역하면 "남자다움")에 대하여.

한편 힘은 남자의 허벅지에 있다. 이 힘은 바람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골수에서 나온다. 마치 두 초막(예배소)와도 같은, 서로 결합한 힘들은 남자 내부에 있는 열을 일으킨다. 이 힘들은 그 남자 안에 있는 남근 (직역하면 "뿌리 혹은 밑둥")의 열을 인증하며(witnessing) 잡아두고 있다. 그리고 이것들은 특정한 피부 껍질로 싸여있는데 이 신체부위를 도와주고 있는 그 힘이 없어지지 않게 하도록 하여 남근(밑둥)을 일으킬 수 있게 한다. 그러나 만약 어떤 남자가 (남자다움)을 천성적으로, 혹은 장애에 의해, 혹은 거세를 당해 두 고환이 없다면 그는 남자다운 푸르름(greenness)을 갖지 못하며 남자다운 바람 또한 갖지 못한다. 이 바람이야말로 힘껏 남근을 발기시키는데(erect) 말이다. 이렇게 되면 마치 땅과 같은 여자와 성교하는 데에(직역하면 "밭을 가는데에") 남근(밑둥)이 발기를 하지 못하는데 그 힘의 바람이 비어있기 때문이다. 이 바람은 여자를, 아기를 잉태하는 길로 북돋아줘야하는데 말이다. 날이 없는 쟁기로 마른 땅을 갈 수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거 원 안 노골적이려고 노력하다보니 더 노골적이 된 꼴이잖아-_- 고환이나 남근이란 단어를 안 말하려고 하다보니 더 부각되는 꼴이다. 하지만 읽을 때야 아마 앞뒤의 내용이 없었다면 도대체 이게 무슨 내용이냐고 했을 것이다. 뒤에 가면 성기에 나타나는 여러 증상이 나오는데 아 읽을 때는 지도교수가 이건 저거야 이랬는데 나는 영어 단어를 모르는데-_- 그냥 지나갔다... 다시 스펠링을 물어봐야겠다... 아니면 의사에게 물어봐야지. 어쨌든 우리는 지난 시간에 자연적인 이유나 거세가 아니라 세례자 요한이 성호를 그어서 상징적 거세를 시켜버리는 사례도 보았습니다...

어쨌든 힐데가르트는 여러 대체단어-_-를 써가면서 발기부전의 사례를 언급하고 있다. 앞의 사례에서 여자가 임신이 잘 안 되는 성질일 수 있다고 얘기한 것과 더불어 불임의 원인이 남자에게 있을 가능성에 대해 얘기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의학서를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중세 의학에 가장 많이 영향을 끼친 부인병서적인 <여자들의 비밀에 대하여De secretis mulierum>의 경우 불임에 대해 남자의 원인보다는 여자가 자궁에 문제가 있어서! 혹은 천성적으로 악해서! 혹은 비법을 써서 임신을 못하는/안하는 경우들을 더욱 열불내며 설명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볼 수 있다. 저 책도 그렇지만 후에 마녀사냥에 쓰이는 책들 역시 여자가 꾀를 쓰거나 악마와 계약을 해서 남자를 발기불능으로 만들어버리는 사례들을 언급하고 있으니, 이 문제가 여성에 대한 공포와 불안 혹은 성관계 자체에 대한 두려움이 꼬인 결과가 아닐까 하기도 하고. 일단 여자가 쓴 것과 남자가 쓴 것은 다르겠지. 어쨌든 힐데가르트는 고환이 없을 경우 발생할 수 있다고, 다소 객관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발기불능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걱정하다보면 발기불능의 상태에 더 많이 빠지는 것도 웨그너의 실험과 관계되나 <- 틀려

그나저나 네이버 백과사전에서 이 부분의 아래 텍스트의 의학 용어를 찾다가 다시 발견하고 웃었던, 켈로그 박사가 콘푸레이크를 만들게 된 사연. 결과적으로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에 따라 (정확히는 구약?) 사람들의 자위를 방지하기 위해 만들었다는;;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051975&cid=48179&categoryId=48244 근데 중세적 마인드(라는 게 있다면)로 이해 가능하기도 한데 당시 사람들은 성욕을 불러일으키는 음식이 따로 있다고 보았으니까. 고기 와인 이런 게 성욕을 증가시키므로 수도자들은 성욕을 감소시키는 특정 야채 같은 걸 먹어야한다고 권했다. 옥수수가;; 성욕감퇴에 도움이 되나보죠. 속설에는 율무차도 그렇다던데;; 어쨌든 예전에 읽은 글이었는데 한참 까먹고 있다가 다시 읽으니 또 재밌었다. 






덧글

  • Esperos 2015/10/07 22:31 # 답글

    전 흰색 곰 실험이라기에 공손룡이 했다는 "백마는 말이 아니다"라는 궤변을 떠올렸는데 전혀 다른 이야기였군요. 천주교 쪽에서 관상기도를 할 적에 어떤 잡념이 떠오르면, 그 잡념을 억누르려는 생각 자체가 또한 잡념이므로 "그냥 흘려버려라"라고 이야기해줍니다. "잡념이란 길거리에서 떠드는 소음과 같다. 장문을 열고 떠들지 말라고 고함쳐 보아야 소용이 없다. 그냥 무시하는 게 답이다."

    교부 오리게네스는 상징적 거세 정도가 아니라 진짜로 거세했다고 하죠 (_____) 제가 어렸을 때 한국불교전설 모음집을 한 권 읽었을 때 이해를 못한 이야기가 있었죠. 어떤 미남 총각이 스님이 되자 어떤 마을 처녀가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고 합니다. 그 뒤 이 처녀의 혼백이 호랑이가 되어서 (자기가 사모하던) 스님을 물고 산으로 도망쳤다는군요. 그래서 다음날 절에서 사람들을 이끌고 시신을 찾으러 갔더니만, 다른 부분은 모두 온전하되 '남성의 심볼'이 없었다고 써두었지 뭡니까. 어린 시절에 이 구절을 읽고 도대체 뭔 소린지, 왜 호랑이가 심볼이란 것을 물어갔는지 이해를 못해서 읽다가 갸웃거렸죠. 이해한 것은 그 뒤로 몇 년 뒤 (______)
  • mori 2015/10/07 23:07 #

    헉... 뒤의 이야기는 상당히 가슴이 아픈... 그런 이야기군요! 음... 어린 시절에 이해를 하지 못한 게 당연(다행)합니다!! 그나저나 미남 총각인데 결국 중요한 것은 (이하 생략).

    사실 저는 거세라는 게 어떤 부위를 잘라내는 건지도 몰랐던;; 궁형이란 단어는 워낙 어렸을 적부터 봤는데 (중국 사기 때문에!! 사마천 ㅠㅠㅠㅠ) 저는 잘 몰라서 그럼 소변을 어떻게 보지? 이런 생각 뿐이였어요 하하... 오리게네스는 대단합니다. 어딜 자르든지간에 너무 끔찍해요;; 그래서 그런지 중세로 가면서부터 아예 거세를 하면 금욕이 인정을 못 받는 상황이;; 성욕은 있되 이 성욕과 고군분투해서 싸워 이겨야지 금욕인 걸로 인정이 되었지만 어쨌든 이건 주로 남자 성인들의 이야기인 듯 합니다.

    잡념을 흘려버리라는 게 상당히 와닿네요. 저 같으면 막 잡념 가지고 또 왜 나는 잡념이 들지 ㅠㅠ 이렇게 붙들고 있었을 것 같아요. 기억해두겠습니다!!
  • Recluse 2015/10/08 04:07 # 답글

    천주교의 관상기도 가르침에 대한 이야기는 불교 계통의 참선/명상 지침에 비교해봤을 때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상좌부(남방) 불교 계열의 경우는 잡념이 일어났을 경우 '이것은 이러이러한 생각이다'라고 인지한 후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라고 알아둔 후 놓으라고 가르칩니다. 또 생각이 나면 다시 한 번, 또 나면 또 다시 한 번... 그러다 보면 사라지게 되어있다는 이야기. 반면 선불교 계열은 '바로 지금 있는 곳이 부처의 마음 자리'라는 가르침으로, '(가령) 분노가 일어났다면 분노로부터 도망쳐서 자신이 아닌 것이 되려하지 말고(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니까요), 지금 이 순간을 받아들여 그 분노 안에 온전히 머물러라'라는 어찌 보면 상반되는 지침을 내리는데요, 물론 타인에게 마구마구 화를 내라는 이야기가 아니라(웃음) '그 분노가 어떤 느낌인지, "나는 이러이러해서 화가 났고 저놈은 이러이러해서 나쁜 놈이야" 식으로 말로 토달지 말고 그냥 그대로를 생생히 느껴라!'라는 이야기. 그러다 보면 또 자연히 사라집니다.

    결국 '바라보기'과 '흘려보내기'의 테마는 어느 계통의 기도/명상이나 같다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어찌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일이겠지만요. :-)
  • mori 2015/10/08 10:00 #

    선불교 계열과 상좌부 불교 계열에서 잡념에 대해 대처하는 방식이 다르다니 흥미롭네요. 느끼고 흘려보내느냐, 이해하고 품느냐의 차이인 것 같기도 하구요. 중세 그리스도교는 기본적으로는 분투하기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만 주변부에 있었던 성녀들은 조금씩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가르침 주셔서 감사합니다!!
  • 키르난 2015/10/08 08:17 # 답글

    진짜 그 살인지 알 수는 없지만, 석가모니의 수행 중에 그런 것도 있더랍니다. 배고픈 동물을 위해 자신의 사타구니 살을 도려냈다고 하던데, 분명 그거 허벅지가 아니라 사타구니라고 봤던 기억이 아련...(..) 아니, 그래도 석가모니는 아들을 봤으니까 괜찮아요.(응?)
    생각하지 않으려고 생각하면 계속 생각나니까, 흰곰을 떠올리려고 하지 않을 때는 검은 곰을 떠올리면 됩니다.(...) 음음, 어쨌건 발기부전의 원인 중에는 발기부전을 지나치게 걱정해서 그런 것이다라는 것도 있을 법 하네요? =ㅁ=
  • mori 2015/10/08 10:01 #

    일단 자식이 있으니까 도려내도 괜찮다는 것인가요!! 왜 하필이면 그곳인가!!

    아 검은 곰이 있었군요 ㅋㅋㅋㅋ 불면증도 그렇고 심리적인 게 개입되는 증상은 너무 걱정하고 스트레스 받으면 더 심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 검은 곰을 생각하도록 해요(?)
  • 2015/10/10 01:57 # 삭제 답글

    훗.. 제목 읽고 흰색곰이 왜? 했어. 난 북극곰 좋아하는데 그 말도 이제 아무데서나 못할 것 같은 ㅋㅋㅋ
    게다가 콘플레이크에 그런 사연이 있었다니! 포스트는 또 거기 환자로 있다가 창업하고. 시트콤 같아 ㅋㅋ
    마녀사냥하면서 원인을 여자에게 돌리는 것보다는 힐데가르트의 논리가 훨씬 마음에 드네.
  • mori 2015/10/11 01:05 #

    응응 근데 힐데가르트도 가끔은 당대의 남성우월적인 사고를 표현할 때도 있어서 그건 좀 슬퍼 ㅎㅎ
    콘플레이크 이제 ㅋㅋㅋㅋ 한 번 피식하고 먹을 것 같아. 콘플레이크 나 좋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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