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마음의 진보The Spiral Staircase> - 종교에서 종교학으로? by mori

요즘 은근히;; 하드 커버의 500쪽이 넘는 책들을 간간히 읽게 된다. 카렌 암스트롱Karen Armstrong의 두 번째 자서전인 이 책은, 부모님이 내게 강요(?)를 하지 않았다면 -_- 아마 보지 않았을 것이다. 포스팅 제목은 <종교에서 종교학으로>라고 적어놓았으나, 카렌 암스트롱이 자신이 종교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알겠는데 종교학자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게 내 편협함이라면 편협함이겠지만, 나에게 암스트롱은 종교보다는 종교학을 지향하지만 종교학자이기보다는 종교인인 것 같은 느낌이다. 물론 그녀가 수도원에서 수녀로 지내다가 환속해, 이 책이 나올 때까지는 적어도 어느 한 종교에 귀속되어있지는 것으로 보이며 암스트롱 자체는 자신에게 신의 존재란 것이 매우 불투명하 것으로 얘기하고 있지만, 이 책을 읽는 나로서는 그녀가 여전히 뭔가를 찾고 있으며 결정적인 해답을 얻고자 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내 생각엔 -_- 종교인인 부모님이 나에게 이 책을 권해주신 것도 그 때문이지 않나 싶고.

어쨌든 부모님이 나에게 종교학책이라며 읽어보라고 권해주시는 것은 감사하지만, 음 이건 뭐랄까 국문학과생에게 박민규 소설을 추천해주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물론 이것도 제 편협함이라면 편협함입니다만 차라리 제게 역사책을 권해주세요. 여러분의 딸자식은 공부를 하고 있지ㄱㅏ ㅇ...다음 글자들은 삭제되어 읽을 수가 없습니다.




카렌 암스트롱, 마음의 진보 The Spiral Staircase, 이희재 역, 교양인, 2006
사진의 출처는 네이버 책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100724




아 결론 적으로 말하자면 2/3은 재밌게 읽었다. 아무래도 부모님이 추천하시는 -_- 책은 약간의 편견을 가지고 읽기 시작하는데 (그렇다고 왜 굳이 읽냐고 물어보지 마시라 ㅡㅡ 우리 근면한 아빠는 정말 계속 물어본다, 읽었니? 읽었니? 책 좋아하는 아빠에게 책을 안 읽는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엄써!!) 생각보다 재밌었다. 카렌 암스트롱이 수녀가 되기 위해 수도원에 들어가 그 안에서 어떻게 종교생활을 했는지, 하지만 수녀 생활에서 답답함과 한계를 가지고 세속사회에 나온 다음에 있었던 어려움, 그리고 교사로의 삶을 시작하고 책과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를 시작한 이야기 등. 최근에 멕시코의 수녀원을 연구한 책을 읽었기 때문에 더욱 더 수도원 생활에 대한 기록이 재밌었던 것 같다. 

수도원 생활을 읽으면서 내린 결론은-_- 음 난 수녀는 안 되겠다. 그렇다, 나는 내가 종교전문인(?)이 될 수도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일이 잘 안 풀릴 때마다-_- 예를 들어 학부졸업논문 쓸 때 정도에? 차라리 수녀가 되겠다며 막말을 하고 다녔는데 주변에서는 내 말에 난리를 치며 안 그래도 소심한 내가 거기 들어가서 얼마나 더 소심해지려고 그러냐 차라리 비구니가 되라는 추천을 받았으나...

적어도 카렌 암스트롱이 묘사하는 수도원 생활은 일단 금욕생활은 그렇다치더라도 굉장히 위계적이었다. 물론 암스트론의 환속 이후에 많은 것이 바뀌었겠지만 일단 상급자에게 복종하는 것도 수련 생활의 일부라니, 불만이 언제나 많은 나로서는 아마 견디기 어려울 것 같다;; 

아니 이 두꺼운 책을 읽으면서 느낀게 그거 하나는 아니지만-_- 아, 또 깨달은 거 있다. 여기에 카렌 암스트롱이 박사 논문 심사에서 탈락한 거 읽는데 아... 탈락이라니... 정말 끔찍한 것 같다. 중간에 그만두는 것도 아니고 다 썼는데 탈락이래. 엄청나다...

아니 뭐 그게 전부가 아니라-_-

내게는 종교인이었던 사람이 어떻게 종교에 대해 쓰게 되었냐를 다뤘기 때문에 이 책이 재밌었던 것 같다. 나에게는 이 책은 여전히 관찰대상(?)이었기에 더더욱 카렌 암스트롱이 종교학을 하는 사람이라고는 생각이 안 드는 것이었던 것 같고. 물론 내가 이 책 말고는 한 권 정도 암스트롱의 책을 더 읽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른 책에서는 어떨지 모르겠으나;; 이 책의 후반부에 암스트롱은 이슬람교에 관심을 갖게 되고 종교평화에 대해 일조를 하게 되지만 음;; 이슬람교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비판이 적어서 좀 그랬다. 하지만 제1세계에 사는 서양인으로서 한계가 있는 건가? 음 여러모로 종교적인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크라이팔이 대단한 면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환속을 했지만 여전히 종교를 존중은 하면서도 종교인은 아닌. 

안 좋은 얘기만 쓴 것 같은데-_- 재밌습니다. 참 힘든 삶을 살아온 사람이구나, 싶은데 책에 자기 삶에 있었던 안 좋은 얘기만 써놓은 것치고는 밖에서 보기에 또 굉장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번역도 꽤 잘 되어 있었는데 다만 제목은 좀 마음에 안든다. 암스트롱은 계단을 빙빙 올라가며 제자리 걸음을 하는 것 같으면서도 위로 올라가는 뉘앙스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 같은데, 마음의 진보라는 것은 좀 너무 강한 표현인 것 같다. 

덧글

  • 迪倫 2015/10/15 05:07 # 답글

    번역 제목이 확실히 마음의 번민이 잘 드러나지 않는군요.

    종교학자, 종교인, 신자, 종교적인 사람..... 어디에도 해당안되니 ㅜㅜ 현각 스님의 책 '만행' 비슷한 느낌인가요?
  • mori 2015/10/15 10:46 #

    카렌 암스트롱도 결코 자기가 마음이 완전히 편해졌다고 얘기하지는 않는데 한국 출판사 입장에서는 뭔가 더 확실한 게 필요하지 않았나 그런 추측이 듭니다. 그래도 표지라도 나선형 계단을 넣어줘서 다행이에요 ㅎㅎ

    현각 스님의 책을 읽어보지는 않았는데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 키르난 2015/10/15 08:12 # 답글

    마음의 진보. 진보보다는 진화가 나을지도요..? 진화는 퇴보와 진전 모두를 포함하니 말입니다.=ㅅ= 읽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박사논문 탈락 이야기가 있었다니 고이 마음을 접습니다. 남의 이야기라지만 읽는 것만으로도 심장을 800번 스펀지 사포로 벅벅 미는 것 같은 느낌이 들 거예요...
  • mori 2015/10/15 10:47 #

    박사논문 탈락이라니 정말 ㅠㅠ 읽으면서 음? 이상하다? 이렇게 술술 잘 풀리는 얘기를 쓸 이유가 없을텐데? 이랬는데 콰쾅... 영국이나 미국이나 영원한 탈락이 있었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다가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었습니다 ㅠㅠ
  • 2015/10/18 20:34 # 삭제 답글

    카렌 암스트롱의 경험을 관찰(?)해본다는 측면에서 재미있어 보여.
    제목은 좀 그렇다.. 나선형 계단이라고 해도 이상했겠지만 마음의 진보와는 또 다를텐데 ㅎㅎ
    오... 수도원 생활이 그렇게 위계 질서가 강하구나. 나중에라도 수녀될 생각은 하지 말아야겠... ^^;
  • mori 2015/10/18 23:03 #

    응 나도 수녀되려고 했는데 안 되겠어(<-김칫국물부터 마시고 있는) ㅎㅎ 다른 책도 꽤 괜찮았던 것 같아~ 일단 표지들이 예뻤던 것으로 기억!!
  • atom 2015/10/19 21:37 # 삭제 답글

    수녀를 생각해보셨다면서 수녀원과 군대나 비슷할거라는 생각을 해보신 적이 없다니 꽤 놀랍습니다. 차라리 비구니를 추천하셨다는 분들도 에러. 거기라고 다를 거라는 생각은 버리셔야... 다 비슷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젊은이들 모아놓은 폐쇄형 집단에서 알아서 절제가 될 리가 없으니까요.
    여러모로 비슷한 조직입니다. 제국주의 팽창시절에 수도회가 한 활약을 생각해보면 군대보다 효율적이었죠.
  • mori 2015/10/19 23:39 #

    아 예전에 제가 수녀가 되겠다고 하고 다른 분들이 비구니를 추천한 것은 좀 다른 맥락에서였습니다;;뭐랄까;; 끊임없이 자기와 싸우고 다투고 죄를 찾아내는 것에 집중하는 것보다는 좀 더 나에 초월적인 입장을 견지하란 의미에서 추천을 받았던 것 같구요;; 카렌 암스트롱도 책에서는 언급하긴 하지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로 수도원의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물론 겉면이긴 하지만 제가 직접 목격한 것도 그랬구요. 하지만 아무래도 직접 그 생활을 하게 된다면 여러모로 다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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