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것처럼 ... 여성의 몸도 (이하 생략) by mori

오늘 포스팅할 힐데가르트(Hildegard of Bingen, 1097-1178)의 의학서에서 착상 관련 부분을 읽으며, 예전에 봤던 우디 알렌 옛날 영화가 떠올랐다. <섹스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모든 것>Everything You Always Wanted to Know About Sex * But Were Afraid to Ask (1972). 우디 알렌 뭐 최근 영화는 뭐라 얘기할 건 없고 옛날 영화 몇 편 본 건 재밌었는데 이 영화도 꽤 재밌게 봤다. ㅋㅋㅋ 보신 분은 알겠지만;; 이글루스의 검열(?)에 걸릴까봐 두렵군요. 음... 이 영화는 여성과 므흣;;한 일을 볼이는 남성의 뇌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리고 있는데, 음 뇌가 무슨 우주선 총사령부처럼 ㅋㅋㅋㅋ 여성을 임신시키기 위해...라기 보다는 어쨌든 자기 할 일을 하는 것이지만;; 유투브에 있길래 가져왔는데 중국어 자막이긴 해도;; 음;; 보시면 아실 겁니다.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_- 







이 영화에서 남성의 몸이 열심히 움직이는 것처럼, 힐데가르트가 보는 여성의 몸도 임신을 하기 위해 분투한다. 여성의 몸이 닫혀있거나, 한 번에 뚫리는 것(?)도 아니고, 정적으로 그냥 임신이 수동적으로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힐데가르트의 임신에 대한 설명이다. 이거 임신에 대해 세 번째 설명하는 것 같은데 뒤에 또 나온다. 음;; 아무래도 글의 흐름이 있다보니 여러번 같은 주제를 다뤄주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 같은데, 어쩌면 나중에 편집자가 그녀의 글을 나누고 제목을 붙인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중세 이미지 안 넣기는 좀 허전하니까 ㅎㅎ






아무래도 중세의 자궁, 하면 7개의 공간으로 나뉘어져 있다는 설명이 제일 흔할 듯. 가운데를 제외하고 왼편, 혹은 오른편에 착상에 되느냐가 태아의 성별을 결정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었었다. 이 주장은 중세의 가장 영향력있는;; 의학서중 하나인 <De secretis mulierum>에도 나오는데 예전에 포스팅을 해두었다. 반면 힐데가르트는 남성의 정액이 강하냐 약하냐에 따라 태아의 성별이 결정된다고 봤다. 이것은 아들이냐 딸이냐에 남성에게 정해져있다는 것이죠. 이것도 예전에 포스팅으로 정리해두었다.





이 그림은 여성에게 생길 수 있는 질병을 적은 것이라는데;; 깨알같아서 읽을 수가 없군. 이 와중에 여자분은 베일을 쓰고 있습니다. 어느 누드비치에 가면 모자만 쓴 채로 조깅하는 남자분들을 볼 수 있다는데 그게 생각나는;;





이에 비해 깨알같이 여성의 해부도를 그린 다빈치. 하지만 자궁 등 여성의 성기는 매우 기괴하다. 위의 세 이미지는 모두 다음 싸이트에서 가져왔다. http://web.stanford.edu/class/history13/femalebody.html





다음은 힐데가르트의 의학서인 <원인과 결과Causae et curae>에서 일부를 발췌해서 제가 직접 한글로 올린 것입니다. 원서는 라틴어로 되어있으며 구글북에서 가져왔습니다.https://books.google.co.kr/books?id=hExUwWa8tNoC&printsec=frontcover&source=gbs_ge_summary_r&redir_esc=y#v=onepage&q&f=false






임신에 대하여

어떤 여성이 남성과 성관계를 한다면 이 여성의 뇌에 있는 열은 그 안에 쾌락을 가지고 있어서, 이 성교에서 나올 쾌락이 어떤 맛일지와 정액이 분출할 것임을 미리 알아챈다. 정액이 [여성의] 자기 위치에 자리를 잡으면, 앞에서 말한 [뇌의] 열기는 매우 강한 상태로 이 정액을 자신에게로 끌어들여 붙잡아놓고 있는다. 그러면 곧 여성의 신장들이 수축하여 여성의 모든 지체가 준비상태에 있는다. 이 지체들은 월경의 시기에는 모두 열리는 데 말이다. [이 지체들이 닫히는 것은] 어떤 힘센 남자가 무엇을 손에 꽉 움켜쥐고 있는 것과 같다. 이런 후에는 월경혈이 정액과 섞여서 이 정액을 피처럼 만들고 살을 입힌다. 이렇게 살이 만들어진 후에 피는 그 작은 병[월경혈과 정액의 혼합체 혹은 자궁?]을 마치 번데기처럼 둘러싼다. 그것을 위해 집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피는 이 작은 병을 하루하루 준비를 시킨다. 그 안에서 인간이 형성되어 생명의 숨을 받을 때까지 말이다. 이후 이 인간은 점점 커지고 점점 안정되어서 출산 때까지는 그 장소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힐데가르트는 여기에서도 여성의 몸이 단순히 정액을 받고 아기가 생기면 그냥 키우는 공간에 지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성의 몸은 임신을 위해 최적화되어있으며, 끊임없이 움직여서 생명을 잉태하는 데에 맞춰져있다. 정액이 들어오면 그냥 있는게 아니라, 여성의 뇌에서 이를 알아채고 곧 정액이 들어온다!!!!소리치...지는 않고 어쨌든 몸의 각 부분에게 명령을 내려 여성의 몸은 이 정액을 붙잡아놓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수축을 한다. 월경 시에는 피를 밖으로 빼내기 위해 온 몸이 다 열리는데. 착상을 위한 여성 몸의 노력을 남성이 주먹을 세게 움켜쥐고 있는 것에 비유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것 같다. 여성이 그냥 약하다는 게 아니라 이럴 때에는 남성처럼 큰 힘을 발휘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은 내게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중세에 여성의 몸이 여러가지로 열등하다고 여겨졌던 이유 중에는 "투과적인permeable" 속성도 있었다. 즉 완벽하게 완성된 남성의 몸에 비해 여성의 몸은 뭔가 계속 외부 세계의 침입을 받고 또 뭔가를 내보내기 때문에 불완전하고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 테마는 내 블로그에서 계속 제시되는 것이긴 하지만;; 여성의 몸은 월경을 해서 피를 밖에 내보내고, 또 남성의 성기나 정액을 받는, 그런 언제나 침입가능한 것이라고. 이 이미지 때문에 상대적으로 덜 열등한 동정녀가 "닫힌 정원"에 비유되기도 했다. 여성이어서 열등하긴 하지만 순결을 지키는 너네들은 비교적 덜 열린 것이라는 의미에서.

하지만 힐데가르트의 착상에 대한 설명은 여성의 몸이 그냥 열린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여성의 몸은 열렸다 닫혔다 할 수 있다. 그것도 필요에 의해서 여성의 몸이 스스로를 그렇게 변화시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이야말로 여성의 몸을 하나의 열등한 상태로 규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지 않을까 한다. 아무리 힐데가르트가 당대의 전통을 따라, 여자는 약하네 여자는 성직자 안 되네 이런 말들을 되풀이하고 있을 지라도 여전히 그녀가 다른 (남성) 의학자들과는 다를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여전히 힐데가르트를 붙잡고 있는 것이기도 하고-_- 하지만 난 꽉 움켜쥐고 있진 않아요;;

 

덧글

  • 키르난 2015/10/23 08:34 # 답글

    저 영상 진짜 웃기군요.. 이야아아.. 저렇게 희화할 수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역시 우디 앨런.
    중간에 오타가 하나 있었고요... ㄱ과 ㅅ을 차이는 은근히 크네요. 순간 저게 뭔가 싶었습니다. 하하하; 하여간 인간의 씨앗 자체는 이미 남성에게 있어 여성의 자궁에 착상하면 그냥 자라기만 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 않던가요. 자궁을 밭, 정자를 씨라고 비유하는 것도 그 비슷한 맥락에서 온 것 같고요.=ㅁ=
  • mori 2015/10/23 09:58 #

    ㅋㅋㅋㅋㅋ 키르난님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오타를 두 개 발견;;해서 고쳤습니다 ㅋㅋㅋ 무엇과 어떤 것의 중간 단어(?) 였나봐요;; 그 남자씨앗설(?)도 한 번 다뤄보려구요~ 아니 여성이 임신해서 여성이 애를 낳는건데 생식에서 여성이 어느정도까지 역할을 하는지 봐야하는가에 대해 남성 철학자들이 심각하게 논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너무 웃겨요. 이럴 때는 그 남성들이 pregnancy envy를 느껴서 그러는 거라고 봐야할까요;;
  • 키르난 2015/10/23 11:44 #

    여성은 남성보다 하등한 존재이지만 여성 없이는 번식이 불가능하다는데서 절망(...)을 느꼈는지도 모릅니다.ㄱ-; 갑자기 그런 망상이....;;;
  • mori 2015/10/23 12:02 #

    흑흑 현대 모당에서 여성들의 학력 어쩌고 출산 어쩌고 하는게 떠오릅니다...;;
  • shaind 2015/10/23 21:53 #

    오타가 하나 더 있습니다. "어떤 여성이 남성과 겅관계를 한다면"
  • mori 2015/10/24 08:32 #

    심지어-_- 다른 부분이었군요 고쳤습니다!! 감사합니다~~
  • 남중생 2015/10/24 20:54 # 답글

    "이 성교에서 나올 쾌락이 어떤 맛일지와 정액이 분출할 것임을 미리 알아챈다."라는 부분도 흥미롭네요. 여성의 "예지적인 속성" 역시 중세시대부터 널리 퍼진 설이었나요?
  • mori 2015/10/24 23:39 #

    앗 힐데가르트가 좀 예외적인 케이스였던 것 같아요~ 여성 뿐만 아니라 모든 인류가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는데 단지 그게 원죄로 인해 잊어버렸을 뿐이라는 게 힐데가르트의 생각이거든요! 성적인 부분도 그 전체 지식의 한 부분일 뿐이죠! 신이 자신의 모습으로 인간을 만들었기에 신이 만든 모든 것에 대한 지식 또한 인간에게 들어있었다고 본 데서 비롯한 것 같습니다! 어찌보면 현대 의학에서 홀몬과 비교가능할 것도 같구요!
  • 2015/10/31 17:13 # 삭제 답글

    저 영화를 봤을 리가 없는데 저 장면을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영상을 재생하기도 전에 어떤 내용인지 이미 알고 있었어... 아 뭐지 ^^;
    다시 봐도 묘사를 잘 했네. 약간 인사이드 아웃이 생각나기도 하고 ㅎㅎ
    힐데가르트의 글들을 읽고 있으니 왜 이 사람을 주제로 정했는지 알 것 같아.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해~
    전의 그 악마의 그릇..이라고 했던 아저씨들이 그 시대에 많았을 것을 생각하면 힐데가르트는 성녀인 듯.
  • mori 2015/10/31 18:49 #

    읏 어디선가 스쳐지나가면서라도 본 게 아닐까? ㅋㅋ 힐데가르트가 좀 유별나긴 했던 것 같아; 아마 남자로서도 그 정도 권위를 지니기는 어려웠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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