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마크 트웨인을 좋아하세요? by mori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아니 좋아한다. 마크 트웨인(Mark Twain, 1835-1910) 싫어한다. 뭐 취향 차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지만, 영문학 수업시간에 <허클베리 핀의 모험The Adventures of Huckleberry Finn>을 읽었을 때는 또 재밌었다. 미국 작가도 일단 잘 알지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도 없는데 마크 트웨인 정도야 단편도 몇 번 재밌게 읽었고, 좋아할라면 좋아할 수 있는 작가이다. 

하지만 마크 트웨인을 나는 좋아하지 않는다. 마크 트웨인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제인 오스틴(Jane Austen, 1775-1817)에 대해. 1989년에 지인에게 보낸 편지에서. 한역은 내가 했다.








“I have to stop every time I begin. Everytime I read “Pride and Prejudice” I want to dig her up and beat her over the skull with her own shin-bone.”
"나는 시작하자마자 매번 멈춰야했다. <오만과 편견>을 읽을 때마다 나는 그녀[제인 오스틴]을 [무덤에서] 다시 파내어 그녀 자신의 정강이 뼈로 머리뼈를 두둘겨 패버리고 싶다."





또 있다. 마크 트웨인의 지인이자, 작가이자, 비평가였던 하웰즈(William Dean Howells, 1837-1920)은 마크 트웨인이 제인 오스틴을 싫어했던 것을 생생하게 증언한 적이 있다. 





His prime abhorrence was my dear and honored prime favorite, Jane Austen. He once said to me, I suppose after he had been reading some of my unsparing praise of her—I am always praising her, “You seem to think that woman could write,” and he forbore withering me with his scorn, apparently because we had been friends so long and he more pitied than hated me for my bad taste.

그[마크 트웨인의]이 제일 증오했던 작가는, 내가 가장 사랑하고 존경하는 제인 오스틴이었다. 그는 한 번은 나에게 이렇게 말했는데, 아마 내가 그녀를 극찬한 글을 좀 읽고난 이후로 추측한다. 사실 나는 언제나 그녀를 찬양하긴 한다. "당신은 아마 그 여자가 글이나 쓸 줄 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군."이라 말하며 트웨인은 나를 모욕해서 죽어가게 만들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이것은 우리가 오랫동안 친구였으며, 그가 내가 안 좋은 취향을 가졌다고 해서 나를 싫어하기 보다는 오히려 동정심을 가졌기 때문이었을 게 뻔했다. 





하웰즈는 병든 트웨인을 협박(?)하여 제인 오스틴의 소설을 읽도록 만들어지만, 트웨인은 아주 끔찍해하며 진저리를 쳤다고. 위의 인용문들은 http://www.vqronline.org/essay/barkeeper-entering-kingdom-heaven-did-mark-twain-really-hate-jane-austen 여기를 참고했다. 사실 트웨인이 제인 오스틴을 싫어한 것은 영문학에서 꽤 유명한 일화라 ㅋㅋㅋ

물론 제인 오스틴을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제인 오스틴을 싫어하는 마크 트웨인을 내가 싫어하는 것도 뭐 자연스러워 보일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마크 트웨인을 싫어하는 것은, 그가 제인 오스틴을 까는 이유와 그의 여성관이 참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이든 <톰 소여의 모험>의 모험이든, 거기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야 매우 빈곤하기 짝이 없다. 마크 트웨인의 여성관이야, 그의 인종차별주의와 더불어 뻔하디 뻔하다고 볼 수 있겠다.

나는 문학비평가도 아니고, 문학에 대해 깊이 아는 것도 아니라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마크 트웨인이 제인 오스틴을 싫어했던 것은 그녀가 "그가 보기에" 매우 시시한 것들을 다루기 때문이었다고 기억한다. 소년들의 성장기와 흥미진진한 모험을 다루는 마크 트웨인과는 달리 제인 오스틴은, 주로 실내에서 일어나는 여성들의 잡다한 수다와 눈치, 예의범절, 식기, 산책에 대해 말한다. 그녀의 소설에 나오는 모험이라고 일컬을 만한 것은 내가 꼽기로는 <오만과 편견>에서 주인공인 엘리자베스의 여동생인 리디아가 위컴과 사랑의 도주를 한 정도? 하지만 이들은 곧 붙잡히고 집안의 명예를 너무 망치지는 않기 위해 적당한 돈을 받게 된다. 트웨인에게 이런 설정을 자기 취향에는 안 맞는 것이었나보다. 하지만 일단 그는 여성들의 저런 소소한 것들이 재미가 없었다. 

같은 맥락에서. 김훈의 옛 인터뷰가 최근에 SNS에서 화제였던 모양이었다. 




출처는 http://www.hongsehwa.pe.kr/index.php?mid=cafedelapaix&page=14&listStyle=gallery&sort_index=regdate&order_type=asc&document_srl=49049 노코멘트...라고 써놓고 입이 근질근질하다. 예전에 같은 과 남학생이 나에게 자기는 김훈이 너무 좋다며, 제인 오스틴은 너무 지루해서 못 읽겠다고 한 적이 있다. 나는 김훈의 소설도 싫어한다. 물론 가장 유명한 그 책-_-은 선물을 받아서 어쩔 수 없이 하루만에 다 읽었는데 일단 시대도 그렇고 여성 캐릭터...가 제대로 등장할 일이 없지만, 그의 다른 소설에서도 여성이 제대로 나온 적이 있었나 싶은.

같은 맥락에서. 공부를 위해 많은 책을 읽고 많은 학자들을 만나지만, 이 중에서 존경할 만한 혹은 내가 신뢰가 가게 혹은 감탄할 만하게 잘 쓰는 사람들은 사실 그렇게 많지 않다. 하지만 여성인 나에게 필터는 하나 더 존재한다. 저 사람이 여성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의 문제의 필터에 걸리면, 내가 존경할 수도 있었던 사람을 존경할 수 없게 된다. 이게 편협한가? 예를 들어, 내가 미국의 흑인 학생이고 부모님 조부모님부터 인종차별을 겪어왔고 이와 관련된 경험들이 내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장애물이 되기도 해왔다. 근데 내가 흑인은 열등하다, 백인만큼 글을 못 쓴다고 말했던 학자를 존경할 수 있을까? 혹은 흑인은 열등하게 평면적으로만 그려지는 소설을 좋아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나와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도 해당된다. 아니, 좀 더 생생하다. 왜냐하면 내가 내 동료들을 학자로, 혹은 학생으로 동등하게 혹은 존경하는 태도로 대하려고 해도 내 동료들이 나를, 그게 뭔지는 몰라도 그들이 생각하는 "여자"의 카테고리에 넣어버리고 자신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내가 그들에게 어떤 태도를 취해야하는가. 

물론 너가 열심히 해서 인정받으면 된다고 쉽게 말할 수는 있겠지. 그렇지만 내가 도대체 왜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가. 일단 공부도 힘들어죽겠는데-_- 왜 나는 더 큰 짐을 지고, 내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인정을 받도록 노력해야하는가. 나는 대학원에 입학했을 때, 교수님들로부터 축하 대신 여자 제자는 잘해줘봤자 아무 소용없다는 얘기를 들었어야 했다. 이게 그냥 이 문제는 해가 지날수록 더욱 답답해지는 느낌이다. 물론 신대륙-_-에서 공부를 하며 "비영어권 아시아인"이라는 표딱지가 붙어온 것도 신물이 나지만, 저기에 "여성"까지 붙었을 때 더 큰 편견에 맞닥뜨렸고, 이런 경험이 쌓이면서 더 지쳐가는 것 같다. 




 
그림 출처는 https://jackiemania.wordpress.com/2013/03/06/classics-club-march-meme-jane-austen/



덧글

  • Lon 2016/01/11 22:37 # 답글

    아.. 저도 교수님 인사하러 갔을 때 여제자는 부담이 없다 라던가, 여자는 결혼해서 애 낳고 사는데 행복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음... 그냥 웃고 말았죠. 앞으로 더 나아질 거라고 믿고 사는 건데...

    항상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셔요.
  • mori 2016/01/12 00:21 #

    앗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많이 받으세요!!!

    저도 앞으로 나아질 거라는 생각은 드는데;; 공부하는 것 자체도 힘든데 그런 얘기 들으면 정말 힘이 쭉 빠지는 것 같아요. 나중에 졸업하면 또 어떻게 될지 걱정도 더 되고요. 어쨌든 그 사람들의 기대(?)는 충족시켜주지 않으려구요 ㅠㅠ
  • 迪倫 2016/01/11 23:28 # 답글

    저 인터뷰 기사는 처음 봤는데 라면 사먹는데 지금까지 돈을 보태지않았다는 사실에 그나마 안도감이 드는군요.
  • mori 2016/01/12 00:22 #

    저는 제가 김훈씨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게 아닌가 조금 찔리는 게 있었는데, 소설 한 권과 저 인터뷰 내용을 보고 그런 가책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 2016/01/12 19:21 # 삭제 답글

    허클베리핀 소설 읽으면서 껄끄러웠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데.. 마크트웨인이 여러모로 그런 사람이었구나.
    노망난 노인네 같으니, 할 말이 있고 안 할 말이 있지.
    난 김훈 소설은 하나도 안 읽어봤어. 칼의 노래는 읽어볼까 했더니 말아야겠다.. (그뒤에 하고 싶은 말은 생략)
    모리는 그런 말들에 하나도 적용되지 않는 길을 가리라 믿어! 졸업까지 화이팅 ^^
  • mori 2016/01/12 23:52 #

    흐흐 언니 고마워!! 물론 그 분들이 말한 인생을 사는 것도 매우 가치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웬지 그길로 내 인생을 한정시키려는 것 같아서 괘씸해 ㅋㅋ
    내가 읽었던 게 <칼의 노래>였어~ 필사로도 인기가 많은 책이라 더 얄미운 것 같아 ㅋㅋ
  • googler 2016/01/12 19:27 # 답글


    마크트웨인, 사업하다가 크게 망했던 스토리도 생각나는군요~~ 능력이 다양한 분들의 저지름 스토리는 언제 들어도 흥미롭습니다 :)
  • mori 2016/01/12 23:53 #

    아 저지름 스토리란 말이 와닿네요 ㅎㅎ 트웨인이 사업했던 것은 몰랐던 것 같아요~ 성격이 좀 욱했던 것 같습니다 ㅎㅎ
  • 2016/01/21 13:32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1/21 21:3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네언니앤 2016/02/11 19:01 # 삭제 답글

    나도 마크 트웨인 안 좋아해 ㅎㅎ
    제인 오스틴에 대해 저렇게 얘기했다는 거 들을 후로...
    소설이야 뭐 작가와는 또 별개라 치고...

    그런데 김훈 책은 난 읽어 보지도 않았고
    특별히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는데
    저런 인터뷰를 했다니 더 읽고 싶지 않네 그려...

  • mori 2016/02/11 23:30 #

    저는 김훈책은 딱 한 번 읽어본지라 뭐 저도 쉽게 얘기는 못하는데 하여튼 마음에 안 드는 것은 확실합니다 ㅎㅎ 저렇게 예기 안 하고도 글 잘 쓰는 작가들도 있는데 굳이 저걸 감내하면서 읽고 싶지는 않아요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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