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너가 하는 모든 행위가 축복이다 by mori

웬지 성녀 안젤라(Angela of Foligno, 1248-1309)의 <기억Memorial>을 계속 읽고 있자니, 이거 지난번에 읽은 것 같고 지지난번에도 읽은 것 같고 웬지 그런 느낌이다. -_- 최근에 학회에서 종교학에 관심을 가지는 할머니 한 분을 만났는데 그 분이 자기는 원래 이탈리아 출신이라고 했다. 내가 중세 가톨릭을 연구한다고 했더니, 그 분이 가톨릭은 자꾸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심어주려고 한다면서 자기 어머니가 자기 방에 조그맣게 만들어놓은 성소shrine에 지옥이 생생하게 묘사된 그림이 있었다고 했다. 어린 아이가 그걸 보고 얼마나 두려웠겠냐고. 아무래도 가톨릭이 생활인 사람들에게는 그런 의미가 큰 것 같다. 

어쨌든 우리의 성녀 안젤라는 하도 징징-_-거려서 오히려 신이 그녀를 위로합니다. 너 내가 얼마나 예뻐하는지 아니, 너만 보면 내가 너무 기뻐, 너가 나 좋아하는 것보다 내가 너 좋아한다 등등 이렇게 달래고 어르는 신이 불쌍해-_- 이것은 뭐 밀당하는 것도 아니고...! 





안젤라가 상상한 지옥은 이런 모습이었을까. 트위터에서 가져온 그림. Bodleian, Douce 134, 15세기. 출처는 https://pbs.twimg.com/media/CcjFgS3XIAAaXSE.jpg:large



오늘도 왔다 안젤라의 <기억Memorial> 이탈리아 번역과 같이 실려있는 라틴어 원문을 내가 직접 번역했다. 오역도 내 책임이지만 번역문도 제 것입니다.




<자비에 대한 신의 축복이 얼마나 긴요한지 안젤라의 집에서>

또한 그녀 [안젤라]는 나 필사가에게 말했다. "내가 먹기 전에 신에게 기도를 하고 있을 때 , 그녀 [성모 마리아]는 나에게 자신의 아들로부터 은혜를 내려주었다. 그리하여 그 [예수]가 성스러운 고통을 겪어 얻은 자신의 은덕으로 나의 죄를 없애주게 했다. 또한 그가 나를 사해주고, 그가 제자들의 식탁을 축복하고 그들과 함께 마시려고 일어서 있을 때에 식탁을 축복하도록 했다. 그는 우리가 원했던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축복했는데 곧 나에게 이러한 응답이 내려져 말하기를, "나의 딸아, 너는 나에게 달콤하구나. 너가 요청했던 것이 이루어졌다. 너의 모든 죄는 사해졌다. 그리고 사해짐이 당신에게 이루어졌으며 너는 나의 축복을 받았다." 나는 그녀가 나와 내 동료, 즉 당신에게 말해진 것 같았다. "너가 먹고 마시는 것은 언제나 전능한 신에게로 부터 오는 축복이다. 너가 이 세상에서 살아갈 동안 말이다.
그리고 나는 깨달았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자비들을 우리가 그 안에서 받는다면, 혹은 우리가 먹는 그것들로부터 축복을 받는다면, 축복은 주어진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곧 응답이 내려지기를, 우리가 받고 있는 이 자비들은 그 안에서 축복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이런 자비에서 주어진 어떤 것이든, 그 축복의 힘이 너무 크기에 그것들[자비]는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것이었습니다. 즉, 이 자비로부터 뭔가를 받고 있는 사람들은 누구든지 그 자신이 얼만큼 대단하냐 혹은 못나냐에 따라서 은덕을 받을 것이었습니다. 또한 만약 그가 끔찍한 죄에 있다해도 그들은 자비를 받았으며, 그들이 자신의 죄에서 금방 마음을 돌리려는 열망을 가진다면 역시 혜택을 받을 것입니다. 영혼은 신이 자신 안에 있다는 것을 느끼며 이것이 진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신에게 진실로 오는 성령의 기쁨과 성스러운 즐거움 때문입니다.  






제목이 좀 이상한 것 같은데-_- 안젤라가 자신의 집에서 계시를 받아서 저렇게 제목이 된 것 같은데 확인을 해야겠다. 

어쨌든 안젤라는 신의 축복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이것은 이미 모두에게 주어졌다는 굉장히 낙관론적인 신의 메세지를 전한다. 심지어 엄청난 죄를 저지른 이에게도 이미 축복은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그가 회개하고 싶다는 욕망만 가져도 이미 그 축복은 효력을 발생한다. 축복이 우리 안에 그냥 하나의 가능성으로 내재된 것으로 생각하기에는 그 축복이 너무 커서 그냥 이미 효력을 나타내고 있다고 봐도 된다는 것? 먹고 마시는 일상에서도 그 축복은 이루어진다. 이것은 다른 부분에서였나, 너가 하는 모든 일이 나의 기쁨이라는 신의 메세지와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안젤라는 이것에 대해 확신할 수 있는게, 이러한 축복이 없다면 자기가 이렇게 기쁠리가 없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이렇게 기쁘고 행복하기에, 신의 축복이 주어졌다는 것을, 신이 자신의 영혼에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는 것. 

이것만 봐도 안젤라가 얼마나 극과 극을 오가는 지 알 수 있다. 자기는 엄청난 죄인이고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것을 내내 설파하다가 또 갑자기 모든 사람은 구원받았다는 신의 메세지를 전하며 행복해하고. 역시 성인이 되는 것은 어려운 게 아닌가 한다. 



사담. 이글루스만으로는 좀 불안정한 것 같아, 브런치라는 블로그도 써볼까 하는데 역시나 두 개를 동시에 할 자신은 없기도 하고 고민 중이다. 아마 똑같은 내용을 올리게 될텐데 만약 브런치를 쓰게 된다면 그것에는 좀 진중한-_- 표현으로 쓰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자유로움과 진중함 둘 다 갖고 싶은 것은 내 욕심이겠지.

덧글

  • shaind 2016/03/03 08:26 # 답글

    왠지 법화경 느낌도 나는 그런 이야기네요.
  • mori 2016/03/03 10:47 #

    앗 법화경에 비슷한 내용이 있나요? 이부분은 좀 불교 느낌도 나는 것 같아요 ㅎㅎ
  • 궁굼이 2016/03/03 09:19 # 답글

    성인께 죄송합지만, 저리도 극과 극을 오갔다면 양극성 장애 아닐까 그런 생각도 좀 드네요[...]
  • mori 2016/03/03 10:48 #

    앗 궁궁이님 사실 저도 번역하면서 비슷한 생각을 했습니다 ㅎㅎ 물론 그런 기질이 있으면서 동시에 신비한 일을 겪으셨던 거겠죠!
  • 5thsun 2016/03/03 09:42 # 답글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자를 사해준 것 처럼] 우리의 죄를 사하여 주시고

    주기도문 하나도 이해 못하는 사람들이 기독교 신자의 대부분이라는게 안타깝죠. ㅠ.ㅠ
  • mori 2016/03/03 10:50 #

    사실 저도 지난 일요일에 교회 갔다가 비슷한 생각을 했어요. 저는 그 다음에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에 꽂혀서 나도 남을 시험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부끄러울 때가 많아서요 흑
  • 키르난 2016/03/03 11:48 # 답글

    조울증...?; 물론 사람들은 모두 슬픔과 기쁨-혹은 자기 긍정과 자기 비난의 양쪽을 가지고 있지만 안젤라는 그게 좀 강했던 모양입니다. 어떤 때는 한없이 긍정적이다가 어떤 때는 한없이 자기 파괴적..;
    근데 가끔 전 축복이 이미 주어졌기에 회개하면 모두 다 기쁨을 찾을 수 있고 안식을 찾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감상을 가질 때가 있습니다. 영화 『밀양』의 원작 소설을 읽고 나니 더더욱 그렇더라고요..ㄱ-
  • mori 2016/03/03 13:44 #

    아... 소설은 영화보다 더 절절한가봐요. 좋아하는 영화지만 다시 볼 수는 없을 것 같은 영화 같아요;; 선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자기가 회개 받았다고 확신하는 악인들은 정말 분노를 일으키는 것 같아요. 이럴 때는 왜, 누가 구원받았는지는 자신도 모르고 아무도 모른다는 개신교가 나왔는지 알 것도 같아요;;물론 지금은 교파마다 좀 다르게 믿는 것 같지만요.
  • 키르난 2016/03/03 16:23 #

    원작소설은 단편이더군요. 원작이 이청준이 쓴거란 걸 알고 나서는 호기심에 찾아보았다가..ㅠ_ㅠ 단편 소설이라 삽화를 곁들여 냈는데, 원작과 영화 느낌이 꽤 다릅니다. 영화는 절절함을 내뱉는다치면 소설은 그걸 밖에서 관찰해서 더 그 속터짐(...)을 보여준다고 해야할까요. 하하하;ㅂ;
  • 따뜻한 허스키 2016/03/03 20:20 #

    헉!!! 저 이청준 작가님 넘 좋아해요!! 소문의 벽 읽고 막 책도 사고 그랬는데^^// 영화도 좋다는 얘기들었지만 책도 찾아 읽어봐야겠어요ㅎㅎ감사합니다ㅎㅎ
  • mori 2016/03/03 22:43 #

    아... 삽화까지!! 저는 영화도 충분히 속이 터졌는데 소설은 심지어 더 속이 터진다니-_- 하지만 꼭 봐야겠어요!!!
  • 2016/03/06 22:24 # 삭제 답글

    오늘 안젤라는 굉장히 행복해보여. 오랜만인 듯 ㅎㅎ
    이런 감정에 충만해있으면 세상이 아름다워보일 것 같고. 그렇지만 우리 안젤라는 또 자책하게 되겠지(...).

    아, 브런치 나도 해볼까 하고 있던 참이야. 우리 같이 시작할까?
  • mori 2016/03/07 11:38 #

    ㅋㅋ 아무래도 감정기복이 좀 심한 성녀라! 그래도 뒤에 가면 행복한 부분이 많아~

    헐 언니도 브런치? 언니와 함께라면 ㅋㅋㅋ 나도 좀 자신감 얻을 듯!! 뭔가 진중하게 써야될 것 같아서;; 언니는 바로 작가 신청해도 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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