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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후기 유럽에 방중술이 필요했던 이유 by mori

아니 내가 왜 이런 제목의 글을 쓰고 있는가-_-에 대해 회의가 들지만 ㅋㅋ 아니 그냥 좀 짚고 넘어가야할 것 같아서. 근데 사실 정리 차원에서 쓸 글은 꽤 많은데 왜 갑자기 이 주제를 쓰는가. 사실 방중술! 그 비법!에 대한 글이 아니라 왜 중세 유럽에 방중술art of love이 유행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쓰고자 한다. 왜 중세 특히 중세 후기에 방중술 특히 어떻게 해야 여성이 쾌락을 느끼는지에 대한 관심이 증대했는지. 결국은 당시 의학서들이 대량 번역, 유행하게 되면서 특히 아라비아의 의학자인 아비켄나(Abū ʿAlī al-Ḥusayn ibn ʿAbd Allāh ibn Al-Hasan ibn Ali ibn Sīnā[, 980-1037) 등 아랍계열의 의학서들이 본격적으로 널리 퍼지면서 중세의 의학자들도 이에 대해 다루기 시작했다.

아래의 내용은 자카르Danielle Jacquart와 토마셋Calude Thomasset이 공저한 <중세의 성과 의학Sexuality and Medicine in the Middle Ages>에 기초를 두고 있으나 사실은 여러 책이 섞여있습니다. 이제는 도대체 내가 어디서 무엇을 읽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





Codex Manesse, Konrad von Altsetten (1305-1315, Heidelberg, Universitätsbibliothek)
출처는 https://www.ilab.org/eng/documentation/350-the_codex_manesse_and_the_discovery_of_love__heidelberg_shows_one_of_the_most_beautiful_medieval_manuscripts.html





사담이지만 꽤 알려진 심리학 책 가운데에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the Art of Love>라는 책이 있는데 사람들이 ㅋㅋㅋ 연애서인줄 알고 많이 사간다고. 오래 전이라 확실하지 않은데 교보문고에서 이 책이 연애서 코너에 진열된 걸 본 것 같다.




중세 후기의 방중술에 대한 관심을 다루려면 고대 그리스-로마 의학까지 거슬러 올라가야한다. 내가 Art of Love를 방중술로 번역은 했으니 동양의 방중술과는 물론 다르다. 

고대부터 중세까지 이어지는 의학사의 논쟁 중 하나는 여자도 정액semen/seed을 분비하냐 마냐였다. 여자는 정액이 없다고 주장한 파의 수장이 아리스토텔레스(Ἀριστοτέλης, 384-322 BC)였다면, 여자도 정액을 배출한다는 쪽 주장의 수장은 갈렌(Κλαύδιος Γαληνός, 129-216). 더 후대에 나온 갈렌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단일 정액 이론one seed theory를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으로는 아이가 엄마를 닮는 현상을 설명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즉, 갈렌은 여자와 남자가 성관계 중에 둘 다 정액을 배출하며 누구의 정액이 더 세냐-_-에 따라 아이가 누구를 닮는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임신이 되려면 여자와 남자 둘 다 정액을 배출해야한다.

그리고 사정의 조건은 쾌락?

즉, 성관계 중에 여자와 남자 둘 다 충분할 정도로 쾌락을 느껴야 사정을 할 수 있고 그래야 아이가 생긴다고 보았다. 여자는 정액이 없기 때문에 쾌락을 느끼지 않아도 임신이 된다고 보았던 아리스텔레스와 달리, 갈렌은 여자도 쾌락을 느껴서 사정을 해야한다고 보았고 중세에는 갈렌의 의견이 더욱 우세한다. 중세 의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아랍쪽의 의학과 아비켄나 역시 여성도 사정을 한다는 의견을 지지했고.

이러한 맥락에서, 중세 후기에 여성에게 어떻게 해야 쾌락을 주는지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게 되었다는 것. 그래서 뭐 연고나, 페사리pessaries, 혹은 훈증법이 발달해서 쾌락의 질과 양-_-을 늘리려는 노력이 대두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여전히, 최소한 겉으로나마 신의 뜻에 따라 번성하려는 인류 목표의 연장선상이었고 모든 것은 임신으로 귀결되어야했다. 그녀-_-를 만족시키려는 것은 결국 신의 뜻을 따르는 나의 의지다! 그리고 체위도 결국은 하나여야 했고. 여성의 재생산기관에 대한 연구도 결국은 임신이 중요했기에, 여성 성기의 외부-_-보다는 임신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부 성기에 대해 관심이 더 컸다. 클리토리스는 아직 발견(???)이 되지도 않은 듯하고. 사실 클리토리스에 대해 다룬 책은 중세에는 거의 없으며, 클리토리스가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내가 아주아주 예전 포스팅에서 다뤘던 <하이트 보고서The Hite Report>(1976)에 와서나;; 아 물론 중세 의사들이 클리토리스가 있다는 걸 몰랐다는 소리는 아닙니다. 있었던 것은 알았어요. 다만 그게 남자의 고환-_-과 똑같은데 모양만 다르다고 봤을 뿐. 특히 갈렌이 주장했던 것처럼, 남자가 고환에서 정자를 만들어내듯 여자가 클리토리스에서 정자를 만들어낸다고 보았던;;

클리토리스는 여전히 발견(???)은 안 되었으니 중세 후기에 방중술의 일환으로 전희foreply의 중요성도 대두가 되었다. 하지만 여성의 유방에 자극을 주어야한다고 주장했던 중세 의사들조차 그 이유는 여성의 유방과 자궁이 연결되어 있으므로 이게 여성의 사정을 도와 임신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이유를 들었다. 즉 모든 것은 임신으로 귀결이 되어야하는 것. 그리고 임신의 신의 뜻! 이런 대의명분이 있었기에 높으신 의학자분들도 방중술에 대해 근엄하게 한 소리를 할 수가 있었다. 

물론 무분별한 성행위는 금지가 됩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했듯, 남자는 기운을 잃고 눈이 멀 수도 있어-_- 

한편 갈렌의 두 정액 이론two seed theory가 좀 더 여성을 존중하는 이론이 아니냐, 임신에서 여성의 쾌락이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에 여성이 임신에 적극적으로 공헌한다는 이론이 아니냐는 글도 있던데 동의하기는 어렵다. 갈렌이 여성에게 정액이 있다고 보았지만 결국 여성의 정액은 남성의 정액보다 못한 것이었고 남성이 태아에게 생명을 주고 형태를 부여한다면 여성은 태아를 먹일 뿐이라고 보았기에 기본적으로 여성의 역할 면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단일 정액 이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덧글

  • 키르난 2016/03/05 07:50 # 답글

    쾌락을 얻어야 임신이 된다고 하면 원치 않는 성관계(순화어)를 통한 임신이 제대로 설명 안 될 텐데 말입니다. 아.... 그래서 혹시 원치 않는 성관계™에서도 여자가 쾌감을 얻는다는 주장이 나타난 것인가요! =ㅁ=!!
  • mori 2016/03/05 10:44 #

    앗 슬프게도 그렇습니다 ㅠㅠ 상당수의 중세 의학자들이 여성이 강간 당했을 때도 쾌락을 느낀다고 주장을 했고 여성들을 비난하면서 강간에서 오는 임신이 그 근거라고들 떠들어댔죠-_- 그에 비하면, 여성이 설사 쾌락을 느낄 수는 있지만(자동반응에 의해?) 그게 여성의 잘못이 아니라고 말한 프로이트가 훨씬 낫죠 ㅠㅠ
  • 따뜻한 허스키 2016/03/06 03:17 #

    으아니ㅠㅠ!!ㅠㅠㅠㅠㅠ 생물지식 발전에 정말 감사해야겠군요!!
  • mori 2016/03/06 14:26 #

    앗 그쵸 ㅠㅠㅠㅠ 근데 문제는 아직도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겁니다 ㅠㅠㅠㅠ 어이가 없죠 ㅠㅠ 정확한 레퍼런스는 기억이 나지 않는데, 강간시 여성의 몸에서 충격으로 인해 호르몬 교란이 일어나 오히려 임신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그걸 여성의 탓으로 돌리면 안되죠 ㅠㅠ
  • 남중생 2016/03/05 16:05 # 답글

    하이트 보고서 관련 포스팅이 링크를 클릭해도 안 열리네요. ㅠㅜ
  • mori 2016/03/05 21:33 #

    링크 수정했습니다~~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 2016/03/06 22:20 # 삭제 답글

    결론이 임신을 정해져있으니 말도 안 되는... 이론이 난무했나봐. 본문도 그렇지만 댓글 읽다가 경악했어. 세상에... -_-
    여자에 대한 연구마저도 남자들이 해서 이런 문제가 생긴 듯도 하고. 하아... 그런 면에서 볼 때 지금 시대를 사는 게 행복인지도.

  • mori 2016/03/07 11:36 #

    응 사실 그렇지 ㅠ 게다가 당시 출산으로 인해 여성의 평균수명이 터무니없이 짝였다는 걸 생각해보면;; 하긴 근데 우리 어머니세대만 해도 여자아기라서 영아살해의 목적으로 밖에 내놨다가 너무 크게 우는 바람에 데려왔다는 얘기도 들어봤고. 그러고보면 변화가 크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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