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결혼하면 낫는 여자의 병? 이거 다 중세 탓인거 아시죠? by mori

나는 아재 개그를 매우 싫어하는데 안타깝게도 아재의 기운에-_- 가까워지고 있는 녀성... 이래저래 고나리를 많이 당하지만 그 중에서도 탑은 결혼에 대한 것이고, 그 중에서도 탑 중 탑은 결혼하면-_- 아픈 것이 낫는다는 이상하지만 전통이 있는 고나리이다. 물론 내가 직접 들은 것은 아니고(감히 나에게 저런 얘기를 할 사람은 없나?) 옆에서 그런 얘기 종종 듣는데, 물론 나한테도 말하는 거겠지만 뭐 미혼 여자분이 요즘 몸이 좀 안 좋다 컨디션이 안 좋다 그러면 꼭 아재들이 능글맞게 웃으며 결혼하면 좋아진다고... 

아니 너님이 여자세요?

저런 성희롱 농담을 하는 사람이 꼭 있다-_- 그리고 나이 많으신 여자분들은 가끔 생리통 얘기를 하면 애 낳으면 나아진다고-_- 아니 너님이 나세요? 임신하고 출산하는 게 엄청난 일이라는 걸 아는데-_- 내가 생리통 없애려고 애를 낳아야겠...? 그리고 출산 후유증은 어쩌구요...

라고 분노하는 것 같지만 ㅋㅋ 뭐 제가 직접 들은 적은 없습니다-_- 나는 저런 얘기가 하나도 안 와닿는게 저런 얘기는 서양 중세 의학서에도 나오거든요? -_- 자궁이 여자 몸안에 떠돌아다닌다고 생각했던 그 시대에 저렇게 믿었으니, 신뢰성이 팍 떨어진다. 어쨌든 오늘 중세 의학 책 하나 털은 김에 여자의 월경혈과 남자의 정액이 중세에 어떻게 비교, 대조되었는지에 대해 일반화를 좀 해보겠다;;

제목은 그냥 웃기려고 지었고, 뭐 이게 다 중세 탓이겠어요? 서양 같은 경우는 고전 그리스-로마 문화의 산물에다가 떠돌아다니는 민중괴담 같은 게 합쳐진 결과.



https://bonesdontlie.wordpress.com/2013/01/17/pilgrims-lepers-and-amputees-oh-my/

아마도 예수가 나병환자를 고치는 그림인듯? 당시 나병의 발병 원인 중 널리 믿어졌던 것 중 하나는 월경 중인 여성과 성관계를 하면 걸린다는 믿음. 이것은 여성의 몸이 더럽다? 혹은 독성의 물질로 가득차있다는 당시의 미신을 대변한다.




예전 포스팅에서도 간간히 얘기를 한 적이 있지만, 중세 성의학의 기본은 단일성별이론One sex theory였다. 아리스토텔레스로 대표되는 고전 의학, 철학자들의 주장을 이어받아 중세 의학자들은 남자와 여자는 질적으로 다른 게 아니라 단지 양적으로만 다르다고 생각했다. 즉 남자와 여자는 기본적으로 같은 몸을 가지는데 이게 뜨거운/차거움, 습기참/건조함의 정도에 따라 조금씩만 다를 뿐 기본 생리나 지체는 같다는 것. 성별에 따라 가장 차이가 많이 난다고도 볼 수 있는 성기관 역시 같다고 보았다. 남자에게 페니스와 고환이 있다면 이게 안으로 쑥 들어간 형태가 여자의 질과 클리토리스라고 보았다. 하지만 역시 남자가 디폴트 버전.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했듯이 여자는 남자의 실패한 버전으로, 뜨거운 기운과 건조한 기운이 모자란 불완전한 상태라 여러가지 문제가 있었다. 

남성의 완전한 몸과 여성의 불완전한 몸을 극명하게 보여주는게 몸의 유출물, 그것도 성기관을 통한 유출물이었다. 남자의 정액은 남성의 정수essence-_- 피의 가장 발달한 형태라고 보았다. 남자의 몸은 열기가 충분히 있기 때문에 피가 잘 데워져서 하얀 색의 정액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하지만 여자는? 여자는 기본적으로 남자와 같은 몸을 갖지만, 열등한 버전이고 충분한 열기를 갖지 못한다. 그래서 피가 요리되다 말아서;; 그냥 빨간색의 월경혈이나 배출하는 것이다.

정액과 월경혈이 그냥 정도의 차이만 있던 것은 아니다. 월경혈이 종종 여성의 정액과 동의어로 설명되지만 결국 아기에게 형태를 부여하고 움직임을 주는 것은 남성의 정액. 여성의 월경혈 혹은 정액은 그저 아기를 먹이는 물질적인 도움만 주는 것.

이뿐이 아니다. 정액은 생명의 정수이고 남성은 이것을 아껴야한다고 보았다면, 월경혈은 되다만 정액에다가 독성을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남자는 정액을 아껴야 건강을 유지한다면, 여자는 월경을 제때제때 해야 건강을 유지한다. 하지만 여자의 월경혈이 독성이 있기 때문에, 월경 중인 여자는 여러가지로 주변에 해악을 끼칠 수가 있었다. 잘 자라던 나무도 말라죽이고, 거울도 뿌옇게 만들고.

게다가 중세 의학자들과 민중들은 월경 중인 여성과 성관계를 갖는다면 남성은 나병에 걸릴 수 있다고 믿었다.. 나병에 걸린 여성과 성관계를 하는 게 아니다. 그냥 건강한 보통 여성이라도 그녀의 몸에서는 독성의 월경혈이 분비되고, 이런 월경혈에 남성의 성기관이 직접적으로 노출된다면 오염될 수 있다고 본 것. 즉, 여성의 몸은 독으로 가득차 있어서 한 달에 한 번 씩 이것을 빼주는 게 월경혈이라는 것. 이러한 믿음은 여성의 몸 자체가 독으로 가득차있어서, 자살을 하려고 독을 먹어도-_- 멀쩡하다는 기묘한 소문조차 양산했고. 여성이 매달 월경을 하지 못한다면 이 독성의 물질이 몸에 쌓여서 아프게 된다는 것도 이런 미신과 관련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도 여성을 결혼을 해야, 건강을 유지한다고 보았다. 성관계를 해서, 월경혈의 일부(혹은 여성의 정액)를 빼내야 하기 때문에. 그리고 남자에게서 모자란 열기를 뺏아오기 위해서. 하지만 남자는? 성관계를 하면 여자에게 좋은일-_-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자기의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성관계를 너무 하면 안되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ㅋㅋ 성관계를 너무 많이 하면 남자가 눈이 먼다고 했다. 정액이 머리에서 만들어지고-_- 눈이야 말로 머리 중에서도 가장 약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결국 이러한 믿음은 여성이 열등하다는, 여성의 몸이 해롭다는 결론, 혹은 원론으로 귀결되었다. 

자카르Danielle Jacquart와 토마셋Calude Thomasset이 공저한 <중세의 성과 의학Sexuality and Medicine in the Middle Ages>에서는 여성의 몸이 열등하다는 미신과 이에 대한 남성들의 정신분석적인 두려움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예로서 다음의 13세기 유럽의 민담을 소개한다. 픽션인데 알렉산더 대왕의 영향력을 두려워한 한 왕이 아름다운 처녀 한 명을 골라 그녀에게 독을 잔뜩 먹여서 인간병기로 만들어 대왕에게 보내 암살을 꾀한다는 내용. 여성과 성적인 관계를 맺고싶으면서도 이를 두려워하는? 남성들의 심정을 잘 대변하는 이야기라고 ㅎㅎ 어찌보면 웬디 도니거가 소개했던, 독일쪽에서 처녀에게는 무서운 힘이 있다는? 초야권과도 관련된 첫날밤의 두려움과도 연결이 되는 내용같다. 현대까지오면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라는 영화에 나왔던, 성경험 없는 여성이 공포영화에서 살아남는다는 것과도 이어지고. 중세 이야기를 끝으로 이 포스팅은 마무리.




알렉산더 대왕은 이 아름다운 선물[처녀]과 그에 딸린 여성들을 보았다. 그 소녀는 매우 아름다웠는데 나긋나긋했고 하프도 완벽하게 연주했다. 그녀는 알렉산더 대왕을 엄청나게 즐겁게 했으며 알렉산더 대왕은 그녀를 안지 않기 위해 자기 자신을 억제하려 노력해야 했다. 그가 견뎌야했던 유혹은 매우 강했다.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 알렉산더 대왕의 궁전에서 서기관이자 선생이었던 소크라테스는 이 소녀에게 독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고 알렉산더 대왕으로 하여금 그녀를 만지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이들은 알렉산더에게 그 이유를 말했다. 그는 믿을 수가 없었지만 선생이었던 소크라테스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그에게 맞설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러자 소크라테스는 두 명의 농노를 알렉산서 대왕에게로 데려왔다. 그리고 그 중의 한 명이 그녀를 안게 했다. 그러자 그 농노는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다. 소크라테스는 다른 농노도 똑같이 하게 했고 그 농노도 똑같이 죽어버렸다. 이것을 보고 알렉산더 대왕은 소크라테스가 사실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하지만 알렉산더 대왕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고 그녀가 다른 동물들을 만지게 했다. 개와 말을 만지게 했더니 이 동물들도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다. 이런 식으로 알렉산서 대왕은 그의 스승인 소크라테스에 의해 목숨을 구하게 되었다. 소크라테스는 그의 꿰뚫어보는 지혜로 알렉산더 대왕에게 큰 도움이 되었다. 

덧글

  • 키르난 2016/03/11 12:32 # 답글

    최종병기.. 아니, 인간병기로 키워진 소녀로군요. 만독불침이 아니면 안아서는 안됩니다...?
    어디서 보았는지는 잊었는데 예전에 읽었던 유대교쪽 전승 혹은 그쪽 계통 소설을 보면 월경 중인 여자는 칩거해야하고, 남자를 만날 일이 있으면 반드시 알려야 하며, 남자는 월경중인 여성의 몸에 손대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들어 있던데 그것도 같은 맥락이겠네요..=ㅁ=
  • mori 2016/03/11 22:25 #

    유대교에서는 그것도 현대쪽 자료였던 것 같은데-_- 월경중인 여자가 남자들 사이를 지나가면 죽는다든가 아프게 된다든가 그렇게 설명을 해서 뜨악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유대교쪽은 이게 좀 많이 남아있는 것 같아요. 하도 계율이 많아서 24시간 전화로 문의를 할 수 있는 핫라인이 있다는 얘기도 들은 것 같습니다;;
  • 迪倫 2016/03/11 13:06 # 답글

    유니콘의 뿔레 독을 제거하는 효험이 있어 유니콘이 뿔을 연못에 담그면 독에 중독된 생물들이 그 물을 마시면 살아나고, 그런데 유니콘을 잡으려면 순결한 처녀를 미끼로 삼는다 라는 전설이 왠지 동시기 여성의 '독성'과 뭔가 연결이 있는 것 같습니다. 딱 명확하게 이어지는 것은 아직 아니지만 뭔가 링크가 있어보이네요...
  • mori 2016/03/11 22:26 #

    앗 그런 얘기도 있군요! 저는 중국 고대 황제 중에 용을 잡기 위해 월경중인 시녀들을 궁궐에 대기시켜놨다는 게 떠오르더라구요. 아무래도 순결한 처녀는 좀 더 긍정적인 힘이, 월경중인 여성은 좀 독성이 있는 식으로 서술이 되는 것 같습니다.
  • shaind 2016/03/11 13:28 # 답글

    마지막 이야기는 왠지 소크라테스가 아니라 그 사손이어야 할 것 같은데 말이죠......
  • 궁굼이 2016/03/11 15:02 #

    원래 중세 전설이라는게 그렇죠 뭐...
  • mori 2016/03/11 22:27 #

    그쵸 ㅋㅋ 저도 난데없이 소크라테스라서 내가 잘못봤나 하고 다시 읽었어요 ㅋㅋㅋㅋ
  • PennyLane 2016/03/12 14:14 # 답글

    레위기던가요? 월경하는 여자와 성교하지말라던가........명나라 때 가정제는 궁녀의 생리혈로 불사약을 만들었다는데생리혈에 대한 썰은 동서고금 막론하고 신박해서 좋습니다.
  • mori 2016/03/14 23:01 #

    아 맞습니다. 레위기! 현재 유대교를 지키는 사람들도 레위기를 따르고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언젠가 책을 쓰게 될 기회가 생긴다면 생리와 생리혈 정리 해보고 싶어요 ㅎㅎ
  • 2016/03/14 21:36 # 삭제 답글

    아... 중세 사람들이 개그를 하는 건가 싶은데 너무 진지하네. 인간병기라니, 저런 이야기를 궁서체로 할 줄이야 ㅋㅋ
    남자 위주의 사회여서 그런 거겠지..?
    생리적인 현상이 불결하고 불경하고 두려운(?) 대상으로 인식되었다니 그참... 안타깝다..
  • mori 2016/03/14 23:02 #

    인간병기라니 에반게리온도 아니고 말야 ㅎㅎ 그런데 "하지말라"는 얘기가 법규에 있다면 그걸 하는 사람이 있다는 뜻이니까;; 어쨌든 여성이 폄하되는 과정에서 나온 주장은 확실한 것 같아! 뭐 나 어렸을 때 받은 성교육도 좀 그런면이 있고 ㅎㅎ
  • 남중생 2016/03/16 15:44 # 답글

    한편 여자도 피를 잘 정제해서 흰 체액으로 만들수 있는 신체기관이 있기는 한데, 그것이 유방이고, 그렇게 젖이 나는 것이고... 그냥 빨간 액체-나쁜거, 하얀 액체-좋은거 이렇게 이해한것 같지만 말이죠;;;
  • mori 2016/03/17 00:19 #

    아 맞아요 하지만 이들이 보기에 젖은 남자의 정액처럼 생명을 잉태시킬 수가 없는 하위 물질이었죠~ 어디까지나 여자의 몸은 씨받이? 혹은 아기를 멕이는 물질로 이루어진 몸이라고 봤던 것 같습니다.
  • dg 2017/10/24 23:21 # 삭제 답글

    안녕하세요. 중세 성의학에서 여성혐오를 했던 역사를 글로 쓰고 있는 한 학생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글이 너무 좋아서 인용하고 싶은데 혹시 글 내용들의 출처나 자세한 자료를 알 수 있을까요? 부탁드립니다.
  • mori 2017/10/24 23:45 #

    안녕하세요! 이 글은 제 사견을 정리한 글이라 따로 출처가 있지는 않은데 산부인과의학쪽에서 접근하신다면 Monica Green의 글들, Sara Alison Miller의 <Medieval Monstrosity and the Female Body>를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이 책들이 여성의 몸에 주로 초점을 두고 있다면 전반적인 성의학에 대해서는 Vern L. Bullough & James Brundage의 <Sexual Practices & The Medieval Church>와 James A. Brundage의 <Law, Sex, and Christian Society in Medieval Europe>이 많이 도움이 되실 거에요!
  • 2017/11/01 13:15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mori 2017/11/02 04:00 #

    앗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연세대와는 직접적인 인연은 없지만 한국에 있는 집이 연대 근처라(???) 웬지 반갑네요.

    한글로 된 자료를 찾고 싶다면 <자궁의 역사>란 책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카데믹한 글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 알려진 책으로 알고 있습니다. https://ridibooks.com/v2/Detail?id=103002932&utm_expid=22384828-16.cTcwOGAjSoK1tVIWUHL4OA.0&utm_referrer=https%3A%2F%2Fwww.google.com%2F

    그리고 글에 인용하시는 거 환영합니다! 출처는 해당되는 제 블로그 주소와 블로그 작성 시간을 남기시면 될 것 같아요. 아 그리고 나중에 혹시 글이 나오면 꼭 읽어보고 싶구요!
  • dg 2017/11/05 19:26 # 삭제 답글

    아직 글의 기획 단계라서 나중에 완성된 글에서 인용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혹시 인용하게 되면 꼭 출처 밝히고 연락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많은 도움 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 mori 2017/11/06 11:03 #

    네 혹시 또 필요한 자료 있으면 알려주세요! 화이팅입니다!! 참 그리고 지난번 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된 <피의 연대기>라는 영화 참고하셔도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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