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견디는 것과 즐기는 것 by mori

이렇게 글을 쓴다는 것 자체가 논문이 막혔다는 건데;; 논문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고 어떻게 하면 논문을 잘 쓸 수 있을지 이리정리 궁리하고 있는 입장이긴 하지만, 어쨌든 박사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의 조언도 듣고 나도 시도를 하면서 깨닫는 것들이 있다. 

그 중에서 요즘 유독 와닿는 것은 논문 쓰는 게 견디는 게 되면 너무 지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내 석사, 그리고 석박사 과정은 내내 견디는 과정이었다. 학부 때에는 그래도 너무 재밌어서 밤잠 설치면서 기다렸던 수업이 종종 있었던 것 같은데, 점점 그런 즐거움이 사라졌다. 지도교수 수업 중에 재밌었던 것도 있고, 라틴어 강독은 즐겁지만(안 힘들다는 게 아니다) 공부와 관련된 것을 즐거워서 한다는 것은 언제부터인가 까맣게 잊어버렸다. 기말페이퍼도 나 자신을 짜내고 비틀고 해서 겨우겨우 써냈고, 하루 리딩해서 하루 먹고 산다는 말을 밥 먹듯 하고 다녔으니. 

그런데 논문처럼 긴 호흡으로 써야하는 글을 대하니 저렇게 나 자신을 짜내는 것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걸 반복해서 깨닫고 있다. 기말페이퍼야 길어봤다 더블스페이스로 25장 내외였고, 수업도 리딩 하루 견디고 수업 세 시간 견디면 되는 것이었지만 논문은 지금 1년 넘게 붙들고 있다. 더 오래 걸릴지도 모르고, 미국 친구들도 8년을 꽉 채운다음 졸업하는 케이스도 많이 봤다. 눈 질끈 감고, 나야 어떻게 되버리든간에 그냥 이 100m만 끝내고 어찌되나 보자 막 내달리는 그런 게임이 아닌 것 같다. 

물론 계속 까먹고 논문 쓰느라 괴로워하다가, 논문 쓰는게 괴로운 게 아니지?라고 나를 자꾸 설득하면서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 여러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하루에 논문 쓰는 시간을 지정해놨는데 이 시간이 가까워올 수록 괴로워하고, 이 시간 중에는 언제 끝나나 자꾸 랩탑 시계를 바라보고, 끝내면 우와아아아 끝났다아 ㅜㅜㅜ 이러고. 그러다가 또 지도교수가 조언을 해주면서, 논문 쓰는 것은 치유하는 과정이다 즐겨야 한다 이러면 아 맞다 그랬지 이러다가 또 어느샌가 으아 논문 쓰는 시간이다 이러고. 

반복되고 있다. 

아직도 나에게 제일 맞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긴 한데 아마 이 방법 찾다보면 논문이, 언젠가는 끝나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본다. 확실한 것은 이게 견딘다고 해서 써지는 게 아니라는 것! 

요즘 졸업한 사람들만큼 부러운 사람이 없다. 물론 졸업하면 다시 학생 때가 그리워지겠지만.



덧글

  • 키르난 2016/03/22 13:18 # 답글

    졸업하면 학생 때가 좋았지~라고 한다지만, 학생 시절에 있을 때는 졸업한 사람들, 어른들이 더더욱 부럽죠.ㅠ_ㅠ
  • mori 2016/03/22 21:30 #

    아무래도 돈을 벌 수 있고 돈을 벌 수 없고 이게 제일 큰 것 같아요 흑흑
  • 2016/03/23 18:21 # 삭제 답글

    극히 일부 학생들을 제외하고는 다들 모리와 같은 과정을 거쳤거나 그 가운데 있을 거야..
    논문 쓰는 게 재미있다는 얘기는 태어나서 들어본 적이 없으니 ㅎㅎ
    나만의 방법을 찾아가다보면 소소한 즐거움도 하나씩 발견하지 않을까.. 생각해보며
    지금도 잘 하고 있으니까 마음 다독이면서 건강도 잘 챙기길!! ^^
  • mori 2016/03/23 23:31 #

    논문 쓰는 게 즐겁다는 건 지도교수만인 것으로 해야할까 ㅎㅎ 하루에 하나씩 내가 좋아하는 거 해보려고 노력 중이야! 길게 봐야할텐데 마음이 자꾸 급해진당 흑흑
  • 2016/03/29 02:4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6/03/29 06:1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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