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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불임 고치는 방법 - 트로툴라 by mori

아무래도 나이를 먹다보니 주변에 결혼한 사람도 많이 생기고, 이제는 둘째를 낳은 친구들도 꽤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기를 갖고 싶어하는데 잘 안 되는 친구들도 있다. 예전부터는 부모는 그냥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요즘은 임신도 그냥 되는 게 아닌가보다 그런 생각도 든다. 한편으로는 고생고생해서 아기를 가진 커플들에게 더 나이 많은 어른들이 얼른 둘째 가지라고 잔소리하는 거 보면 옆에서 내가 다 울컥해-_- 물론 그 어른들이야 별 생각없이 입에서 나오는대로 그러는 거겠지만, 그 커플이 지금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면서 후...

괜히 스트레스 받지 말고 라틴어나 번역해야겠다^^

오랜만에 다시 본 중세 의학서 트로툴라Trotula. 트로타Trota 혹은 익명의 여성 의사가 작성했다고 전해지는 이 중세 의학서를 다시 읽다가 불임에 대한 부분이 있어서 번역해본다. 논문에 인용할 부분은 아니지만 음 너무 말도 안 되는 검증과 너무 뻔한(?) 치료법이 함께 있어서. 후자는 명백한 모방주술이랄까? 






 <동정녀의 탄생The Birth of the Virgin> (1365)

그림의 정확한 정보는 찾지 못했다. 출처는 http://rosaliegilbert.com/births.html 이 페이지에 중세 여성의 출산에 대한 설명이 좀 있는데, 원래는 옷을 다 벗어야 하는데 성모 마리아의 어머니를 위해 옷을 입은 채로 그렸다는.




다음의 내용은 중세 의학서인 <트로툴라>의 라틴어 원문을 내가 직접 한글로 옮긴 것이다. 모니카 그린Monica Green가 원문과 영어 번역본을 함께 실은  <트로툴라>를 참고했다. 몇년도 판본인지는 확인해야할 듯.



임신의 장애물에 대하여

어떤 여성들은 너무 말라서 혹은 너무 살이 쪄서 자궁의 구멍 주변이 살로 막혀서 불임인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자궁은 남자의 정액이 자기 안으로 들어오도록 하지를 않는다. 어떤 여성들은 자궁이 너무 부드럽거나 미끄러워서 정액을 안에 잡고 있을 수가 없다. 남자의 잘못일 경우도 잇는데 그의 정액이 너무 묽어서 자궁에 일단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그 액체같은 성질 때문에 구멍으로 나온다. 어떤 사람들은 너무 차갑고 말라버린 고환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런 남자들은 거의, 혹은 절대로 아이를 가질 수가 없는데 그들의 정액이 아이를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치료법. 만약 어떤 여성이 남자의 혹은 자기 자신의 문제로 임신을 하지 못하는지 알아보려면 다음과 같은 방법을 써라. 두 항아리를 준비해라. 한 항아리에는 밀기울을 넣고 남성의 소변을 넣어라. 다른 항아리에는 나머지 밀기울을 넣고 여성의 소변을 넣어라. 그리고 이 항아리들은 아흐레 혹은 열흘 놔둬라. 만약 여성이 문제가 있는 것이면 여성의 것을 넣은 항아리에서 벌레들을 많이 발견할 것이고 냄새도 맡을 것이다. 만약 남자의 잘못이라면 거기서 그럴 것이다. 만약 두 항아리 둘다 그렇지가 않다면, 둘 다에게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이고 그들이 임신할 수 있도록 좋은 약의 도움을 받게 해라.

만약 남자 아이를 갖고 싶다면 남편은 산토끼의 자궁과 질을 튀해서 이것을 와인과 함께 갈고 마셔라. 그리고 동시에 아내는 산토끼의 고환을 먹는다. 그리고 그녀가 월경이 끝날 때에 남편과 함께 눕게 해라. 그러면 사내아이를 가질 것이다. 

또 다른 방법. 아내로 하여금 작은 되지의 간과 고환을 먹게 해라. 그 돼지는 암퇘지 한 마리만 가졌던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을 말려서 가루로 만든다. 그리고 아이를 가지지 못했던 남자에게 먹이면 그가 아이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혹은 여성도 임신하게 될 것이다.

또 다른 방법. 여성으로 하여금 나귀의 젖에 적신 젖은 면을 먹게 하고 그것을 배꼽 위에 묶어서 성관계를 할 때까지 거기 있게 두어라.






일단 임신이 안 되는지 누구의 문제인지 밝히는 방법이 좀 우습다. 근데 벌레를 생기게 하는 편이 문제가 없는 거 아닌가 (생산력이 있으므로?) 물론 오염이 되어서 저렇다는 거겠지. 그리고 물론 여자 아이를 갖고 싶을 때 하는 방법은 소개가 되어 있지 않다-_- 당시에도 임신이 어려웠던 사람들도 있겠지. 다들 바라는 대로 잘 해결되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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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ㅇㅇ 2016/03/22 08:21 # 삭제 답글

    저 시대에 무조건 여자탓만 하는게 아니라 남자탓도 있을수 있다고 하는게 흥미롭네요
  • mori 2016/03/22 11:26 #

    아무래도 여자 의사가 적어서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남자 의사도 간단하게는 짚고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초점은 피임해서 죄를 짓는 것에 더 맞춰져있는 것 같더라구요,
  • just me 2016/03/22 13:05 # 답글

    그러니까 아들을 낳으려면 동물의 생식기를 먹었어야 하는 거였군요. 포기하겠습니다ㅋㅋㅋㅋㅋ
    그나저나 언제읽어도 역사 속 이런 이야기들은 재밌네요!
  • mori 2016/03/22 20:51 #

    ㅋㅋ 아무래도 토끼가 다산의 상징이다보니 그런가봅니다!!! ㅋㅋㅋ 저도 아들은 포기하겠습니다(웅?)
  • 키르난 2016/03/22 13:21 # 답글

    소변은 혹시 당뇨 측정..? 인가 싶기도 하고요.=ㅅ= 근데 아래의 아이 가지는 법은 결국은 유사주술... 하하하. 저런 걸로 불임부부가 아기 가지기는 어렵겠지요.;
  • mori 2016/03/22 20:52 #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ㅜ 그냥 전반적인 건강을 좋아지게 하는 방법만 있었을 것 같습니다. 쑥이나 석류 먹으라 그러는거 보면 신기해요 ㅎㅎ
  • 땡큐 2016/03/22 13:58 # 답글

    좋은 것 보고 갑니다 ㅎㅎ
  • mori 2016/03/22 20:52 #

    앗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섹사 2016/03/23 01:43 # 답글

    재밌게 잘 읽고 갑니다!
  • mori 2016/03/23 02:23 #

    섹사님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2016/03/23 18:17 # 삭제 답글

    우어어... 토끼와 돼지.... 그냥 포기하겠습니다 222
    저런 방법을 쓴 사람도 있긴 하니 책에 실린 거겠지?
    자궁의 성질, 이런 얘기들을 읽고 있으니 오랜만에 힐데가르트가 생각나네 ㅎㅎ
  • mori 2016/03/23 23:30 #

    뭐 한의학에서도 ㅋㅋ 비슷한 것들을 쓰니까!
    저건 실용서라 그런지 나도 힐데가르트가 썼던 좀 예쁜 문구들이 생각나더라구~
  • 남중생 2016/03/24 22:21 # 답글

    흠, 다산하는 동물이라서 토끼와 돼지인가보군요.
  • mori 2016/03/28 03:57 #

    아무래도 그런 것 같습니다. 구하기도 쉬울 것 같구요!
  • 迪倫 2016/03/28 12:08 # 답글

    mori님, 다른자료를 보다 마침 트로툴라가 언급된 논문을 봐서 혹시 도움이 되실까 해서 알려드립니다.
    http://medhist.kams.or.kr/2014/23-2-5.pdf 원래 대한의사학회 학회지 아카이브http://medhist.kams.or.kr/index_k.html 에 실린 논문인데 중세서양 의학에 대한 글 중에 트로툴라도 중간에 한 섹션이 있어서요^^
  • mori 2016/03/28 21:22 #

    오 감사합니다!! 논문을 살짝 흝어봤는데 제 논문에서 주석으로 언급을 했던 게 있는데 거기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으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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