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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마리아의 이중 생활: 애엄마 같지 않은, 마리아와 여자 연예인 by mori

그리스도교의 가장 성스러운 모순은, 예수가 신이자 인간이라는 것과 성모 마리아가 어머니이자 동정녀라는 교리일 것이다. 그런데 마리아 숭앙과 관련된 중세의 글을 읽다보니, 마리아의 아름다움을 담는 찬사가 엄청 매우 많이 나왔다. 예수와 마리아가 거의 동급으로 찬사를 받는 글에서도 마리아는 주로 그녀의 외모가 중요시되는 경향성이 보였다. 이것은 물론 <아가서The Song of Songs>의 여자화자가 마리아로 인식되었던 중세 신학과도 관련이 되지만, 웬지 여성의 장점을 꼽는 데에 꼭 외모가 들어가는 현대의 경향성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이것은 여자 성인에게도 마찬가지로 발견된다. 어떤 여자 성인이든, 금욕으로 굶어죽는 가타리나Catherine of Siena든 방탕하게 살다가 참회와 고행의 삶을 사는 마리아Mary of Egypt든 그들은 동일하게, 아름답다고 서술된다. 그들의 생애를 적어내리는 기술가들은 거의 모든 여성 성인들이 아름다웠다고 서술한다. 남자를 멀리하고 예수만 섬겨야하는 여성 성인들도 외모지상주의에서는 벗어나지 못한 모양. 뇌섹남에 대한 이전의 포스팅과 이어진다. 




<동정녀 가운데 있는 동정녀 Virgo inter virgines> 
15세기 Musées royaux des Beaux-Arts de Belgique, Bruxelles / photo : J. Geleyns / Ro scan

출처는 http://www.fine-arts-museum.be/fr/la-collection/maitre-de-la-legende-de-sainte-lucie-virgo-inter-virgines-la-vierge-parmi-les-vierges?artist=maitre-de-la-legende-de-sainte-lucie-2

어쨌든 성모는 처녀이자 엄마여야 했다. 엄마 같지 않은 동정녀였어야 했던 마리아가 웬지, 아이를 낳아도 아이를 안 낳은 듯 외모를 가꾸어야 하는 현대 여성 연예인들과 비슷하지 않나싶다. 오늘은 마리아의 외모보다는 동정에 초점을 둔 포스팅.

스웨덴의 브리지따(Birgitta of Sweden, 1303-1373)의 환시에서 예수가 자기 어머니의 동정에 대해 말하는 모순적이고 아름다운 내용이다. 






브리지따의 <환시의 다섯 번째 책The Fifth Book of Revelation>에 나오는 부분이다. 다른 환시처럼, 브리지따의 환시에서 예수가 질문에 대답한다. 브리지따는 스웨덴어로 필사가에게 전했고, 필사가는 라틴어로 적어내려갔고, 바오로 출판사에서 나온 영역본을 참고해서 한글로 옮긴다.

바로 전에 나온 첫 번째 질문에서, 예수는 왜 하필 처녀에게서 태어났냐는 짊문에, 신은 가장 깨끗하기 때문에 가장 깨끗한 것들이어야 했다고 답한다. 

내가 옮기는 내용은 두 번째 질문과 답이다.



두 번째 질문: "또 다시. 왜 당신은 마리아가 어머니이자 깨끗한 동정녀라는 것에 대해 눈에 보이는 증거를 보이지 않았습니까?"

두 번째 질문에 대한 답: "다시. 왜 냐가 나의 어머니가 어머니이자 동정녀라는 것에 대해 드러내놓고 증거를 보이지 않느냐에 대해 나는 답한다. 나는 나의 현현에 관한 모든 비밀을 예언자들에게만 알게 해서 이 사실이 더 확고하게 믿어지기를, 그리고 더 오래 예언되기를 바랐다. 나의 어머니가 출산 이전과 이후에 처녀였다는 것은 요셉에 의해 충분히 증명되었다. 요셉은 그녀의 처녀성을 지키는 사람이자 목격한 사람이다. 그녀의 처녀성은 물론 더 명확한 기적으로 보이긴 했지만, 믿지 않는 자들은 그들의 악덕으로 신성모독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그들은 처녀가 하나님 아버지의 힘을 통해 임신할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자들은 이것이 나, 신에게 태양이 유리 안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더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믿지 않기 때문이다. 신의 현현이 가진 미스테리는 악마와 인류에게 숨겨져야 한다는 것이 나의 신성한 판단이었다. 이것은 영광의 시간에 드러나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나의 어머니가 진짜로 어머니이자 처녀라고 말한다. 이것은 아담와 이브를 만들 때 하나님 아버지의 엄청난 힘이 있었던 것과 같다. 그들이 사는 곳에는 즐거운 정직이 있었던 것과 같다. 이처럼, 나의 하나님 아버지가 동정녀에게 접근했을 때에 그곳에는 대단한 선함이 있었다. 나의 설명할 수 없는 신성은 그 닫힌 그릇[마리아]에 들어갔고 이것은 아무런 침입violation이 없이 일어났다. 그리고 이 장소[마리아]는 나에게 즐거운 집이었다. 왜냐하면 나 신은 내 신성 안에 모든 곳에 존재하는데 반해 내 인간됨은 닫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역시 대단한 힘이 존재한다. 왜냐하면 나 신은 몸이 없는데, 마리아의 자궁에서 몸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동시에 나는 그녀의 처녀성을 보존했고 말이다. 인간들은 나의 어머니가 모든 겸손을 사랑하는 이라는 것을 믿는 걸 어려워한다. 그렇기에 나는 어머니의 아름다움과 그녀의 완전함을 숨기고자 했다. 때가 오면 나의 어머니 역시 그녀가 완벽하게 왕관을 받게 되는 영광을 받고, 나 신 역시 충만하게 영광을 받기 위해서 말이다. 이렇게 되면 나는 선한 이들에게 보답하고, 악한 이들에게는 처벌을 내리게 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예수의 논리는 그것이다. 마리아가 동정녀로 남아있기에, 그녀의 몸이 뚫리지 않고 닫힌 채로 남아있기에 예수가 신인데도 인간의 몸 안에 단단하게 밀봉될 수 있었다는 것. 어쨌든 이 글 앞 뒤로 계속 어머니가 처녀라는 모순적인 말이 계속 나와서-_- 지침. "애 엄마 같지가 않아요" 이런 멘트가 칭찬으로 여겨지는 이 시대에. 




덧글

  • 효도하자 2016/07/23 10:44 # 답글

    임신광선!

    뭐. 일본 에로게임에 가끔 나오는 그 시츄에이션 같아요.
    아버지와 재혼한 어머니, 하지만 아버지는 결혼하고 어머니에게 손대기 전에 죽는.
    음. 둘다. 처녀의 순결성과 어머니라는 자애롭고 성숙한 여성성(플러스 근친등의 금단요소. 적어도 에로분야에서는.)이라는 모순된 속성을 둘다 만족시키는 설정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듯한.
  • mori 2016/07/23 10:53 #

    ㅎㅎㅎ 임신광선이라니 명확하게 정리해주셨군요!!! ㅎㅎ 생각해보니 제우스도 햇빛으로 임신시킨 사례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일본 에로게임이 장르가 다양하군요. 모순된 속성을 만족시키는 설정이 그렇게 충족될 수도 있는 것도 신기하구요!!
  • 효도하자 2016/07/23 11:12 #

    사실 저도 에로게임은 별로 해본적이 없어서 잘모르겟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은혼이라는 개그 만화에서 개그 소재로 접한적이 있습니다. 머, 근데 거기 나올정도면 이걸로 소재로 만든 에로게도 있겠죠. 아마, 드라마도 있지 않으려나? 아, 그외에 타임 슬립해서 순결한 장모님(...)을 ntr하는 에로게도 있다고 들은적이 있습니다.
  • mori 2016/07/23 21:09 #

    아 은혼! 제목은 들어본 것 같아요 ㅎㅎ 누가 연성;;하신 걸 본 적이 있는 것 같습니다. 웬지 게임으로 만들어도 될 것 같네요-_- 물론 반대가 빗발치겠지만요 ㅎㅎㅎ
  • 남중생 2016/07/24 00:38 # 답글

    "닫힌 그릇"은 워낙 여러번 (mori님 블로그에서 다루신 기독교적 도상 뿐만 아니라 아예 다른 분야에서도) 접해서 익숙한데, "유리 안에 들어간 태양"은 좀 흥미롭네요.
    깨끗하고 투명한 "유리"(처녀) 속에 갇힌 가장 찬란하고 강력한 빛의 근원이라니... 이 모순적 이미지는 다소 생소합니다.
  • mori 2016/07/24 08:36 #

    아 남중생님 댓글을 보고나니 정말 유리는 투명하고 순결한 이미지군요. 햇빛이 내부에 잉태를 시킬 수 있다니, 마리아의 선례는 매우 독특한 것 같습니다.
  • 키르난 2016/07/24 06:54 # 답글

    페르세우스였을 거예요. 거기는 비로 변한 제우스가 탑에 갇힌 다나에를 임신시켰으니..=ㅁ= 이쪽은 임신 광선이 아니라 비... 음. 적다보니 이상한 곳으로 이야기가 튀네요. 요즘이야 처녀 임신이 가능하기도 하고, 의학소설이라 가장한 모 소설에서 써먹기도 했지요. 하여간 고대에도 여성은 일인 다역을 맡는군요. 뭔가 읽다보니 그런 느낌.. 출산하고서도 조신하고 순결한 몸으로서 성가족을 이루고 거기에 외모 관리도 해야하고..(그만해;)
  • mori 2016/07/24 08:38 #

    모든 좋은 것은 다 성모 마리아에게 가는 느낌이에요 ㅎㅎㅎ 일단 좋은 걸 다 쓰다보니 모순된 것들도 있는 것 같지만 이런 모순이 신성함을 더욱 업그레이드 시키는 모양입니다 ㅎㅎ 그나저나 외모관리는;; 성모는 예수가 죽은 후에 죽었는데 외모는 여전히 매우 동안으로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중세에 마리아는 예수의 아내 역할도 맡았어야 했으니까요;;
  • 키르난 2016/07/24 12:12 #

    요즘 세상이 하수상하니 비뚤어진 시각으로, '신의 배우자니까 젊고 아름답지 않으면 안돼!'라고 성직자들이 생각했던 걸까 싶습니다.(먼산) 솔직히 저 시기의 평균 수명과 사망시 아들의 나이를 생각하면 성모 마리아의 외모는... 음... 으으으음. 생각해보면 역사학자들이 예수의 얼굴 모습 복원은 했지만 성모마리아의 얼굴 복원은 시도하지 않은 것도 사람들의 동심(!)을 깨지 않기 위해서였을까요.
  • mori 2016/07/25 21:57 #

    ㅎㅎㅎ 마리아의 얼굴 복원하면 사람들이 들고 일어날 것으로 분명히 예상합니다!!!! 물론 예수 자체도 몸이 그려지는 방식이 변화는 되었지만 마리아는 더욱 더 민감한 문제 같아요. ㅎㅎ
  • 백범 2016/07/24 15:00 # 답글

    예수만 해도 사형 당시 36살~40대 초반이라는 추정도 있으니, 마리아의 당시 나이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50이상이었을 듯...
  • mori 2016/07/25 21:56 #

    아무래도 그랬겠죠? 하지만 언제나 젊은 모습으로 그려집니다...-_-
  • umma55 2016/07/26 08:14 # 답글

    동정녀 탄생은 이집트 신화부터 있었던 아주 오래 된 포맷입니다. 새로울 게 전혀 없지요.
    게다가 바이블의 '동정녀'는 원문에서는 '젊은 여자'였으므로 실상 마리아가 섹스를 하지 않았다는 것도 아닙니다.^^
    기독교 초기에는 마리아는 전혀 숭배의 대상이 아니었지만, 남자유일신 숭배만으로는 뭔가 허전했던 교단에서(여신 숭배는 기독교 따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만큼 오랜 전통이므로) 의도적으로 조장한 거죠.
  • mori 2016/07/26 21:26 #

    음 umma55님 저는 사실 정말 마리아가 성경험이 있었느냐냐 아니었느냐에 대해서는 관심이 별로 없고, 대신 어떻게 그에 대한 그리스도교 전통이 쌓여왔느냐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기독교 초기라고 하신 것도 이해는 가지만 4세기부터 이미 마리아 숭앙에 대한 전통이 주류교단에서 만들어지고 있었구요. 여신숭앙은 말씀하신 것처럼 그리스도교보다 더 오랜 전통이 있을지 모르지만, 유태교가 철저하게 여성들을 차별했던 것을 생각하면 유태교에서 출발한 그리스도교에서 인간 여성이 숭앙되기 시작한 것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 umma55 2016/07/28 07:14 # 답글

    유태교뿐 아니라 기독교에서도 철저히 여성을 차별했습니다. 바울은 여자들은 교회에서 침묵하라고 했지요. 조셉 켐벨에 따르면, 민중은 남성유일신만으로는 부족했고 생명을 상징하는 여성신을 갈구했기 때문에 기독교가 그걸 수용한 거라고 합니다. 마리아는 기독교에서는 인간이 아니죠, 신의 영역이니까요.
  • mori 2016/07/28 09:55 #

    umma55님 저는 umma님 댓글 처음 두 문장과 마지막 문장에 동의합니다. 참고로 저는 그리스도교에서 여성이 성평등적인 지위를 누린다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제 다른 포스팅을 보시면 아실테지만, 제 중요한 테제 중 하나는 성모 마리아가 여성의 교회 지위에 악영향과 순기능을 동시에 했다는 거에요. 제 다른 포스팅을 읽어보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조셉 켐벨은 최근 몇 년 간 종교학회든 다른 학회든, 옛날엔 이런 소리를 하는 학자도 있었지하고 농담할 때 빼고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심지어 중세학자도 아니었던 켐벨을 중세학에 적용시키는 것은 무리가 많습니다.
  • umma55 2016/07/29 07:41 # 답글

    네, 좋은 글이 많은 블로그네요, 열독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mori 2016/07/29 09:13 #

    엣 아닙니다. umma55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방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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