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부화한 아기 바다거북들을 보고 왔다 - 파드레 섬 by mori

엉겹결에 다녀왔다, 콜푸스 크리스티Corpus Christi.근처에 있는 파드레 섬Padre Island. 텍사스에서도 남부, 걸프만을 끼고 있는 곳. 여기 국립공원에는 여름에 암컷 바다거북들이 알을 낳으러 온다. 특히 이 곳은 멸종위기에 처한 리들리Ridley 거북이 와서 알을 낳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 바다거북을 보호하기 위해 알을 낳는 제보가 들어오면, 어미 거북이 떠나고나서 이 둥지를 파서 알을 따로 가져다가 인공부화를 시킨단다. 그래야 생존 확률이 높아진다고. 그리고 부화가 되면 새끼거북들을 데리고 와서 해변에 와서 풀어놓는다고. 바다에 바로 풀어놓지 않는 것은, 해변에서 기어가야 그 곳이 각인imprint되어 나중에 커서 알을 낳으러 이 곳으로 돌아온다고 한다.







사진 출처는 파드레 국립공원 홈페이지. https://www.nps.gov/pais/learn/nature/hatchlingreleases.htm 여기에 가면 바다거북과 부화를 보는 방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이 되어 있다. 



부화한 새끼 바다거북을 풀어놓는 장면이 일 년에 한정된 횟수로 대중에게 공개된다. 작년에 콜푸스 크리스티에 갔을 때 이런 사실을 알게 되어 그 때는 안타깝게 보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는 꼭 가보겠다고 마음을 먹고 계속 전화를 걸어서 날짜를 확인했다. 사실 이게 부화가 사람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날에야 언제 새끼들을 바다에 풀어놓을지 결정이 된다. 그것도 당일 새벽 두 시에 확정공고가 난다. 바다거북이 알에서 깨려면 하루에서 이틀이 걸리는데, 완전히 깨고 나서는 24시간 안에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안 그러면 기력이 다 쇠진되어서 생존확률이 낮아진다고.

그래서 새벽 2시에 확정공고를 확인하고, 바로 커피를 내리고 주유소에 가서 기름을 채우고 냅다 달렸다. 밤운전을 오랜만에 하려니 굉장히 겁이 났다. 어쨌든 무사히 도착했고, 밤하늘에 쏟아지는 별들도 보았고, 바다 저 멀리 치는 벼락도 보았고, 달 근처를 지나는 밝은 별똥별도 보았고, 새끼 바다거북도 보았으니 운이 좋았다. 





당연히 바다거북을 만질 수는 없고, 국립공원 관계자가 장갑을 끼고 한마리를 보여줬다. 잠이 덜 깬 새끼로 데려다가 보여주는데 얘가 슬슬 깨어나려는 기색을 보이니 재빨리 모래에 돌려놓았다. 모든 힘을 바다에 도착해서 살아남는 데에 써야한다. 사람들이 그물을 치고 갈매기들이 주변에 다가오지 못하게 막고 있었다. 어렸을 때 다큐멘터리에서 새끼 바다거북이 알에서 깨어 밖으로 나와 모래를 건너 바다로 가는 도중에 반은 갈매기나 다른 동물들에 먹히는 장면을 보고 너무 속상해했던 것 같다. 바다거북 산란 장면과 부화 장면은 언제나 울기 좋은 장면이었는데, 이번에도 바다거북이 내 눈 앞에서 잡혀가면 굉장히 충격적일 것 같았는데 다행히 자원봉사자들이 지키고 있었다.

아 동영상은 아직 이글루스에 못 올리나보군-_- 새끼들이 꼬물거리는 게 상당히 귀여운데...






잘 보이진 않지만 바닥에 잘 보면 검은 색 꼬맹이들이 있다, 정말 열심히 기어가는데, 속도는 느리다. 52마리가 이날 풀렸는데 다 바다로 들어가는데 1시간 넘게 걸렸던 것 같다. 전문가들이 저렇게 앉아서 바다거북을 지키고 있다. 바다거북이 혹시나 방향을 너무 잘못 잡으면 살짝 돌려놓는 정도. 간섭을 최소화하면서 생존율은 최대화하려는 노력. 이렇게 노력해도, 다 자라서 해변에 알을 낳으러 돌아오는 거북이는 400마리 중 한 마리라고 한다. 







유투브에서 가져왔다. 저렇게 꼬물거리면서 기어간다. 새끼 바다거북들이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미친듯이 파닥파닥해서 가장 밝은 곳인 태양이 뜨는 방향, 즉 바다로 열심히 기어간다. 이 미친 듯한 상태를 frenzy 상태에 있다고 표현하던데 딱 그게 맞는 것 같다.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딱 바다로 갈만큼만 가지고 있다. 그러니 정말 모든 죽을 힘을 다해서 바다에 닿아야 하는 것이다. 바다에 닿는다고 다 살아남는 것도 아니고, 다 죽겠지만 어쨌든 바다에 가야 조금의 생존할 기회가 있다. 안 그러면 아예 없으니 몸에 있는 모든 기운을 오로지 바다에 가는 데만 써버려야 하는 것이다. 미친 듯이 움직여야 갈 듯 말 듯하다. 

멀리서 지켜본 거지만 거북이들이 한 마리 한 마디 바다로 들어갈 때마다 박수를 쳤다, 어찌보면 굉장히 고통스러운 광경이었다. 힘들게 힘들게 바다 코앞까지 다다라도, 파도가 제때 와주지 않으면 계속 기다려야 한다. 파도가 새끼 바다거북을 실어다 바다로 보내줄만큼 가까이 와야 하고 힘도 세야한다. 몇 번은 파도가 코 앞까지 왔다가 그냥 가고, 그러다 결국 한 파도에 휩쓸려 새끼들이 바다로 들어갔다. 이 모든 게 어쨌든 바다에 다다라야 일어날 수 있는 것이었다.

두 시간 넘게 해변에 있다가 새끼 바다거북들이 다 들어가고 나서 바다에 발만 좀 담그고, 콜푸스 크리스티의 꽤 유명한 까페에서 아침을 먹고 다시 차를 몰아서 돌아왔다, 콜푸스 크리스티 자체도 내 논문 한 장 끝낸 것을 기념하기 위해 갈 만한 곳이었다. 이름 자체도 "그리스도의 몸"이지 않나. 8월에 새끼 바다거북 풀어놓는거 한 번 더 할지도 모른다던데 그러면 또 보러 갈 것 같다. 


덧글

  • 키르난 2016/08/02 07:35 # 답글

    맨 마지막 문단이 중요합니다.(땅땅땅!) 오오오오오! 축하드립니다! >ㅁ<
    그리스도의 몸(품) 안에서 어머니의 품으로 상징되는 바다에 들어간 거북들이라. 묘한 감상이 듭니다. 게다가 400마리 중 한 마리만 돌아온다면 저 52마리 중 돌아올 거북이 있을지는 알 수 없는 거로군요. 그런 건 언제나 랜덤이니 그 중 돌아오는 거북이 단 한 마리라도 있었으면 합니다./ㅅ/
  • mori 2016/08/02 09:42 #

    키르난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완성과는 먼 퀄리티인데 도저히 더 붙들고 있을 수가 없어서 일단 보내버리고 냅다 달려버렸습니다.

    가장 먼저 들어간 거북이도 있고 가장 마지막 들어간 거북이도 있는데 결국 큰 차이는 아닌 것 같더라구요. 바다에 도달한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 타누키 2016/08/02 08:46 # 답글

    에고 멋지네요~
  • mori 2016/08/02 09:43 #

    다큐멘터리에서만 보던 광경을 직접 보니 감동적이더라구요. 모래를 파고 나온 것은 아니었지만요.
  • 분홍만두 2016/08/02 09:08 # 답글

    아 저도 이거 전에 보고싶다고 생각하던 광경이었는데. 생명은 대단해요...
  • mori 2016/08/02 09:43 #

    어떻게 바다쪽을 알아서 거기만 보고 기어가는지, 또 나중에 어떻게 알아서 돌아오는지 경이로웠어요.
  • 나녹 2016/08/02 10:24 # 답글

    재밌으셨겠어요. 예전에 아는 사람이 이거 자원봉사하러 갔는데 일반에도 공개가 되는 거군요.
  • mori 2016/08/03 11:27 #

    알 낳는지 확인도 해야한다니 자원봉사 하시는 분들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상당히 뿌듯한 일일 것 같습니다!
  • 진냥 2016/08/02 11:44 # 답글

    으윽... 귀엽고 애처롭고 갸륵하고 안타깝고 온갖 만상이 드는군요...ㅠㅠㅠ
  • mori 2016/08/03 11:27 #

    마음이 참 짠하더라구요 ㅠㅠ 그래도 다들 무사히 바다에 들어가서 다행이에요.
  • 남중생 2016/08/02 15:03 # 답글

    거북이는 알이 부화되는 온도에 따라 암컷/수컷이 정해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지구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해변가가 점점 뎁혀지고... 아마 단순 생존률도 있지만, 인공 부화는 거북이들의 성비 균형이 무너지는 걸 막기위한 노력일 수도 있을 것 같네요.ㅠㅜ
  • mori 2016/08/03 11:28 #

    아 그렇군요! 성비가 부회되는 온도에 결정되는지 몰랐어요. 웬지 암컷이 더 많이 필요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 트린드리야 2016/08/02 22:57 # 답글

    엉겁결에 가신 곳이 상당히 대단한 곳이네요!
  • mori 2016/08/03 11:28 #

    가끔 결단이 필요한 순간이 있는데, 이번이 그랬던 것 같아요. 또 가고 싶습니다!
  • pimms 2016/08/09 11:10 # 답글

    정말 귀한 경험 하셨네요.
    글 잘 봤습니다~~
  • mori 2016/08/09 23:34 #

    감사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꼭 또 가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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