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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의 구마의식 - 힐데가르트 by mori

중세 유럽에서 귀신 쫓는 의식은 어땠을까? 힐데가르트(Hildegard of Bingen, 1098-1179)의 삶Vita 중역된 걸 읽다가 재밌는 부분이 있어서, 라틴어를 영어로 직접 옮긴 것을 참고해서 내가 중역했다. 힐데가르트의 책을 일다가 편지를 읽으니 또 다른 느낌. 힐데가르트가 직접 가서 악마를 쫓아내지는 못하고 편지를 써서 어찌어찌하라고 지시사항을 준 기록.




Rabanus Maurus, De rerum naturis, 1425. Biblioteca Apostolica Vaticana, Pal. lat. 291, fol. 49v

중세에서 악마를 쫓아내는 의식. 대머리-_-인 사제가 역시 책을 들고 있다. 출처는 http://discardingimages.tumblr.com/post/36351578634/de-exorcismo-capitulum-xii-rabanus-maurus-de




라틴어에서 영어로 번역된 <힐데가르트의 편지The letters of Hildegard of Bingen>의 첫번재 책에서 우리말로 직접 옮겼다. 실린 것 중 68번째 편지. 수도원장 게돌푸스Gedolphus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째로 옮겼다. 1169년에 작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돌푸스가 같은 해에 힐데가르트에게 편지를 보내, 어떤 여인이 있는데 그 여인이 오랫동안 악령에 씌여서 고통받고 있다고 도움을 달라고 요청했다. 아래는 힐데가르트의 답신이다. 




힐데가르트가 브로바일러Braeweiler의 수도원장 게돌푸스께

신이 주신 고통으로 인해 오랫동안 심각한 질병에 갇혀있었지만, 나는 마침 당신의 요청에 답을 할 수 있을만한 힘이 있습니다. 내가 지금 말하려는 것은 나에게서 온 것이 아니라 당신이 알고 계신 그 분 [신]께로부터 온 것입니다.

세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악령이 있습니다. 당신이 물어보는 그 악령은 인간의 도덕적인 악덕을 닮은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 악마는 사람 사이를 기쁘게 돌아다니고, 주님의 십자가, 성인의 유물, 혹은 신에게 바쳐진 다른 것들을 신경쓰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악마는 이것들을 조롱하고 이것들에 놀라지 않고 견딥니다. 이것들은 이 악마가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악마는 마치 정신없는 바보가 지혜로운 사람들이 위협하는 말을 무시하는 것처럼 이것들에 의해 도망가는 척을 합니다. 이런 이유로, 이 악마는 다른 악마보다 쫓아내기 어려운데 이 악마는 금식하고, 조롱하고, 기도하고, 자선을 배풀고, 신 자신에 의한 명령이 아니면 쫓아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제 인간이 아닌 살아계신 그 분 [신]에게서 오는 답변을 들으십시오. 좋은 평판을 가지고 삶의 질에 따라 추천된 일곱 사제를 골라, 아벨, 노아, 아브라함, 멜키세덱, 야곱, 아론의 이름과 명령을 내리십시오. 이들은 살아있는 신에게 번제를 드린 이들입니다. 이 일곱 사제들은이들이 자신의 몸 자체를 하나님 아버지에게 바친 그리스도를 대변합니다. 이들이 금식하고, 고통을 주고, 기도하고, 봉헌하게 하고 미사를 집전하게 한 다음 그들이 사제의 옷과 스톨을 입고 있게하고 그 고통받고 있는, 눈이 뒤집힌 여인에게 접근하게 하세요. 그들은 그녀 주위에 서있어야 하며 각각 막대기를 들고 있어야 합니다. 이 막대기는 모세가 이집트를 칠 때 쓰고, 홍해를 가를 때 쓰고, 신의 명령에 의해 바위를 내리칠 때 썼던 것과 같은 모양이어야 합니다. 그리하여, 신이 이 막대기로 하여금 자신의 기적을 드러내고, 이 막대기를 통해 악령을 몰아내어 신이 신 자신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게 하십시오. 이 일곱 명의 사제는 성령의 일곱가지 은혜를 나타내어, 태초에 "물 위에 휘돌고 있었고 (창세기 1:2), "코에 입김을 불어 넣으셨던 (창세기 2:7)" 신의 영이 그 불결한 영을 고통받는 사람에게서 쫓아낼 수 있게 하십시오.

그리고 아벨을 대변하는 첫 번째 사제가 막대기를 손에 잡고 다음과 같이 말하게 하십시오. "들어라 이 악하고 멍청한 영아. 이 사람 안에 있는 너가 누구이든지간에 사람에게서 온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이고 살아계신 그 분 [신]에게서 온 이 말을 들어라. 그리고 달아나서 그의 명령에 쫓겨나라. 지금 말하시는 그 분 [신]의 말을 들어라: 나는 시작이 없는 이이며 나로 인해 모든 것이 시작되었으며, 나는 고대 그 자체이다. 나는 말한다. 나는 나를 통한 낮이며, 나는 태양으로부터 태어나지 않은 이며, 태양이 나로인해 불붙여졌다. 나는 이성인데 나는 어떤 쪽으로부터 발화되지 않았으며, 모든 이성이 나에게서 숨이 붙었다. 그러므로 나는 나의 얼굴을 명상하기 위한 거울을 만들어 내 고대의 모든 기적들을 내가 바라본다. 왜냐하면 나는 천둥과 같은 목소리를 내며, 이 천둥과함께 모든 창조물들의 살아있는 소리로 모든 세상을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제와 주변에 서 있는 여섯 명의 사제들이 막대기로 그 여성의 머리와 등, 가슴과 배꼽, 목, 무릎, 발을 가볍게 때리도록 하고 다음과 같이 말하도록 해라: "지금 너, 이 사탄의 악령아. 너는 이 사람을 겁박하고 괴롭힌다. 이 여성의 모습에서 떠나라! 살아계시고 그 자신이 그 분 [신]은 사람의 지식을 모르는 평범한 사람 [힐데가르트]를 통해 이 말들을 드러내셨다. 지금 여기에 있는, 너가 오랫동안 겁박하고 있고, 너가 아직도 머무르고 있는 이 사람에게서 떠나라. 너는 명령을 받았고, 그 분 [신]은 지금 너가 떠나기를 명령하신다. 이 막대기로 진실된 태초의 명령으로, 그 분은 시작 그 자체이신데, 너는 이 여성을 더 이상 괴롭히지 않도록 명령받았다. 아벨의 번제와 기도와 도움에 의해 너는 불렸고 내쳐졌다.. 아벨의 이름으로 우리는 너를 친다. 

이 사제들로 하여금 다시 이 여자를 때리도록 하고 다음과 같이 말해라. "노아의 번제와 기도와 도움으로 너는 불렸고 내쳐졌다. 노아의 이름으로 우리는 너를 친다."  

그리고 다시 그들이 때리게 하고 말하게 해라. "아브라함의 번제와 기도와 도움으로 너는 불렸고 내쳐졌다. 아브라함의 이름으로 우리는 너를 친다."

그들이 때리고 말하게 해라. "멜키세덱의 번제와 기도와 도움으로 너는 불렸고 내쳐졌다. 멜키세닥의 이름으로 우리는 너를 친다."

그리고 다시 그녀를 치며 다음과 같이 말하게 해라. 야콥의 번제와 기도와 도움으로 너를 불렸고 내쳐졌다. 야콥의 이름으로 우리는 너를 친다."

그들이 그녀를 치고 말하게 해라. "아론의 번제와 기도와 도움으로 너는 불렸고 내쳐졌다. 아론의 이름으로 우리는 너를 친다."

그리고 그들이 그녀를 다시 치고 다음과 같이 말하게 해라. "너는 또한 대제사장인 신의 아들의 번제와 기도와 도움으로 불렸고 내쳐졌다. 신의 아들에게 신의 아들의 이름을 통해 진실된 사제들이 번제를 드리고 제물을 바친다. 

그리고 그녀를 다시 치게 해라. "너는 너가 하늘에서 처음에 납처럼 떨어질 때 가졌던 혼란으로 머물고 있는 이 사람에게서 나가라. 그리고 그녀를 더 이상 괴롭히지 마라."

"높은 것이 닿지 않았던 높은 것이, 깊이가 다다르지 못했던 깊이가, 넓이가 아우르지 못하던 넓이가, 너 악령의 힘과 멍청한 악덕과 모든 일들로부터 그녀를 자유롭게 해라. 그러므로, 너는 안에 있지만 그녀로부터 도망쳐서 그녀가 너를 다시 느끼거나 알지 못하게 해라. 너가 하늘로부터 버려진 것처럼, 성령은 너를 그녀에게서 버릴 것이며, 너가 지복으로부터 쫓겨난 것처럼 너는 그녀에게서 쫓겨날 것이다. 너는 신을 절대 원하지 않았기에, 너는 그녀에게 절대 돌아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도망쳐라, 그러므로 그녀에게서 도망쳐라. 이 악마야 모든 악마와 덧없는 영들과 함께 떠나라. 너는 영원의 힘에게 명해진 것이다. 이 영원의 힘은 모든 것을 창조했으며 인류를 만들었다. 그리고 인간 구원자의 자비로 그 같은 인류를 해방시켰으며, 뜨거운 사랑으로 인간을 영원하게 만들었다. 그러므로 너는 예수의 고통으로 내쳐졌다. 이 고통은 예수가 성스러운 십자가의 나무에 달려 견딘 것이다. 그리고 삶의 부활을 통해, 그리고 악마를 하늘로부터 지옥으로 내치고 인류를 악마의 힘에게서 자유롭게 한 그 힘을 통해 너는 지금 있는 그 인간에게 나간다. 너는 너가 하늘에서 납처럼 태초에 떨어질 때 가졌던 그 혼란으로 이 사람 안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여성의 영혼이나 그녀 몸의 어떤 부분을 더 이상 괴롭히지 마라. 너는 이 여성을 창조한 전능한 분에게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다. 아멘."

만약 이 악마가 쫓겨나지 않는다면, 다른 사제들과 함께 서 있는 두 번째 사제가 똑같은 순서를 따르게 하십시오. 신이 그녀를 도울 때까지."






헥헥 너무 길었다. -_- 어쨌든 게돌푸스는 답장을 보내 그녀의 방식이 효력이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냐만은 게돌푸스는 답장을 통해, 그 악령이 나가긴 나갔는데 잠시만 나갔고, 다시 그 여성에게 돌아와 괴롭히기 시작한다고 답장했다. 아마 힐데가르트가 직접 와야 악령이 나갈 것 같다고. 근데 이후 답장이 없어서 결과는 모른다? 힐데가르트가 직접 그 여성을 찾아가서 악령을 쫓아내줘서 편지를 더 이상 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길 빈다.하지만 힐데가르트의 삶을 기록한 책에는 뒤에 결국 악마 쫓은 얘기가 나온다. 두 책을 비교해야할 듯. 

덧글

  • Esperos 2016/11/01 18:55 # 답글

    아벨을 상징하는 사제가 하는 첫마디는 교황 레오 13세가 19세기 말에 작성한 장엄구마 기도문을 연상케 하는군요. 단편적으로 성체축복을 한다느니 요한 복음서 1장을 읽는다느니 하는 이야기는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정돈된 형태로 중세 구마기도의 한 형태를 보기은 이 포스팅이 처음입니다. +ㅁ+
  • mori 2016/11/01 22:30 #

    그 여인이 힐데가르트에게 직접 도움을 얻지 못한 것은 안타깝지만 그래서 이렇게 자료로 볼 수 있어서 다행인 것 같아요. 힐데가르트가 저렇게 편지까지 쓸 정도면 구마의식을 어느정도 집전도 하고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알려주신 장엄구마 기도문도 찾아봐야겠습니다!!
  • 남중생 2016/11/01 22:08 # 답글

    그렇군요... 효과는 별로 없었던;; 그런데 막대기를 사용한다는게 흥미롭네요.
  • mori 2016/11/01 22:30 #

    아무래도 때려야(?) 악령이 도망가고 그런 것 같습니다. 모세의 지팡이와도 연관된다니 흥미롭구요.
  • 남중생 2016/11/02 21:23 #

    예, 아마 Esperos님이 더 자세히 아시겠지만, 조선의 벽사(僻邪) 행위에도 벼락 맞은 대추나무가지 따위로 귀신들린 사람을 마구 때리는 묘사가 있어서 인상깊었습니다.^^
  • mori 2016/11/02 22:27 #

    아 맞아요. 복숭아나무 가지도 귀신 쫓는데 쓰이지 않았나요? 일단 때려야하는 건 맞나봐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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