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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유 내 속을 갈라서 보여줄 수도 없고 - 죽은 후 해부당한 성녀 글라라 by mori

보통 중세 가톨릭에서 신체와 관련된 기적이 일어났다고 하면 사람들이 무조건 우와하고 다 믿을 것 같지만 그것도 아니다. 성인들이 신체적으로 보이는 기적을 일으킨다고 할 때, 특히 생전에 기적을 일으키면 중세 사람들도 그걸 의심하고 확인하고 싶어한다. 특히 중세 후반으로 갈 수록 의학과 종교가 분리되고 의학이 따로 전문화되기 시작하면서 종교적인 신비현상을 의학으로 증명하려고 하는 시도가 있었다고. 이탈리아는 가톨릭에서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지만 의학적으로 발전한 곳이기도 했으니. 캐서린 박Katherine Partk의 <여성의 비밀Secrets of Women: Gender, Generation, and the Origins of Human Dissection>을 읽다가 이 사례를 다시 발견하고 포스팅해본다.




글라라(Chiara or Clare of Montefalco, 1268-1308)가 죽은 후 사람들의 요청에 의해 그녀의 몸이 해부당했는데, 그 기록. 글라라는 생전에 신이 자신에게 나타나 자기의 심장안에 자기가 있을 거라 말했다고 주장했는데, 그녀가 죽은 후 진짜 몸을 갈라봤더니 심장이 있는 자리에 십자가, 혹은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가 발견되었고, 예수에게 고통을 준 채찍이 발견되었다고. 그리고 이를 묘사한 그림이다. 그림 출처는 https://bleedingheartsblog.wordpress.com/author/cchenovick/ 이 그림은 Nancy Caciola의 <영 구분하기Discerning Spirits: Divine and Demonic Possession in the Middle Ages>에 실려있다. 




박의 <여자의 비밀>에 수록된 글라라의 사후 검시를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글라라는 생전에 금욕과 환시로 유명했고, 그녀가 죽은 후에 그녀를 따르던 수녀들은 신들이 사랑한 글라라의 몸을 보존해야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이에 따른다. 수녀들은 글라라의 죽은 몸에 연고를발라 보존시키고, 몸을 갈라 심장과 다른 내장들을 꺼냈다. 그리고 다음날 심장을 갈라보았더니 그 안에 위의 그림에 있는 것들이 발견되었고, 더 찾아보자 예수의 수난과 관련된 다른 성물들이 발견되었다. 수녀들은 심지어 수도원의 의사에게도 상담을 했는데, 의사는 이런 것들이 자연적으로 생길리가 없다고 확인해주었다. 그리고 보존된 글라라의 신체는 곧바로 기적을 일으키기 시작했다고. 글라라는 죽은 지 닷새 정도 후에 검시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물론 심장에서 발견된 성물 등은 그녀가 성인으로 인정되는 데에 일조를 했다.

<여자의 비밀>에서 박은 글라라의 이 케이스가 가톨릭 성인의 몸이 해부당한 첫 공식 기록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것은 13세기, 사람들이 이제 기적이 일어나는 신체의 외부 증거를 찾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흥미로운 점은 여자 성인의 몸이 처음 이런 공식적인 검시에 이용이 되었고, 그 이후로도 여자 성인의 죽은 몸이 해부당한 케이스들이 있지만 남자 성인의 경우 16세기에 이르러서야 공식 기록이 발견된다.

여성 성인의 신체와 관련된 기적, 그리고 이런 기적을 의학적으로 해부를 통해 밝히려는 노력은 중세 가톨릭에서 전통적으로 여자는 신체와 더 가까운 존재이니 종교적인 여성도 역시 신체를 통해 신성함을 드러낸다는 의식을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그리고 먼저 해부당하는 것도 여성 성인의 몸이었다. 성 프란치스코는 좀 예외이긴 하지만, 중세 남성 성인들의 기적은 알레고리적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많았던 것에 반해 여성 성인들의 기적은 몸을 통해 직접 드러나는 경우도 많았다. 바이넘Caroline Bynum의 <성스러운 잔치와 성스러운 금식Holy Feast and Holy Fast>만 해도 중세 여성들이 금식을 통해 고통을 체화했고, 더 신체적인 기적을 경험했다는 사례들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박은 여성의 몸이 점점 더 남성 전유의 의학으로 연구되기 시작하는 시점을 보여준다. 물론 중세와 그 이전에도 대부분의 의학자와 의사들은 남자였고, 여성의 몸 역시 남자들에 의해 이론화되었지만 여전히 여성들의 몸은 "비밀"로 남겨져있었다. 하지만 중세 후기와 근대 이후로 갈수록 여성의 몸에 대한 더 직접적인 해부가 벌어지고 남성에 의한 의학이 더욱 시스템화된다. 이번 포스팅에 소개된 글라라의 케이스만 해도 수도원의 수녀들이 해부를 했지만 이제 근대로 가면서 여성 성인들의 몸은 수도원과 관련이 없는 남자 의사들의 손과 결정에 맡겨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글라라의 케이스는 내 관심과는 살짝 거리가 있긴 하지만, 여성 성인의 몸이 의학적으로 종교적으로 어떻게 이해되는지에 대한 흐름을 보여주는 것 같다. 원자료를 찾아보고 싶은데, 여유가 될지 모르겠다. 왜 파도파도 끝이 없지. 





덧글

  • 따뜻한 허스키 2016/12/07 03:54 # 답글

    오오 중ㅅㅔ 후기부터 입증을 시작하는건가요!! 글라라 성녀 심장이야기도! 해부도입 과정도 신기하네요!
  • mori 2016/12/08 09:36 #

    사람의 시신으로 해부를 공개적으로 하는게 중세 말부터 나타나기는 해요! 근데 전반적으로 의학적으로 뭘 입증해야한다는 인식이 생기기 시작한 게 저 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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