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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맞이 포스팅 - 자궁을 꾀어내자 영차영차 by mori

메리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를 맞아 자궁을 꾀어내는 의식에 대한 포스팅을 해보겠다. 무슨 상관이려니 하겠지만 어쨌든 예수를 품고 낳은 것은 성모 마리아의 자궁 아니겠는가. 고대도 그렇지만 중세 의학에서도 상당수의 사람들은 여자의 몸 안에서 자궁이 돌아다닌다고 생각했다. 남자와 비교해서 여자는 동물에 더 가까운 (열등한) 존재였다면, 여자의 자궁에게 일종의 "더 동물적"인 특성을 부여한 셈인데 이 자궁이 제자리에 있지 않고 맘대로 돌아다니다보면 여성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아픈 여성은 자궁을 제자리로 돌려놔야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고, 자궁을 원위치시키기위한 여러가지 의학적, 종교적인 방법이 있었다.

다음에 소개하는 것은 모니카 그린Monica Green의 <트로툴라Trotula> 번역서의 서문에 소개된 자궁을 꾀어내는 엑소시즘exorcism 의식의 일종이다. 




Detail of a miniature of the birth of St Edmund, from Lydgate's Lives of SS Edmund and Fremund, England, 1434 - 1439, Harley MS 2278, f. 13v

건강한 자궁을 가진 산모가 애를 낳는 장면이다. 성 에드문드의 탄생장면. 크리스마스지만 마리아의 출산 장면은 좀 식상하니까, 좀 따뜻해보이는 출산 이미지를 골라봤다. 출처는 영국도서관. 





 

모니카 그린은 라틴어를 독일어로 옮긴 1929년도판 "중세초기의 자궁 불러내기Eine Beschwörung der Gebärmutter aus dem frühen Mittelalter"에서 다음 글을 빌려왔다. 그린은 영어로 옮겼고, 나는 다시 한국어로 옮겨본다. 다음에 소개된 내용은 사제가 자궁을 제자리로 불러내기 위해 외는 것으로 천사와 교부와 온갖 성인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다음, 사제가 자궁에게 명령하는 부분이다.




"구주 예수 그리스도로 나는 너를 불러낸다, 자궁이여, 그리스도는 마른 발로 물을 걸으신 분이며, 아픈 자를 고치신 분이며, 악마들을 떨게하신 분이며, 죽은 자를 살리신 분이온데, 그의 피로 말미암아 우리는 구원받았고, 그의 상처로 말미암아 우리는 나았고, 그의 멍으로 인해 우리는 회복했고, 그로 말미암아 나는 너가 신의 이 여종을 해하지 않게 하기 위해 불러낸다, [여성의 이름이 여기에 들어가야한다], 그리고 너가 이 여성의 머리, 목, 목구멍, 가슴, 귀, 이, 눈, 콧구멍, 어깨, 팔, 손, 심장, 위장, 간, 비장, 신장, 허리, 옆구리, 관절, 배꼽, 장, 방광, 허벅지, 정강이, 발목, 발, 혹은 발가락을 해하지 않고, 신이 너에게 정해진 그 위치에 조용히 남아있어서 이 신의 여종이, [그녀의 이름], 낫게 하기를 명한다." 





위의 기도문에서 재밌는 부분은, 자궁이 아프게 할 수 있는 기관이 상당히 많이 소개되어있다는 것인데, 어찌보면 자궁이 저렇게 여러군데 돌아다닐 수 있다는 해석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 다만 중세에 자궁이 움직일 수 있냐 없냐, 혹은 자궁이 어디까지 움직일 수 있냐에 대해서는 논의가 다르게 진행된 것을 알 수 있다. 

신부가 아픈 환자를 데려다놓고 자궁에게 명령하는 장면도, 지금 볼 때는 참 웃겼을 것 같다. 어쨌든 자궁에게 명령하는 이 기도문이, 엑소시즘의 일환으로도 쓰였다는 것도 흥미롭다. 딱히 악마에게 씌우지 않아도 저렇게 사제가 자궁 자체가 인격이 있는 것처럼 말을 걸다니.









덧글

  • 진냥 2016/12/27 01:04 # 답글

    최근 SNS 등지에서 멋대로 만들었다 뿌시면서 난동을 부리는 자신의 자궁에게 저주를 퍼붓는 여성 동지들이 많은데, 이미 중세 때 벌어졌던 일이군요. 선현(?)의 지혜에 감탄하게 됩니다...=∇=
  • mori 2016/12/27 19:32 #

    ㅋㅋㅋㅋ 저도 사실 속으로 저주를 퍼붓고 있습니다!!! 근데 월경통 같은 거 멈추는 주문같은거는 없었던 걸까요 ㅠㅠㅠ
  • 효도하자 2016/12/27 02:35 # 답글

    괴짜가족이란 만화에서 나오는 "뇌를 이동시켰지" 라는 대사를 내뱉으며 머리에 총알맞고도 안죽는 장면이 생각나네요.
  • mori 2016/12/27 19:33 #

    오 그런 만화가 있군요!! 그럼 자궁 좀 이동시키고 싶은데요-_-
  • Josh 2017/01/09 01:35 #

    괴짜가족 x
    바키 o
  • 효도하자 2017/01/09 09:08 #

    Josh// 많이들 착각하는데 바키 아니라 괴짜가족 맞습니다. 괴짜가족 작가가 유지로를 패러디해서 민든 아줌마가 한 대사.
  • 남중생 2016/12/27 04:07 # 답글

    자궁이여...
  • mori 2016/12/27 19:33 #

    자궁에 저렇게 말 거는 것은 처음 봤어요 ㅎㅎ
  • Ran 2016/12/27 11:24 # 답글

    실제로 endometriosis, 자궁내막증을 생각해보면 자궁이 여기저기 돌아다닌다는 중세의 믿음이 아주 허황된 것은 아닐지도요. ㅎㅎ
  • mori 2016/12/27 19:34 #

    앗 그렇군요 ㅋㅋㅋㅋ Ran님 댓글에 의학정보 찾아봤습니다. 중세에도 자궁내막증이 있었을테니!
  • googler 2017/01/01 07:01 # 답글

    괴이하고 심오한 mori님 서적들... 볼 때마다 특별한 영역이라 mori님이 무척 궁금했답니다. 새해 복 마니 받아요 :)
  • mori 2017/01/01 17:53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googler님!! 저는 이제 너무 익숙해져버렸는데 그래도 간간히 이게 특별하다고 생각하면서 공부하겠습니다!! 2017년도 잘 부탁드려요.
  • 새해복마니 2017/01/30 15:07 # 삭제 답글

    자궁이여 정자 안오니까 적당히 하시게

    정말 자궁이 말을 들어먹는 거면 이러고 설득하고 싶습네다 ㅠ
  • mori 2017/01/30 15:30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진짜 빵 터졌어요 ㅋㅋㅋㅋㅋ 너무 점잖게 얘기하셔서 ㅋㅋㅋㅋㅋ 진짜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안 온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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