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기억과 희망의 관계에 대하여 - 모리니의 요한 by mori

지도교수와 다른 학생과 강독을 하다가 나온 얘기다. 아무래도 인문학쪽 관계자들은 다들 그렇겠지만 공부를 할 때에도 자꾸 내 일상을 돌아보게 되고 내 삶을 되새기게 되고 그럴 때가 있다. 어제 같이 프랑스 승려인 모리니의 요한John of Morigny (13-14세기)의 <하늘 가르침의 꽃The Flowers of Heavenly Teaching>이라는 중세 마법서를 읽다가 함께 깨달은 바가 있어 살짝 옮겨본다.





University Library of Salzburg M I 24 IOHANNES DE MORIGINATO 15r

모리니의 요한이 지은 책의 일부. 출처는 http://www.ubs.sbg.ac.at/sosa/handschriften/mI24.htm








Old Compilation of Figures OC III 중 한 부분이다. 맥락을 좀 설명하자면, 이 부분에서 요한은 특별한 능력이나 일을 기원하는 주문을 소개하는데 물론 요한은 매우 신실한 승려이므로 신이나 마리아에게 기원을 하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는 다양한 기술과 학문을 얻을 수 있는 주문을 소개하는데 그 중에서도 웅변술을 달라고 하는 부분 뒤에 갑자기 완벽한 기억과 희망을 갖게 해달라는 기도가 나온다.

라틴어 원문과 내 번역을 함께 싣는다. 저작권도 실수도 내 몫.




[18][d][iv] Hec ymaginabis cum operatus fueris ad spem:

Vellem habere spem perfectam et memoriam semper misericordie Dei, clemencie, pietatis, culcedinis, bonitatis, promissionis mandatorum suorum salutis in vtroque Testamento, ita quod in desperacione et diffidencia cadere non valeam, et omnia alia in quibus spes potest approbari.


[18][d][iv] 

저로 하여금, 성서의 두 책에 있는 신의 자비와 관용,신실함, 달콤함, 선함, 구원에 대한 그의 명령에 대한 약속을 완벽하게 희망하고 기억하게 해주십시오. 그리하여 제가 절망과 어려움으로 떨어지지 않게 해주시며 모든 다른 것에 희망을 증명하게 하옵소서.




희망과 기억이 함께 간다니 좀 낯설기도 한데,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사실 교수의 어머니가 요즘 치매를 앓고 계신데 기억이 없어지면서 희망도 함께 없어지는 것 같다고. 예를 들어 어머니를 돌보는 사람이 오늘 몇 시에 오기로 했다고 하면 당연히 그 사람이 그 시간에 올 것이라고 믿을 수 있어야, 희망을 가질 수 있어야 하는데 어머니는 그런 희망이 없다고 했다. 어머니는 그 사람이 올지 안 올지 너무 불안한 것이다. 어머니가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이유는 이전에 그 사람이 왔던 것을 까맣게 잊어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사람이 지난 주에도 지지난 주에도 그 시간에 왔다는 것을 기억하면 아 오늘도 정해진 시간에 제대로 오겠구나 기대할 수 있는데 그런 기억이 없고 그 사람이 왔다는 것을 까맣게 잊어버렸기 때문에 그 사람이 온다는 기대를 품을 수조차 없다고 말이다.

모리니의 요한이 소개하는 기도를 이런 식으로 이해한다면, 신이 구약과 신약에서 사람들을 구해주고 구원해줬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나 또한 신이 구해준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거다. 그렇기에 성서가 그들에게 중요한 것이겠지.

덧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