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인간의 원죄는 더러운 정액을 낳았다 - 성녀 힐데가르트 by mori

좀 더 자극적인-_- 제목을 붙이고 싶었지만 참기로 한다. 오랜만에 돌아온 성녀 힐데가르트 (Hildegard of Bingen, 1098-1179). 오랜만은 아니지만 어쨌든 오랜만에 라틴어를 읽었더니 새로웠다. 지금 논문 중에서 중세의 의학에 관해 고치고 있는데 (지도교수가 힐데가르트 먼저 하라 그래서 이 챕터는 다시 내비둬야할 것 같지만-_-) 읽다보니 빡치는데 힐데가르트의 글을 보니 아 그래도 여자가 쓴 건 역시 다르구나 싶었다. 맨날 남자 철학자고 남자 의사고 여자 몸 더럽다고 얘기하는데 힐데가르트는 남자 몸이 더럽대 ㅋㅋㅋㅋ 남자 몸이 더러워서 여자의 몸을 통해 예수를 보낸거래 ㅋㅋㅋㅋ 설득력 있지 않나?



MS Douce 264, f.38v. in the Bodleian Library, Oxford

젖을 성 베르나르 (Bernard of Clairvaux, 1090-1153)에게 쏴주고 있는 성모 마리아. 성 베르나르는 힐데가르트와 동시대 사람으로, 힐데가르트는 자신의 환시를 책으로 옮기라는 신의 명령을 받고 성 베르나르에게 편지를 보내 인가를 받는다. 출처는 위키




CCCM의 라틴어 버전 스키비아스Scivias를 직접 한글로 옮겨봤다. 저작권도 내 것이요 오역도 내것이요. 맥락을 잠시 설명하자면, 해당 부분은 스키비아스의 첫 번째 책 그 중에서도 두 번째 환시에 나오는 내용으로, 힐데가르트는 여자와 남자가 일단 맺어지면 다른 짝을 찾으면 신에게 반항하는 것과 같다고 말한다. 이브와 아담이 처음에 신에게 반항해서 죄를 지었다면, 사람이 정해진 짝을 버리고 바람을 피우는 것은 신에게 두 번째로 반항하는 것이라고.





심지어 나 [신]는 아이들이 인간에서 태어나지를 원하지 않았기에 나는 남자들에게서 정액 (semen/seed)의 힘을 빼앗아 버렸다. 그게 자궁의 배에서 뭉쳐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이것은 마치 내가 땅에서부터 과일을 맺을 힘을 빼앗은 것과 같은데 나는 나의 정의로운 정의로 이렇게 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너희들은 내가 간음과 다른 같은 방식의 죄악들로부터 아이들이 태어나기를 허락한다고 궁금해하느냐? 나의 정의는 정의롭다. 아담의 타락으로 인해 인간의 정액에는 거기에 있었어야 할 정의로움을 나는 찾지 못했다. 이것은 악마가 과실 [사과]를 맛봄으로 그 정의로움을 몰아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나는 나의 아들을 인간에 보낼 때에 처녀에게 태어나게 하여 죄가 없게 하였다. 왜냐하면 그의 피에는 육체의 아무런 오염도 없을 것인데 예수는 악마가 인간에게서 빼내온 오염을 악마에게서 뺏아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즉 힐데가르트는 아담과 이브가 원죄를 지은 이후, 아담의 정액 속에 있어야 할 정의로움이 없어져버렸고 그렇기 때문에 "더러워진?" 정액이 없는 여자에게 예수가 태어나게 해서 예수는 완전한 피를 가지고 태어나 악마를 몰아내게 했다는 얘기. 물론-_- 그렇게 되기 위해서 이 여자는 성경험이 없었어야 했고 임신 이후에도 성경험이 없어야 하죠;; 어쨌든 신학자들이 주구장창 이브가 죄를 몰아왔다, 이브가 몸이 더 더럽다, 여자의 월경은 더럽다 어쩌구저쩌구 할 때 힐데가르트는 "남자의 정액에 문제가 있는 건데?" 라고 당당하게 말했다. 참고로, 힐데가르트는 정액 문제에 있어서는 갈렌보다는 아리스토텔레스를 따라 여자에게는 정액이 없다고 보았다,

덧글

  • 남중생 2017/03/29 22:54 # 답글

    안녕하세요! 매번 트집만 잡는 (건방진) 남중생입니다.
    "나[신]은"이라고 쓰셨는데, "나[신]는"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 다음, "정의로운 정의" 혹은 "정의는 정의롭다"라고 쓰셨는데,
    정의로움은 Iusto/Iustum. 정의는 Iudicio/Iudicium인 걸로 보아, Justice와 Judicial(ity)를 구분하는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의로운 법, 나의 법은 정의롭다. 이런 식으로요.
    혹시 라틴어에서는 딱히 구분이 안 되는 건진 모르겠네요. 그저 질문 드려봅니다.
  • mori 2017/03/30 09:50 #

    앗 아닙니다 남중생님 ㅋㅋㅋㅋ 환영합니다!! 댓글 읽고 나서 글을 보니 오타가-_- 맞네요. 다만 두번째 정의 부분에서는 iusto/iudicio 둘 다 같은 단어에서 파생한 단어로 일부러 해석했습니다. 굳이 영어로 번역하자면 justificial justice 정도 될까요? 신이 여기서 강조하는 것은 나의 법이 정의롭다는 게 아니라 자기가-_- 정의롭고 정의롭다는 것이기에-_- 그리고 제 생각에는 중세 신학에서는 신에게 정의로움과 법(?)이 구분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법lex이라는 단어가 따로 있어서 한글로 옮기면 좀 헷갈릴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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