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성모 마리아는 생리를 했을까 - 토마스 아퀴나스의 변辨 by mori

월경 자료를 찾다가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Summa Theologiae>에 생리 관련한 자료가 나와서 그러면 안되는데 도서관에 낄낄대면서 웃느라고 힘들었다. 아니 토마스 아퀴나스처럼 대단한 신학자분이, 그것도 <신학대전>이라는 길고 복잡한 신학서에 왜 하찮은 여성의 하찮은 생리현상을 집어넣었을까? 그것은 예수가 여자의 몸에서 태어났기 때문이다. 예수는 완벽한 인간이자 완벽한 신인데, 인간의 더러운 때가 묻어야 하지 않아야하기 때문에 더러운 여성이 아닌 순선한 여성의 몸에서 태어나야 했던 것, 그렇기에 토마스 아퀴나스는 어떻게 예수가 깨끗한 인간의 몸만을 받을 수 있었는지 설명해야했던 것,

원래 더러운 것으로 여겨지던 성교는 동정녀 마리아에게 해당되지 않는다. 마리아는 인간과의 성교 없이 성령으로 잉태했기 때문에. 성교를 하고 나서 더러워진 여성의 몸도 마리아에게 해당되지 않느다. 마리아의 몸은 예수의 잉태 이전에도 잉태 이후에도 온전했기 때문에.

하지만 그렇다면 보통 더럽다고 여겨지는 월경은?





The Cholmondeley Ladies, Anonymous (British School) 17th century

중세 그림은 아니지만 ㅎㅎ 귀여우니까! 그림 출처는 위키미디아.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British_School_17th_century_-_The_Cholmondeley_Ladies_-_Google_Art_Project.jpg 



참고한 버전은 라틴어와 영어를 둘 다 싣고 있는 1964년판 블랙프라이어Blackfriar에서 나온 판. 바오로 4세의 허락 하에 도미니코 수사들이 번역한 것으로 알고 있다. <신학대전>이 대전 답게 어마어마하게 많은 책인데 그 중에서도 볼륨 52, 31번째 질문, 5번째 글은 마리아의 피와 예수의 관계에 다루고 있다. 라틴어를 참고해가며, 주로 영어를 한글로 옮겨보았다. 이 책이야 워낙 유명해서 소스를 금방 찾을 수 있어서, 라틴어도 같이 싣는다. 라틴어 싣는 거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은 기분이군. 라틴어 버전은 여기에서.


Ad tertium dicendum quod semen feminae non est generationi aptum, sed est quiddam imperfectum in genere seminis, quod non potuit produci ad perfectum seminis complementum, propter imperfectionem virtutis femineae. Et ideo tale semen non est materia quae de necessitate requiratur ad conceptum, sicut philosophus dicit, in libro de Generat. Animal. Et ideo in conceptione Christi non fuit, praesertim quia, licet sit imperfectum in genere seminis, tamen cum quadam concupiscentia resolvitur, sicut et semen maris; in illo autem conceptu virginali concupiscentia locum habere non potuit. Et ideo Damascenus dicit quod corpus Christi non seminaliter conceptum est. Sanguis autem menstruus, quem feminae per singulos menses emittunt, impuritatem quandam naturalem habet corruptionis, sicut et ceterae superfluitates, quibus natura non indiget, sed eas expellit. Ex tali autem menstruo corruptionem habente, quod natura repudiat, non formatur conceptus, sed hoc est purgamentum quoddam illius puri sanguinis qui digestione quadam est praeparatus ad conceptum, quasi purior et perfectior alio sanguine. Habet tamen impuritatem libidinis in conceptione aliorum hominum, inquantum ex ipsa commixtione maris et feminae talis sanguis ad locum generationi congruum attrahitur. Sed hoc in conceptione Christi non fuit, quia operatione spiritus sancti talis sanguis in utero virginis adunatus est et formatus in prolem. Et ideo dicitur corpus Christi 'ex castissimis et purissimis sanguinibus virginis formatum'.



여자의 정액seed은 재생산에 적합하지가 않으며 그 정액의 체계에 뭔가 불완전한 것이 있어서 여자들의 불능incapability 때문에 여성의 정액은 정액의 완벽한 상태가 될 수 없다. 따라서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하듯이 여성의 정액은 임신에 아주 필요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예수가 잉태되었을 때 여성의 정액은 그 정액의 성질에서 불완전했기에 더더욱 그렇지만, 사정을 동반한 성관계가 없었기 때문에 남자의 정액도 없었다. 다마스쿠스의 요한John Damascene가 말했듯이 예수의 몸은 정액에 의해 잉태된 것이 아니다. 하지만 달마다 오는 흐름인 월경혈은 어떠한가. 이 월경혈은 천성적으로 오염시키는 더러움이 있는데 이것은 자연이 필요로 하지 않아 배출시키는 다른 잉여물들과 마찬가지다. 이 월경혈은 오염으로 감염되고 자연에 의해 거부된 것이기 때문에 이 월경혈 때문에 임신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러운 피의) 배제를 통해 다른 피보다 더 깨끗하고 더 완벽한 피가 임신을 위해 준비된다. 하지만 다른 인간의 임신의 경우 성겨 때문에 욕정으로 더럽혀진 피가 잉태를 위한 그 공간에 모이게 된다. 하지만 이런 것은 예수가 임신될 때 일어나지 않았다. 돼냐하면 피가 동정녀의 자궁에 모이고 성령의 작용에 의해 아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의 몸은 동정녀의 가장 순선하고 깨끗한 피에 의해 만들어졌다. 








즉 토마스 아퀴나스는 여자의 월경혈이 더럽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동정녀가 예수를 잉태할 때는 이 더러운 피가 관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퀴나스에 따르면 월경혈과 임신에 필요한 피는 다르다. 그래서 원래 임신은 깨끗한 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 사람들은 섹스를 통해 임신을 하기 때문에 원래는 깨끗한 피가 욕정으로 더렵혀진다. 따라서 출산을 한 여자는 더럽다고 볼 수도 있다.

동정녀 마리아는 다르다는 것이 아퀴나스의 주장. 마리아는 다른 사람들처럼 성교를 통해 임신한 게 아니기 때문에 더러워질 일이 없었다. 그리고 원래 임신에 관여하는 피는 깨끗하기 때문에, 성교가 관여하지 않은 예수의 잉태는 깨끗하다는 것. 물론 나의 관심은 그게 아니라 아퀴나스도 역시 월경혈이 더럽다고 봤다는 것이다. 

핑백

  • mori : 중세 종교 논쟁에서 혐오를 젠더화하기Gendering Disgust in Medieval Religious Polemic 2017-06-22 12:01:55 #

    ... 여자의 몸에서 태어나서 그리스도교 전체가 욕을 먹는다면, 이 여자는 정말 완벽하고 순선하고 깨끗하고, 더러운 성교에서 자유로운 몸이어야 했다는 것. 그래서 지난번에 포스팅했지만 토마스 아퀴나스가 성모의 잉태가 더러운 월경혈과는 무관했다고 주장했어야 했고, 중세의 거의 모든 신학자들이 얼마나 성모 마리아가 깨끗한 몸이었는지 변증 ... more

덧글

  • 효도하자 2017/06/17 12:17 # 답글

    아 토마스씨.. 변태 같아요.
    마리아가 무슨 씹닥후들의 최애캐 취급받는것 같은...
    아이돌은 똥안싸 같은거.

    애초에 예수는 더러운 마굿간에서 태어났고 인간의 죄를 뒤집어쓰고 십자가에 박혀가 피흘리고 옆구리에서 물이 터져 나오면서 죽은... 뭔가 인간의 더러움이라는 혹성이 있는 캐릭터가 아닌감?
  • mori 2017/06/17 23:58 #

    애초에 그리스도교가 그렇게 시작했긴 한데 아무래도 종교가 작은 그룹에서 점점 커져야하다보니 주위의 시선도 의식-_-해야하고 좀 사회에서 튀는 부분이 있으면 그걸 설명해야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우리의 토마스씨가 좀 너무 자세하게 들어가서-_- 그렇지 당시 신학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 한마디씩은 해야했던 것 같습니다-_-
  • mori 2017/06/19 07:11 #

    똥도 음-_- 생리혈과 비슷하게 배출물excrement라는 개념으로 접근되었던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똥에 대한 금기는 없었으니-_- 성모에 대한 그 부분의 논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게 그냥 단순히 더러운 게 아니라, 의례적/종교적으로 더러운 것이라는 인식이 있어야했기에(?)! 하지만 혹시 발견하면 알려드리겠습니다!
  • 효도하자 2017/06/18 00:49 # 답글

    근데 이쯤되면 성모 마리아는 똥안싸 라는 주장이나 혹은 성모 마리아의 똥은 보통인간의 똥과 달리 더럽지 않았다는 주장이 있었는지(이거 주장한 놈이 있었다면 그 놈은 십중팔구 마음속 깊은 곳에 스캇물에 대한 욕망이 있을것이다.) 궁금하네요.
  • PennyLane 2017/06/19 03:33 # 답글

    월경혈에 대한 아퀴나스의 사상이 어떻든간에요. 저런 주제를 저렇게 진지빨고 논해야만했던 저 시대는 대체 어떤 시대랍니까ㅡㅡ; 분명 누가 손들고 물어봤겠죠. 아퀴나스 선생님 성모마리아도 생리로 더럽혀졌나요 운운.
    물어본 사람의 고뇌와 저렇게 고퀄 답변을 해야만하는 신학자의 고뇌 중 어느쪽이 더 고민스러웠을까요?
  • mori 2017/06/19 07:12 #

    저게 학생이 물어봤다기보다는 그리스도교의 주적(?)이었던 이교도들 특히 유대교 랍비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작성한 것으로 보입니다. 신학자는 뭐 고민은 되었겠지만 그 정도 믿음(?)이라면 응당 답변을 해야하는 걸로(???)!!!
  • 타마 2017/06/19 10:01 # 답글

    옛날 글들을 읽다보면 한심한걸 넘어서 웃기기까지 하네요 ㅎㅎ. 저런 글들도 나름 고뇌하며 썼을텐데 말이죠.
  • mori 2017/06/19 10:32 #

    엄청 중요한 문제였을겁니다 -_- 지금은 물론 다뤄지지 않죠;; 토마스 아퀴나스가 저런 걸 썼다는 걸 몇 명이나 알런지;;
댓글 입력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