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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 종교 논쟁에서 혐오를 젠더화하기Gendering Disgust in Medieval Religious Polemic by mori

요즘 관심이 좀 더 월경쪽으로 향하다가 찾은 책이다. 발단은 월경이 중세의 종교 세력들이 서로를 타자화하는데 월경과 여자같음을 사용했다는 짧은 논문. 그에 대해서는 포스팅을 한 적이 있지만, 이 책은 본격적으로 중세의 가톨릭, 유대교, 이슬람교가 서로를 깍아내리고 헐뜯고 혐오하는 데에 젠더를 어떻게 사용했는지, 특히 대부분의 경우에 서로를 여자 같다고 어떻게 깍아내려서 자신들의 정당성을 찾으려고 했는지를 다루고 있다. 월경도 이 책에서 너무너무 중요한 주제. 






Alexandra Cuffel, Gendering Disgust in Medieval Religious Polemic (Notre Dame: University of Notre Dame Press, 2007)

사진은 여기서 https://books.google.com/books/about/Gendering_Disgust_in_Medieval_Religious.html?id=fw_XAAAAMAAJ&source=kp_cover



 

아유 표지도 예뻐라. 이 책은, 몇 안 되는 나의 사랑하는 책 목록에 들어갈 듯하다. 그래서 더 역심히 읽느라 정말 오래 걸렸는데-_- 너무 오래 걸려서 읽다보니 이 책을 다 읽고나서 무슨 말을 써야할지 모르겠어.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가톨릭교도들, 유대인들, 이슬람교도인들은 상대방에게 혐오disgust의 이미지를 뒤집어씌워서 가짜 종교로 만들어버리려고 했다는 것. 그리고 그 혐오의 과정에는 젠더화가 필수였다는 것이다. 지난번 포스팅과 마찬가지로 "이 기집애같은 것들아"의 좀 심한 버전이랄까. 혹은 더 자세하게는 "니네는 더러운 기집애들이랑 놀아나는 데다가 기집애들처럼 생리나 하는 저주에 걸려버렸지?"랄까.

이 논문이 나에게 중요한 이유는, 여자, 여자의 성기인 자궁, 여자의 차고 축축한 몸, 여자의 월경과 출산이 욕으로 쓰였다는 거다. 즉, 여자와 관련된 것들이 중세 유럽에서 욕으로 쓰였다는 것 자체가 여자의 저런 것들이 비하되고 천한 것으로 여겨졌다는 증거라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이 책을 읽다가 느낀 것인데, 예전에 영지주의gnosticism 수업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왜 그리스도교가 초반부터 힘든 가시밭길을 굳이 걸었는지, 왜 다른 종교로부터 욕을 뒤집어쓸 일을 만드는지, 근데 어떻게 그렇게 강세를 펼치게 되었는지다-_- 영지주의 수업에서도 사실 그리스도교 교리는 헛점 투성이에다가 말도 안 되고 다른 영지주의 집단처럼 그럴싸한 것들도 없는데 아니 왜 -_-

이 책에 따르면, 그리고 역사적으로 상당히 반증된 것 중 하나는 그리스도교는 그 주축인 그리스도의 탄생부터가 다른 종교 눈에는 말도 안된다는 거였다는 거다. 특히 여자는 남자의 열등한 존재인데다가 여자가 월경하면 상당 기간 성전에도 못 들어가게하고(그럼 도대체 여자는 언제 성전 들어가? 월경 하는 날도 못 들어가고 월경 후에도 못 들어가면?) 월경하는 여자랑 피부가 닿기만 해도 남자가 죽어버린다고 생각하는 유대인들에게 그리스도교는 말도 안 되는 거였다. 아니 신이 왜 자기보다 열등한 인간 몸에서 태어나? 그것도 인간 몸을 입어? 여자는 심지어 영혼도 열등한데? 여자는 신의 저주를 받았는데? 근데 심지어 열등한 여자에게서 태어나? 게다가 열등한 여자의 더러운 성기에서 태어난다고? 거기서 그 독기어린 생리가 나오는데, 거기서 태어난다고? 신이? 이랬다는 것.

근데 그리스도교가 여자의 몸에서 태어나, 완벽한 신인 동시에 완벽한 인간인 것은 그리스도교 신학의 가장 중요한 요소였고;;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그리스도교 신학자들은 이런 유대인들의 반응을 되받아치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다는 것. 그리고 공격은 최선의 방어-_-라는 말답게, 그리스됴교 교리를 방어하는 동시에 유대인들에게 "느네가 더 더럽거든? 느네는 심지어 남자가 생리한다며?"이라면서 되려 생색을 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니 이해가 가는게 성모는 예수를 낳은 후에도 처녀였다고 하는게 그리스도교에서는 가장 타협(?) 가능한 방어선이었던 셈이다. 예수가 여자의 몸에서 태어나서 그리스도교 전체가 욕을 먹는다면, 이 여자는 정말 완벽하고 순선하고 깨끗하고, 더러운 성교에서 자유로운 몸이어야 했다는 것. 그래서 지난번에 포스팅했지만 토마스 아퀴나스가 성모의 잉태가 더러운 월경혈과는 무관했다고 주장했어야 했고, 중세의 거의 모든 신학자들이 얼마나 성모 마리아가 깨끗한 몸이었는지 변증했어야 했다. 게다가 11세기 이후 의학 관련 지식이 들어오면서 그리스도교 신학자들은 신학적으로 뿐만 아니라 의학적으로 왜 성모가 깨끗할 수밖에 없는지 설명해야했다. 당시 유대인들이나 이슬람교인들도 같은 의학적 지식을 공유했으니. 심지어 중세에 수입된 그리스-로마 의학은 이슬람에서 수입된 것이었다-_-

그도 그럴 것이 유대인들이 그리스도교인들에게 했던 욕이, 마리아는 생리 중에 간통을 해서 예수를 낳았다는 것이었으니. 여기서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저기에 부여된 혐오의 이미지이다. 여자의 더러운 피가 펑펑 쏟아지는 생리, 이브가 금지된 과일을 먹어서 죄를 얻어서 하게 된 저 더러운 그 생리현상, 유대교에서는 성전 근처에도 못 들어가고 집안의 물건에 몸이 닿지 않게 조심해야하는 그 기간, 생리 중이라면 "아멘"도 못한다는 그 기간에 마리아가, 그것도 자기 약혼자가 아닌 다른 남자랑 성교를 해서 낳은 게 예수라는 것. 이 이미지에서, 유대인들은 그리스도교인들이 여자 생리 중에 성교를 한다는 둥 그래서 문둥병에 걸린다는 둥의 얘기를 했던 것이다. 저게 그냥 소문이 아니다. 유대인들의 교리와 설교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저 말이 그리스도교인들에게 타격이 되었단 소리 역시, 유대인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교인들도 여자의 몸과 생리 등에 대해 부정적인 관점을 공유했다는 거다. 누가 나한테 욕을 해도 심리적인 타격이 없다면 그 상대방은 무안하겠지. 그래서 한국 여자가 가슴이 A컵이라고 한국 남자들이 말해도 타격이 없는 겁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사실 중세는 유대인, 가톨릭 교도들, 이슬람 교도들이 함께 살던 시대다. 서로 욕을 하는 건 들으라고 하는 것이고-_- 서로 모를리가 없다. 게다가 유대인들 같은 경우에 워낙 오랜 역사를 지닌 데다가, 가톨릭에 비해 열세에 처했기 때문에 오히려 가톨릭을 비판하기 위해 유대인 랍비들이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고-_- 가톨릭은 이제, 왜 우리가 맞고 느네가 틀린지 왜 우리가 깨끗하고 너네가 역겨운지/더러운지/오염의 원인인지 말이 되게 설명을 해야했던 것. 

이에 맞서는 그리스도교의 구차한 공격은-_- 유대인들은 예수를 죽여 천벌을 받아, 예수가 죽은 금요일마다 여자의 생리처럼 남자들이 항문에서 피를 흘린다는 것. 정말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이런 주장이, 중세 후기로 가면 더 이상 의학적으로나 신학적으로 굳이 설명을 달 필요가 없이 당연한 현상인 것처럼 받아들여졌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혐오의 이미지는, 가톨릭교도들이 유대인들을 탄압하는 데에 역으로 이용되었다. 저 더러운 유대인들이 지제들 피흘리는 걸 멈추기 위해 가톨릭인들을 죽인다고 죄를 씌워 유대인들을 되려 죽이고 처형하는 데에 사용했다. 

저자는 이슬람교의 혐오에 대해서는 그렇게 깊이 다루고 있지는 않은데 지은이의 분야 때문인지 아니면 이슬람교는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교리 싸움에서 살짝 거리가 있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소개되고 있는 건 역시 가장 유명한, 무함마드가 상한 돼지고기를 먹고 죽었다는 것? 혹은 이슬람교도들이 동물에 비교되고 있다는 것 등.

혐오는 타자화로 이어진다는 것은 당연해보인다. 여자혐오misogyny만 봐도 그렇지 않은가. 너네가 그냥 잘못 살고 있어 이런 수준에 하는 게 아니라 역겨움과 혐오를 자아내는 이야기들이 만들어지고 유통된다. 동성애혐오는 어떤가? 곧 퀴어퍼레이드가 한국에서 있겠지만, 동성애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무슨 이미지와 캐치프레이즈로 움직이던가? 당연한 얘기를 저자가 역사적인 사교를 들어 종교간의 논쟁에서 깔끔하게 보여주고 있어서, 다 읽고 나서 할 말이 없어졌다. 책 초반에는, 아니 이 재밌는 얘기를 왜 재미없게 풀지?란 생각이 아주 조오금 살짝 들었으나 그건 그냥 내가 요즘 삶이 재미없어서-_- 그런 것 같고 책 재밌게 읽었다. 다음에 이 책 내용 중에서 구체적인 케이스를 포스팅을 통해 소개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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