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쉬웠던 게 어려워지고, 어려웠던 게 쉬워지고 by mori

요즘 딱 저 기분이다. 내가 어렵다고 생각했던 게 어라 쉬워지네?하면서 동시에 내가 쉽다고 우습게 봤던 것들이 다시 어려워지고. 운동을 안 좋아하고-_- 운동을 잘 하지 못하는 나는-_-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부를 운동에 대입해서 설명하는 걸 좋아한다. 공부는 뭐 눈에 잡히는 것도 없고 느낌도 희미한데, 운동은 비교적 눈에 잘 보이고 느낌도 있으니까. 뭐 굳이 예를 들자면, 나한테 종교적 경험은 수영의 평영과도 같다. 특히 평영의 발차기! 평영은 발 힘으로만 나아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닌데, 발로 물을 모았다가 쏘는, 그 물을 잡는 느낌은 해본 사람만이 안다. 고등학생 때 평영 배울 때 완전 힘들어하니까 수영 선생님이 이거 열심히 연습해야하긴 하는데 연습한다고 되는 건 아니고, 평생 안 될 수도 있고, 근데 연습을 안 하면 정말 못한다고 말했다. 종교적 경험도 그런거 아닌가?라고 막 생각해본다. 특히 가톨릭에서 종교적 경험은 신이 내려주는 것인데, 그게 인간이 열심히 수련하고 종교적으로 몰입한다고 해서 100%되는 건 아니다. 신에게 달려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진탕 놀기만 하면 그런 신비적경험이 오지 않는다. 최소한 성인전에서, 진탕 놀던 성인들이 반성하고 뉘우칠 때 그런 신비적 경험이 내려온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반성한다고 신비경험을 하는 것은 아님.

요즘 요가를 하는데 이상하게도, 가장 기초가 되는 자세라고 할 수 있는 전사 1자세, 전사 2자세가 잘 안 되는 거다. 아니 한쪽 무릎 굽히고 다른 무릎은 펴고 있는 이 자세가 왜 안 되는거지?하면서 맨날 하면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미칠 듯한 고통이 엄습해옴-_- 근데 이게 기본 동작이니까 이 자세를 꽤 오랫동안 하거나, 아님 계속 반복해야하는데 정말 허벅지가 터질 것 같은 거다. 근데 또 십 년 넘게 잘 안 되던 헤드스탠드는 또 요즘 잘 됨.

그래서 어제 요가 선생님들 중 한 명한테 이거 왜 이럴까하고 물어봤더니 좋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내가 점점 더 내 자세를 신경쓰고 정확하게 하려고 하다보니 어려워지는 거라고.

논문도 같은 게 아닌가 싶다. 제일 쉽다고 느꼈고, 제일 쉽게 빨리 썼던 의학 파트는 지도교수의 강한 저지를 받아 가장 큰 골칫덩어리가 되었었다. 근데 초고에서 지도교수가 제일 마음에 들어했고, 나는 가장 쓰기 어려워했던 신학 파트는 내팽개쳐져있다가 이제 일 년 만에 고치기 시작했고 지금 가장 큰 골칫덩어리가 되었다. 쉽다고 넘겼던 것들이 어렵게 돌아오고, 이런 것들을 하나씩 처치하다보면 또 내가 쉽게 넘겼던 것들이 악당괴수가 되어 나타나고. 주석 다는 것도 쉽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너무 어렵다. 이름 정하는 것도 어렵다. 가끔 제일 어려웠던 라틴어 번역이 제일 쉬워지기도 하고, 근데 또 다시 어려워지기도 한다.

요가도 이제 시작한 지 11년째. 그동안 3개월 이상 쉰 적이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공부도 마찬가지인데, 학부 4년차부터 푹 쉬리라 생각했던 것도 채 2개월이 넘어간 적이 없다. 둘 다 비슷한 시기에 시작했고. 그냥 이런 저런 고비 하나씩 넘겨가면서 어떻게든 되어가고 있는 거겠지. 




<Marginal image of Festal Psalter> The Hague, KB, 78 D 40, 14C 

요것도 요가자세다. 수레자세라고 하나 우리말로는? 영어로는 Wheel이라고 하는데 물론 나는 저렇게 안 되고 U자 모양으로밖에 할 수가 없음. 저렇게 되려면 도대체 몇 년을 수련해야...가 아니라 다시 태어나야하는 것인가. 그림은 저기서 가져온 것은 아닌데 레퍼런스는 여기서. http://www.gotmedieval.com/2008/05/mmm-marginalia-medieval-breakdancing.html

덧글

  • 2017/07/16 11:0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7/17 23:4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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