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이브가 잘못했냐 사탄이 잘못했지 - 힐데가르트의 이브 옹호 by mori

논문의 두 번째 챕터를 고치다가, 다시 한 번 중세 성녀 비엔의 힐데가르트(Hildegard of Bingen, 1098-1179)가 많은 남자 신학자들과는 다르게 인간 원죄의 탓을 이브에게 별로 돌리지 않는다는 것을 개달았다. 하지만 동시에, 온갖 역사와 전설의 비극이 여자탓으로 돌려지는 일들이 생각났다-_- 뭐 중국 사기에 등장하는 미인들을 말할 것도 없고 최근의 메르스 루머까지-_- 이 생각은, 얼마 전 <부산행>이란 영화를 뒤늦게 보면서도 느꼈다. 왜 여자는 악녀, 아니면 민폐 캐릭터인가-_-





British Library, Add. MS 47682, fols. 4r. 14세기 영국에서 만들어짐.


그리스도교 최고의 민폐 여자 캐릭터 이브. 뱀 역시 여자의 머리로 그려졌는데 이런 게 중세 그림에는 드문 게 아니었으니 더블 여자 탓이라고 해두죠. 두 그림 다 신기한 것은, 아담과 이브 배 아래쪽에 있는 저 입술모양? 둘 다 최초의 인간이라 엄마 몸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배꼽이 없어야 하는데, 저 입술 모양은 타락 후에 생길 성기의 위치를 표현한 것인지;; 그나저나 뱀은 무슨 용 같애;; 그림 출처는 http://libraries.slu.edu/digital/manuscripta08/bared.html




주의******영화 <부산행> 스포일러 있습니다*******

 



다음의 내용은 힐데가르트의 <스키비아스Scivias> 첫 번째 책의 두 번째 환시 10번째 장. 이탤릭체로 표시된 부분은 힐데가르트가 환시로 기록한 부분.




악마는 아담과 이브가 잘 속아서 그 자신의 질문에 대답해서 확인하기 전까지는 그 나무가 금지된 것이라는 걸 몰랐을 것이다. 그 밝은 곳에서 그는 하얀 구름에 바람을 불었는데 그 구름에서 아름다운 인간의 형상이 나왔고 그 인간의 형상은 그 안에 매우 많고 많은 별들을 품고 있었는데, 왜냐하면 그 기쁨의 장소에서 이브, 결백한 아담에게서 일으켜졌기에 그 영혼 역시 결백한 그 이브, 인류의 그 많은 사람들을 그 몸으로 품을 그 이브가 뱀의 유혹 때문에 악마에 의해 침범되었고 몰락을 가져왔다. 이것은 왜 그런가? 악마가 여자의 민감함susceptibility을 알아 이브가 강한 아담보다는 더 쉽게 정복될 것을 알았기 때문이고, 악마는 아담이 이브에 대한 거룩한 사랑으로 그렇게나 열광적으로 불타올랐기에 일단 악마가 이브를 정복하면 아담은 이브가 그녀에게 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것이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악마는 구름과 인간의 형상을 그 곳에서 쫓겨나게 했는데 이것은 그 고대의 유혹자가 자기의 속임수를 통해 이브와 아담이 축복의 자리에서 쫓겨나게 해서 그들을 파별의 어두움으로 몰아냈기 때문이다. 어떻게? 일단 악마는 이브를 꼬셔낸 다음이브가 아담에게 부추기고 얼러서 아담의 동의를 얻어내게 했는데, 이것은 이브가 아담의 갈비뼈에서 태어났기에 그 어떤 창조물보다도 더 아담을 불복종으로 이끌어냈다. 따라서 여자는 아주 빠르게 남자를 전복시킬 수 있는데 남자는 그녀를 미워하지 않으며 쉽게 여자의 말을 듣는다. 




*****스포일러 다시 한 번 주의*****




 이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얼마 전에 이삿짐을 싸다가 넷플릭스로 본 <부산행>이 생각났다. 여기에 한 쌍의 커플? 풋풋한 커플이 나오는데 (여자 배우는 소희인데 남자 배우는 모르겠음) 남자가 "약한 여자"를 보호하면서 좀비들로부터 탈출하려고 하는데 결국 여자가 먼저 당하고, 남자는 당한 여자를 버리지 못하고 지키다가 곧 그 여자에게 물려서 자신도 좀비가 되어버린다.





캡처가 만족스럽진 않은데 다시 보기는 좀 그래서-_- 나 이 영화보면서 너무 스트레스 받았어. 난 재난 영화도 싫고 좀비 영화도 싫다-_- 이삿짐 싸면서 설렁설렁 보려고 했는데 너무 스트레스 받음-_- 어쨌든 첫 번째 장면은 소희가 좀비에게 물려서 남자 배우가 슬퍼하는 것이고, 두 번째 장면은 좀비로 변한 소희가 결국 남자를 공격하는 장면. 둘 다 좀비가 되어버리는, 슬픈 장면인데 이게 결국 인간의 원죄 장면이랑 비슷한 거 아냐?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어쨌든 중세에는 두 개 같이 가는 거니까) 약한 여자가 먼저 공격을 받고, 남자는 여자에 대한 사랑 때문에 여자를 떠나지 못하고 같이 타락해버린다. 힐데가르트는 이게 여자 탓이 아니고, 여자가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결국 악마 때문이라고 못 박고는 있다. 여자는 어쨌든 신이 뜻한 바가 있어서 일부러 연약하게 만들었고, 그 부드러움으로 인해 오히려 인간이 타락에서 벗어나 예수로 새생명을 얻을 수 있었지 완고한 아담이 타락을 먼저 했다면 인간은 구원에 더 어려웠을 거라고 보기 때문에. 하지만 어쨌든 여자가 민폐녀가 되는 서사는 비슷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힐데가르트가 강조하는 것은 그것이다. 이브는 신의 뜻에 따라 약하게 태어났고 악마에게 속았다. 아담은 그런 이브를 여전히 사랑했기에 그녀를 떠나지 않고 함께했다는 것. 가장 큰 책임은 악마에게 돌리는 거다. 저 위의 장면으로 보자면, 결국 나쁜 건 당한 소희가 아니라-_- 소희를 좀비에게 던져버린 나쁜 놈이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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