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로그


생리대를 생리대라 부르지 못하고 by mori

내 세대에서만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여자 학생들은 공교육 하의 성교육을 받을 때 생리하는 걸 숨기도록, 그리고 생리대를 남들 앞에서 드러내지 않도록 훈련받는다. 요즘에는 의식적으로나마 극복을 해보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받은 교육이 있고 사회적인 분위기가 있는지라, 공공장소에서 생리대 꺼내는 것도 흡 기합 함 주는 것이 필요한데, 그리스도교의 성서 번역에서도 생리대를 부끄러워하고 생리대 표현을 숨기는 부분이 있어서 옮겨본다.

발단은 어제 지도교수가, 내 논문에 포함시킬 수 있겠다면서 월경이 불가타 성경에서 욕으로ㅋㅋ 쓰인 케이스들을 보여준 것. 중세 때에 생리대가 더러움의 표상이 되어 상대방에게 욕을 하거나 상대방이 얼마나 타락했는지 꾸짖을 때 널리! 쓰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근데 내가 이걸 읽으면서, 음? 나는 왜 몰랐지? 내가 신실한 신자는 아니지만 그래도 서당개라고 모태신앙인-_-으로서 성서를 안 읽은건 아닌데? 의문이 들어서 찾아보니 ㅋㅋㅋㅋ 그래 한글 성경에서 생리대를 얘기할 리가 없지 ㅋㅋㅋ 오늘은 그 얘기다.




예전 포스팅 중에 올렸을 수도 있겠다-_- 포스팅이 많아지면서 트랙을 잃어버림. 1900년대에 27센트에 팔리던 생리대. 빨아쓰는 것이라고 합니다. 출처는https://www.quora.com/What-did-women-do-before-disposable-menstrual-pads-tampons-were-invented



일단 불가타에 나오는 생리대를 보시겠다. 이사야서 64:6으로, 이사야가 자기 백성들을 풀어주고 죄가 사해질 수 있게 기원하는 맥락. 해당 부분은 이스라엘 민족이 신 앞에 죄를 지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뉘우치는 장면이다. 불가타는 다음의 사이트를 참조했다. http://www.latinvulgate.com/ 번역은 나의 것.



et facti sumus ut inmundus omnes nos quasi pannus menstruatae universae iustitiae nostrae et cecidimus quasi folium universi et iniquitates nostrae quasi ventus abstulerunt nos

우리는 모두, 부정해져서 우리의 모든 정의는 마치 생리대 (rag of menstruation)와 같이 되었고 우리는 모두 나뭇잎처럼 떨어졌고 우리의 죄악은 바람처럼 우리를 칩니다.



여기서 보면 pannus menstruatae라고 너무나도 명확하게, 여성이 월경할 때 쓰는 천조각이 죄악으로 얼룩진 이스라엘 백성들을 스스로 지칭하는데에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은 한국어 번역 성서에서는 밋밋하게 해석되었으니 생리대라는 말이 빠져버렸다. 영어버전인 CEV까지 7개의 번역을 대한성서공회 사이트에서 빌려온다. http://www.bskorea.or.kr/infobank/korSearch/korbibParall.aspx?version=GAE&readInfo=%uC0AC%2064%3A6&cVersion=&fontString=12px&fontSize=1




개역한글 
대저 우리는 다 부정한 자 같아서 우리의 의는 다 더러운 옷 같으며 우리는 다 쇠패함이 잎사귀 같으므로 우리의 죄악이 바람 같이 우리를 몰아 가나이다

개역개정 
무릇 우리는 다 부정한 자 같아서 우리의 의는 다 더러운 옷 같으며 우리는 다 잎사귀 같이 시들므로 우리의 죄악이 바람 같이 우리를 몰아가나이다 

표준새번역 
우리는 모두 부정한 자와 같고 우리의 모든 의는 더러운 옷과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나뭇잎처럼 시들었으니, 우리의 죄악이 바람처럼 우리를 휘몰아 갑니다. 

새번역 
우리는 모두 부정한 자와 같고 우리의 모든 의는 더러운 옷과 같습니다. 우리는 모두 나뭇잎처럼 시들었으니, 우리의 죄악이 바람처럼 우리를 휘몰아 갑니다. 

공동번역 
당신의 이름을 불러 예배하는 자도 없고 당신께 의지하려고 마음을 쓰는 자도 없읍니다. 당신께서 우리를 외면하시므로 우리는 각자 자기의 죄에 깔려 스러져 가고 있읍니다. 

공동번역 개정판 
당신의 이름을 불러 예배하는 자도 없고 당신께 의지하려고 마음을 쓰는 자도 없습니다. 당신께서 우리를 외면하시므로 우리는 각자 자기의 죄에 깔려 스러져가고 있습니다. 

CEV 
We are unfit to worship you; each of our good deeds is merely a filthy rag. We dry up like leaves; our sins are storm winds sweeping us away. 




개역판의 두 버전과 새벅역 두 버전, 1995년에 출판되기 시작한 CEV만이 더러운 천조각 표현을 가지고 있지만 생리대라는 불가타 표현은 빠버리고 단순히 더러운 천조각이라고 설명하는 데에 그치고 있다. 왜 그랬는지 심정적으로 이해는 가지만, 구약 성서에서 생리와 관련된 터부와 금기, 부정한 이미지를 생각할 때 단순히 더러운 천조각이라고 하는 것은 생생한 표현을 그저 그렇게 만들어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나는 생리를 금기시하고 부정하게 생각하는 것은 맘에 안 들지만-_- 아니 이렇게 읽어서야 예전 성서에 생리대가 언급된다는 사실이 묻히지 않나?! 생리대를 생리대라 부르지도 못하고!


>>수정<<
AvisRara님께서 공동번역과 공동번역개정판에는 5절에 "개짐"이라는 생리대를 표현하는 단어가 직접적으로 실렸다는 것을 알려주셨다. 해당부분은 다음과 같다. 

공동번역 
우리는 모두 부정한 사람처럼 되었읍니다. 기껏 잘했다는 것도 개짐처럼 더럽습니다. 우리는 모두 나뭇잎처럼 시들었고 우리의 죄가 바람이 되어 우리를 휩쓸어 갔읍니다. 

공동번역 개정판 
우리는 모두 부정한 사람처럼 되었습니다. 기껏 잘했다는 것도 개짐처럼 더럽습니다. 우리는 모두 나뭇잎처럼 시들었고 우리의 죄가 바람이 되어 우리를 휩쓸어갔습니다.


덧글

  • 타마 2017/10/12 08:40 # 답글

    생리대 꺼내는게 힘든건 당연한걸지도요...
    생리 이전에... 공공장소에서 팬티를 꺼낸다는 느낌 때문에 ㅎㅎ
  • mori 2017/10/12 09:13 #

    아무래도 여성의 성기 혹은 성기와 관련된 부분이 돌려서 표현되는 건 맞는 것 같아요. 남성의 정액을 받는 속옷은 없어서 직접 비교는 못하겠지만-_- 해당 경우는 여성의 타액이 욕으로 쓰이는 역사적 사실 + 너무 불결한 세속적인 표현이라 성서에 표현 그대로를 싣지 못하는 정황이 중첩된 희안한 케이스 같습니다 ㅋㅋ
  • AvisRara 2017/10/12 09:03 # 답글

    생리대 문제가 아니라 번역문이 너무 차이가 나는데요? 혹시 모르니 주위 구절들을 확인해보세요. 개정판이나 번역문에서 문장, 단락 구조가 바뀌는 경우도 있어서요.

    ps. 덧글은 자주 안 달아도 늘 재밌게 읽고 있습니다^^

    ps.2 링크된 사이트로 가서 보니 5절에 '개짐'이라는 표현이 있네요.
  • mori 2017/10/12 09:11 #

    오오 AvisRara님 제가 찾아보니 공동번역 2종에는 개짐이라고 직접적으로 표현을 했군요! 수정하겠습니다. 하지만 2종을 제외한 나머지 번역본은 생리대를 "더러운 천"으로 돌려서 표현한 것이 맞습니다.
  • AvisRara 2017/10/12 09:38 #

    이런, 제가 판본 이해를 못하고 있었네요.
    전 위에서부터 차례로 번역본의 시대 순서인 줄 알았어요 ㅋㅋㅋ
    후대로 갈수록 원어에 가깝게, 혹은 엄격주의를 버리고 번역한 줄...^^;;;

    개역한글, 개역개정, 새번역 쪽 라인의 부끄럼쟁이들 같으니!
  • mori 2017/10/12 09:59 #

    저 판본 순서는 어떻게 정해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개신교의 성서, 같은 번역 중에서는 오래된 버전이 먼저 나오게 되는 순서인 것 같아요.

    이런 부끄럼쟁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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