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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중이고 애를 낳았어도 교회 들어와도 돼 by mori

논문을 쓰다가 힐데가르트를 다른 신학자들과 비교하다보니 교회법을 확인하게 되는데 특히 여성의 생리와 출산과 관련된 부분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지도교수와 나의 의견이 갈려서-_- 아무래도 지도교수가 맞겠지만 내가 그렇게 쉽게 -_-포기할 수는 없고... 어쨌든 개인적인 정리차원에서 올리는 글. 결론을 말하자면 힐데가르트는 생리 중인 여자는 교회에 가도 된다고 봤지만 출산 직후의 여자는 안 된다고 봤고, 12세기의 교회법인 그라티아누스 교령법Decretum Gratiani는 생리한 여자든 출산한 여자든 교회에 출입 가능하다고 봤다.




The Lady and the Unicorn 
Musee National de Moyen Age et des Thermes de Cluny, Paris & The Bridgeman Art Library



내용과 별 상관없는 그림이긴 하지만 일단 그림이 예쁘고, 파리에서 중세 박물관에 갔을 때 봤던 그림이라 그냥 올려본다. 






라틴어 버전도 있긴 한데 그라티아누스 교령법이 워낙 잘 알려진 문서라 영역도 많이 되어있다. 참고한 영역은 1582년에 출판된 버전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중세의 성서주해서인 글로사 오디나리아Glossa Ordinaria의 형식을 따라 그라티아누스의 법을 중간에 놓고 그에 대한 주해가 주변에 둘러싸고 있다.

해당하는 내용, 즉 여성의 성전 출입과 재생산과 관련된 부분은 5번 법령Dictinction V에서 2번 부분에 있다. 여기서 그라티아누스는 레위기에서 생리 중인 여성, 출산 후의 여성이 성전에 출입하면 안된다고 한 것이 옛날 법이므로 이를 당시에 맞게 해석해야하므로 이걸 꼭 지킬 필요는 없다고 주장한다.




2번 부분

하지만 자연법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율법과 복음서에 포함되어 있기에 그리고 또한 우리는 몇몇 부분이 율법에 명시된 것과는 반대되어 있다는 것을 이제 인정했기 때문에 자연법은 바뀔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율법에서[cf. 레위기 12:2-5) 남자 아이를 낳은 여자는 40일 동안, 그리고 여자 아이를 낳으면 80일 동안 성전에 들어갈 수 없게 명해있다. 반대로 이제 여자는 아이를 낳은 직후에 교회에 들어가는 것으로부터 금지되어있지 않다. 다시 말하지만, 생리 중인 여자는 율법 [레위기 15:19)에 의하면 불결한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 여자는 직후에 교회에 들어가는 것이 금지되지 않으며 또한 영성체의 성례를 받는 것에서도 금지되지 않으며 또한 산모나 아이가 출산 직후에 세례를 받지 못하는 게 금지되지도 않는다. 

...(생리하는 여자에게 남자가 성관계를 해서는 안된다는 설명)...

그러나 평소대로 생리하는 여자는 교회에 들어가는 것이 금지되어서는 안되는데 왜냐하면 벌이 자연보다 더 심하게 전가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지와는 상관없이 고통받고 있는 것 때문에 그들이 교회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는 피의 문제로 고통받고 있었던 여자 (혈우병 환자)가 주의 뒤로 다가와 그의 옷자락을 만져서 그녀의 병에서 바로 벗어났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마태오복음 9:20-23). 그러므로 만약 피의 문제로 고통받는 그 여자가 주의 옷을 만졌다는 것이 칭찬받을 일이라면 왜 월경혈로 고통받는 여자가 주의 교회에 들어가는 것이 허락되지 않겠는가? 그리고 나중에: 만약 앞에서 말한 그 여자가 아픈 와중에 주의 옷을 만졌다는 게 괜찮다면, 그 아픈 여자 한 사람이 자연적인 약함으로 인해 비슷한 병을 견뎌야하는 모든 여자를 대신하지 않아야할 이유는 무엇인가?





즉 그라티아누스는 복음서와 율법을 대조하여, 율법에서는 자연법에 근거해서 피를 흘리는 혹은 피를 흘렸던 여자들을 교회에 들이지 못하도록 했지만 복음서에서는 혈우병에 걸린 여자가 주의 옷을 만졌고 병이 나았고 그리고 이 행동이 예수에 의해 칭찬받았다는 것을 들어 피와 연관된 여자들이 교회에 들어가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그라티아누스의 교령법 자체도 계속 주해가 달렸고, 그라티아누스의 법령에 동의를 하는 주해가도 반대하는 주해가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반대하는 주해가는 주로 당대의 의학적인 지식을 받아들여 월경혈이 오염원이라는 의견을 받아들였던 것으로 보인다. 힐데가르트가 특이한 이유는, 힐데가르트는 의학적인 지식을 알고 있으면서도 월경을 오염으로 해석하지는 않았던 것. 하지만 힐데가르트는 출산한 여자는 교회에 못 들어오게 했는데 이는 피가 더러워서나 성교가 더러운 것이여서라기보다는 애를 낳을 때 상처가 벌어지고 상처는 오염을 동반하기 때문이라고 근거를 댔다. 관련 포스팅 중 힐데가르트가 여성의 교회 출입과 재생산과 관련되어 얘기한 부분은 첫 성관계는 여기, 월경과 출산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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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효도하자 2017/11/06 12:54 # 답글

    http://kalnaf.egloos.com/m/3389454
    이 포스팅에 의하면 근세까지 예배중에 마려우면 그냥 그대로 쌌다고 하는데, 생리하는 여성의 교회출입을 막은것은 혹시 이런 이유도 있던걸까요?
    교회바닥이 피투성이가 되면 보기도 안좋고 지우기도 어렵다든가.
  • mori 2017/11/06 13:09 #

    희안하게도(?) 오줌보다 생리혈이 더 무서운 오염원으로 여겨졌던 것 같습니다. 생리혈이 샌다기보다는 생리를 하는 여자 자체가 온 몸으로 오염을 뿜뿜하는 존재였던 거죠. 생리하는 여자의 교회 출입을 반대했던 중세 법령가들이 대부분 생리 중 여자가 쳐다만 봐도 나무가 말라붙는다는 고대의 믿음을 반복해서 설명하고 있더라구요.
  • ??? 2017/11/06 13:27 # 삭제 답글

    출산시 회음 절개 및 봉합, 소독등의 절차가 없던 시절에, 출산 직후의 여성이 교회처럼 사람 많은곳에 가서 장시간 있으면 감염율이 왕창 올라가겠죠.......힐데가르트의 경우, 어째선지는 몰라도 출산한 여자가 교회에 출입하면 사망 혹은 상처가 덧나서 고생하는 비율이 높더라는 것을 경험칙으로 알고 있었던게 아닐까 싶은데요. 근데 <교회가 오염돼있어서 상처난 여자에게 병과 죽음을 선사한다네~> 같은 소릴 할수는 없으니까 앞뒤를 뒤집어서 상처엔 오염이 있어서 교회를 더럽히네 어쩌구 하는 논리를 만든게 아닐지......

    그라티아누스의 주장과 비교하면 이건 나름대로 정치적 올바름과 현실의 충돌일지도?
  • mori 2017/11/06 13:37 #

    저도 힐데가르트가 그렇게 해석했다고 생각하고 싶지만 확실히 그녀의 의도가 어땠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사실 출산한 직후의 산모가 교회에 출입할 수도 있는데 안 하는 것과, 교회 출입이 완전히 금지되는 것은 다른 의미니까요. 비슷한 의미에서 이슬람교에서 여성들이 생리 중에는 라마단을 안 지켜도 된다는게, 지키지 말라는 건지 아님 여자 건강을 위해 그렇다는 건지도 의심이 갑니다 ㅡㅡ 저는 그냥 개인적으로는 힐데가르크가 여성과 남성을 동등하게 보고 그냥 상처 있음 교회 가지 말라고 했다는 것에 의의를 둡니다.
  • ㅇㅇ 2017/11/06 19:02 # 삭제 답글

    위생 상 문제라면 아마 소독 때문인 듯 싶습니다. 당시 산파들이 뜨거운 물과 끓인 술로 소독을 했을 거라는 보장도 없을 뿐더러, 소독을 하지 않고 출산을 했다면 산모와 아이 모두 질병에 걸렸을 확률이 컷기 때문이지요.
  • mori 2017/11/06 20:03 #

    이게 그냥 위생 문제로만 환원할 수는 없습니다. 여성의 교회 출입문제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는 레위기의 율법은 메리 더글라스의 <순수와 위험>에도 언급되는데 단순히 비위생의 문제로만 보기는 너무 복잡합니다. 게다가 여자아이 출산의 경우 교회출입이 두 배로 늘어나는데 이건 여자의 몸 자체가 부정하다는 당대 사고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수술도구나 손을 소독하는 것은 오히려 산파들이 후에 산부인과 남자 의사들에게 전한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오히려 근대까지 남자 의사들이 손을 씻지 않고 산모와 아이를 만져서 감염시킨 경우들이 있었죠. 산파들이 왜 손을 씻어야하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하진 않았지만 (일단 문헌 자체가 별로 남아있지 않습니다) 다수의 경험과 구전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Esperos 2017/11/25 23:47 # 답글

    월경혈을 부정하게 보는 관습은 일본에도 남아있죠. 출산 직후, 월경 중에는 부정하다고 외부출입을 하지 못하게 막았다는군요. 도교에서는 여자들이 도를 닦으려면 월경을 못하게 해야 한다고 했고요. 반대로 월경혈을 일상에서 벗어난 어떤 힘으로 보기도 했죠. 중국 명나라 때 가정제가 궁녀들의 월경혈로 불로장생하는 단약을 만들겠다는 둥 온갖 이유로 괴롭혀서, 궁녀들이 황제를 죽이려다 실패했단 이야기도 있죠. 제가 본 어떤 우리나라 소설에서는(제목은 저도 기억 안 나는데) 어떤 아저씨가 몸에 좋단 이야기를 듣고 '여자아이의 첫 월경혈'을 구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더군요. 아마 작가가 어디서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어린 시절에 책을 읽다가 "그걸 어떻게 구해?" 하면서 황당하게 여겼죠.

    항상 느끼지만 '비일상적인 것'은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를 함게 품는 것 같아요.

    이슬람의 경우에는 월경혈이 아니라 그냥 '피 전체'를 부정하게 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남자가 예배를 보다가 코피를 흘렸다? 이러면 예배가 무효화됩니다. (이슬람은 기도행위의 유무효를 법률처럼 따지죠.) 따라서 코피가 멎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우두(예배 전 몸 씻기)를 다시 하고 예배를 처음부터 다시 드려야 합니다. 그런데 코피는 멎게 할 수 있지만 월경은 중간에 멎게 할 수가 없으니.... 여자가 월경 중이 되면 '애당초 예배를 할 수가 없는 몸'이 됩니다. 라마단도 거기에 걸리죠. (참고로 이슬람에서는 잠을 자다 일어난 것도 부정하게 봅니다....그래서 깜빡 잠 들었다 일어나면, 우두를 해야만 예배를 볼 수 있죠.)
  • mori 2017/11/26 01:47 #

    ㅋㅋㅋㅋ 제가 예전에 혈분경에 한참 관심이 있었죠. 아마 제가 일본어를 했다면 그쪽으로 전공을 틀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슬람의 경우 경전에서 어떻게 금지를 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 터키 친구 같은 경우는 월경을 한다고 예배를 할 수 없다는 건 꿈에도 생각을 못 하더라구요. 월경 중에 라마단을 안 지키는 것도, 건강 문제로 너무 힘들기 때문에 라마단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식으로 해석했구요. 아마 임신이나 육아와 비슷한 맥락에서, 이게 오히려 여성을 배려하는 것으로 해석하던데 (아마 신자의 입장에서는) 아마 그리스도교와 비슷하게 이게 배려나 아니면 금지냐는 정말 종이 한 장 차이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슬람교나 유태교 같은 경우, 말씀하신 것처럼 피에 대한 부정 개념이 훨씬 엄격한데 이것때문에 중세 가톨릭이 이걸 안 지킨다고 두 종교한테 엄청 욕을 먹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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