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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가 고친 사람이 혈우병 여인이라고? by mori

내가 중세 유럽사에 대해 글을 쓰고 있긴 하지만 가끔 한국에서 왔다는 게 여지없이 드러나는데-_- 얼마 전에도 그런 걸 바로 느꼈다 ㅋㅋㅋ 논문을 몇 번 고쳤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_- 어쨌든 지도교수가 논문을 검토하고 미팅하면서 하나하나 틀린 거 지적하는 과정을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인데-_- 이번 챕터에서 지도교수가 가장 어이없어했던 것 중 하나는 ㅋㅋㅋㅋㅋㅋ 아니 왜 예수가 혈우병hemophilia 여자를 고쳤다고 썼냐는 거였다 ㅋㅋㅋㅋㅋ






그래-_- 혈우병은 여자가 걸릴 수 없는 병이다. 아니, 여자의 경우 X염색체 두 개에 모두 혈우병 유전자가 있어야하는데 혈우병에 걸리는데 이런 경우 이미 모체 내에서 죽기 때문에 여자 혈우병 환자는 없다고 한다. 근데 ㅋㅋㅋㅋㅋ 나는 ㅋㅋㅋㅋ 성서를 읽을 때 당연히 예수가 고친 게 혈우병 여인인줄 알았어 ㅋㅋㅋㅋㅋ 그렇다면 진실은 뭐냐?

한국어 성서에는 "혈루증血漏症"이라고 나와있다, 혈우병이 아니라. 혈루증이 무엇이냐, 네이버 지식백과에 따르면...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200309&cid=40942&categoryId=31579

"헬라어 하이마와 레오의 합성어로, 피의 유출이라는 뜻이다. 보통 여인은 월경 때에만 피가 나오게 되는데, 이 병은 월경과 무관하게 불규칙하게 출혈된다. 이 병에는 기능성자궁출혈과 기질적 자궁출혈(염증, 패혈증, 종양, 백혈병 등에 의한 병) 등이 있다. 기질적 자궁출혈 중에서 악성이 암이다. 장기간 출혈되는 것이 증식성 자궁내막염으로 되는 것이다. 섬유종이라든가 폴리프는 심인성(心因性)에 민감하게 작용을 한다. 구약성서 《레위기》에 혈루증은 부정한 병으로 그 사람이 만지는 것은 모두 부정한 것으로 여겼다. 당시 유대인들은 의식적인 정결을 중시하였기 때문에 정상적인 월경도 부정한 것으로 취급되었다. 신약성서에 12년 동안 혈루증을 앓은 여인이 예수 그리스도의 옷자락을 만져 나은 것이 나온다. 《누가복음》 8장 43~44절에 “이에 열두 해를 혈루증으로 앓는 중에 아무에게도 고침을 받지 못하던 여자가 예수의 뒤로 와서 그 옷가에 손을 대니 혈루증이 즉시 그쳤더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여인은 많은 의원에게 치료받았지만 재산만 허비하였다. 아무 효험이 없고 도리어 병세가 악화되어 그녀는 혈루증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많은 불이익을 당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혈루증 [flow of blood, 血漏症] (두산백과)"

자세히 더 살펴보진 않았지만, 혈루증은 성서의 이 여인, 즉 부정한 출혈을 하는 여인, 즉 정기적인 생리가 아닌데 피를 흘리는 이 여인의 증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병명? 증상 이름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성서를 보자.




성서에 나오는 혈루증 여인은 딱 한 명인데, 꽤 중요한 기적인지 마르코 복음서, 마태 복음서, 루가 복음서 세 군데 모두 나온다. 물론 마가가 제일 먼저 쓰였고 마가가 언급했으니까 그랬을 수도 있고, 아니면 예수가 혈루증 여인 다음에 일으킨 기적이 꽤 중요한 기적, 특히 죽은 사람을 살린 기적이라 그럴 가능성도 있다. 내가 교회에서 배운 가락을 살펴볼 때, 이 혈루증 여인은 믿음이 강한 표본으로 매우 긍정적으로 서술되었던 것 같다. 물론 교회에서는 혈루증이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해주진 않았지-_- 일단 공동번역 개정판에는 "하혈병" 혹은 "하혈증"이라고 표현이 되었는데 이것은 후대에 좀 더 정확하게 서술하기 위해 표현을 고친 것으로 보인다.





공동번역 개정판. <마태오의 복음서>9 장 20절에서 22절로. (마르코 5:21-43; 루가 8:40-56)

18 예수께서 이 말씀을 하고 계실 때에 한 회당장이 와서 예수께 절하며 "제 딸이 방금 죽었습니다. 그렇지만 저의 집에 오셔서 그 아이에게 손을 얹어주시면 살아날 것입니다." 하고 간청하였다. 19 예수께서 제자들과 함께 일어나 그를 따라가셨다. 20 마침 그 때에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병을 앓던 어떤 여자가 뒤로 와서 예수의 옷자락에 손을 대었다. 21 예수의 옷에 손을 대기만 해도 나으리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22 예수께서 돌아서서 그 여자를 보시고 "안심하여라, 네 믿음이 너를 낫게 하였다." 하고 말씀하시자 그 여자는 대뜸 병이 나았다.


<마르코의 복음서> 5장 21절에서 34절로.

21 예수께서 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다시 가시자 많은 사람들이 또 모여들었다. 예수께서 호숫가에 계셨을 때에 22 야이로라 하는 한 회당장이 와서 예수를 뵙고 그 발 앞에 엎드려 23 "제 어린 딸이 다 죽게 되었습니다. 제 집에 오셔서 그 아이에게 손을 얹어 병을 고쳐 살려주십시오." 하고 애원하였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그를 따라 나서시었다. 24 그 때에 많은 사람들이 예수를 둘러싸고 밀어대며 따라갔다. 25 그런데 군중 속에는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증으로 앓고 있던 여자가 있었다. 26 그 여자는 여러 의사에게 보이느라고 고생만 하고 가산마저 탕진했는데도 아무 효험도 없이 오히려 병은 점점 더 심해졌다. 27 그러던 차에 예수의 소문을 듣고 군중 속에 끼여 따라가다가 뒤에서 예수의 옷에 손을 대었다. 28 그 옷에 손을 대기만 해도 병이 나으리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29 손을 대자마자 그 여자는 과연 출혈이 그치고 병이 나은 것을 스스로 알 수 있었다. 30 예수께서는 곧 자기에게서 기적의 힘이 나간 것을 아시고 돌아서서 군중을 둘러보시며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 하고 물으셨다. 31 제자들은 "누가 손을 대다니요? 보시다시피 이렇게 군중이 사방에서 밀어대고 있지 않습니까?" 하고 반문하였다. 32 그러나 예수께서는 둘러보시며 옷에 손을 댄 여자를 찾으셨다. 33 그 여자는 자기 몸에 일어난 일을 알았기 때문에 두려워 떨며 예수 앞에 엎드려 사실대로 말씀 드렸다. 34 예수께서는 그 여자에게 "여인아, 네 믿음이 너를 살렸다. 병이 완전히 나았으니 안심하고 가거라." 하고 말씀하셨다.


<루가의 복음서> 8장 40절에서 48절.

40 예수께서 배를 타고 돌아오시자 기다리고 있던 군중이 모두 반가이 맞았다. 41 그 때에 야이로라는 회당장이 예수께 와서 그 발 앞에 엎드려 자기 집에 와주시기를 간청하였다. 42 그의 열두 살쯤 된 외딸이 거의 죽게 되었던 것이다. 예수께서 그 집으로 가실 때 군중이 그를 에워싸고 떠밀며 쫓아갔다. 43 그들 중에는 열두 해 동안이나 하혈병을 앓고 있는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는 여러 의사에게 보이느라고 가산마저 탕진하였지만 아무도 그 병을 고쳐주지 못하였다. 44 그 여자가 뒤로 와서 예수의 옷자락에 손을 대었다. 그러자 그 순간에 출혈이 그쳤다. 45 예수께서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 하고 물으셨으나 모두 모른다고 하였다. 베드로도 "선생님, 군중이 이렇게 선생님을 에워싸고 마구 밀어대고 있지 않습니까?" 하고 대답하였다. 46 그러나 예수께서는 "분명히 나에게서 기적의 힘이 뻗쳐 나갔다. 누군가가 내 옷에 손을 댄 것이 틀림없다." 하고 말씀하셨다. 47 그 여자는 더 이상 숨길 수 없게 된 것을 알고 떨면서 앞으로 나아가 엎드리며 예수의 옷에 손을 댄 이유며 병이 곧 낫게 된 경위를 모든 사람 앞에서 말하였다. 48 그러자 예수께서는 그 여자에게 "여인아, 네 믿음이 너를 낫게 하였다. 평안히 가거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렇다면 다른 판본들을 비교해보자. 공동번역 개정판에서 "하혈증"이 제시된 마태오의 복음서 9장 20절에 해당하는 부분을 찾아보자면...




개역한글: 열 두 해를 혈루증으로 앓는 여자가 예수의 뒤로 와서 그 겉옷 가를 만지니
개역개정: 열두 해 동안이나 혈루증으로 앓는 여자가 예수의 뒤로 와서 그 겉옷 가를 만지니
표준새번역: 그런데 열두 해 동안 혈루증으로 앓는 여자가 뒤에서 예수께로 다가와서, 예수의 옷술에 손을 대었다.
새번역: 그런데 열두 해 동안 혈루증으로 앓는 여자가 뒤에서 예수께로 다가와서, 예수의 옷술에 손을 대었다.
공동번역: 마침 그 때에 열 두 해 동안이나 하혈병을 앓던 어떤 여자가 뒤로 와서 예수의 옷자락에 손을 대었다.




그렇다면 한글이 아닌 성서는? 



킹 제임스: And, behold, a woman, which was diseased with an issue of blood twelve years, came behind him, and touched the hem of his garment:
NIV: Just then a woman who had been subject to bleeding for twelve years came up behind him and touched the edge of his cloak.
Vulgata: Et ecce mulier, quae sanguinis fluxum patiebatur duodecim annis, accessit retro, et tetigit fimbriam vestimenti ejus.


라틴어 불가타의 이 구절을 해석한다면, "피가 흘러서 고통받는" 정도 되겠다. 피가 흐르는 이 여인은 내 논문에서도 상당히 중요한데, 예수가 이 부정한, 특히 정기적인 월경도 아니고 비정기적으로 피를 흘려서 더욱 더더더더 부정한 이 여인이 자기를 허락도 없이 만졌는데 예수가 이를 용서하고 이 믿음을 치하해 이 여인을 고쳤기에, 생리하는 여자도 교회에 들어갈 수 있다(?) 혹은 신성한 공간에 들어설 수 있다는 중요 논거로 쓰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도교수의 정확한 지적에 따라 내 논문에서 이 여인은 "a woman with bleeding issues"로 표현하기로 했다.


 
그나저나 혈루증을 찾는 와중에도 나처럼 혈루증이랑 혈우병이랑 헷갈리는 글들이 꽤 보인다-_- 특히 혈우병을 설명하면서 성서의 이 혈루증 여인을 예로 설명하는 이 글이 그렇다. "처절한 질병과의 사투, 왕가의 병 “혈우병”(19)"




덧글

  • 우리가 남이가 2018/01/19 11:04 # 답글

    요즘도 기도하면 병이 낫는다고 학대당하다 죽는 사람 있습니다.
  • mori 2018/01/23 02:23 #

    그러니까요 ㅡㅡ 특히 부모가 자식한테 그러면 정말 무책임한 일인 것 같습니다
  • 도연초 2018/01/19 15:34 # 답글

    번역이란 참...
  • mori 2018/02/01 05:32 #

    앗 여기에 답글 단 줄 알았는데 아니네요!! 저도 논문을 위해 번역을 하지만 쉽지는 않은 듯합니다 ㅠㅠ
  • 2018/01/29 10:1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2/01 05:3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8/02/06 12:3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8/02/07 02:1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8/02/07 02:4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8/02/07 05:5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8/02/07 06:38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8/02/15 07:17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房家 2018/02/07 16:00 # 답글

    그래서 기독교회에 들어갈 때 생리 여부를 따지지 않는군요! 그 레위기 구절이 기독교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는지 궁금했거든요. 궁금증 하나 풀렸습니다.
  • mori 2018/02/08 02:41 #

    저도 저게 혈루증이라고 규정되는지는 처음 알았어요! 주일학교 다닌 보람이 없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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